『나는』은 사람을 위해 희생되는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입니다. 바로 실험동물이지요. 우리나라에서만 하루 평균 1만여 마리의 동물이 동물 실험에 동원되고 있습니다. 그중 실험견 비글의 입을 빌려 실험동물이 처한 현실을 담담히 그려내고 있습니다. 비글은 여러 견종 중에서도 특히 사람을 좋아하고, 낙천적인 성격을 가졌기 때문에 실험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실험을 위해 태어나 이름 없이 번호로 불리며, 실험에 적합한 개가 되기 위해 훈련받고, 오로지 실험만을 위해 살아가는 실험견들, 우리는 그들의 삶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나는』은 동물권 그림책 프로젝트 세 번째 책입니다. 이 프로젝트에 처음부터 함께하고 계신데요. 세 번째 책에 대한 소감이 궁금합니다.
동물권이라는 거대 담론보다 각자의 책이 가진 의미에 대해 생각했고, 그에 부합하는 작업을 하고 싶었습니다. 이한비 작가가 글을 쓴 『나는』에 품고 있는 생명의 소중함과 인간의 죄책감을 그림으로 담았습니다.
이 책은 어린이 작가가 쓴 원고에서 시작되었어요. 어린이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그림 작업에 신경 쓰신 부분이 있을까요?
어린이의 눈과 손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리적으로 가능한 일은 아니기에 다른 방식으로 다가가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또 생각해 보면 상처받는 동물을 바라보는 어린이의 마음은 어른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마음을 담으려고 노력했어요.
동물권에 관심을 가지고 계신 분들을 보면 유기 동물을 입양하거나, 채식을 선택하는 등 생활의 형태가 바뀌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나의 가족을 위해 삶의 방향이 조금씩 바뀌는 걸까 생각되기도 해요, 최근에 고양이 '복만이'를 최근에 입양하셨어요. 복만이와의 생활은 어떠신가요?
20년 동안 고양이 친구들과 살다가 약 3년 정도 혼자 지냈습니다. 다시 고양이 친구들과 함께 지낼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서요. 최근 길에서 구조된 고양이 '복만'을 만나게 되었어요. 그리고 동거묘로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작은 생명이 품에서 고물거리는 모습을 보면 웃음이 나옵니다. 주먹만한 녀석이 자라는 걸 지켜보고 있으면 대견한 마음이 들어요. 그러는 사이 우울감이 사라지고, 작은 행복을 실감하게 됩니다. 복만이도 그러기를 바라면서요.
작가님께서는 동물권이나 노동권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그림책을 계속해서 펴내고 계십니다. 다소 어둡고 깊은 주제라 그림책 작업이 쉽지는 않으실 텐데요. 메시지를 전하고자 할 때 특별히 고민되는 부분은 무엇일까요?
저는 활동가가 아니고 투사도 아닙니다. 작업할 때 그래도 늘 머릿속에 있는 건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목적보다 질문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우리가 질문을 멈추지 않을 때,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약간의 기대를 하기도 하고요. 저 역시 소수성을 지닌 사회적 약자입니다. 우리의 소중한 일상을 지키기 위해 우리가 질문하고, 필요한 것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기를 바라요.
최근에 소설과 에세이를 출간하시는 등 장르를 넓혀가고 계시는데요. 장르를 넘나들며 활동하는 작가님 창작의 동력은 무엇인가요?
장르는 예술의 외피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소설을 쓰고 에세이를 썼다는 사실보다 어떤 이야기에 무슨 옷을 입힐지 더 고민합니다. 이야기가 오래 사람들 곁에 머물길 바라는 마음을 담는 것이 제 동력일 것 같은데요.
『나는』은 그림책 독자가 작가가 되는 과정이 담긴 책이기도 합니다. 『나는』을 읽은 독자들이 이것만큼은 꼭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는 부분이 있을까요?
이번 책은 허정윤 작가가 글을 쓴 『우리 여기 있어요, 동물원』, 『63일』 두 권의 책을 본 독자가 자신의 목소리로 이야기를 만들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인 것 같아요. 게다가 어린이 독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작가가 되었다는 점도요. 가만히 있을 수 없는 마음이 드는 책, 마음의 각을 살짝 바꾸는 책이 되었으면 합니다. 당연하게 여긴 것들에 이 책을 보는 독자들이 질문을 던질 수 있다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반달에서 출간한 세 권의 동물권 그림책 『우리 여기 있어요, 동물원』, 『63일』, 『나는』과 함께 보면 좋을 그림책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돼지 이야기』와 『붉은신』을 추천하고 싶어요.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고정순 (그림 작가) 그림으로 그릴 수 없는 것은 글로, 글로 쓸 수 없는 이야기는 그림으로 그리고 있다. 그림책은 물론이고, 에세이, 소설, 만화로 영역을 넓히며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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