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상담 센터를 운영하며 청소년들을 만나온 세 명의 저자는 마음 성장기를 보내고 있는 십 대라면 누구나 겪는 고민이 있음을 인지하고, 이들이 마음 성장통을 이겨낼 수 있도록 청소년의 고민을 함께 할 공감 상담실을 책으로 옮겨왔다. 저자들은 청소년 내담자의 실제 사례를 재구성한 공감 가는 에피소드로 이야기를 열고, 심리학을 통해 마음의 이유를 찾는다. 『최소한의 심리학』을 따라가다 보면 나와 타인의 마음이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고, 나아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길 것이다. 필요할 때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는 30개의 심리학 도구들은 나답게 살아가되, 너를 이해하고, 우리의 관계를 소중히 할 수 있는 무기가 되어 줄 것이다.
세 분이 함께 심리 상담 센터 '마인드페이지'를 꾸려나가며 쓴 첫 번째 책이에요. 작가님들을 처음 만나는 분들을 위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희는 심리 상담가이자 작가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데요. 각자 활동을 하다가 마인드페이지를 설립하고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하는 일은 크게 두 가지예요. 첫 번째는 심리 상담으로, 개인 상담, 심리 검사, 집단 워크숍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스토리텔링으로, 공연 무대의 대본, 책 작업, 북클럽 등 심리와 연관된 다양한 콘텐츠를 창작합니다.
작가님들은 심리 상담가로 활동하며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내담자들을 만나 보셨을 것 같아요. 그만큼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다양한 심리학을 익히셨을 것 같은데요. 청소년을 위한 심리 책을 쓰게 된 이유나 계기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청소년기는 성인기를 준비하는 시기로 한 사람의 발달 단계를 생각할 때 매우 중요한 과정입니다. 자아 정체감을 형성하고 미래를 계획하는 시기이기 때문이죠. 사실 이 기간에는 많은 고민을 하는 것이 건강한 자아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데요. 우리나라의 현실 상 학업에 집중하느라 이 과정을 미뤄두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성인 초기의 내담자들이 청소년기에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 혹은 청소년기부터 지속시켜 온 문제들을 갖고 올 때가 많았죠. 책을 읽다 보면 '나도 이런 고민을 해본 적 있는데'라는 생각이 들 거예요. 청소년기에 충분히 겪을 수 있는 상황에 공감하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최소한의 심리학』에는 공감이 가는 예시들이 많아요.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만 있고 싶어'처럼 지금 내 이야기 같은 부분도 있고, '시험에서 답을 밀려 쓰는 상상'처럼 학창 시절이 절로 떠오르는 내용도 있는데요. 작가님들이 실제로 상담을 진행하고 계셔서 더 실감 나는 것 같습니다. 여러 상담 사례 중에 특히 기억에 남는 상담이 있으신가요?
조희진 : 어떤 특정 사례가 남는다기보다 청소년 내담자들이 상담실에 와서 공통으로 하는 이야기들이 있어요. "어떤 어려움이 있어 상담실에 왔나요?"라고 물으면 대부분 "저 자신에 대해 알고 싶어요"라고 말하는데, 그 안에 진로 문제, 친구 문제, 가족 문제 등 다양한 문제들이 있다는 것이죠. 자신의 느끼는 불편함이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모르고 힘들어하는 경우들도 꽤 많다고나 할까요. 막연히 나 자신에 대해 잘 알면 도움이 될까? 하는 마음으로 상담실을 찾아오는데, 상담을 하다 보면 혼자 고민하며 힘들어했던 문제가 매우 다양하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호소하는 문제는 비슷해도 각자의 문제는 다르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상담이라는 경험은 자신이 어떤 어려움에 놓여있는지, 자신이 가진 강점과 약점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는 것 같아요.
홍다솜 : 저는 코로나19가 한참 심각해지던 때에 상담했던, 이제 막 고등학교에 올라온 학생들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모든 게 혼란스럽고 새롭게 맞닥뜨리는 상황이다 보니 다들 우왕좌왕할 때였죠. 어른들조차 우울감과 불안감을 느끼던 때였는데, 이제 막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공부하고 시험 보고 성적도 잘 받아야 하는 아이들이 안쓰러웠습니다. 특히, 청소년기는 무엇보다 또래 친구들이 중요한데, 등교하는 날이 적은 데다 마스크를 끼고 있으니 친구들을 사귀기 힘들다는 고민도 많이 하더라고요. 그 해, 유례없이 많은 수의 학생들이 상담실을 찾았어요. 사회적인 재난 상황에서 청소년의 심리에 대한 관심과 돌봄이 꼭 필요하다는 걸 몸소 경험한 해였습니다. 그 친구들이 이제 스무 살이 되었겠네요.
인현진 : 많은 청소년들을 만나왔지만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들을 만났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디지털 성범죄의 경우 심리 지원뿐만 아니라 법적인 부분이나 가족의 도움 등 전체적이면서도 세심한 케어가 필요해서 굉장히 조심스럽거든요. 성인들도 범죄에 노출되면 삶이 뒤흔들릴 정도로 힘든데, 아직 자아 정체감이 탄탄하게 형성되기 전의 청소년들이 겪는 고통은 상상을 초월하죠.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인식이 예전보다 개선되고 있지만, 우리 사회가 이 문제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이고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청소년 심리'하면, '중2병', '사춘기'라는 꼬리표가 따라붙는데요. 실제로 청소년들은 어떤 상담을 하는지 궁금해요.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하는 상담은 어떤 건가요? 그럴 때 작가님들은 어떤 말씀을 해주시는지도 궁금합니다.
청소년 친구들이 상담실에 찾아오면 주로 학업과 진로가 고민이라고 말해요. 그런데 더 자세히 들어가 보면 그 기저엔 다양한 고민들이 있어요. 정서, 교우 관계, 정체성, 연애, 가족, 경제 문제, 습관 등 그 고민의 깊이가 어른들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고요. 그럴 때, 청소년들도 성인과 다름없는 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느낍니다. 청소년에게 '중2병', '사춘기'라는 꼬리표가 붙는 이유는 '청소년은 미숙한 존재다'라는 선입견 때문인 것 같아요. 사실, 청소년들은 가장 성숙하고 합리적인 선택을 하려고 애쓰는 중이에요. 설령 그 선택이 어른들의 관점에서 충분히 성숙해 보이지 않더라도요. 그래서 어떤 고민을 들고 오든 저희는 청소년의 선택에 공감하고 지지하려고 해요. 그 선택이 자신이나 타인을 해롭게 한다면 제지하고, 바람직한 방향의 다른 선택지들이 있다는 걸 알려주기도 하고요.
'심리학' 하면 마음, 감정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하지만 책의 첫 꼭지, 1부의 1장에서 가스라이팅을 다루고 있어요. '위험'이라는 주제를 1부로 구성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원래 저희가 구상했던 목차에서 가스라이팅 부분은 책의 후반부에 있었어요. 그런데 내용을 정리해가면서 점점 더 이 책을 쓰는 목적을 고민할 수밖에 없더라고요. '이 책이 다른 청소년 심리 책과 구별되는 지점은 뭘까?',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걸까?', '요즘 사람들이 이토록 심리학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는 이유는 뭘까?' 등 많은 질문을 서로에게 던졌죠.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여러 이유가 나왔지만, 가장 큰 이유는 '살아가는 데 실제로 도움이 된다'는 점이었어요. 살다 보면 누구나 힘든 순간을 반드시 맞게 되는데, 그럴 때 자신을 지키고 보호할 수 있는 방패가 좀 있어야 하잖아요. 심리학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죠. 가스라이팅, 학교 폭력, 자살 등 무거운 문제들을 책 앞으로 빼는 것에 대한 부담도 있었지만, 지금 이 시기에 가장 중요한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1부로 구성했습니다.
『최소한의 심리학』에서 다룬 서른 개의 심리학 이야기들은 궁극적으로 자신답게 살아가기 위한 이야기라고 하셨어요. 타인에게 휘둘리지 않고 자존감 높은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해선 자기 효능감을 높이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자기 효능감을 높이는 방법이 있을까요?
자기 효능감을 높이는 연습이 필요한 이유가 결국엔 자존감 높은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해서인데요, 자존감 높은 사람은 타인의 눈치를 덜 보면서 살아가는 사람인 것 같아요. 자기 신뢰가 확고하되 개방성이 높고 심리적으로도 균형이 잡혀 있죠. 자존감 형성에는 생애 초기, 부모와의 애착 형성이 큰 영향을 미치는데 유년기 애착 형성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더라도 성인이 된 후 스스로 자신을 돌보고 지지하는 방식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흔히 '자신을 사랑하라'는 말을 하는데, 자신만 사랑하는 것과는 다르니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고요.
어떤 사람이 자기 효능감이 높은가 관찰해보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고 자기 객관화를 할 줄 아는 사람이더라고요. 내가 부족한 점도 있지만 이런 점은 장점으로 갖고 있다고 생각하며 균형 잡힌 사고를 하는 게 도움이 되죠. 일상에서 도움이 될 법한 연습은 자신의 장점을 찾아보는 거예요. 그리고 그것을 작은 행동과 이어서 성취로 연결시켜보는 거죠. 예를 들어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사람이라면 그것을 장점으로 생각하며 이부자리를 정돈해보세요. '성실함'이라는 평생 가는 가치를 스스로 만들고 있다고 여기는 것만으로도 자기 효능감이 높아질 테니까요.
마지막으로 과거보다 심리 상담이 친숙해지고, 실제로 상담을 받는 사람들도 많아진 것 같아요. 심리 상담을 받으러 갈 때 준비해가면 좋을 것들이 있을까요? 간혹 심리 상담을 받으러 가서 제대로 풀지 못하고 돌아오는 경우도 있어요. 내게 맞는 상담인지 아는 법이나 주의해야 할 점 등 심리 상담가로서 알려줄 상담 TIP이 있을까요?
홍다솜 : '편안한 마음'을 우선적으로 꼽고 싶어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상담에서 어떤 이야기를 하든, 어떤 모습을 보이든 '괜찮다'고 스스로 허용해주는 마음가짐이죠. 심리 상담사도 타인이다 보니, 상담에 와서도 '상담사가 날 어떻게 볼지' 걱정하는 분들이 계세요. 상담을 받으러 갔지만, 제대로 풀지 못했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인 것 같고요. 어른인 우리도 체면을 차리느라,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느라, 누군가의 기대에 부응하느라 있는 그대로의 나로 살지 못할 때가 많잖아요. 심리 상담의 목적은 그런 체면, 역할, 기대를 다 내려놓고 나의 솔직한 모습과 만나보는 거예요. 그런 내 모습과 마주할 용기, 그런 모습도 심리 상담사가 수용해 줄 거라는 믿음, 이런 마음가짐이 심리 상담의 준비물이라면 준비물일 수 있겠네요.
조희진 : 처음 상담을 오면 다들 '해결책을 들을 수 있겠다'는 기대를 한다고 해요. 하지만 실제 상담이 마무리되고 어떤 것이 도움이 되었는지 물어보면 상담 시간에 이야기를 하다 보니 복잡했던 생각이 정리가 되고, 말하는 과정을 통해 후련함을 느꼈던 것이 좋았다고 합니다. 가끔 부모님이나 주위의 권유로 상담을 오는 경우들도 있는데, 이 경우에는 솔직하게 마음을 여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어요. 상담이 자신의 문제를 들여다보고 잘못된 것을 고치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으면 해요.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다 보면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인현진 : 처음 상담을 시작할 때 가장 고민되는 부분은 '누구를 찾아갈 것인가?'일 것 같아요. 다시 말하면 '그 사람이 신뢰할 수 있는 상담자인가?'라는 점이겠죠. 상담 분야의 특성이 지인 소개가 유난히 많다는 점도 아마 이런 부분 때문일 텐데요' 그래서 처음엔 상담 경험이 있는 지인에게 추천받는 것을 권합니다.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상담자의 이력을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되죠.
그런데 상담을 하다 보면 상담자와 맞지 않는 것 같기도 하고, 상담이 자신의 생각과 조금 다를 수도 있거든요? 그럴 땐 그런 마음 자체를 진솔하게 말하면서 다루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대부분 상담을 하고 난 후 '좋아졌다', '아니다' 등 결과에 집중하는데, 상담은 과정 자체가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심리 상담은 상담자에게 수동적으로 '받는 것'이 아니라 자신 또한 상담의 주체가 되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니까요. 상담은 '나를 위한 시간'이라고 생각하며 적극적으로 경험하면 좋겠습니다.
*인현진 심리 상담 센터 '마인드페이지' 공동 대표. 대학에서 문학을, 대학원에서 상담 심리학을 전공하고 작가이자 심리 상담가로서의 삶을 병행하고 있다. 무한 경쟁에 지치고 상처 입은 현대인에게 치유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과 치유 협동조합 '마음애터'를 공동으로 설립했다. *조희진 '마인드페이지 공동 대표. 대학에서 정보 영상학을, 대학원에서 심리 상담학을 공부했다. 심리 상담가이자 작가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과 창조적인 이야기를 글로 쓰고 말로 하는 것을 좋아한다. 에너지의 방향성이 사람을 향해 있으며, 사람을 통해 에너지를 받는 성향 덕분에 상담가로 일하는 것을 좋아한다. *홍다솜 '마인드페이지' 공동 대표.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대학원에서 심리 상담학을 공부했다. 심리 상담가이자 작가로 듣고 말하고 쓰는 삶을 살고 있다. 뒤늦게 찾아온 사춘기로 방황하는 내 마음 달래다가 다른 사람의 마음도 다루는 일을 하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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