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정 저자
『내 인생에 무임술차 좀 할게요』는 17만 혼술 유튜버 이다정의 생각 버리기 인생 철학이 담긴 에세이다. 이왕 가는 비포장 도로 같은 인생길도 쉬엄쉬엄 재미있게 즐기며 가자며 용기를 주기 위해 저자가 직접 썼다. 영상으로는 전할 수 없었던 인생 내공 이야기와 유튜브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유쾌한 위안과 유연한 소신을 전하고 있다. 바쁘게, 치열하게 살아와서 번아웃이 온 사람들, 심리적 방황기를 겪는 사람들, 삶의 목표를 잃은 사람들에게 '힘들 때 웃는 자가 일류다', '인생, 힘 빼고 살아도 크게 손해 볼 것 없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술 권하는 인생, 쓰린 속 달래주는 인생 해장 에세이를 출간한 이다정 작가를 만나보자.
코로나 때 유튜브를 시작하셨는데, 어떤 연유와 계기로 혼술 컨셉의 <무임술차> 채널을 운영하게 되었나요?
시작은 깃털보다 가벼웠어요. 대단한 각오로 시작했다면 그렇게 아침부터 술을 퍼먹지 않았을 거예요. 친구도 몇 없는데 다들 결혼하고 아기 낳고 얼추 나이에 맞는 삶을 살더라고요. 혼자 있는 걸 좋아하지만 어느 날 문득 만날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니 사람이 그리워졌어요. 심리가 참 희한하죠. 마침 코로나도 겹쳤고 이별도 겹쳤고요. 온라인으로 안 되는 게 없는 세상이니까 술친구도 만들 수 있겠다 싶었어요. 술 마시다 취하면 헤어지는 사이... 이보다 군더더기 없고 쿨한 사이가 있을까요. 사실 용기는 필요 없었어요. 술친구를 만들겠다는 목적이 다였으니까요. 그렇게 술친구가 하나, 둘 생기더니 지금은 어느덧 17만 채널이 되었네요.
최근에 『내 인생에 무임술차 좀 할게요』라는 책을 출간했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쓰셨는지 궁금합니다.
무슨 일을 하던 힘을 과하게 주지 않아요. 어쩌면 책을 출간해 본 적이 없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어요. 술친구가 되어준 수십만 명의 구독자들에게 작은 선물을 하고 싶었어요. 구독자들의 댓글을 보면 현생에 지쳤는데, 저를 보고 위로를 받고 간다는 말을 자주 하더라고요. '왜 이렇게 다들 지쳐있는 거지? 나는 그저 술과 맛있는 음식을 배부르게 먹었을 뿐인데 무슨 위로를 받은 거지?' 의아하더라고요. 답은 놀라웠어요. 다들 저처럼 어깨에 힘 빼고 사는 게 아니었더라고요. 전 지금까지 이렇게 살았는데 말이죠. 그래서 더 불필요한 강박을 벗어던지기로 한 건지도 몰라요. 소주 한잔하며 설렁설렁 사는 것 같은 날 보라고. 이렇게 살아도 1인분의 몫은 거뜬히 해내고 있다고. 정답이 없는 인생이니 잠시 쉬어가도 된다고요.
17만 유튜버로서 영상 촬영을 하는 것과 책을 집필하는 건 매우 다르잖아요? 에세이는 처음 집필이신데 문학 특기생으로 대학을 들어가기도 하셨지만 출간 과정에서 특별히 중요하게 생각하신 것이나 신경 쓰신 부분이 있나요?
시인이나 소설가가 되려면 무조건 문예창작학과를 나와야 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고등학교 시절 목표는 오로지 문예창작학과였죠. 하지만 입시를 위한 글쓰기는 조금 지치더라고요. 책 읽고 글 쓰는 것은 좋아했지만 의무감에 하는 건 고역이었어요. 한마디로 재미가 없었던 거죠. 그때 생각한 게 있어요. 무조건 재밌는 글을 쓸 거라고. 하지만 대학교 졸업 후 현실을 맞닥뜨리게 되면서 저 역시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았어요. 문예창작학과가 밥 먹여주지 않더라고요. 마음속엔 항상 글을 쓰고 싶은 욕망이 있었지만, 직장을 다니며 책 한 장 넘기는 것도, 글 한 줄 쓰는 것도 벅차더라고요. 그러다 좋은 기회로 책을 집필하게 됐고 복잡한 세상인데, 책 속에서까지 심각해지지 말자고 결심했어요. 원래 성격도 심각과는 거리가 멀어요. 술 푸게 만드는 세상, 술술 읽히는 책을 세상에 내놓고 싶었어요.
우리 사회는 다양한 방식으로 사람들을 줄 세우고 개미처럼 획일적으로 살기를 권하는데요. 작가님이 생각하시기에 우리 사회가 주입하는 가장 강력한 것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그리고 그 말들에 뭐라고 답해주고 싶나요?
출퇴근하는 지옥철에 꼼짝없이 서 있다 보면 마치 생존대회에 참가하는 느낌이 들어요. 이 대회에 이겨서 다시 지옥철을 타고 무사히 집에 돌아갈 수 있을까 두렵더라고요. 하지만 이런 생각들은 머릿속에서만 머물 뿐 입 밖으로 내뱉진 못하잖아요. 철듦을 보여야 하기에. 성장기 아이들이 제때 성장하지 못하면 병이라고 인식하고 그에 맞는 치료를 하잖아요? 그런데 우리의 정신은 신체처럼 문제가 있는지 정확히 눈에 보이지 않아요. 나잇값 비싸게 쳐주려는 건 감사하지만 사실 어디에 내다 팔 곳도 없어요.
전 앞으로도 철들지 않으려고요. 사회가 던져주는 옷을 억지로 입지 않아도 큰일 안 생기더라고요. 전 세상에 주인공이 되기보다는 내 인생에 주인공이 되는 걸 택했어요. 치열한 현실 속에서 잠시 한눈팔다간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죠. 삶의 힘든 구간에서 우리는 맘껏 울지도 못하잖아요? 갓난아이들이 우는 건 당연하지만 어른들이 우는 건 철없게 보이니까. 하지만 울고 싶을 때 한번 신명 나게 울어보세요. 그때부터 진짜 내 인생의 주인공이 되는 마법이 펼쳐질 테니까요.
요즘 MZ세대에게 워라밸은 매우 중요합니다. '적당히 살고, 적당히 먹고, 적당히 힘들어하고 적당히 일하는' 작가님만의 노하우를 알려주세요.
무언가를 얻으려면 무언가를 내놓아야 한다고 하잖아요. 적당히 살기 위해서는 적당한 인생에 만족할 수 있어야 해요. 단감 떨어지기만을 기다렸다가 드디어 한 입 베었는데 맛이 없을 수도 있거든요. 수학 공식처럼 '열심히'를 넣으면 '대단한 삶이 펼쳐진다'라는 게 나오면 얼마나 좋겠어요. 인생은 그런 게 아니란 걸 다들 잘 알고 있잖아요.
'모두가 왼쪽으로 몰려갈 때 오른쪽으로 가기란 쉽지 않은 일. 그러나 온전한 내 인생을 위해서는 새로운 발자국을 내보는 것도 좋다.' 책 속의 문장입니다. 혹시 지금 작가님이 내는 새로운 발자국이 있으실까요?
아직 아무도 밟지 않은, 눈이 가득 쌓인 곳을 보면 새 발자국을 내고 싶어져요. 꼭 어린아이들처럼요. 발자국을 내려 할 때 심각하게 생각할 거 없잖아요. '와! 흰 눈이다! 신난다!' 이런 단순한 감탄사만 나올 뿐. 뻔한 말이지만 이번 생은 다들 처음이잖아요? 저도 처음 살아봐요. 그래서 한 발, 한 발이 다 새로운 발자국이에요. 남들이 이미 가본 길이라도 그 길을 밟는 나는 처음 가는 새로운 길일 수도 있거든요. 전 아직도 운명을 기다리고, 지금도 전 중매보다는 '자만추'를 추구해요. 이게 비단 연애와 결혼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인생에서도 '자만추'를 실천하고 있어요. 이 모든 게 우연히 만들어 낸 새 발자국이라고 한다면 너무 뻔한가요?
작가님의 앞으로의 목표와 독자분들께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목표가 없다고 하면 실망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뭔가 멋진 말이 나오길 바라시는 것 같아요. 저도 사실 멋진 인간이 한 번쯤은 되어보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되네요. 유튜브를 할 생각도 못 했고, 책을 쓸 생각도 못 했어요. 그런데 인생이라는 전철에 무임승차하고 흘러가듯 살다 보니 이렇게 되어 있더라고요. 저는 저에게 집중하지도 않고 기대하지도 않아요. 그래서 별로 실망도 없죠. 나를 느슨하게 해주는 것밖엔 내가 나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요. 내 몸이, 내 정신이 긴장 속에 갇혀 고생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피할 수 없는 비가 내리면 기꺼이 맞아 줄 거고, 그러다 감기에 걸리면 잘 낫게 돌봐줄 거예요. 지금 당장 나에게 일어나는 눈앞의 일들을 잘 맞이하는 것. 그것 만으로도 1인분 몫을 충분히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대단한 사람이 되지 못했다고 평생 억울해하며 살아가는 건 너무 슬프잖아요? 어쩌면 어깨에 힘 빼고 이렇게 살아도 괜찮다고 말해줄 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했을지도 몰라요. 우린 사실 TV에 나오는 트로트 하나에 울고 웃는 아주 귀여운 사람들인데 말이죠.
*이다정 17만 구독자와 콘텐츠 누적 조회 6,300만 뷰를 달성한 이다정은 방구석 프로 혼술러이자 조곤조곤 웃기는 입담으로 팍팍한 현실에 지쳐 마음 나눌 술친구가 필요한 MZ 세대에게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활동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혼술 유튜브계의 장윤정'으로 불리며 국내 혼술 유튜버 1위가 되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엉뚱함, 고급진 푼수미와 우아한 광기, 그리고 솔직함이 매력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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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