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비스트로』, 주문하신 클래식 코스 요리 나왔습니다
클래식이라고 하면 음악 그 자체보다 음악을 둘러싼 딱딱한 정보 때문에 입문 전부터 장벽을 느끼는 경우가 많잖아요. 어느 날 식사 중에 감칠맛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게 되었는데, 문득 이걸 클래식 음악에 적용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4.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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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도 요리처럼 감칠맛을 더해 맛있게 즐길 수 있다면 어떨까요? 『클래식 비스트로』는 클래식 작품과 관련된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코스 요리처럼 구성한 책입니다. 인기 클래식 뉴스레터 ‘솔티클래식’의 음악편지 중 55개를 엄선하여 담았죠. 솔티클래식의 운영자이자 신간 『클래식 비스트로』의 저자인 원현정 작가를 만나보았습니다.



비스트로에서 즐기는 코스요리에 빗대 클래식 이야기를 들려주는 컨셉이 흥미롭습니다. 운영 중인 뉴스레터 ‘솔티클래식’의 이름과도 같은 맥락인 것 같은데요, 솔티클래식, 그리고 클래식 비스트로라는 제목을 짓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솔티클래식은 클래식을 좀 더 재미있게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라는 고민에서 시작한 뉴스레터입니다. 클래식이라고 하면 음악 그 자체보다 음악을 둘러싼 딱딱한 정보 때문에 입문 전부터 장벽을 느끼는 경우가 많잖아요. 어느 날 식사 중에 감칠맛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게 되었는데, 문득 이걸 클래식 음악에 적용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무리 훌륭한 식재료라도 맛있게 즐기기 위해선 간이 제일 중요한 법이니까요. 클래식 작품과 작곡가에 얽힌 재미있는 일화들이 무궁무진하니, 이야기(썰)에 집중해 보자고 생각했어요. 특히 옛날에는 의사소통을 주로 편지로 했으니, 편지나 일기를 통해 엿볼 수 있는 작곡가의 개인적인 생각들이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클래식의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짭조름한 양념이라고 생각했을 때, 이런 양념이 더해지면 많은 분이 클래식을 훨씬 재미있게 즐길 수 있겠다 싶었죠. 그래서 뉴스레터의 이름을 솔티클래식이라고 정했어요.

출간 제의를 받았을 때도 책이 음식과 관련된 콘셉트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마침 편집자님과 의견이 통했어요. 여기에 기승전결의 짜임새가 있으면 더욱 재미있겠다 싶어서, 프랑스 비스트로 식당에서 내는 코스 요리처럼 책을 구성했습니다. 음식을 하나하나 부담 없이 맛보고 즐기는 심정으로 하나씩 읽고 감상하다 보면, 어느새 클래식 음악 감상의 폭이 넓어지는 것뿐만 아니라 작곡가의 인간적인 면을 발견하고 친근하게 느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솔티 클래식에서 발행한 260여 통 중 55가지 에피소드를 엄선해 『클래식 비스트로』에 담았다고 들었습니다. 책에 들어갈 이야기들을 선별한 기준은 무엇인가요?

책을 준비하면서 그동안 발행했던 편지를 쭉 훑어봤는데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정말 많았더라고요. 코스 요리라는 콘셉트가 명확했기 때문에 코스별 성격에 가장 알맞은 에피소드를 선정했습니다. 우선 입맛을 돋우는 작은 한입 거리 음식인 아뮈즈 부슈에는 단 한 편의 에피소드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이야기들을 담았어요. ‘와, 진짜?’라는 반응이 나올 수 있을 법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죠.

이어지는 챕터인 전채 요리에는 인물이나 주제를 중심으로 세 편씩 엮어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은 작곡가들의 연결 고리나 작품의 연관성을 알아볼 수 있게 구성했습니다. 한 여인을 중심으로 탄생한 작품들, 비슷한 진로 고민을 하거나 서로 다른 직업관을 가졌던 작곡가들, 한 음악가가 또 다른 음악가에게 끼친 영향 등 이미 알고 있던 작곡가도 이렇게 연결되는구나를 알면 또 새로운 시각으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어요.

코스 요리에서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메인 요리에서는 한 작곡가의 생애와 내면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도록 네 편에 걸쳐 풀어냈습니다. 특히 편지나 일기를 통해 내밀한 예술 세계를 조망하는 챕터인 만큼 정말 좋아해서 꼭 한 번 소개해 주고 싶은 사람을 추천하는 심정으로 5명의 작곡가를 선정했습니다. 마지막 챕터인 디저트에서는 아름다운 추억이 담긴 사랑스러운 에피소드를 담았어요. 길었던 클래식 음악 만찬을 기분 좋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요.



에피소드 중 초보자도 솔깃할 만한 가장 흥미로운 이야기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몇 개만 소개해 주세요.

모든 챕터에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가득하지만, 아무래도 2장인 작은 한 입들(아뮈즈 부슈)에 수록된 이야기들이 자극적이고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쇼팽이 절대 세상에 알리고 싶지 않아 했던 <환상 즉흥곡>, 작품의 주인공이 누군지 알 수 없는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 익명으로 몰래 공모전에 작품을 출품한 라벨 등의 이야기 말이지요.

3장에서는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연주를 보고 인생이 바뀌어버린 두 피아니스트, 슈만과 리스트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으실 것 같아요. 당시 파가니니의 영향을 받지 않은 음악가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한 음악가가 다른 음악가들의 예술 세계를 송두리째 바꿀 만큼의 영감을 주었다는 게 정말 흥미로워요.

4장에는 슈만에게 극찬받은 후 갑작스레 스타가 된 브람스가 극심한 부담감을 이야기가 등장하는데요, 이때부터 브람스는 완벽주의에 시달리고 주변 사람에게 극도로 의존해요. 태산처럼 단단해 보이는 위대한 작곡가에게 연민이 느껴지는 순간이죠. 그 중압감을 이겨내고 무려 21년 만에 탄생한 브람스의 교향곡 1번을 들으면, 고뇌와 인내를 극복하고 결국 앞으로 내딛는 모든 과정이 담겨 있는 듯해서, 들을 때마다 벅찬 감동이 느껴집니다.



책에 실린 클래식 곡의 이야기와 얽힌 사연을 보면 작곡가나 연주자의 성향, 가치관, 고민 등이 보이는 것 같아요. 작가님께서 개인적으로 가장 애정이 가는 곡과 작곡가, 혹은 연주자가 있을까요?

『클래식 비스트로』에서는 세 명의 작곡가가 오랜 시간 고군분투하며 첫 교향곡을 세상에 내놓은 이야기를 읽을 수 있어요. 생애 첫 번째 교향곡을 작곡한다는 것은 모든 작곡가에게 가장 어렵고도 중요한 일이거든요. 이중 브람스가 가장 오랜 시간을 공들인 작곡가였다면, 차이콥스키는 아마 가장 큰 고통을 겪은 작곡가였을 거예요. 교향곡을 완성하지 못하고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예민증으로 몸의 마비가 왔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 고통 속에 교향곡을 완성한 차이콥스키는 훗날 노력과 수고 없이 얻을 수 있는 가치 있는 일은 없다고 회상해요. 어려운 일에 맞닥뜨렸을 땐 원하는 대로 되지 않더라도 그저 계속해서 써나갈 뿐이라는 편지를 쓰기도 하고요. 저는 차이콥스키의 이런 성실함과 꾸준함이 너무 좋아요. 한계에 부딪히면 포기하고 싶어지는 순간이 있잖아요. 그럴 때 전 차이콥스키의 편지들을 떠올려요. 그럼 위로가 되더라고요. 나도 그처럼, 계속해서 해나가자 하며 힘도 나고요.

책에서 등장하는 곡 중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의 3악장은 제가 처음으로 좋아하게 된 클래식 음악입니다. 이 곡이 정확히 어떤 작품인지도 모르던 어린 시절, 라디오를 듣고 이유도 없이 사랑에 빠졌거든요. 지금 생각해 보면 단순히 그 멜로디가 가슴에 박혔던 것 같아요. 다시 듣고 싶은데 무슨 곡인지를 몰라 한참을 찾았던 기억이 납니다. 이 곡을 들으면 언제나 황혼으로 붉게 물든 갈대밭, 그 고유한 이미지가 떠올라요. 이유는 아직도 모르겠지만요.

책에 실린 에피소드(곡)마다 각 내용에 어울리는 음악을 추천하여 QR로 삽입해 주셨어요. ‘이 에피소드와 이 음악은 꼭 같이 읽고 들어야 한다!’는 챕터가 있을까요? 이유도 궁금해요.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마르케스의 단손 2번은 꼭 에피소드를 읽은 후에 음악을 감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베네수엘라 출신의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을 때 이 곡을 자주 연주하면서 세상에 알린 것이나 다름없거든요. 특히 추천 QR이 20대의 두다멜이 자신이 이끌던 청소년 오케스트라와 함께 BBC 프롬스에서 연주한 실황 영상이기 때문에, 이들의 생생한 열기를 고스란히 느껴볼 수 있어요.

반대로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엘가의 사랑의 인사도 에피소드를 읽고 음악을 들어보세요. 결혼식 축가로 자주 연주되는 이 곡이 정말로 엘가가 당시 만나던 귀족 여자 친구에게 청혼하기 위한 작품이었다는 걸 알고 나면, 음 하나하나에 듬뿍 담은 사랑이 느껴지면서 곡이 완전히 새롭게 들리는 경험을 할 수 있어요.



‘클래식 음악’ 하면 유독 어렵게 느끼는 분들이 아직은 많은 것 같아요. 클래식을 취미로 즐기기 위해 또 무얼 보고, 듣고, 경험하면 좋을까요? 책과 함께 보면 좋을 웹 채널이나 공간 등이 있다면 추천해주세요.

요즘은 클래식 음악을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도 워낙 많고, 내가 많이 듣는 곡과 유사한 곡을 추천해 주는 알고리즘이 발달해서 여러 작품을 접할 기회는 사실 더 많아진 것 같아요. 제가 운영중인 뉴스레터 솔티클래식 역시 매주 작품에 얽힌 흥미로운 에피소드에 쉬운 해설을 더한 음악 편지를 이메일로 발송하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클래식 음악을 부담 없이 접하고 소화하기에 좋은 방법이죠. 일상에서 클래식을 가깝게 접하고 싶다면 KBS 클래식FM과 같은 라디오 방송 채널도 추천합니다. 시간이 날 때 라이브 연주를 직접 관람하러 가는 것도 좋아요. 사실 예술의 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 그리고 국내의 크고 작은 홀에서는 매일같이 공연이 이뤄지고 있거든요. 꼭 엄청난 공연을 티켓팅해서 가지 않더라도, 국내 최고 수준 연주자들의 퀄리티 높은 연주를 합리적인 가격에 관람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나만의 클래식 취향을 찾고 싶은 독자들에게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누구에게나 좋아하는 음식, 책, 노래 등이 있기 마련입니다. 어떻게 이것들을 좋아하게 되었는지 묻는다면 그 계기는 아마 대부분 우연히, 어쩌다 혹은 누군가에게 추천받아서일 거예요. 전 클래식 음악을 알아가는 것이 이 과정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생각해요. 우연히 듣게 된 음악, 누군가 추천을 해준 음악 중 내 마음에 와닿은 곡을 기억하고, 그 곡을 자주 들으면 그게 취향이 되어가는 게 아닐까요? 가요 차트나 플레이리스트를 가볍게 클릭하듯, 클래식 음악도 그렇게 한 번 들어보세요. 너무 길다 싶으면 쭉쭉 넘기며 들거나 한 악장만 들어도 괜찮아요.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내 취향에 딱 들어맞는 곡을 만날 거예요. 중요한 건 그런 곡들이 분명히 존재할 것이라는 열린 마음입니다.




*원현정

피아니스트. 한글보다 피아노를 더 일찍 배웠다. 적어도 책상과 식탁보다 건반 위에서 보낸 시간이 훨씬 더 많았다. 이화여자대학교 음악대학을 졸업한 후 미국으로 건너가 이스트만 음대에서 석사학위를, 미시간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영국 왕립음악학교에서 최고연주자과정을 마쳤다. 국내에서 연주자와 교육자로 활동하며 2020년부터 클래식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는 뉴스레터 ‘솔티클래식’을 발행해오고 있다. 음악의 희로애락 사이를 오가며, 그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음을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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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