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옹알옹알 옹알이를 시작으로 엄마, 아빠 그리고 다양한 단어와 말을 시작하게 됩니다. 일상생활에서 보이는 것들을 먼저 경험하게 되지요. 말을 먼저 시작하고 읽고 보면서 한글이라는 문자를 직접 체득하게 됩니다.
한글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훈민정음 해례본』이라는 해설서가 있는 글자입니다. 이것에 따르면 자음 모음 순서가 익히 알려진 것과는 다르다고 해요.
‘ㄱ ㄴ ㄷ ㄹ…’의 순서가 아닌 ㄱ에 획을 더하면 ㅋ이 되고, ㄴ에 획을 더하면 ㄷ이 되고, ㄷ에 획을 한 번 더 더하면 거센소리 ㅌ이 된다는 한글 창제 원리를 그림책 속에 이야기와 함께 풀어냈습니다.
방송 작가에서 아동문학, 그림책의 세계에 입문하여 10년 동안 옹알이만 하다가 제목처럼 입에서 톡! 세상을 향해 말을 시작하신 유은미 작가님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먼저 본인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10년 만에 한글 원리 그림책 『입에서 톡!』 『하늘에서 포르르』 를 세상에 내놓은 유은미입니다. 저는 대학에서 국어국문학을 공부하고 방송 원고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KBS <드라마시티> 단막극을 쓰며 방송작가로 등단했고, 오랫동안 <재미있는 동물의 세계> <영상 그때 그 시절> 등 교양 프로그램 원고를 쓰면서, 유익한 내용을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일에 보람을 느껴왔습니다. 두 아이를 낳고 키우며 자연스럽게 동화에 관심이 생겼는데 단편 「붉은칼」이 「어린이와 문학」에 실리면서 본격적으로 아동문학과 그림책의 세계로 입문했어요. 당시 2년 과정이었던 한국일러스트레이션학교(HILLS)에 입학하여 쟁쟁한 동기들 틈에서 유급을 거듭하며 어렵게 그림책을 공부했습니다. 이후로 10년 동안 ‘한글원리그림책’을 붙잡고 혼자 열심히 옹알이만 하다가 드디어 ‘입에서 톡!’ 하고 세상을 향해 말을 하는 날이 왔네요. 『입에서 톡!』의 마지막 장면만큼 감격스럽습니다.
이번에 첫 책인 한글 원리 그림책 시리즈를 출간하셨는데요. 첫 그림책을 출간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대학에서 전공과목 시간에 『훈민정음 해례』를 배웠어요. 한글을 만든 원리와 사용법을 자세하게 적어놓은 해설서인데, 제자 원리가 참 신기하고, 담긴 동양철학도 재미있어서 다른 교재는 다 버려도 『훈민정음 해례』만큼은 누렇게 낡은 교재를 간직해왔습니다.
그러다 십 년 전쯤 한글 운동에 앞장서시는 교수님의 열정적인 강의를 듣고 마음이 뜨거워졌어요. ‘한글의 놀라운 원리를 세상에 널리 알려야겠다!’는 열망이 생겼지요. 또, 한글 원리는 중학교에서 이론으로 공부하지만, 처음 한글을 익힐 때부터 세종대왕님이 가르쳐주신 원리대로 배우면 더 쉽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백성들이 어떻게 하면 쉽게 익힐까 고심하여, 어리석은 자도 열흘이면 깨치도록 만드셨다는 원리니까요. 사실 한글 해설서인 『훈민정음 해례』가 1940년에 뒤늦게 발견되었기 때문에, 내용을 모르는 상태에서 ‘기역’ ‘니은’ 같이 어려운 이름과 순서를 갖게 된 거죠. 제가 2014년에 첫 자음 더미북을 만들어 주위에 보여주었을 때만 해도, ㄱㅋ ㄴㄷㅌㅁ… 같은 자음 순서를 다들 낯설어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초등 1학년부터 배우는 개정 교육과정 국어 교과서는 한글 창제 원리의 순서를 따른다고 하네요. 반가운 흐름입니다.
자음/모음에 대한 한글 원리 그림책으로 『입에서 톡!』, 『하늘에서 포르르』라는 제목이 재미있는데요. 이렇게 제목을 결정하셨던 이유가 있으실까요?
옹알이가 모험을 떠나는 자음편의 이야기는 입에서 시작해서 입에서 끝납니다. 자음은 소리 나는 기관의 모양을 본떠서 만들었지요. 자음이 만들어진 과정을 시각적으로 잘 보여주어서 글자의 모양을 직관적으로 기억하고 연상하기 좋도록 구성했어요. 옹알이가 개구리와 같은 여러 동물을 만나서 한입에 먹힐 뻔하다가 점점 힘이 세지면서 탈출하는 과정에 자음의 원리를 녹였습니다. 처음엔 『한입에 꿀꺽』이라 지었는데, 편집부에서 『입에서 톡!』 아이디어를 주셨어요. ‘꿀꺽’ 먹는 것보다 밖으로 튀어 나가는 ‘톡’이 더 씩씩해 보여서 바꿨습니다.
모음은 하늘과 땅과 사람을 본떠 만들어진 만큼, 우주의 원리가 담긴 글자입니다. 그래서 하늘에서 온 글자라는 뜻도 있고, 하늘을 상징하는 주인공 무당벌레가 하늘에서 포르르 날아오기 때문에 『하늘에서 포르르』라고 제목을 지었습니다.
그림책을 열어보면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작업하신 게 느껴집니다. 처음 그림책을 작업하셨는데 작업과정에 대해서도 궁금합니다.
딱딱한 원리를 재미있는 이야기 속에 녹여 넣고 시각적으로 잘 표현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첫 더미에서는 글자가 변하는 과정을 더 확실히 보여주기 위해 책에 구멍을 뚫었어요. 예를 들어 기본 글자 ㄴ 모양으로 구멍을 뚫어서, ㄷ 장면으로 넘기면 가로 획 하나 더해져서 ㄷ 이 되고 ㅌ 장면을 넘기면 가로획 두 개가 더해져서 ㅌ이 되는 과정을 보여주려 했지요. 모음도 같은 방식으로 만들었는데, 공정이 복잡하고 장면을 구성하는데도 제한이 많아서 접었습니다. 오랜 시간 수정하다 보니, 그림체도 여러 번 바뀌면서 형태도 잡히고 완성도가 올라간 것 같습니다.
출판사와 계약 후에는 편집자, 디자이너, 마케터 등 여러 전문가의 의견을 들으며 더욱 세밀하게 다듬어 나갔습니다. 처음엔 낯설고 아닌 것 같아 반대했었는데, 반영하고 나중에 보면 신기하게 더 나아지더라고요. 의미 중심에서 이미지 중심으로 전환하기도 했어요. 예를 들어 이전 『입에서 톡!』 더미 버전에서는 아기가 소통을 못해 답답해하는 전반부 장면을 흑백으로 표현했다가 말을 배운 후반부에 가서 컬러로 표현했는데, 나중에 수정하면서 아이들이 보는 책인 만큼 전부 컬러로 바꾸었어요. 전과 후의 그림을 비교해 보면 갓 상경한 산골 총각이 멋쟁이로 변신한 것 같아요.
3, 4세 이후의 부모님들은 우리 아이의 ‘한글’ 학습에 관심을 두기 시작하시는데요. 이 책은 단순히 아이들에게 재미있게 읽혀주는 것도 좋지만 이 책을 활용하여 ‘한글’ 학습으로 연결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작가님이 생각하시기에 부모님들이 이 책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충분히 한글 학습서로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독지가가 『입에서 톡!』 『하늘에서 포르르』 100권을 주문하여 부산 알로시오 초등학교 다문화어린이들에게 기증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었습니다.
저도 동네 어린이에게 이 책으로 한글을 가르쳤습니다. ‘음가’를 강조하며 재미있게 읽어주었어요. 센소리가 될 때는 목소리도 점점 크게 ‘느느느 < 드드드 < 트트트!’ 그리고 모음은 밝은 소리 어두운 소리의 느낌도 살리고, ‘고노도로모보소오조초코토포호’처럼 그림 아래 작게 깔아놓은 글자들까지 빠르게 읽어주었더니 깔깔 웃더라고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모음이 활용되는 법을 익히게 되겠죠. 어른이 뒷면지의 설명이나 원리 동영상을 먼저 본 후에 읽어주면 훨씬 효과적일 거예요.
모음책의 캐릭터를 긴 막대자석과 동그란 무당벌레 모양의 자석으로 만들어서 붙였다 떼었다 하며 책 속 이야기로 놀이도 했어요. 자음책도 블록이나 캐릭터를 활용해서 모양이 변하는 놀이를 했지요. 무척 즐거워하며 금방 글자를 다 익혔습니다.
『한글 원리 그림책』 시리즈의 자음 모음 편도 출간 예정이라고 들었는데요. 다음 출간 예정인 도서에 대해서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번 책이 자음 모음의 탄생에 관한 이야기였다면, 다음은 자음과 모음이 서로 만나는 이야기입니다. 훈민정음해례 중 합자해에 해당한다고 할까요? 자음들이 사는 마을에 모음 ㅏ가 자전거를 타고 등장합니다. 처음엔 ㅇ랑 손을 잡고 아이스크림도 만들고, 악어도 만들지만 더 멋진 소리를 찾아 길을 떠납니다. 멋진 짝에게 반하기도 하고 도망도 치고, 갇히기도 하고 하늘을 날기도 하며 ㄱ부터 ㅎ까지 여행을 하지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둘이 손잡고 만드는 단어들도 만날 수 있어요. 조금은 알콩달콩 달달한, 사랑 분위기가 나는 책입니다.
마지막으로 『한글 원리 그림책』을 읽을 아이 그리고 아이와 함께 읽을 부모님, 선생님 모든 독자들에게도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책을 재미있게 읽고 한글로 재미있게 놀았으면 좋겠어요. 세종대왕이 훌륭하고, 한글이 우수하고 과학적이라는 사실은 너무나도 잘 알려져 있지만, 왜 어떻게 과학적인지 구체적으로는 모르는 경우가 많지요. 제가 만든 그림책으로 누구나 한글을 쉽게 익히고 한글의 우수성이 널리 알려지길 바랍니다.
*유은미 한국방송작가협회 회원이며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대학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한글의 매력에 빠져 10년 동안 훈민정음 원리를 바탕으로 하는 그림책을 만들었습니다. 누구나 쉽게 글자를 배울 수 있기를 바란 세종대왕의 사랑을 많은 어린이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