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11회 대상 작가] 노해원 “서로가 뒤를 지켜줄거라는 믿음”
혼자 하면 무겁게 느껴지던 일들이 같이 하면 가벼워지고, 부끄러운 일들도 추억이 되고, 그렇게 쌓여가는 시간 속에서 함께 변화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볼 수 있다는 것에 자주 뭉클해집니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4.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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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대상을 수상하셨습니다. 대상으로 선정되었을 때의 소감과 직접 책으로 받아보셨을 때의 소감을 말씀해주세요. 가족 분들의 반응도 궁금합니다.
처음 당선 메일을 받았을 때는 제가 10년 만에 처음으로 혼자 콘서트를 보고 오는 길이었어요. 콘서트를 보고 온 것도, 당선 메일을 받은 것도 꿈같아서 찍어 둔 콘서트 동영상이랑 메일을 한참이나 번갈아 봤던 기억이 납니다. 처음 연락을 받았을 때는 브런치스토리에서 발표를 하기 전이었기 때문에 비밀유지가 중요했습니다. 특히 아이들은 어디로 말이 새어 나갈 줄 몰라 알려 줄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저는 아이들에게 “만약에...”라는 말로 시작하는 떠보기형 질문을 하며 스릴을 즐기곤 하였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이들의 반응이 각자의 성격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어서 웃음이 나는데요. 큰 아이의 경우 지원자의 숫자를 먼저 묻더니 펜을 들고 확률 계산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래저래 계산을 해보더니 0.125%의 확률이라며 고개를 저었고, 옆에서 조용히 보고 있던 둘째는 형이 계산한 확률을 보고 그저 조용히 저를 끌어안아 주었습니다. 아직 뭐가 뭔지 잘 모르는 막내는 평소처럼 주변을 뛰어다녔던 것 같네요. 발표 후 큰 아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펜을 들고, 둘째는 축하의 포옹을, 막내는 변함없이 달리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처음 책을 받았을 때는 첫 장을 펼치는데 대뜸 눈물이 났습니다. 여러 가지 감정으로 훌쩍이는 저와는 달리 아이들이 무척이나 기뻐해 주었습니다. 큰아이는 그 자리에서 1/3을 읽어 버리더라고요. 둘째도 떠듬떠듬 책을 읽기 시작하고, 아직 글자를 모르는 막내는 이 책에는 왜 이렇게 그림이 없냐며 아쉬워했어요. 세 아이가 자기에게 가장 먼저 사인을 해달라고 다투어서 밤에 몰래 사인과 편지를 써서 책상 위에 두었는데 그때 두 번째로 눈물이 찔끔 났습니다.



직접 축구를 하기 전부터 동네 축구 단톡방에서 활동하셨을 만큼 축구를 좋아하셨다고 하는데, 축구의 어떤 점에 이끌려 팬이 되셨나요?

제가 처음 본격적으로 축구를 보기 시작한 것은 코로나가 터졌을 때였어요.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저는 집에서 할 수 있는 온갖 재밋거리를 찾아 심신을 달래고 있었습니다. 그때 가장 열심히 했던 것이 아이돌 덕질이었어요. 매일 밤 영상을 돌려보며 그나마 희망을 느끼고 있다가 우연히 손흥민 선수의 골 모음 영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당시 손흥민 선수는 팀에서 전문 키커는 아니었기 때문에 모든 골이 필드 위에서 들어갔는데, 그래서 더 멋지더라고요. 그렇게 손흥민 선수와 그의 팀 경기를 보기 시작하고, 리그를 보기 시작하고, 축구 유튜브를 찾아보게 되고 그러면서 축구를 알아가는 재미에 푹 빠지게 되었습니다. 필드 위에 11명의 선수와 감독, 그리고 여러 스텝들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만들어가는 여러 가지 플레이들을 알아보고 지켜보는 과정이 굉장히 매력적이라고 느꼈습니다.


초등학교 축구부, 고등학교 여자 축구팀, 동네 족구팀 아저씨들까지 기꺼이 훈련 상대가 되어주고, 처음으로 반반FC의 이름을 걸고 경기를 나갔을 때에는 마을 사람들 모두가 응원을 해주었다고 나와 있어요. 책이 나오고 난 후에 마을 분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정말 많은 분들의 축하를 받았어요. 돌아오는 주말에는 반반FC 주최로 북 토크가 열릴 예정이에요. 책이 나오고 거의 첫 번째로 열리는 북토크인데요. 장소는 마을 도서관, 사회는 반반FC 팀원이자 저의 오랜 친구, 저희 팀원들이 소속되어 있는 마을 단체와 저희 팀 왕언니 바다에게 간식을 지원받아 행사를 치를 예정입니다. 거기에 얼마 전 마을 분께 선물 받은 반반FC 주제가를 깜짝 발표할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북토크가 끝나고는 반반FC의 숙명의 라이벌 달풀과의 매치까지 잡혀 있어서 여러 가지 볼거리와 재미거리가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저희 팀 사람들은 북토크를 준비하며 이번 기회에 신입 부원을 모집해야 한다며 소소한 부스와 이벤트를 준비하느라 열을 올리고 있고, 전력분석관님은 그날 드론을 띄워야 하는데 비가 올 것 같다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십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저는 이번 행사가 북토크를 가장한 축구 대잔치 같다고 웃었습니다. 아마 저 혼자 준비했거나, 이 책만을 위해 열리는 행사였다면 부담이 되어서 진행하지 못했을 거예요. 그런데 이렇게 마을에서 마을 사람들과 각자의 영역에서 서로 힘껏 돕고 신나게 준비하는 모습에 저는 또 무조건적인 응원과 지지를 받는 기분이 들어 마음이 뜨끈해졌습니다.


처음에는 각자의 포지션을 지키는 것도 어려웠는데 이젠 눈빛만 봐도 마음을 알 정도로 실력도 팀워크도 많이 성장하신 거 같은데요. 최근 경기 중 인상적이었던 팀플레이가 있었다면 말씀해 주세요.

요즘 제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이 책으로 인해 저나 저희 팀의 실력이 너무 확대해석되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눈빛만 봐도 마음을 알 수 있는 날이 간혹 생기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처음 실력에 비해 일취월장했다고 할 수 있지만 말 그대로 아주 가끔 일어나는 일이라서요.(웃음) 그래도 가장 최근에 했던 훈련이 간혹 있는 반짝이는 순간이었던 것 같긴 하네요. 오랜만에 반반FC 팀원들이 많이 참여해서 10명:6명(물론 저희가 10입니다) 경기를 하였는데요. 그동안 참여하는 팀원 수가 많지 않아서 저 혼자 미드필더를 볼 때가 많았거든요. 그런데 이날은 인원이 많아서 미드필더 자리에 저랑 또 한 명의 친구 둘이 서게 되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왼쪽 오른쪽에서 서로의 뒤를 커버해 주고 서로가 뒤를 지켜줄 거라는 믿음으로 자신 있게 앞으로 뛰어나가는 우리의 모습이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서로의 영역에서 각자의 역할을 다해줄 거라는 믿음이 있어서 가능한 플레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렇게 만들어지는 상황들이 정말 짜릿했습니다. 골도 넣었어요! 한동안 사람들이 많지 않아 거의 풋살에 가까운 경기만 하다가 이렇게 많은 인원으로 정식 축구 시합다운 경기를 하게 된 것도 정말 좋았어요. 여러 사람이 함께 뛰니까 한 사람이 짊어지게 되는 역할도 자연스럽게 분배가 되고 그래서 만들 수 있는 멋진 장면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저는 또 혼자 ‘역시 풋살보다 축구다! 여럿이 해야 더 재밌다!’ 하는 생각을 하였답니다.



작가 소개에 축구와 일상 사이에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쓰셨어요. 축구를 하러 가기 위해 집안일을 더 빨리 해치우고, 시간을 쪼개어 사용한다는 장면에서 그 노력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평소 하루 일상은 어떻게 보내고 계신가요? 축구와 일상의 균형을 잘 맞추고 계신가요?

아이를 키우면서 갖게 된 변화 중 하나는 제 삶에서 많은 부분 가지치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육아를 하면서 무언가 제대로 하고자 할 때 아이들을 우선순위에서 멀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우선순위를 잘 정하고 그것들을 지키며 살아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편입니다. 그러다 보니 지금은 육아와 글쓰기와 축구만 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평일에는 아이들 아침 챙겨주고 등교시킨 후 글쓰기, 아이들 하교 시간쯤 나가서 셔틀버스 기사가 되었다가 집에 돌아와 밀린 집안일을 하고 저녁을 먹은 후 아이들이 잠들고 나면 다시 글쓰기(혹은 스포츠 경기 시청), 가끔 작업량이 많거나 새벽에 경기가 있으면 아침 일찍 하루를 시작하기도 합니다. 주말에는 가족들이 다 같이 모여 있으니 집중해서 무언가 하기는 힘들어서 대중없이 지내고요. 저를 포함 우리 집 사람들 모두가 집돌이들이라 특별한 일이 아니면 대부분 집에서 해결합니다. 삼시 세끼 해 먹고, 게임을 하거나 영화나 책을 보고, 가끔 마당에서 볕도 쬐고 그러다 보면 하루가 금방 가요. 그렇게 일요일 오후가 되어 축구하고 오면 한주가 마무리되는 기분이 듭니다. 책을 쓰면서는 특히 이런 루틴으로 살아왔는데 그러다 보니 사람들을 너무 못 만난 것 같아서 요즘은 문득 보고 싶은 사람이나 궁금했던 사람들에게 뜬금없이 연락해서 만나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최근에는 23-24 프리미어리그가 마무리되어서 새벽에 일어나는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매우 균형 잡힌 생활을 할 수 있었네요. 새 시즌이 오게 되면 이런 균형에 금이 가는 일이 생길 수도 있겠습니다.


3년 동안 꾸준히 축구를 해오셨습니다. 처음 축구를 시작했을 때와 3년이 지난 지금, 가장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앞으로 계속 축구를 함으로써 어떤 변화를 기대하고 계신가요?

혼자 하는 것보다 함께 하는 것이 더 재미있다는 사실을 일게 된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축구만 배우고 싶은데 자꾸 훈련이 끝나고 어땠는지 물어보는 게 불편하고 어렵게 느껴졌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제가 친구들을 쫓아다니며 물어봅니다. 혼자 하면 무겁게 느껴지던 일들이 같이 하면 가벼워지고, 부끄러운 일들도 추억이 되고, 그렇게 쌓여가는 시간 속에서 함께 변화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볼 수 있다는 것에 자주 뭉클해집니다. 앞으로도 그런 시간이 차곡차곡 잘 쌓여가기를, 운동장 위에서 환갑잔치하는 그날까지 모두 건강하고 즐겁게 달릴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축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도 동네 ‘언니들’이 축구를 한다는 말에 용기를 내게 되셨고, 축구를 하며 만난 ‘언니들’을 보며 그 언니들처럼 멋지고 오래 축구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셨다고요. 보이지 않는 선 앞에서 도전을 망설이고 있는 동생, 언니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보이지 않는 경계’라는 것은 사실 직면하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말 그대로 보이지 않으니까요. 저도 제가 축구를 직접 뛰기 전까지 제가 축구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믿지 않았어요. 직접 하는 축구에 대해 선 긋기를 하는 줄도 몰랐던 거죠. 운동장 주변부에서 매니저나 응원단이 되는 나 자신을 당연하게 생각했어요. 얼떨결에 축구를 배우게 된 후에야 저도 축구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자신을 믿고 무작정 한번 뛰어 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힘주어 넘어서야겠다는 마음보다 무엇이든 마음껏 좋아해 보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그러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 경계선 너머에 있는 자신을 볼 수 있을 거예요.



* 노해원

반반FC의 주장이자 공격형 미드필더. 얼떨결에 주장이 되어 3년째 팀을 이끌고 있다. 세 아이를 돌보는 일과 축구 사이에 균형을 잡으려 노력 중이다. 그러나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보기 위해 새벽에 일어나고 새벽에 잠드는 일상을 보낸다. 이러다 눈알이 축구공으로 변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축구만 하려던 계획에 실패해 이제는 축구보다 사랑과 우정을 키우기 위해 운동장에 간다. 축구도 인생도 매일이 슬럼프이자 과도기처럼 느껴지지만 그럼에도 조금씩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믿고 있다.

* 작가 브런치스토리 : https://brunch.co.kr/@ggobak3b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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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