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 고운 천사들』의 저자 이현화 씨는 SNS에서 두푸딩 언니로 더 잘 알려진, 동물을 구조하는 사람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그간 자신이 살린 아이들, 어쩔 수 없이 떠나보낸 아이들을 이야기하면서 버려진 동물이 처한 암담한 상황과 펫숍과 개 농장 등에서 벌어지는 일들, 이 나라의 법과 제도, 또 동물권을 위해 행동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한 조언 등을 두루 다룬다. 이 책은 동물을 생각하게 하지만 그래서 모든 인간을 위한 책이기도 하다. 동물이 행복하지 않은 세상에서 사람이라고 행복할 리 없으므로.
어느덧 동물을 구조하면서 보낸 세월이 어느덧 10년이다. 최근 지난 10년의 이야기를 묶은 『결 고운 천사들』을 출간했는데, 어떤 책인지 소개해 준다면?
지난 10년 동안 유기 동물 봉사를 하고, 구조를 하면서 나에게 닿았던 유기 동물 천사들의 이야기를 기록한 책이다. 구조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버려진 아이들이 어떤 현실을 맞는지, 펫숍이나 번식장의 아이들이 어떤 ‘취급’을 받고 있는지 알리고 싶었다. 동시에 우리가 행동하고, 작은 용기를 내면 위기에 처했던 아이들의 세상이 어떻게 바뀌는지에 관해서도 얘기하고 싶었다. 따뜻한 마음으로 손을 내밀어 주면 누구나 생명을 구할 수 있다. 좀 더 많은 사람이 함께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쓴 책이다.
『결 고운 천사들』에는 그간 구조한 많은 아이들이 등장한다. 동시에 동물들이 얼마나 다양한 곳에서 고통받고 있는지도 알 수 있는데, 오마이뉴스 독자들을 위해 하나만 이야기해 준다면?
모모 이야기를 해 드리고 싶다. 2년 전 한 오피스텔 주차장에서 학대로 인해 안구가 돌출되고 온몸에 피멍이 든 3개월령의 강아지를 구조했다. 3개월령 포메라니안이 있었는데, 이웃 주민이 제보했던 분노스러운 지점은 우리나라 동물보호법상 학대범에게 내려진 처벌이 고작 몇 십만 원의 벌금형이 다였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학대범은 아무런 제재 없이 또다시 어린 프렌치 불도그를 데리고 오기까지 했다. 이 이슈가 알려지자 부담스러웠는지 그 학대범은 이후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면서 우리는 이후의 일을 더 이상 알 수 없게 되었다.
모모는 지금 어떻게 지내나?
다행히도 완전한 실명까지는 아니고 빛 감지 정도는 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무엇보다 사람을 무서워하는 등의 2차 트라우마를 염려했는데 모모는 사람을 너무너무 좋아하는 아이였다. 아픈 과거를 잊지는 못하겠지만 그 상처와 아픔을 잘 이겨낸 것으로 보일 만큼 해맑고 건강하고 멋지게 자라줬다. 몇 개월간 가정 임시 보호처에서 지내다가 결국 결 맞는 가족을 만나 지금은 아주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확실히 책에 실린 아이들의 전 후 모습은 놀라울 정도다. 버려져서 보호소에 들어왔을 때와 입양이 되어서 좋은 가족을 만났을 때의 변화를 보면 같은 아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울산 보호소에 매달 현장봉사 갈 때마다 만났던 아랑이가 대표적이다. 추정 나이는 10살 이상에 치아 상태도 매우 좋지 않았다. 노견인 아랑이의 끝이 너무나 외롭고 쓸쓸한 죽음뿐이라는 것이 보였기에 일단 데리고 나오기로 마음을 먹었다. 아랑이가 입양을 가든 못가든, 치료비가 얼마나 들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아랑이는 필요한 검사와 치료를 대견하게도 잘 받았고, 건강을 회복하면서 점점 더 사랑스러워졌다. 너무 다행스럽게도 아랑이를 마음에 담아주셨던 분이 나타나면서 새로운 가족도 찾을 수 있게 되었다.
아랑이의 현재 사진을 보면 예전 모습을 상상이나 할 수 있겠나. 『결 고운 천사들』에 이런 아이들의 사진을 많이 삽입했는데, 그걸 통해서 버려진 아이들에 대한 편견을 걷어내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말했듯이 작가님께서는 늘 나이 많고, 병들고, 장애가 있는 강아지들을 우선으로 구조한다. 아무래도 치료비도 많이 들고, 입양을 보내기도 힘든데, 굳이 그런 아이들 위주로 구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사실 많은 사람들이 유기 동물 입양에서조차 어리고 건강하고 예쁜 품종견을 원하는 게 현실이다. 그 마음을 모르는 바 아니고, 펫숍에서 돈을 주고 사는 것보다 훨씬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나는 나이도 많고 아픈 아이들에게 더 마음이 쓰인다. 모두가 어리고 예쁜 강아지만 구조하면 병든 노견 강아지는 보호소에서 주사로 생을 마감해야 한다. 온 생을 통틀어 좋은 기억 하나 없이 떠나야 한다거나, 생의 마지막 기억이 버려짐이라는 건 너무 슬픈 일이 아닌가. 그러면 차라리 내가 그런 아이들을 구하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이 아이들이 단 하루를 살더라도 엄마가 있는 아이로, 우리가 지어준 이름으로, 사랑을 입고, 누군가가 자신을 귀하게 여겼다는 기억을 안고 떠났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을 지닌 단 한 명의 가족이 세상 어딘가에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노견과 환견과 장애견을 구조한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