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출간되어 독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아 온 『불량한 자전거 여행』 4권이 출간되었다. 그동안 전라도에서 강원도, 부산에서 서울, 그리고 제주도 한 바퀴에 이르기까지 수천 킬로미터를 자전거로 달리며 자신만의 길을 그려 온 주인공 호진이가 이번에는 엄마, 외할머니와 함께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 여행을 떠난다. 실제로 김남중 작가는 약 800킬로미터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아들과 단둘이 걸으며 이번 작품을 구상했다.
『불량한 자전거 여행』 4권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어떤 이야기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불량한 자전거 여행』 4권은 산티아고 순롓길을 배경으로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살면서 가장 슬픈 일이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이지만 누구나 언젠가는 맞이해야 하기에 아픔을 이기고 삶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이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작품 속에 담담하게 담았습니다.
「작가의 말」에 밝히셨듯, 중학교 2학년 아들과 함께 산티아고 순례길을 완주하고 이번 작품을 쓰게 되셨는데요. 산티아고 순례길을 호진이의 여행지로 설정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산티아고 길을 걷는 것은 제 인생 목표 중 하나였어요. 1~3권에서는 자전거로 열심히 달렸으니 한번쯤은 천천히 걸으며 호흡을 조절하는 여행을 작품 속에 담는 것도 시도해 보고 싶었습니다. 인생은 긴 여행이라고 생각하는데 걷기에 가장 좋은 길, 걷는 과정 자체가 목적인 산티아고 길은 그런 의미에서 인생의 축소판입니다. 다만 중학교 2학년 아들과 같이 걸으니 날마다 말싸움하기 바빠서 정말 인생의 쓴 맛을 느꼈습니다.
호진이 가족의 이번 여행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바로 삼대가 함께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번 여행을 통해 물론 호진이도 크게 성장하지만 호진이의 엄마와 할머니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주역이지요. 4권의 주요한 인물로 호진이의 엄마와 할머니를 떠올리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4권에서는 호진이가 중학생이 되었습니다. 더 이상 어린이일 수 없지만 아직 어른도 아닌 나이지요. 결국 호진이도 점점 자라 어른이 될 텐데 그 과정에서 어른들을 이해하는 눈높이를 가지게 될 겁니다. 어른들은 아파도 아프다고 못 하고 꾹 참는 상처가 몇 개쯤 있는데요. 늦기 전에 그 아픔을 고백하고 서로 다독여서 낫게 하는 게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모범을 엄마와 할머니를 통해 보여 주고 싶었습니다.
‘불량한 자전거 여행’ 시리즈는 호진이(어린이)의 이야기가 중심이지만 우리 사회 어린이청소년, 청장년, 노년 각 세대가 마주한 현실 문제와 고민을 자연스럽게 녹여낸 가족드라마로도 읽을 수 있습니다. 그간 1~3권에서도 실업, 저임금 노동, 비현실적인 주택 가격 등 한국의 평범한 가정에서 겪을 법한 문제를 구체적으로 그리셨지요. 이러한 점은 어린이 독자들이 제 고민에 갇혀 있기보다 가족, 나아가 사회를 돌아보게 할 것 같습니다. 이처럼 현실적인 문제를 동화 속에 풀어낼 때에는 어떤 점에 신경을 쓰시는지요?
세상에는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들이 많이 있어요. 어른들이 만들어 놓고 어린이들에게 떠넘기는 문제들도 많지요. 결국은 함께 풀어야 할 미래입니다. 호진이 나이쯤 되면 우리 사회의 그림자를 어렴풋이 느끼게 되는데, 앞으로 행복하게 살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는 걸 느끼고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힘을 합칠 때 해결하지 못할 문제는 없다는 걸 동화 속에서 말하고 싶었습니다. 세상을 바꿀 희망은 우리 안에 있다는 걸 꼭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순례길 위에서 호진이 가족이 만나는 다양한 친구들의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는 여행길에서 만난 인연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나이 상관없이 모두 다 친구로 통한다는 점도 어린이 독자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갈 것 같고요. 여행 중 길 위에서 친구를 사귄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작가님도 그러한 경험이 있으신가요?
나이와 상관없이 친구가 된다는 건 정말 재미있고 멋진 경험입니다. 특히 외국에서 여행할 때 그런 경우가 많은데 산티아고 길은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 주고 응원해 주고 간식을 나눠주니까요. 영어를 잘 못해도 손짓 발짓으로 이야기가 통해요. 게다가 저는 일 년에 만 명 넘게 우리나라 초등학생 친구들을 만나고 있어서 그게 얼마나 신나는 경험인지 잘 알고 있지요. 나를 좋아해 주고 이야기가 통하는 친구가 해마다 만 명씩 늘어나는 경험! 대단하지 않나요?
여행에서 돌아온 호진이는 더한층 성숙해진 태도로, 인생의 다음 단계를 향해 주체적으로 나아가리라 다짐합니다. 호진이처럼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하려는 어린이 청소년에게 이 작품은 무한한 응원을 보낸다고 생각됩니다. 작가님이 지금의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시간은 생각보다 빨리 갑니다. 우리가 놀 시간도, 공부하거나 일할 시간도 짧다는 뜻이에요. 그래서 뭔가 결정했다면 아주 열심히 매달려 봤으면 좋겠어요. 자전거 여행이 좋은 이유가 그런 거죠. 목표를 정했으면 어떻게든 달려가야 해요. 머뭇거리다가 넘어지기 쉬우니까요. 게다가 그 길이 틀린 길이라면 빨리 알아차리고 방향을 바꿀 수도 있어요. 속도를 내면 즐거워집니다.
『불량한 자전거 여행』의 다음 이야기는 무엇일까요? 독자들에게 살짝 귀띔 부탁드립니다.
중학생이 된 호진이는 초등학교 때와 다른 여행을 하게 되겠지요. 그렇다고 늘 자전거만 타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후속권을 출간한다면 구성을 색다르게 해 보고 싶습니다. 제2의 ‘호진이’가 등장한다거나, 캐나다로 간 석기 삼촌과 치연 누나의 신혼여행 등, 여러 이야기를 다뤄 보고 싶어요. 그러려면 제가 캐나다에 가야 할 텐데, 점점 바빠져서 큰일입니다. 떠나기 싫어질 때가 되면 늙은 거라는 말이 있는데 절대 그런 건 아니에요. 빨리 바쁜 일들을 해치우고 캐나다 편을 고민해 보겠습니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