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궁 같은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미궁을 닮은 산책길
이 책에서는 제 감정을 ‘매혹과 난처함’으로 설명했지만, 미시마는 독자의 나르시시즘을 쉽게 허락하지 않고, 어쩔 수 없이 통과해야 하는 어려움과 불편함 속에서 그를 인식하는 독자의 사유를 실험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꺼림칙한 파트너 같은 작가라고 생각해요.
글: 출판사 제공 사진: 출판사 제공
2025.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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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 도쿄에서 태어난 미시마 유키오는 설명하기 복잡한 작가입니다. 『금각사』, 『가면의 고백』, ‘풍요의 바다’ 시리즈 등의 소설로 한국 독자들은 그를 유려하고 아름다운 문장, 탐미적인 문학적 세계관을 남긴 작가로 기억하기도 합니다. 세계 문학 안에서는 노벨 문학상 후보에 몇 차례나 오른 작가이기도 합니다. 조금 더 알아 보면 그에게는 퀴어, 천황주의자와 같이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한 듯한 키워드가 붙습니다. 천황을 지켜야 한다며 끝내 할복 자살로 생을 마감한 것은 충격을 줍니다. 한 사람의 삶은 대체로 복잡합니다. 그러나, 미시마 유키오의 삶은 유독 더 미로처럼 느껴집니다. 소설가 양선형은 그가 태어나고 자란 도쿄를 걸으며, 이 미로에서 잘 헤맬 수 있는 단서를 찾았습니다.

 


 

책의 프롤로그에서 미시마의 도쿄라는 책의 집필을 제안받았을 때의 마음과 처음으로 미시마 유키오의 문학과 만난 순간에 대해 밝히고 있습니다. 이 책을 쓰기 전 독자이자 소설가로서 미시마 유키오에 대해 갖고 있던 마음이 궁금합니다.

책에도 서술했듯이 처음 『가면의 고백』을 읽었던 것은 고등학생 무렵이었어요. 그때의 인상이 여전히 뇌리에 남아 있었고, 그 인상을 연장하듯이 『금각사』나 『풍요의 바다』 같은 그의 대표작을 읽던 차였어요. 제게도 호오가 공존하는 복잡한 작가였고, 나아가 뒤엉킨 뇌관 같은, 현대의 관점에서도 문제적인 폭약 같은 지점들을 갖고 있는 작가라고 생각했어요. 『미시마의 도쿄』에서는 그런 제 감정을 ‘매혹과 난처함’으로 설명했지만, 미시마는 독자의 나르시시즘을 쉽게 허락하지 않고, 어쩔 수 없이 통과해야 하는 어려움과 불편함 속에서 그를 인식하는 독자의 사유를 실험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꺼림칙한 파트너 같은 작가라고 생각해요. 책을 쓰고 난 뒤에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어요. 

 

책은 미시마 유키오의 생애를 따라 총 여섯 개의 산책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비록 미시마가 도쿄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관광지와 실제로 그 도시에 살았던 사람이 향유했던 공간의 괴리는 있을 수밖에 없었으리라 생각하게 됩니다. 관련된 장소를 찾고 산책길을 구성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지는 않으셨나요? 

원고를 수락하고 일본어 웹을 뒤지면서 미시마와 관련된 장소들을 찾기 위해 노력했던 것이 기억나네요. 도쿄에 미시마의 흔적이나 그를 기념하는 장소가 많이 남아 있지는 않아요. 하지만 그의 많은 소설이 도쿄라는 도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도쿄 대부분의 유명한 장소에서 미시마의 소설을 투영할 수 있었어요. 여러 장소 사이에서 미시마의 생애라는 알쏭달쏭한 이야기를 어떻게 하면 독자에게 잘 전달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던 것 같아요. 소설과 생애사, 그리고 현재의 변화한 도쿄를 직접 거니는 제 여행길과 상념들 모두가 서로 긴밀하게 얽히는 한 편의 이야기로 읽히길 바랐어요. 

 

소설가로서 직접 미시마가 머물렀을 공간을 방문한 경험에 대해서도 궁금합니다. 그의 삶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며 각 산책길을 걸었다면, 과거의 다른 시간대에서 미시마가 그 길을 어떻게 지나쳤을지 상상할 수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작년 7월의 도쿄는 무덥고 아름다웠어요. 미시마의 생애와 소설이 현대사의 어두운 지점을 관통하는 한편 쉽게 공감할 수 없는 열광적인 과도함을 내포하기 때문에, 그 상상의 과정은 분명 고통스럽고 제가 자초한 폭력처럼 느껴지는 구석도 있었어요. 적극적으로 제 사유를 몰아붙여야 했던 거죠. 어떤 때는 그의 요설에 매혹되고, 어떤 때는 그의 요설을 끊는 단호한 응답이 필요했던 것도 같아요. 강조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제게 미시마는 분명 제가 걸은 여름의 도쿄에서 생생하게 살아 있었다는 점이에요. 그것은 아름다운 풍경 어딘가의 불온한 틈새로서 살아 있었고, 현재 속으로 녹아 흐릿하게 사라진 것이 아니라 현재와 물러설 수 없는 대립과 긴장 관계를 형성하고 있었어요. 미시마는 어떤 방식이든 거의 무조건적인 현실과의 대립과 긴장을, 모독과 투쟁을 욕망한 작가였어요. 미시마의 과격한 자아상이 제가 걸었던 도쿄에서 실현되는 듯한 아이러니한 기분이 늘 저를 따라다녔어요. 

 

생애를 따라 읽다 보면, 어린 시절 미시마의 삶과 청년기, 장년기의 삶은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삶이 더욱 소설 속 캐릭터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병약한 문학 소년에서 가슴 둘레 1미터의 활달한 성인 남성이 되기까지, 이 극단적인 변화를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가 있을까요.

책을 쓰기 전에는 오히려 키워드가 지금보다 더 선명했던 것 같아요. ‘자기 작품화’라는 키워드나, ‘보는 자’에서 ‘보여지는 자’로, 육체와 현실에 대한 콤플렉스, 문학가의 자기혐오, 존재감에 대한 결핍, 남성성 내지는 전사 공동체에 대한 선망, 미적 형식를 표현하는 소외자에서 미적 형식을 반영하는 육체로…… 이러한 키워드가 미시마의 변화를 설명하는 간단한 서사화이고, 이는 신자유주의 시대의 성장담이나 영웅 서사, 언어의 한계에 짓눌린 ‘펜’에서 현실 참여적인 ‘칼’로 나아가는 나약하고 무기력한 작가의 변신담과도 닮아 있어요. 다만, 이 간단한 키워드가 당시 일본이라는 시대상과 미시마가 작품에서 노출하는 다양한 테마를 고려하면 풍부하게 해독할 여지가 여전히 많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미시마의 삶에서 가장 충격적이고 의아한 파트는 죽음입니다. 책에서도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연극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하는 그의 죽음에 대해 이 산책을 시작하기 전과 마친 뒤에 느낀 감상이 달라졌다면 어떤 부분에서 달라졌을까요?

미시마의 삶과 죽음 사이에 다리를 놓은 기분이었어요. 그 전까지는 물론 충격과 공포였고, 냉소적인 감정들을 갖고 있었던 것 같아요. 물론 제가 놓은 다리는 미시마의 삶과 죽음이 제게서 재구성된 결과고, 그의 삶과 죽음을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여전히 많으리라고 생각해요. 쓸쓸함이나 슬픔도 느꼈고, 역겨움이나 저항감도 느꼈지만 그 아슬아슬한 다리를 만들기 위해 보냈던 시간들, 한 작가와 뒹굴었던 지난 1년의 시간이 제게 분명 의미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게 어떻게 구체적으로 발현될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지만요. 

 

독자 중 이 책을 들고 도쿄를 방문하는 분들도 있겠습니다. 모든 산책길을 걸을 수 없는 독자에게 미시마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혹은 색다른 문학 기행을 할 수 있는 하나의 산책길을 추천한다면 무엇일까요?

미시마의 자택이 있는 마고메 문사촌을 추천해요. 볼거리도 많은 데다 오래된 일본 마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고, 일본 문인들의 방담과 생활사를 상상하며 걷는 재미가 있는 곳이에요. 문인들의 기념관, 작은 미술관도 군데군데 있고요. 미시마가 할복을 결행한 장소인 이치가야 기념관도 추천해요. 방위성에서 이치가야다이 투어를 신청해야 해서 번거롭지만, 꼭 미시마만이 아니더라도 이치가야 본부 1층은 도쿄 극동 국제 군사 재판의 법정이 설치되었던 장소에요. 그 장소를 방문했을 때의 강렬한 인상을 잊을 수 없어요. 

 

 ‘도시 산책’ 시리즈는 여행기를 담고 있기도 하지만, 이 책의 경우 공간을 벗어난 말 그대로 문학을 따라 걷는 감상을 더 느끼게 합니다. 미시마 유키오 문학관 챕터에서는 금각사』 안을 걷고 있는 듯한 기분도 듭니다. 독자라면 분명 언급된 작품을 궁금해할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이 꼭 살피면 좋을 미시마의 책 한 권을 소개한다면 어떤 책일까요?

미시마 문학의 출발점인 『가면의 고백』을 추천해요. 더불어, 아직 한국에 번역되지 않았지만 『태양과 철』도 추천해요. 작가로서의 출세작인 『가면의 고백』과 마지막 궐기를 앞두고 출간된 『태양과 철』은 짝패처럼 읽을 수 있는 텍스트에요. 실존적, 미학적인 결핍과 소외가 어떻게 죽음과도 같은 극단적 선택으로 해소될 수 있는지를 시적이면서도 정교한 언어로 보여주고요. 극우나 파시즘 같은 주제가 한국 사회에도 뜨거운 감자에요. 저는 사회정치적 현상으로서의 극우가 아니라, 어떤 인간에게서 파시즘적인 정념이 발현되는 과정과 그 드라마에 대해서만큼은 『태양과 철』보다 적나라하고 생생하게 이야기하는 텍스트는 아직 읽지 못했어요. 그만큼 위험한 텍스트이지만, 현대에도 무언가를 이해하는 일에 도움을 주는 텍스트라고 생각해요. 언젠가 꼭 번역되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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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마의 도쿄

<양선형> 저/<민병훈> 사진

출판사 | 소전서가

금각사

<미시마 유키오> 저/<허호> 역

출판사 | 웅진지식하우스

가면의 고백

<미시마 유키오> 저/<양윤옥> 역

출판사 | 문학동네

풍요의 바다 4부작

<미시마 유키오> 저/<윤상인>,<손혜경>,<유라주> 역

출판사 | 민음사

太陽と鐵.私の遍歷時代

<三島 由紀夫>

출판사 | 中央公論新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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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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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마 유키오

전후 일본문학을 대표하는 탐미주의 작가다. 미시마 유키오는 1925년 도쿄에서 고위 공무원의 아들로 태어났다. 본명은 히라오카 기미다케平岡公威이다. 1944년 가쿠슈인 고등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엘리트 관료 집안에 맞는 진로를 선택하라는 아버지의 권유로 도쿄대학 법학부에 입학한다. 1941년 「꽃이 한창인 숲」을 문예지에 발표하면서 ‘미시마 유키오’라는 필명을 쓰기 시작했다. 1944년 가쿠슈인 고등부를 수석으로 졸업한 뒤 도쿄 제국대학 법학부에 입학했다. 1947년 대학 졸업 후 대장성의 관료가 되었지만 이듬해 전업 작가가 되기 위해 퇴직했다. 열세 살 때부터 필명을 만들어 왕성한 창작활동을 했던 미시마가 문단에 정식으로 데뷔한 것은 1946년에 쓴 단편 「담배」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추천으로 『인간』지에 실리면서부터이다. 1949년 대학을 졸업한 미시마는 대장성 금융국에서 근무하지만 공무원 사회의 관료주의를 이기지 못한 채 일 년 만에 사표를 내고 전업작가의 길을 걷게 된다. 그 무렵에 쓴 장편 『가면의 고백』을 통해 일본 주요 작가의 반열에 올라서게 된다. 그는 화려한 문장과 미의식을 바탕으로 『사랑의 갈증』, 『푸른 시절』, 『금색』 등의 수작을 잇달아 발표했으며, 1957년 『금각사』가 요미우리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문학의 절정기를 맞이한다. 『금각사』의 성공 이후 미시마 유키오는 수차례 노벨 문학상 후보에 오르며 국제적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1961년에는 2·26 쿠데타 사건을 소설화한 단편 「우국」을 발표했는데, 이는 자신의 종말을 예언한 작품이기도 하다. 1970년 그의 마지막 작품이며, 불후의 명작으로 꼽히는 4부작 장편소설 『풍요의 바다』 마지막 편을 출판사에 넘긴 미시마는 자신의 추종자를 데리고 1970년 11월 25일 일본 자위대 주둔지에 난입하여 자위대의 궐기를 촉구하는 연설을 한 후 대중 앞에서 할복하여 일본 국내는 물론 세계에 적지 않은 충격을 던지면서 45세의 생을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