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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도 칸타빌레> <라이어 게임>, 좋은 리메이크란 무엇일까

원작을 넘어서는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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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도 칸타빌레>는 4분기 최고의 기대작이었대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는 한국에서도 어마어마한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었거니와, 캐스팅 기사는 하나하나 네티즌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그야말로 리메이크의 시대다. 공중파 드라마는 물론이고 영화, 케이블 등 다양한 매체들이 앞다퉈 리메이크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tvN은 윤태호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미생>을 내놓았고, 얼마 전 종영한 MBC <운명처럼 널 사랑해> 역시 대만 드라마 <명중주정아애니>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뿐만 아니다.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 <수상한 가정부>, KBS <직장의 신>, MBC <여왕의 교실> 등 요 몇 년 간 선보인 리메이크 작품을 꼽으려면 양손이 모자랄 정도다.


칸타빌레.jpg

출처_ KBS


그중에서도 요즘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는 두 작품이 있다. KBS <내일도 칸타빌레>(원작 후지TV <노다메 칸타빌레>)와 tvN <라이어 게임>(원작 후지TV <라이어 게임>). 두 작품 모두 일본에서 인기를 끌었던 만화 원작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헌데 뚜껑을 연 지금, 시청자들의 반응은 생각과는 영 다르다. 최고의 캐스팅이라고 박수 받았던 <내일도 칸타빌레>의 경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고, 별다른 기대 없이 조용히 시작했던 <라이어 게임>이 오히려 호평 속 순항하는 중이다. 무엇이 이 두 드라마의 평가를 가른 것일까.

 

<내일도 칸타빌레>는 4분기 최고의 기대작이었대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는 한국에서도 어마어마한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었거니와, 캐스팅 기사는 하나하나 네티즌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물망 기사가 뜰 때마다 갑론을박이 이어졌고, 결국 심은경이 여자 주인공 설내일 역에 캐스팅되었다는 소식에 원작 팬들은 두 팔 벌려 환영했다. 사랑스러우면서도 엉뚱하고, 허술하면서도 피아노 앞에선 천재적인 음악성을 드러내는 노다메에 심은경 이상의 배우는 없다는 기대평이 줄을 이었다. 허나 드라마가 막을 올리고 나서 상황은 급변했다. 캐릭터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혹평이 쏟아졌고, 드라마의 부진을 배우의 탓으로 돌리는 사람들도 나왔다. 하지만 <내일도 칸타빌레>의 문제는 설내일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 드라마가 상당 부분 현지화에 실패하고 있다는 점이다.


리메이크 작품이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현지화가 중요하다. 리메이크는 사실상 제2의 창작이다. 타국의 드라마를 수입해오든, 만화나 웹툰 등 다른 콘텐츠를 드라마로 만들든 매체의 차이, 시대적?문화적 간극에 대한 숙고가 필요하다. 특히 일본 드라마의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일본과 우리나라의 정서는 너무나 다르고, 분별없이 수입한 드라마는 낯설고 어색한 설정에 비웃음을 사기 십상이다.


<내일도 칸타빌레>에는 이런 고민이 보이지 않는다. 제작진은 원작과 비슷한 배우를 찾는 데만 골몰했고, 어떤 식으로 2014년 한국의 감성을 드라마에 녹여낼지에 대해선 고민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일본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는 철저히 만화적 구조를 가진 작품이다. 일본 만화 특유의 과장된 유머로 가득 차 있고, 등장인물마다 천재적 재능을 갖고 있다는 설정은 비현실적이며, 장면마다 CG와 효과음이 가득 차 있다. 이런 작품을 한국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는 그저 CG와 효과음을 거세하는 데서 그쳐선 안 된다. 환상적이고 만화적인 설정도 무리 없이 받아들이는 일본 대중에 비해 한국의 시청자들은 상대적으로 현실적인 설정이 아니라면 거부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원작처럼 완벽히 만화적인 작품을 만들고 싶은 게 아니라면 원작의 줄기만 살리고 한국적 설정과 감성으로 재무장한 드라마로 만들었어야 한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원작이 가졌던 청춘과 음악에 대한 애정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노다메 칸타빌레>의 주제는 명료하다. 이 작품은 클래식 음악을 사랑하고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젊은 청춘들의 이야기이며,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꿈을 찾아 노력하다보면 언젠가 그에 닿을 수 있다는 격려다. 천재적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정신적으로 미성숙했던 노다메는 치아키를 만나 음악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되고,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했던 치아키도 노다메와 함께 성장한다. 독특한 캐릭터나 만화적 연출은 이런 주제를 전달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드라마는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나? 캐릭터 간 유사성이나 배우의 연기력을 따지기 전에 먼저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다. 원작에서 감동을 주었던 장면이 지루하고 황당한 느낌으로 여기저기서 튀어나오고, 드라마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종잡을 수 없는 것은 이 때문이다.


 라이어게임.jpg

출처_ tvN


반면 시청자들이 <라이어 게임>에 보내는 성원은 이것이 좋은 리메이크 작품임을 반증한다. 원작 <라이어 게임>은 아주 잘 짜인 작품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라이어 게임 사무국에 의해 게임에 참여하게 된 칸자키 나오와 그녀를 돕는 아키야마 신이치를 중심으로, 매회 거액이 걸린 두뇌 게임과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게임은 흥미롭고 치밀하며, 매 라운드 등장하는 등장인물 역시 입체적이며 매력적이다. 하지만 tvN <라이어 게임>은 원작에 만족하려 하지 않는다.


드라마는 무대를 쇼 프로그램으로 옮긴다. 원작에서 정체를 알 수 없었던 라이어 게임 사무국이라는 적은 강도영(신성록)과 이윤주(차수연)로 구체화되고, 프로그램의 배후에 밝혀지지 않은 미스터리를 암시해 흥미를 유발한다. 게임이 쇼 프로그램이 되면서 드라마는 천박한 옐로 저널리즘을 꼬집기도 하고 시청률을 위해서라면 자극적인 내용을 만들기도 하는 방송업계의 현실을 비꼬기도 한다.


뿐만 아니다. 복잡한 논리 게임을 제시하고 해법을 설명하는 것에 주력하는 원작과는 달리, 드라마는 등장인물 간 갈등 요소를 부각시킨다. 다정을 따라다니는 사채업자 조달구(조재윤)는 tvN <라이어 게임>만의 독창적 캐릭터다. 다정에게 연민을 드러내지만 언제나 다정 아버지가 진 빚을 잊지 않고 있기에 그는 드라마에 긴장감을 주는 또 다른 요소가 된다. 하우재(이상윤) 어머니의 죽음에 비밀이 있고, 강도영이 이를 알고 있다는 암시도 그렇다. 이는 하우재가 라이어 게임에 뛰어드는 동기를 제공하고, 시청자들이 납득할 만한 감성적 요소가 된다. 많은 시간과 지면을 할애해 주제의식을 드러낼 수 있는 만화와 달리 드라마는 시간적 한계를 갖고 있기에 경제적인 길을 선택한 셈이다.


원작에 안주하지 않는 탄탄한 각본과 영리한 연출 덕분에, 어울리지 않는다 된서리를 맞았던 배우들도 드라마에 자연스레 녹아든다. 한심할 정도로 사람을 믿다 매번 뒤통수를 맞는 남다정을 김소은은 본인처럼 연기하고, 이상윤 역시 사람도 세상도 믿지 못하는 천재 사기꾼 하우재 역할에 모자람이 없다. 배우보다 각본과 연출의 짜임새가 우선 요소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아직 상당 분량이 남았기에 쉽사리 흥망을 점칠 수는 없다. <내일도 칸타빌레>가 부진을 떨치고 날아오를 수도, <라이어 게임>이 고꾸라질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이 두 드라마, ‘좋은 리메이크란 무엇인가’에 대해 좋은 반례 혹은 선례가 된 것처럼 보인다. 깊은 고민 없이 작품을 들여온다면 결코 성공을 거둘 수 없다고, 현지화에 고심하고 원작의 메시지를 잊으면 안 된다고 말하는. 부디 두 작품 모두 원작의 껍데기를 벗고 본인만의 색깔을 찾는 작품이 되길, 그림자 밖에서 본연의 매력을 뽐내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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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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