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고작 ‘28,000원’짜리 책

『불멸의 서 77』 편집 후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그래도 출간 결정! 출판인으로서 그 놀라운 책들을 국내에 소개하지 않을 수는 없다고(덧붙여, 독자에게 다가가기 위한 노력에 최선을 다하자고) 결론을 내렸다. (2019. 01. 29)

1.jpg

 


편집자로서 느낀 것은 아무리 좋은 책도 독자가 찾지 않으면 허탈하다. 편집자로서 시대적 사명을 다했다고? 그러나 이 자본의 시대에 자부심만 먹으며 살 수는 없지 않은가. 게다가 진정으로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그 책이 가능한 한 많은 독자들의 손에 닿을 수 있도록 무슨 노력이라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불멸의 서 77』  은 영국의 그 유명한 DK사의 『Books that Changed History』 를 번역한 책이다. DK가 출간한 책들의 비주얼은 출판계에서 일하는 사람, 나아가 책 좀 읽는 독자라면 다 알 것이다. 그 명성에 준하는 판매가 이루어질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서 우리도 처음 이 책을 보았을 때 당연히 이 책이 속한 시리즈의 국내 출간, 판매 현황을 확인하였다. 역시 멋진 책이기에 많은 책이 국내에서 번역, 출간되었지만 판매는 부진한 듯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내부에서 회의를 거듭한 결과, 아무리 봐도 포기할 수 없을 만큼 탁월한 책이었다. 책에 관한 책! 게다가 일반인, 아니 출판사 편집자조차 한 번도 못 본 놀라운 책들의 비주얼이라니! 책과 담쌓고 사는 특이한 분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책을 보고는 눈을 떼지 못했다. 그러나 역시 ‘높은 제작비’와 ‘한글과 어울리지 않는 본문 편집 디자인’, ‘전작들의 판매 부진’이 발목을 계속 잡았다.

 

그래도 출간 결정! 출판인으로서 그 놀라운 책들을 국내에 소개하지 않을 수는 없다고(덧붙여, 독자에게 다가가기 위한 노력에 최선을 다하자고) 결론을 내렸다.

 

이제 작업은 힘차게 나아간다. 번역-제작비 절감을 위한 DK 본사의 설득-그리고 탁월한 볼품을 제공하는 원서의 체제를 살리는 디자인. 다행히 모든 일이 원활하게 진행되는 듯 했으나, 마지막 디자인 작업에서 제동이 걸렸다.

 

원서의 본문 서체는 가는 ‘고딕 계통’의 서체였으니 우리나라 책의 본문에는 절대 쓰지 못할 형태였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 시리즈의 전작 번역물들 역시 본문에 명조 계열 서체를 사용했다. 그러나 명조 계열 서체를 사용해 디자인 시안을 확인해 본 결과 텍스트와 사진 자료들이 일체화 되지 않는 모습이 선명했다. 가독성도 중요하다지만, 이렇게 그림과 글씨가 따로 놀아서야 독자에게 수용될 수 있을까?

 

결국 디자이너와의 오랜 토론을 거쳐 원서처럼 그림과 글씨가 일체화된 본문 디자인을 추구하기로 했다. 그렇다면 본문 서체를 기존의 시각에서 과감히 탈피할 필요가 있으리라.

 

찾자, 찾아! 그런 서체를 찾기 시작해, 드디어 ‘산돌네오고딕 1번’이라는, 그 어떤 책에서도 본문에 사용한 적 없을 것 같은 서체를 찾았다. 그 서체로 본문 디자인을 해 보니, 마치 새하얀 케이크에 박힌 빨간 딸기처럼 참으로 잘 어울렸다.

 

 

2.jpg

 

 

시대가 변하면 디자인 개념도 변해야 한다. 시대가 변하면 책의 물성(物性)도 변해야 한다. 책을 본 독자들 모두 일단 비주얼에 눈이 휘둥그레지고, 살까말까 고민하려 할 때 28,000원이라는 가격에 또 한 번 놀라는  불멸의 서 77』 은 그렇게 탄생했다. 오직 독자 곁에 머물고 싶다는 의지를 원동력으로.

 


 

 

불멸의 서 77마이클 콜린스, 알렉산드라 블랙, 토머스 커산즈, 존 판던, 필립 파커 공저 외 2명 | 도서출판그림씨
화려한 이미지와 ‘세부내용’은 책의 특징을 재미있게 보여주며, 이에 따른 자세한 내용은 그 책과 책을 제작한 사람들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해 준다.


 

 

배너_책읽아웃-띠배너.jpg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2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ㆍ사진 | 김연희(도서출판 그림씨 편집자)

불멸의 서 77

<제임스 노티>,<알렉산드라 블랙>,<토머스 커산즈>,<존 판던>,<필립 파커> 공저25,200원(10% + 5%)

기원전 3000년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역사를 바꾼 책을 보여주는 독특한 백과사전. 사람들의 삶을 바꾸고 인류의 정체성을 일깨운 작품 77을 선정하여 수록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희귀하며 독창적인 책과 필사본 77점을 그 목적, 특징 및 창작자에 대한 설명과 함께 아름다운 삽화를 곁들인 안내서다. 인류가 낳..

  • 카트
  • 리스트
  • 바로구매

오늘의 책

수학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는 엄마표 유아수학 공부

국내 최대 유아수학 커뮤니티 '달콤수학 프로젝트'를 이끄는 꿀쌤의 첫 책! '보고 만지는 경험'과 '엄마의 발문'을 통해 체계적인 유아수학 로드맵을 제시한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쉽고 재미있는 수학 활동을 따라하다보면 어느새 우리 아이도 '수학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랄 것이다.

나를 바꾸는 사소함의 힘

멈추면 뒤처질 것 같고 열심히 살아도 제자리인 시대. 불안과 번아웃이 일상인 이들에게 사소한 습관으로 회복하는 21가지 방법을 담았다. 100미터 구간을 2-3분 이내로 걷는 마이크로 산책부터 하루 한 장 필사, 독서 등 간단한 습관으로 조금씩 변화하는 내 모습을 느끼시길.

지금이 바로, 경제 교육 골든타임

80만 독자들이 선택한 『돈의 속성』이 어린이들을 위한 경제 금융 동화로 돌아왔다. 돈의 기본적인 ‘쓰임’과 ‘역할’부터 책상 서랍 정리하기, 용돈 기입장 쓰기까지, 어린이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재로 자연스럽게 올바른 경제관념을 키울 수 있다.

삶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야

저마다 삶의 궤적이 조금씩 다르지만 인간은 비슷한 생애 주기를 거친다. 미숙한 유아동기와 질풍노동의 청년기를 거쳐 누군가를 열렬하게 사랑하고 늙어간다. 이를 관장하는 건 호르몬. 이 책은 시기별 중요한 호르몬을 설명하고 비만과 우울, 노화에 맞서는 법도 함께 공개한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