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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분방함과 유연성을 동력 삼다, 호주 밴드 폰드의 9집

폰드(Pond)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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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때보다 자유로운 악곡 전개가 전자음악의 잔향을 강하게 드리운다는 점에서 폰드의 <9>는 현대적 감성을 향한 지향점이 명확하다. (2021.10.20)


21세기의 네오 싸이키델리아는 호주가 꽉 잡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 멀록스와 테임 임팔라, 킹 기저드 앤드 리저드 위저드 같은 호주 출신 밴드들은 1960~1970년대 사이키델릭 뮤직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하나의 조류를 형성했다. 퍼스 출신의 14년 차 밴드 폰드 역시 우주에 접속하는듯한 소리샘과 그에 상응하는 4차원적 가사로 위 대열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들의 9번째 정규 앨범 <9>는 곡 구성과 연주 방식에 있어서 통상적인 규격을 벗어났던 과거 익스페리멘털 록의 전위성을 품은 전작들에 비해 현대적인 전자음악의 비트를 수용하여 시대적 흐름과 조응했다.

책임감과 원망, 사랑을 주제로 2019년에 내놓은 콘셉트 앨범 <Tasmania>에 비해 신보는 사운드의 통일성에 덜 구애받는다. 늘 그래왔듯 광범위한 스타일을 다루되 전반적으로 빠른 비트가 돋보이고 댄스플로어에 울려 퍼질 'Pink lunettes'와 MGMT가 연상되는 'Human touch'가 전자 음향의 사이키델리아를 구현했다. 록의 색채가 옅어진 자리에 일렉트로니카가 들어서는 구도는 미국의 얼터너티브 록밴드 플레이밍 립스의 2010년대 작품들과 비슷하다.

폰드의 동력은 자유분방함과 유연성이다. 작·편곡, 프로듀싱의 자유로운 의견 교환을 일차 목표로 한 이들은 멀티 인스트루멘털리스트로서의 강점을 살려 독창적인 음악성을 구축했다. 독특한 코드 진행의 사이키델릭 팝 'Amerca's pop'과 월드비트를 수용한 'Rambo'의 악곡은 정해진 규칙은 없다는 양 자유롭게 뻗어 나가고 'Song for Agnes'의 일그러지는 괴팍함도 잔상을 남겼다. 그간 5장의 정규 앨범에서 프로듀싱을 담당한 테임 임팔라의 케빈 파커에게서 독립한 이번 앨범은 개성파 밴드의 온전한 음악색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폰드는 킹 기저드 리저드 위저드의 난해함과 테임 임팔라의 감수성을 절충했고 소리의 연구를 이어가는 한편, 현대성을 끌어안아 대중과의 접점을 남겨두었다. 일견 백화점식 구성의 산만함을 수반하는 음악 스타일이지만 과거부터 현재를 아우르는 사운드적 요소와 다양한 장르를 몽환적인 음향으로 매듭지어 일관된 수준을 보증해왔다. 어느 때보다 자유로운 악곡 전개가 전자음악의 잔향을 강하게 드리운다는 점에서 폰드의 <9>는 현대적 감성을 향한 지향점이 명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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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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