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모습이 모두 들어가 있는 책 『김약국의 딸들』
모든 책이 그렇듯이 재미도 있고 나름 의미도 있고, 모든 사람에게 서로 다른 의미를 가지리라. 내게도 이런 저런 책이 이런 저런 이유로 의미를 갖게 되었다. 그 가운데에서도 박경리 선생님의 『김약국의 딸들』은 처음 읽었을 때부터, 내게 크나큰 충격이었다.
글ㆍ사진 채널예스
2006.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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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살아오면서,(에라, 많이도 살았네~! 언제 세월이 이만큼 왔을고... 쩝~!) 내 인생의 특별한 책이 어디 한권 뿐이겠는가만은... 꼭 한권만 고르라면 그래도 서슴지 않고 고를 수 있는 책이 바로 『김약국의 딸들』이다. 왜 그런고 하니... 그 이유는 이러하다. ^^;

사실 어릴 적부터 이야기를 무척 좋아했던 난 교과서에 나와 있는 이야기까지 모두 재밌게 읽는 아이였다. 글씨를 읽기 시작했을 때부터 이야기에 굶주리던 난 언니, 오빠 책까지 모두 가져다 읽을 정도였다. 그러다 책을 싸던 언니한테 책을 가져갔다고 얻어터진 적도 있는 것 같다. 그땐 국어교과서랑 도덕교과서가 제일 재밌었다. 지금도 아이들 교과서에 어떤 이야기가 실리는지 궁금하다. 내 어릴 적 추억이니까. 내게 책이란 상상, 그 이상이었다. 책에서는 늘 상상도 못했던 굉장한 것들이 튀어나왔으니까. 책만 붙들고 있으면 공부하는 줄 착각하신 부모님의 덕도 컸다. 학교에 있는 책도 거의 다 읽고 국어교과서에 나오는 작품도 그냥 교과서라고 무시하지 않고 정말 맛을 보며 읽었다. 숙제로 전과에서 지은이 조사를 할 때도 지은이 사진을 떼어서 공책에 붙일 정도로 관심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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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때부터는(어른처럼 여기면서~!) 한국 문학 전집(그때 김동리, 김유정, 이효석 등등을 무수히 읽었다.), 노천명, 윤동주, 김영랑 등등의 시집과 세계 명작(도스도예프스키, 톨스토이, 스탕달 등등을 뜻도 모르면서~!)도 읽어 제꼈다. 고등학교 때는 수능 공부로 많이 못 읽었지만 심훈의 『상록수』, 까뮈의 『이방인』 등이 기억에 남는다. 참 그때는 만화책과 할리퀸 문고도 제법 읽었다. 대학 때부터는 주로 김승옥, 김수영, 최인훈, 황석영, 이문열 등등의 한국 작가들 작품을 많이 읽었다. 『죄와 벌』이나 『데미안』 등을 다시 읽으며 뜻을 새기기도 했고 지금은 베스트셀러도 읽고 예전에 읽었던 책들도 다시 읽고 『토지』, 『혼불』, 『아리랑』 등등의 대하소설들도 좋아한다.

모든 책이 그렇듯이 재미도 있고 나름 의미도 있고, 모든 사람에게 서로 다른 의미를 가지리라. 내게도 이런 저런 책이 이런 저런 이유로 의미를 갖게 되었다. 그 가운데에서도 박경리 선생님의 『김약국의 딸들』은 처음 읽었을 때부터, 내게 크나큰 충격이었다.

대하소설인 『토지』에 정말 많은 갖가지 인간 군상과 사회 현상을 비롯해 인간사, 세상사가 모두 들어있다면 『김약국의 딸들』에는 그 축소판이 들어있다고나 할까. 특정 시기의 특정한 사회를 모델로 삼았지만 결국 양상만 약간씩 다를 뿐 인간사, 세상사는 어디나 그런 모습일 터이다. 우리에겐 우리의 역사나 당시의 생활상 그리고 이어져 내려온 전통까지 모두 덤처럼 선물이다. 문학의 보편성과 정수가 바로 모두 여기에 들어있다는 생각이다. 가장 보편적인 것에 진리가 있고 가장 우리다운 것에 세계성이 있고, 가장 특수한 것에서 보편성을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궤변적이면서도 논리적인 그 무엇이 바로 이 작품에 들어있다.

더구나 『김약국의 딸들』이 내게 충격을 안겨주었던 가장 큰 이유는 그 안에 내가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몰락해가는 그 집안의 다섯 딸은 모두 나였다. 아니 어떻게 보면 각각의 인물이 모두 나였다. 김약국을 비롯해 주변 인물들까지... 내 마음속에도 가장 천하고 낮은 것에서부터 가장 고귀하고 높은 것까지 모두 들어있을 것이 아닌가. 교육이나 예절 따위로 인해 결국 현재 나의 모습으로 남에게 비춰질 것이지만, 결국 그들은 나였다. 김약국, 한실댁... 심지어 잠시 비춰지는 이웃들까지도... 그것도 나였다. 그들은 어떤 점으로라도 내 안에 잠재되어 있는 인간의 본성, 성격, 특성까지 끌어냈다. 김약국, 남자로서, 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서 그는 그럴 수밖에 없었고 한실댁, 그녀도 여자로서, 어머니로서, 아내로서 그럴 수밖에 없었지 않겠는가.

그리고 다섯 딸들...

탐욕과 욕정으로 가득 찬 첫째 딸 용숙, 지성이 뛰어나 아들 같은 기둥 역할을 하는 둘째 딸 용빈, 사랑의 본능만 남아 결국은 미치고 만 셋째 딸 용란, 천사처럼 착하지만 용모가 떨어져 부당한 대우를 참고 지내는 넷째 딸 용옥, 막내로 자라 어리광이 많은 막내 딸 용혜.

이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운명과 사랑이다. 가장 순수한 사랑에서부터 가장 탐욕스럽고 더러운 욕정까지 표현되어 있다. 나도 그런 순수한 사랑, 그런 탐욕스런 욕정에 빠져보고 싶은지도 모른다. 더구나 귀한 운명에서부터 가장 천박한 운명까지도 나를 매혹시킨다.

사랑에 관한 글 중엔 천생연분을 일컫는 구절이 정말 맘에 든다. 김약국의 고종인 이중구 부부를 가리키는 구절인데, 이보다 더 따스한 사랑의 커플을 본 적이 없다.

“두 내외는 계집아이도 없이 퍽 외롭게 살고 있었지만 언제든지 다정스럽고 흡족한 노부부다. 마누라가 밥을 지으면 영감은 장작을 패고, 생선 한 마리라도 맛나게 보글보글 지져서 머리 맛대고 의좋게 먹는다.”

아, 정말 장작 패줄 영감이 없으니 난 아직 밥을 못 짓는 것일 게다. ^^;

『김약국의 딸들』에서 사랑은 불행의 씨앗으로 시작된다. 그 불행의 씨앗이 된 사랑은 김약국의 아버지인 봉룡이다. 아내인 숙정을 사모하던 욱이가 찾아옴으로써, 숙정은 자살을 하고, 욱이를 살인한 봉룡은 영원히 고향을 등진다.

김약국이 되는 성수는 사촌 연순을 사랑하지만 그 사랑을 이룰 수는 없다.

성수와 연순의 안타까운 대화.

“후생에서 우리는 다시 만날까? 누부야?”
“만나고 말고. 못 만나믄 그 한을 어쩔꼬...”


일찍 과부가 된 김약국의 첫째 딸, 용숙은 욕정으로 다른 남자를 방에 들이는데, 어머니인 한실댁에게 들키게 되자, 이런 말을 한다.

“흥! 요조숙녀가 따로 있나? 남편이 있음 다 요조숙녀제.”

김약국을 사모하는 기생, 소청이가 마음을 열지 않는 김약국에게 하는 말이 안쓰럽고 아름답다.

“저는 팔자가 기박하여 화류계에 사는 여잡니더. 그러나 이날까지 어느 누구에게도 마음만은 허락한 일이 없었습니더. 절개는 구중궁궐 속에만 있는 줄 아시오? 이름 없는 노방초도 다 같은 여자, 천한 몸이지만 마음만은 백옥 같습니더.”

내가 독서 중에서도 제일 좋아하는 분야는 문학이다. 그 중에서도 소설을 제일 많이 읽는다. 날 때부터 똑똑하지도 못했고, 생활을 하다보면 무수히 어려움에 부딪힌다. 그렇다고 매번 깨지면서 배울 수도 없는 노릇이고, 삶을 다 살아볼 수도 없는 것이므로 결국 좀 더 현명하고 좀 더 깨달은 삶을 살려면 책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책 속에는 무수한 삶들이 엮어 있지 않은가. 사실 인문서를 읽으면 더 빨리 많은 지식과 지혜를 얻을 수 있겠지만, 뇌가 한쪽만 발달한 탓인지, 재미가 없어서 잘 못 읽는다. 그러니 시간이 더 걸려도, 흡수가 느리고 광범위하다 하더라도 재미있는 소설을 읽으며 삶의 범위를 조금씩 넓혀가는 것이 아닐까. 내 경우는 그렇다.



YES24에서 “진달래의 작은 서재”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으며 프랑스 문학을 전공하고 현재 밥벌이로 회사도 다니고(경력 겨우 5년차~! 에휴~), 곁다리(사실 밥 빌어먹을 걱정만 아니면 곁다리로만 살고 싶은 게 소원~!)로 프랑스 문학을 기획, 번역, 소개하고 있다. 어디 가서 큰 소리 칠 정도는 아니고 아직은 서투른 병아리 수준이지만 미래의 어느 날 엄마닭이 될 꿈을 갖고 있다. 취미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예전엔 창피해서 어물어물거렸지만, 이젠 당당하게 “독서”라고 얘기한다. 술을 못하는 관계로 회식 자리도 1차가 한계이고 2차의 노래방이나 바 같은 곳은 되도록 피해 달아난다. 독서가 뭐, 무슨 병이냐고, 말을 못하겠나 싶어서... 건강관리(몸매도! ^^;)를 위해 수영을 자주 한다. 테니스도 좋아하는데, 파트너가 없어서 거의 못하고 인터넷으로는 넷마블 테트리스를 제일 좋아하는데, 길드 짱이 군대 가는 바람에 못하고 있다. 그 녀석 제대하는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번역한 책이 뭐가 있느냐고 물으신다면? (물어주세요~~~ 흑흑...) 음... 구입해서 읽겠다고 하신다면 정말 감사히 대답해 드리겠다. ^.~


집 없는 아이 1,2
엑토르 말로 저| 궁리

1은 올해 초에 품절되었다. 출판사에서 2쇄를 안 찍으신다. 이유야 있으시겠지만, 제발 좀 2쇄 찍어주세요~ 제가 많이 사 드릴게요~
집 없는 소녀
엑토르 말로 저| 궁리

재밌고 아기자기한 명작으로 어른들이 읽어도 괜찮은데, 잘 안 팔리나 보다. 안타깝다. ㅠ.ㅠ
당나귀 꺄디숑
세귀르 백작 부인 저| 계수나무

문화관광부에서 아동 부문 권장도서로 뽑히고 어린이도서연구회에서도 권장도서로 선정되었다. 제일 잘 팔린다. 벌써 3쇄. ^^
말썽꾸러기 쏘피
세귀르 백작 부인 저| 여름나무

옮긴이로서 무척 좋아?는 책인데 오리무중이다.
악동 찰스
세귀르 백작 부인 저| 아이들판

프랑스 문화원에서 팍팍 밀어준 책인데... ^^
#김약국 #딸들 #책 #모습
42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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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n2u

2019.06.13

"다녀왔어요" 메뉴가 활성화되어 있지 않아 이 곳에 "후기"를 간단히 씁니다^^ 어제 북토크 잘 다녀왔습니다 최근에 다녀본 곳 중 강사가 이토록 정성을 다하여 강의한 적이 있었나 싶은 생각이 드네요 어떤 부분에서든 성공하신 분들은 그 분야에 대한 전문성에 더하여 "마음과 태도"가 다르기 때문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목격했습니다 좋은 강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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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마녀

2019.06.11

컬러가 예민한 직업인 꽃집을 하면서도 사람들이 원하는 컬러에 둔감했다는 갓을 4년차에 알게되서 만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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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jinhong95

2019.06.07

컬러에 관심이 많다는걸 최근에서야 깨닫게 됐어요! 돌아보니 꽃을 좋아하는것도, 옷입을때 색 조합에 신경쓰는것도, 미술관에 가는걸 좋아하는것도, 심지어는 화방에서 넋놓고 물감만 보고있어도 시간가는줄 모르는게 다 색깔을 좋아해서구나 알게됐습니다! 컬러리스트 자격증 시험도 준비하려고 하고있는데 이런 와중에 컬러에 관한 책을 알게되고 강연까지 하신다니 너무나 궁금하고 흥미가 생깁니다!! 직접 경험하고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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