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최인호, 나는 개인주의자이며 자유주의자입니다
최인호 만큼 우리나라 문단에서 이색적인 기록을 많이 보유한 작가가 또 있을까? 최연소 신춘문예 당선, 최연소 신문 연재 소설가, 작품이 가장 많이 영화화된 작가, 책 표지에 사진이 실린 최초의 작가. 타이틀은 지금도 만들어지고 있다.
글ㆍ사진 김정희
2003.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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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호 만큼 우리나라 문단에서 이색적인 기록을 많이 보유한 작가가 또 있을까? 최연소 신춘문예 당선, 최연소 신문 연재 소설가, 작품이 가장 많이 영화화된 작가, 책 표지에 사진이 실린 최초의 작가. 타이틀은 지금도 만들어지고 있다. 21세기 최초의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작가, 세계를 겨냥해 제작될 영화에 이야기와 상상력을 제공한 최초의 한국 작가. 그의 화제작 『상도』는 올 가을 MBC에서 <허준> 제작팀에 의해 만들어져 방영될 예정이다. 스타라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작가 최인호를 논현동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세계적 감각, 새로운 인물상 

빨간 스웨터와 감색 마이를 차려입은 모습에서 뿜어 나오는 만년 청년의 생동감이 눈가의 주름에서 보여지는 깊이와 멋지게 앙상블 된 그와의 만남은 8월 1일부터 중앙일보에 연재되고 있는 <海神>으로 시작된다.

“<海神>은 우리나라 역사상에 해상왕이라고 알려져 있는 장보고에 대한 소설입니다. 2년 전부터 가지고 있던 소재였어요. 중국과 일본에서 자료조사를 해 보니까 알려진 것에 비해서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더라구요. 장보고는 일단 뛰어난 무장이고 무역왕이지만 진짜 매력은 그 당시에 당나라, 일본, 한국, 저 멀리 페르시아까지 상권을 연결한 국제인이었다는 거예요. 난 그게 좋았어요. 세계인이라는 것.”

작가 최인호가 보는 21세기는 경제의 시대이다. 경제의 시대에는 국경이라는 개념이 더 이상 의미가 없다. 한국인이라고 해서 좁은 한반도에서 아웅다웅하며 살 것이 아니라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야한다고 작가는 생각한다. 한 마디로 세계인이 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 장보고는 우리 나라 역사상 유일무이한 세계인이었다. 작가는 장보고를 미래의 인물상으로 젊은이에게 보여주고 제시하고 싶어 한다. 『상도』도 이와 같은 선상에서 만들어진 작품이다. 그는 “우리나라에 본받을 만한 역사적인 상인이 없다”라는 이야기를 기업인들에게 들으면서 `상도'를 몸소 실천하는 인물 임상옥을 부활시켰다.

`세계적 감각'에 대한 이야기는 이번에 출간된 소설집 『달콤한 인생』에 수록된 단편 「몽유도원도」로 이어진다. 「몽유도원도」는 지난 7월 첸 카이커 감독에 의해 영화화된다고 발표된 바 있다. 첸 카이커는 장이모와 함께 중국영화를 세계에 알린 `중국 5세대' 감독의 선봉장이며, 1992년 <패왕별희>로 칸느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면서 거장의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감독. 음악은 <마지막 황제>로 아카데미와 골든글러브 음악상을 함께 수상한 일본의 사카모토 류이치가 맡기로 했다. 작가는 한, 중, 일의 예술가들이 모여 “탈아시아”적이며 “세계적인 감각”을 가진 작품을 만든다는 것을 “참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시가에 불을 붙이며 “첸 카이커 감독, 눈빛이 아주 예리하던데요?”라고 말하고, 장난기 어린 웃음을 흘리는 것을 잊지 않으며. 

내친 김에 『상도』 이후 작가의 새로운 장이 펼쳐지는 것 같다고 운을 띄어 본다. 『상도』의 성공, 20년 만의 소설집 출간, 새로운 소설 집필 시작, 작품의 드라마화와 영화화.... 작가는 어떻게 하다 보니까 이렇게 되었다며, 겸손해한다. 하지만 봄이 되어야 씨를 뿌리고, 가을이 되어야 열매를 맺는다는 불교의 시절 이론을 말하는 모습에서 열심히 씨를 뿌렸을 그의 봄 시절을 떠올려본다. “하다 보니 이렇게 갑자기 열매를 많이 맺게 되었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작가는 지금 문학 청년이었을 때보다 글에 대한 열정이 더 강해졌고 글을 쓰는 즐거움도 더 많이 느끼고 있다는 거다. 그래서 그는 사람들에게 “앞으로 열심히 글을 쓸 거라”고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소설집 『달콤한 인생』

『별들의 고향』으로 70년대를 평정하고, 이후 『길없는 길』『왕도의 비밀』『상도』 등 연이은 안타와 홈런으로 우리나라 최고의 인기작가가 되었지만 사실 그는 「타인의 방」「깊고 푸른 밤」등의 빼어난 단편으로 문단에서 촉망 받는 작가였다. 그의 말마따나 “『별들의 고향』이 작가의 팔자가 되어” 이후 마라톤을 주로 띄어 온 그가 모처럼 100m 스프린터가 되었다. 

『달콤한 인생』에 실린 여섯 작품 중 「이별 없는 이별」은 죽은 누이에게 보내는 헌사로서 100% 자전 소설이다. 어떻게 보면 작가는 저주 받은 운명이다. “관찰자며 일종의 아웃사이더이고 이방인”인 작가는 어떤 상황에 있으면서도 전적으로 그 곳에 끼여들 수가 없다. “누나가 죽었다고 작가가 거기에 완전히 몰입하게 되면 그건 작가로서의 자격이 없는 거라고” 잘라 말한다. 하지만 작가의 그러한 운명은 비극이자 특권이기도 하다. 내 누나의 죽음에 마냥 슬퍼하지 못한다는 것은 비극이겠지만 또한 누나를 통해 사람들이 자기 누나를 한번쯤 생각해보고 가슴 뭉클해지게 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소설은 성공한 셈이며, 그 자체가 작가의 특권이 아니겠는가.

「달콤한 인생」은 제목이 좋아 표제작으로 냈다. 원래 제목은 <아름다운 인생>이었는데, 더 좋은 제목이 없을까 고민하던 차에 이탈리아 영화에서 제목을 따왔다. 작가는 대하소설에 해당하는 한 사람의 인생을 단편소설에 담아보고 싶었다. 아무리 사람에게 고통스러운 인생이라 하더라도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지하철 몇 정거장, 그 정도 스쳐 지나갈 만한 낯선 풍경에 지나지 않”으며, “고통은 쓰라리지만 한 발자국 물러나 보면 달콤함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작가는 말한다. “지금 연재하는 <海神>과 집필 예정인 지저스 크라이스트의 일대기를 마무리하면 다시 중,단편을 쓰고 싶어요.” 문학평론가 우찬제의 말처럼 “끊임없이 자기 세계를 갱신하며 소설의 깊이를 추구”해 온 작가 최인호는 이제 새로운 길을 찾아 씨 뿌리기 작업을 하고 있다.


최인호의 진면목 

1986년 『잃어버린 왕국』을 시작으로 『길 없는 길』『왕도의 비밀』『상도』 등 역사소설을 계속 써왔지만 사실 작가는 “역사에 관심이 없었고 역사소설을 쓰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한다. 작가가 말하는 자신의 특징은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를 떠나 본 적이 없는 `도시 작가'라는 것. 

“사실 우리나라에는 도시 작가가 드물어요. 보통 전라도, 경상도, 충청도에서 올라온 사람들이라구. 그들은 서울에서 타인이라구. 항상 그들에게 서울은 묘사되고 있지만 그들에게 서울이라는 도시는 극복해야 할 대상이라고. 그러니까 하숙생의 눈으로 서울을 보는 거라고. 나는 아니야. 나에게 있어 서울은 극복해야 할 그 무엇도 아니고 그저 삶 자체라고. 그 점은 『별들의 고향』에서부터 나타나죠. 경아는 서울에서 산다고. 골목에서 살다가 골목에서 죽어나지. 「타인의 방」을 쓸 때만 하더라도 서울에 아파트가 마포아파트 하나 밖에 없었어요. 난 그 때 아파트에 살지는 않았지만 아파트에서의 삶을 썼다?. 그 소설을 지금 읽어도 전혀 낡지가 않아. 왜냐하면 도시 생활이라는 것이 어떻게 보면 아파트 생활이니까. 나에게 있어 광화문, 나에게 있어 남산, 나에게 있어 한강은 말하자면 삶의 근원이라고.”

도회성의 장점은 균형감각이며, 그것은 일면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느낌으로 나타난다. 그의 도시적 감각은 『달콤한 인생』에 수록된 「이상한 사람들」에도 잘 보여진다. `포플러' `침묵은 금이다' `이 지상에서 가장 큰 집' 그리고 이번에 새로 삽입한 `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로 이루어진 「이상한 사람들」 전편은 마르케스적인 몽환성과 환상성으로 가득 채워지고 있다. 

“그것이 바로 나의 진면목이에요. 내 소설이 사실 모두「이상한 사람들」처럼 몽환적인 면을 가지고 있다고.『상도』에도 그런 면이 있어요. 내가 리얼리즘적인 작품을 쓴다고 하더라도 거기엔 어쩔 수 없이 몽환적인 면이 들어가 있어요. 「깊고 푸른 밤」을 쓴다고 하더라도 그렇다고. 그것은 내 작품의 체질적 특징이니까. 그게 바로 최인호의 특징이에요. 매력일 수도 있겠고.”

 작가 최인호의 도시적 감각이 소설에는 초현실적인 면모로 등장했다면 그의 인생에서는 개인주의라는 정치적 입장으로 나타났다. “너에게 관여하지 않을 테니 너도 나한테 관여하지 말라”를 주장하는 개인주의자 최인호는 1970년대의 문단에서 반체제와 체제 간의 싸움이 있었을 때 철저히 `비체제'로 일관했다. 그것을 그는 작가적으로 손해를 본 부분도 있었다고 기억한다. 비체제라는 것이 체제 쪽에서 보면 퇴폐주의자이고, 반체제에서 보면 기회주의자이자 상업주의자였기 때문이다. 

개인주의자적 면모가 좋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는 그것을 자신의 특징으로 완전히 받아들인다. 몸을 의탁할 `적'이 없이 항상 혼자 떠돌 수 밖에 없어 외롭지만 대신 외로움은 정신적 자유를 주었기에 그는 행복하다. 그리고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 그는 100% 자유주의자가 되기를 원한다. 작가는 “그것은 아주 위대하지. 모든 것을 초월할 수 있을 때 그럴 수 있지. 정말 도통해야지” 하며 다리를 탁자 위에 올린다. 그리고 가늘게 눈을 뜨고 창문 밖 먼 산을 바라본다. 나는 비밀을 알고 있어,라고 말하는 듯한 예의 그 장난기 어린 웃음을 역시 입가에 머금고 말이다.

작가는 요즘 아침 6시에 일어나 근처 청계산에 다녀온 후 작업을 하고 저녁 9시에 잠자리에 드는 “수도사 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 “사람들을 많이 만나면 확실히 집중력이 떨어진다”며 30년 동안 함께 살아온 “마누라와 텔레비전 보고 탤런트들 욕도 하며” 둘이서 논다고 한다. 컴퓨터로 작업한 글은 “마치 기계로 만든 칼국수” 같고 왠지 “정형 수술한 느낌”이 들어 지금도 원고지 위에 한 글자, 한 글자씩 새긴다. 가슴팍에 베개 두어 개 괴어넣고 엎드려서 “처절하게” 글을 쓴다고 말하며 활짝 웃는 그의 모습이 “혼자 흥에 겨워 곡조도 없이 콧노래 부르며 설거지 하는 아낙네”처럼 마냥 신나고 자유롭게 느껴진다.




[관련 기사]

-소설가 최인호 별세, ‘책 표지에 사진이 실린 최초의 작가’
-이순(耳順)에 『유림』 출간한 작가 최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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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호
26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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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점슛돌이

2019.10.19

1명 신청합니다. 현재 군복무 중인 군인이자 작가지망생인 청년입니다. 10월31일 휴가를 나갈 예정인데 때마침 페터 한트케 특별 강연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이렇게 신청합니다. 페터 한트케의 작품 '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이라는 책은 저에게 정말이지 너무나도 큰 영감과 감동을 주었습니다. 그의 글에는 항상 알 수 없는 그 무언가가 독자들에게 심심찮은 영향을 끼치는 것만 같습니다. 그런 그의 글에 대한 얘기를 들을 수 있다면 평생 기억에 남을 휴가가 될 것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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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ffany75

2019.10.19

1명신청합니다.노벨수상작 독서토론진행자로서 꼭 번역자와 문학평론가님의 강의를 통해 작가의 심오한 작품세계를 알고 싶습니다.꼭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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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cky

2019.10.17

1명 신청합니다! 노벨수상작을 수상하시기 까지 믾은 고난과 역경을 건너셨을텐데 그 꾸준하게 글을 쓰신 동기와 노력을 하게된 이유들이 궁금핮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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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희

독서교육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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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호

1945년 서울에서 3남 3녀 중 차남으로 출생한 최인호는 서울중·고등학교를 거쳐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서울고등학교(16회) 2학년 재학 시절인 1963년 단편 「벽구멍으로」로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가작 입선하여 문단에 데뷔하였고, 1967년 단편 「견습환자」가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이후 본격적인 문단 활동을 시작하였다. 작가는 1970~80년대 한국문학의 축복과도 같은 존재였다. 농업과 공업, 근대와 현대가 미묘하게 교차하는 시기의 왜곡된 삶을 조명한 그의 작품들은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확보하며 문학으로서, 청년 문화의 아이콘으로서 한 시대를 담당해 왔다. 1975년부터 월간 샘터에 연재소설 『가족』을 연재하여 자신의 로마 가톨릭 교회 신앙과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를 썼다. 『가족』은 한 편 한 편이 짧은 연작소설이지만 우리 인생의 길고 긴 사연들이 켜켜이 녹아있는 한국의 ‘현대생활사’이다. 1990년대 들어서부터는 우리의 역사에 천착하며 한민족의 원대한 이상에 접목하는 날카로운 상상력과 탐구로 풍성한 이야기 잔치를 열어왔다. 1973년 스물여덟의 나이에 파격적으로 조선일보에 소설 『별들의 고향』을 연재하게 되었다. 이 소설은 신문에 연재될 때부터 화제가 되더니 단행본으로 묶여 나오자 단숨에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또 얼마 뒤에는 이장호 감독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져 크게 인기를 모은다. 이후 「술꾼」, 「모범동화」, 「타인의 방」, 「병정놀이」, 「죽은 사람」 등을 통해 산업화의 과정에 접어들기 시작한 한국사회의 변동 속에서 왜곡된 개인의 삶을 묘사한 최인호는 "1960년대에 김승옥이 시도했던 ‘감수성의 혁명’을 더욱 더 과감하게 밀고 나간 끝에 가장 신선하면서도 날카로운 감각으로 삶과 세계를 보는 작가"라는 찬사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호스티스 작가’, ‘퇴폐주의 작가’, ‘상업주의 작가’라는 달갑지 않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1980년대와 1990년대에도 일간지와 여성지 등을 통해 『적도의 꽃』, 『고래 사냥』, 『물 위의 사막』, 『겨울 나그네』, 『잃어버린 왕국』, 『불새』, 『왕도의 비밀』, 『길 없는 길』과 같은 장편을 선보이며 지칠 줄 모르는 생산력과 대중적인 장악력을 보여준 최인호는 2001년 『상도』의 대성공 이후 제 2의 전성기를 맞으며 거듭나는 작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밖에도 군부독재와 급격한 산업화라는 1970년대의 특수한 시대적 상황에서 관심을 끌지 못하던 장르인 시나리오에도 관심을 가져 『바보들의 행진』『병태와 영자』『고래 사냥』 등을 통해 시대적 아픔을 희극적으로 그려냄으로써 그 만의 독특한 시나리오 세계를 구축하였다. 이렇게 꾸준한 관심의 결실로 1986년엔 영화 「깊고 푸른 밤」으로 아시아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하며, 분야들의 벽을 허물고 다양한 길을 보여주었다. [샘터]지에 34년 6개월 간 연재한 '가족'을 건강상의 이유(2008년 발병한 침샘암 투병중)로 2010년 2월을 기해 연재중단을 선언하였다. 2010년 1월에는 죽음과 인생에 대해 성찰하는 내용을 담은 에세이집 『인연』을 출간하였고, 2010년 2월에는 어린이를 위한 동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를 선보였다. 2011년에는 투병 중 집필한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를 발표하며 등단 이후 왕성하게 활동을 했던 ‘제1기의 문학’과, 종교·역사소설에 천착했던 ‘제2기의 문학’을 넘어, ‘제3기의 문학’으로 귀착되는 시작을 알렸다. 이 소설로 2011년 동리목월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암 투병 중에 병세가 악화되어 2013년 9월 25일 오후 7시 10분에 향년 68세로 사망하였다. 최인호는 1970년대 청년 문화의 중심에 선 작가다. 세련된 문체로 ‘도시 문학’의 지평을 넓히며 그 가능성을 탐색한 그는 황석영, 조세희와는 또 다른 측면에서 1970년대를 자신의 연대로 평정했다. 1970~80년대 한국문학의 축복과도 같은 존재였다. 농업과 공업, 근대와 현대가 미묘하게 교차하는 시기의 왜곡된 삶을 조명한 그의 작품들은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확보하며 청년 문학의 아이콘으로서 한 시대를 담당했다. ‘최연소 신춘문예 당선’, ‘최연소 신문 연재 소설가’, ‘작품이 가장 많이 영화화된 작가’, ‘책 표지에 사진이 실린 최초의 작가’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었으며, 담배를 피우지 않는 대신 시거를 피웠다. 아침 여섯 시에 일어나 청계산에 오르는 생활 습관이 있었으며 컴퓨터로 작업한 글은 "마치 기계로 만든 칼국수" 같고 왠지 "정형 수술한 느낌"이 들어 지금도 원고지 위에 한 글자, 한 글자씩 새겼다. 소설집으로 『타인의 방』, 『잠자는 신화』, 『개미의 탑』, 『위대한 유산』 등이 있으며, 『별들의 고향』, 『도시의 사냥꾼』, 『잃어버린 왕국』, 『길 없는 길』, 『상도』, 『해신』, 『유림』,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등의 장편소설을 발표했다. 수필집으로는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 『천국에서 온 편지』, 『최인호의 인생』 등이 있다. 작고 이후 유고집 『눈물』, 1주기 추모집 『나의 딸의 딸』, 법정스님과의 대담집 『꽃잎이 떨어져도 꽃은 지지 않네』, 문학적 자서전이자 최인호 문학의 풋풋한 향기를 맡을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작품집 『나는 나를 기억한다 1, 2』, 세 번째 유고집 『누가 천재를 죽였는가』, 네 번째의 유고집 『나는 아직도 스님이 되고 싶다』와 5주기 추모작 『고래사냥』이 재간행되었다. 현대문학상, 이상문학상, 가톨릭문학상, 불교출판문학상, 현대불교문학상, 동리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2013년 ‘아름다운 예술인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되었고, 은관문화훈장이 추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