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래의 『전태일 평전』을 읽다
이 책의 초판이 나왔던 해는 1983년이다. 나는 1980년대 말에 이 책을 처음 읽었다. 그때 내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대목은, 전태일이 평화시장 재단사들을 규합해서 만들었던 모임의 이름이었다. 전태일은 근로기준법에 여덟 시간만 노동하도록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것을 몰랐으니 바보가 아니었느냐”면서 모임을 ‘바보회’로 정한다. 지혜로워지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들이 바보라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글ㆍ사진 채널예스
2007.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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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26. 조영래의 『전태일 평전』(돌베개, 2001, 2차 개정판)을 읽다.

이 책의 초판이 나왔던 해는 1983년이다. 나는 1980년대 말에 이 책을 처음 읽었다. 그때 내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대목은, 전태일이 평화시장 재단사들을 규합해서 만들었던 모임의 이름이었다. 전태일은 근로기준법에 여덟 시간만 노동하도록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것을 몰랐으니 바보가 아니었느냐”면서 모임을 ‘바보회’로 정한다. 지혜로워지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들이 바보라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아주 불길하게도, 이 깨달음은 그를 분신으로 이끌어 간다. 역사서나 평전을 읽다 보면 ‘이 사람은 하늘이 지상으로 내려 보내준 사람’이라는 확신을 느끼게 만드는 사람이 있다. 바로 전태일이 그런 사람이다. 그는 많이 봐줘 봤자 고작 중학교 1학년 정도의 학력밖에 지니지 않았지만, 마르크스가 평생 런던의 왕립 도서관을 출입하며 벼리었던 노동의 원리와 변증법을 혼자서 깨달았다. 바보인 줄 알아야 비로소 지혜로워질 수 있는 것처럼, “내가 죽어야, 살 수 있다”는 것을 그는 동시에 깨달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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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일의 독서일기 7
장정일 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07월
‘독서일기’라는 제목으로 1993년부터 꾸준히 출간되어온 『장정일의 독서일기』 그 일곱 번째 권. 이번에는 2003년 4월부터 2007년 3월까지 87편의 독서일기를 추려 담았다. 일곱 번째 독서일기에서 장정일은 에세이를 포함한 문학 분야 40권과, 사회 비평을 비롯해 예술과 동서양의 역사,정치,인물을 포함한 인문 분 44권, 과학과 실용 분야로 분류되는 3권 등 총 87권의 도서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 운영자가 알립니다.
<장정일의 독서일기>는 랜덤하우스 코리아와의 제휴에 의해 연재되는 것이며, 매주 수요일 총 2개월 간(총 8편) 연재될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조영래 #전태일 평전
2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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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nose

2012.05.11

이거 뒷내용도 더 있는게 아닌가요? 이것만으로는 그냥 줄거리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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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gas

2007.08.24

책으로 묶이기 전에, 여기서 발표되는 거죠? 와우 반갑네요. 짧막하고, 때론 관련지식을 풀어쓰는 내용이 좋습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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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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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일

어린 시절의 꿈은 '동사무소의 하급 공무원이나 하면서 아침 아홉 시에 출근하여 다섯 시면 퇴근하여 집에 돌아와 발씻고 침대에 드러누워 새벽 두 시까지 책을 읽는 것'이었다 한다. 책읽기는 그가 그토록 무서워하고 미워했던 아버지로부터의 유일한 탈출구였다. 학교를 싫어했던 그는 삼중당문고를 교과서 삼아 열심히 외국 소설을 독파했고, 군입대와 교련을 거부하는 '여호와의 증인'이라는 핑계로 드디어 1977년 성서중학을 끝으로 학교와의 인연을 끊는다. 그러나 1979년 폭력범으로 소년원에 수감되면서 그는 학교와 군대의 나쁜 점만 모아놓은, 세상에서 가장 몹쓸 지옥인 교도소 생활을 경험하게 된다. 이때의 경험은 「하얀몸」을 비롯한 그의 시의 바탕이 된다. 오랜 정신적 방황을 겪은 그는 박기영을 스승으로 삼아 시를 배우기 시작하여 마침내 1984년 무크지 『언어의 세계』에 「강정 간다」외 4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한다. 이후 『시운동』동인으로 활동하면서 왕성한 시작 활동을 하였고, 1987년에는 희곡 「실내극」이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극작활동도 시작한다. 그리고 같은 해 시집 『햄버거에 대한 명상』으로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하고 연이어 시집 『길안에서의 택시잡기』를 발표하면서, 지금껏 문단에서 경험해본 적이 없던 '장정일'이라는 '불온한 문학'이 드디어 '중앙'에 입성했음을 알린다. 1988년 『세계의 문학』 봄호에 단편 「펠리칸」을 발표하면서 소설가를 겸업하기 시작한 그는 소설집 『아담이 눈뜰 때』(1990), 장편 『너에게 나를 보낸다』(1992), 『너희가 재즈를 믿느냐』(1994)를 연이어 발표하고 이 소설들이 모두 같은 제목의 영화로 만들어지며 '장정일'은 드디어 우리 문화의 뚜렷한 코드 상징으로 자리잡는다. 그러나 1996년 『내게 거짓말을 해봐』를 발간한 후 그가 파리에 있는 그의 아내인 소설가 신이현을 만나러 출국한 사이, 한국에서는 외설시비가 일어나고 자신의 소설이 작품성과는 상관없이 포르노로 규정받고 있던 그해의 마지막날, 장정일은 파리에서 자진 귀국하여 당당히 자신의 작품에 대해 변론한다. 그러나 영화 <거짓말>이 무죄판결을 받은 것과 대조적으로, 법원의 최종판결은 유죄. 그리고 또 한번의 구속으로 이어진다. 당시 그의 변호를 맡은 변호사 강금실은 후에, 『장정일 화두, 혹은 코드』라는 책에서 당시의 장정일과 재판에 대한 글 <장정일을 위한 변명>을 썼다. 그 사이 한국에서의 평가와는 달리 『내게 거짓말을 해봐』는 일본에서 발간되는 등 해외에서 더 호평을 받고, 그는 스스로 대표작으로 꼽는 『중국에서 온 편지』(1999)와 자전적 소설 『보트하우스』(2000)를 펴낸다. 그의 '독자 후기'를 모은 『장정일의 독서일기』도 5권까지 펴내며 그는 지금 대구에서 평생 소원인 책읽기와 재즈듣기로 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한다. "머리같이 쓸데 없는 데서는 한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노모가 바리깡으로 직접 깎아주는 빡빡 머리와 헐렁한 골덴 바지 그리고 청색 면 티 차림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