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콘서트] 엄마에게도 엄마가 필요하다 - 『엄마를 부탁해』신경숙, 『불량한 자전거 여행』 김남중
성우 서혜정의 목소리와 가수 하림의 목소리로, 『엄마를 부탁해』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건드리는 대표적인 두 대목이 낭독됐다. 특히 하림은 고향이 해남이라 했는데, 전라도 사투리의 억양을 살려가며 다소 우스꽝스러울 수 있을 법한 분위기로 낭독을 시작했는데, 이 역시 뭉클했다. 뭉클한 기분이 삽시간에 사람들 사이를 휘돌았다.
글ㆍ사진 채널예스
2009.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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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남’ ‘진한 땀’의 감동적인 의미를 환기하다 - 『불량한 자전거 여행』

『불량한 자전거 여행』의 김남중 작가. ‘몸은 서른여덟, 마음은 스물두 살. 먼 곳에 가면 동화가 더 잘 써진다고 믿기에 일 년에 서너 달은 여행 중인 동화 작가’라고 책날개에 소개돼 있고, 북 콘서트의 사회자도 그렇게 말했다. 과연 그는 유수의 동화 작가이고(그가 2006년 『자존심』으로 올해의 예술상을 받은 것은 많은 수상 경력 중 작은 예의 하나이다), 매년 5월과 8월에는 팀을 결성해(주로 대학생들) 함께 자전거 여행을 떠나는 자전거 여행 전문가이다. 한 달 반쯤 전에 독도에 다녀왔고, 행사 전날에는 전남 장흥 일대를 다녀왔다는 것으로 작가는 말문을 열었다. “학원이라는 게 아예 없어서, 아이들이 학원 한번 다녀보고 싶어 하는 그런 곳”이라고 작가는 장흥을 짧게 표현했다. 좋았다는 뜻일 거다. 이 짧은 말에서 그의 많은 것들이 전해졌다. 닮았구나, 나와. 책을 읽을 때도 동질감 같은 걸 느꼈던 게 우연은 아니었구나 싶었다.

자전거 여행은 작가에게 어떤 의미일까? “새들이 알에서 깨어나오면 처음 보는 것이 엄마인 줄 알고 따라다니는 것처럼, 내게는 어린 시절 이래 늘 눈앞에 있던 자전거가 그런 존재였다.” 과장하면 운명처럼 그는 아주 어린 나이에 자전거와 만났던 것이다. 어쩌면 그건 작가 인생의 행운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자전거로 여행하기’라고 하는 우리 시대 최고의 삶의 방식이 자연스럽게 체득된 것일 테니 말이다. 작가가 말하는 자전거 여행의 매력은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다는 것, 가고 싶을 때 갈 수 있다는 것, 자기가 여행을 주도할 수 있다는 것, 하면 할수록 몸과 마음이 가벼워진다는 것”이라 한다. 우리가 삶에서 꿈꾸는 게 바로 저런 것 아닐까? 자전거 여행에 급히 호감이 가는 순간. 자전거를 배워야겠다고 생각하게 되는 순간.

그는 동화를 ‘아이와 어른이 함께 읽는 책’이라고 했다. 문학의 큰 힘 중 하나가 치유와 회복이라면 동화야말로 그 힘을 한껏 발휘하는 장르일 수 있다는 것. 『불량한 자전거 여행』은 정말 작가가 말한 그런 힘을 가진 책이다. 부모의 불화와 파경 과정을 지켜보는 6학년 호진이가 돌연 삼촌의 자전거 여행 팀에 합류하여 겪어내는 1,100킬로미터, 9일간의 여정 그리고 성장, 화해의 모색이 담담하고도 감동적으로 그려져 있다.


‘안녕’이라고 쓰자 나는 마음이 울컥했다. 나는 방을 한 번 돌아보고 방문을 잠갔다. 내일 아침까지는 들키지 않을 거다. 나는 고양이 걸음으로 걸어가 신발을 신고 문을 열었다. 조심했지만 문소리가 났다. 그래도 안방과 작은방 문은 열리지 않았다. 엄마는 아빠가 나간다고 생각할 것이다. 아빠는 엄마가 나간다고 생각할 거다. 무관심이 고마운 건 처음이었다.(p.25)

사회자가 읽어준 대목이다. 짧은 글 안에 많은 의미가 포함돼 있다. 이쯤에서 게스트로 참여해 노래 두 곡을 불러준 ‘하찌와 TJ’의 TJ 태준은 자기가 태어나서 한 번도 쉬지 않고 단숨에 읽은 ‘두 번째 책’이라며 진한 부산 사투리 억양으로 추임새를 넣었다. 웃음이 번졌다. 그러고 보니 ‘하찌와 TJ’는 참 묘한 조합이다. 일본인 뮤지션 하찌(본명 가스가 히로후미ㆍ55)와 TJ(본명 조태준ㆍ30)가 신촌에서 우연히 만나 듀삿를 이루었다고 하는데, 1970년대 일본에서 인기를 누렸던 밴드 ‘칼멘 마키 앤 오즈’(Carmen Maki & OZ)의 기타리스트였던 하찌가 1985년 우연히 한국에 왔다가 꽹과리에 반해 무작정 정착했다는 일화도 예사롭지는 않다. 하찌는 한국 체류를 오랜 휴가라고 표현하면서 이제 한국은 외국이 아니므로 자신은 새로운 여행에 목이 마르다는 식의 이야기를, 꽤 잘하는 한국어로 했다. 유쾌한 두 사람이었다.

그러니, 우리도 떠날까? 딸아?

지난 8월 작가는 ‘부모 자녀’ 독자 15쌍과 1박 2일의 자전거 여행을 다녀왔다고 한다. 책 속 주인공들처럼 아이들의 눈에서 눈물을 쏙 빼주고 싶었는데, 함께 온 부모들 때문에 그저 즐겁게만 다녀왔다고 아쉬움을 에둘러 표현했다. “울어서는 안 되는 길인데 우는 아이, 쥐가 나면 안 되는 길에서 쥐가 난 아이들이 있었다.”고 했던가? 그랬을 것이다. 아이들이 대개는 약하니까. 강함을 끄집어낼 기회조차 우리 아이들에게는 잘 주어지지 않으니까.

아무튼 이 책을 읽으면 자전거 여행을 해보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가 솟구친다. 일상에서 해소되지 않는 것들을 가슴에 쌓아두지 않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그런 사람들을 위한 작가의 조언.

“처음에는 혼자 가지 마라. 가급적이면 먼저 가봤던 사람, 잘 아는 사람과 동행하고 나중에 자기만의 스타일을 찾아 혼자 여행해도 된다. 물론 어느 경우에나 떠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또 하나, 스타일에 따라 비행기 타는 것만큼 비싸게 다닐 수 있지만, 싸게 다니려 하면 거의 무일푼으로도 할 수 있는 게 자전거 여행이다. 몇 차례 경험을 통해 자기 스타일의 자전거 여행이 생기면 그쪽으로 가면 된다. 시골에 사시는 외로운 할머니들을 자극해 그분들 곁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것도 하나의 스타일이다.(웃음)”

이쯤에서 중요한 팁 하나. 자전거 여행을 하면 살이 빠지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할 것. 밥도 두 배로 늘고, 간식, 물, 아이스크림 등 보이는 대로 다 먹어야 자전거 여행이 가능하다는 저자의 천둥 같은 말씀이 있었다. 이어 작가는 실망한 청중을 대상으로 책 한 대목을 읽어주었다.

멀리 떠나 보니 알 것 같다. 우리 식구도 함께 흘리는 땀이 필요하다. 함께 움직여 흘리는 땀. 자전거는 즐겁게 땀을 흘리게 해 준다.(p.215)

만약 문제가 있다면(사실 우리 모두에게 문제는 있다), 자전거 여행 한 번 떠나보시라. 다만, 거기에 해답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작가는 말했다. 문제에 부딪힐 기운이 생긴다고 했다. 책도 좋았지만 작가와 만나서 더 좋았던 대화의 시간이었다. 그러니, 우리도 떠날까? 딸아?


하찌와 TJ가 자신들의 노래 중 자전거라는 말이 들어가는 「축제의 밤」(2006년 발매한 음반 <하찌와 TJ - 행복> 수록곡)을 불러주고 내려간 뒤 ‘여자 플라이투더스카이’로 불린다는 여성 듀오 투앤비가 등장해 노래 실력과 그에 버금가는 미모, 재치를 보여주었다. 이들은 지난 11월에 <투앤비 (2nb) 2집 - 2comfortable>으로 돌아왔으며 새 앨범의 3번 트랙 「뻔한 여자」를 열창했다. 가창력으로 승부한다는 사회자의 말이 허언은 아니었다.

가슴 안으로 덥고 마른 바람을 들여오는 책 - 『엄마를 부탁해』

“사랑할 수 있는 한 사랑하라.”라고 하는 리스트의 말로 시작되는 책. 최단 기간 밀리언셀러, 올해 최고의 베스트셀러, 13개국으로 판권 수출. 바로 『엄마를 부탁해』이다. 작가는 독자 인사를 해달라는 사회자의 요청에 그저 “고마워요.”라고 했다. 사회자의 당황한 표정이라니. 구구절절 무슨 수식어를 붙이지 않는 건 신경숙 작가 특유의 어법인 듯이 보였다. 게스트로 참석한 가수 하림은 이 책이 장가 안 간 30대의 아들에게는 효심을 자극하는 책이라고 해, “고마워요”에 이어 큰 웃음을 이끌어냈다.

“사회자 : 작가는 글 쓸 때 어떤 음악을 듣는가?”

“그냥 나를 방해하지 않는 음악. (이때 작가가 하림을 미안한 듯이 쳐다보며 웃음) 『외딴방』 쓸 때는 로스트로포비치와 리오스카 하모니카 연주곡들을 들었다. 정해놓은 건 없고 작품을 쓸 때 떠오르는 음악을 반복해 듣는다. 『기차는 7시에 떠나네』 때는 노래가 있으니까 들었다. 8시에 떠나는 거지만.(<내 조국이 가르쳐 준 노래 - 아그네스 발챠> 중 「기차는 8시에 떠나네」). 사실 ‘나를 방해하지 않는’이라는 건 가사가 없는 피아노, 첼로 등의 연주곡들이라는 뜻이다. 하림 씨가 섭섭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하림: 나도 음악하면서 책 못 보기는 마찬가지다.(웃음)”

“2009년에 뭘 열심히 들었느냐는 질문이 있기에 하림 씨의 노래 「출국」(<하림 Hareem (河琳) - 다중인격자 (多重人格者)> 수록곡)을 이야기하려고 마음먹고 나왔는데, 잘 안 됐다. 하지만 음악 하는 사람들은 대단하다. 천재들이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웃음)”


『엄마를 부탁해』를 오디오북으로 제작한다는 이야기가 이어졌다. 다문화 가정, 시각 장애인 그리고 글을 읽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100만 부 돌파 시점을 기해 출판사 측에서 오디오북을 제작해 아름다운 재단에 기증한 것이다. ‘판매’가 아니라 ‘기증’이었구나. 언젠가 이 출판사에서 점자 형태로 그림책을 제작했던 일이 떠올랐다. 당시 접했던, 손가락으로 읽는 그림책(『나무를 만져 보세요』-스프링북/점자 촉각 그림책)은 감동이었다. 제작에 참여한 성우 서혜정이 무대로 나왔다. 미국 드라마 에 나온 스컬리의 음성으로 유명한 사람. 등장하자마자 스컬리의 음성을 들려주고, 예능 프로그램의 한 대목도 코믹하게 들려주면서 친화력을 뽐냈다. 30만 부 판매 시점부터 이 책의 광고를 녹음하기 시작한 일이 인연이 되어 오디오북까지 함께하게 됐다는 그. 녹음하기 전에 3번 읽고, 책 전체를 3번 녹음했고, 녹음 후에도 반복해 들어서 이 책을 10번 넘게 읽었단다. 한 달 동안 읽은 결과물이 CD로 10장, 8시간 분량이니 생각 이상으로 큰 프로젝트였던 것 같다. 배한성 등의 성우들, 서혜정의 실제 자녀들도 참여하여 녹음 인원만도 30명이 넘었다고 한다.

서혜정은 “이 책의 문장에서 단어를 앞으로 붙여도 말이 되고, 뒤로 붙여도 말이 돼서 읽기 좋았다.”고 했는데, 무슨 말일까 궁금해 책을 뒤적였다. 이를테면 이런 것일까? “뇌졸중이 어떻게 본인도 모르게 지나갈 수 있단 말인가.”(p.72) 이것을 ‘뇌졸중이’에서 끊어 읽어도 되고, ‘어떻게’에서 끊어 읽어도 되는 것? 작가는 이 부분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고 했다. 다만 “글로만 쓰였을 때와 소리로 읽힐 때가 다르다는 걸 많이 느꼈다.”라고만 했다. 당연히 그렇지 않았을까? 책이 전문가의 목소리로 읽혔을 때 작가가 좀 놀랐을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숨을 거둔 아들의 겨드랑이를 감싸고 있는 성모의 손가락들이 길게 뻗어 나와 너의 뺨을 어루만지는 것 같았다. (…) 그제야 여인상 앞에서 차마 하지 못한 한마디가 너의 입술 사이에서 흘러나왔다. 엄마를, 엄마를 부탁해.(pp.281~282)

스무 살의 그에게 졸업 증명서를 가져다주려고 무작정 서울행 기차를 타고 온 엄마와 이불을 덮고 나란히 누워 잔 그 숙직실. 그가 엄마와 그렇게 나란히 누워본 것은 그때가 마지막이었을 것이다. (…) 어서어서 자라라, 했음서도 막상 니가 나보다 더 커버리니까는 니가 자식인데도 두렵데.(pp.92~93)


성우 서혜정의 목소리와 가수 하림의 목소리로, 『엄마를 부탁해』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건드리는 대표적인 두 대목이 낭독됐다. 특히 하림은 고향이 해남이라 했는데, 전라도 사투리의 억양을 살려가며 다소 우스꽝스러울 수 있을 법한 분위기로 낭독을 시작했는데, 이 역시 뭉클했다. 뭉클한 기분이 삽시간에 사람들 사이를 휘돌았다.

지금 당신의 어머니가 무엇을 할 시간인지 아세요?

어느 독자가 모스크바 다녀온 이야기와 차기작의 계획을 물었다.

“작가들 세미나가 있어 모스크바에 다녀왔다. 10월에 갔는데 날씨가 지금 우리나라와 같아서 추위에 떨다가 돌아왔다. 인터넷 서점에 연재하는 「어디선가 끊임없이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가 다음 작품이 될 예정이다. 거기에도 쓴 이야기인데, 모스크바는 한 번도 안 가본 곳이고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곳이라 힘들게 시간을 냈다. 잘 갔다 왔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와는 대조적인 부분이 많지만 자작나무 밑에다 끊임없이 수선화 알뿌리 같은 걸 심는 사람들, 가죽 장갑을 파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이었다. 붉은 광장은 붉은색이 아니었다. 러시아에서 ‘붉은’은 아름답다는 뜻이라 했다. 그러니 붉은 광장은 아름다운 광장인 셈이다.”

또 다른 독자는 어머니와 같이 와서, 어머니에게 퉁명스러워지는 스스로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책의 내용이 작가의 경험이냐고 했다. 이미 많이 들어왔을 질문이겠지만 작가는 기꺼이 대답에 응했다.

“내 경험이 맞다. 책에 있는 딸의 입장에서 쓴 못된 말들, 내가 한 번씩 다 해봤던 말들이다. 아마 어머니를 격의 없이 느끼고 너무 가까워서 자기 자신과 동일시한 게 아닌가 싶은데, 이 작품을 쓰면서 엄마를 아주 조금은 거리감을 두고 생각해보니까 차마 해서는 안 되는 말들을 참 많이 했다는 걸 알게 됐다. 소통이라는 것은 다른 게 아니고, 지금 이 시간에 엄마를 생각할 때 ‘지금 뭘 하고 계실 것이다.’ 하고 짐작할 수 있는 정도로 사는 게 아닐까 한다. 그런 생각조차도 당연히 안 하게 되니까. 이 작품은 효도를 위해 쓴 게 아니어서 민망할 때가 많다. 다만 책에 썼듯이 엄마가 엄마로 ‘태어난’ 사람이 아니고, ‘엄마도 엄마가 필요한 존재라는 것’ 그런 걸 한 번도 인식하지 않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고3 수험생 독자 하나는 『외딴방』이 수능 모의고사 문제로 출제됐는데, 작가로서 어떤 느낌이냐고 했다.

“시험문제로 나오면 나를 싫어하게 될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농담이다. 누군가 문제를 가져다주면서 답이 어렵다기에 들여다봤더니 정말 어렵더라. 문제로 나와서 기분이 어떻다기보다는 내 작품이 문제로 나오면 한 명도 모르는 사람이 없이 다 맞아서 내 책 때문에 누군가의 점수가 깎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웃음)”

처음보다 시간이 갈수록 작가는 담담하고 찬찬하게, 조근조근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처음의 머뭇거림이나 짧은 대답에 대해 작가는 『엄마를 부탁해』 북 콘서트를 세 번 했더니 어쩐지 내가 할 이야기를 미리 다 알고 계시지 않을까, 거기다 새삼 무슨 이야기를 하면 중언부언이 되지 않을까 해서 좀 긴장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책을 생각할 때 기분이 나쁜 사람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고 있는 나 자신도 마음에 들고. 작가로서 나도 내년에 책을 읽는 시간을 충분히 가져야겠다고 생각한다.”는 말로 마지막 인사를 가름했다.

작가의 팬이, 작가가 게재된 신문 기사들을 빼곡히 스크랩한 파일이 소개되고, 하림이 아프리카 칼라하리사막에서 만들었다는 노래 「흙 먼지 바람」의 열창으로 마지막으로 행사가 끝났다. 가격을 올리지 않고 양장본으로 다시 만들어진 『엄마를 부탁해』에 사인을 해주고 있는 작가에게 아주 짧은 인사를 건네고 돌아왔다. 일 년 전 작가 낭독회에서 사인을 받았는데, 일 년 후 다시 작가를 만났다. 2009년 12월 10일. 작가는 나를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나는 작가를 아주 또렷이 기억하게 된 날이다.

#김남중 #신경숙 #엄마를부탁해
4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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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ㅋ

2012.03.27

행사의 마지막은 하림의 흙먼지 바람 뜻깊은 낭독회 음악과 문학이 넘실거렸던 밤이 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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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nose

2012.03.26

저도 나중에 아이 생기면 꼭 같이 여행 해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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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nginbok

2009.12.23

처음 신경숙작가가 낯가림이 심한 사람인가보다라고 생각했었지요. 게스트들이 풀어가는 <엄마를 부탁해>는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책을 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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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

인간 내면을 향한 깊은 시선, 상징과 은유가 다채롭게 박혀 빛을 발하는 문체, 정교하고 감동적인 서사를 통해 평단과 독자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받아온 한국의 대표 작가다. 1963년 1월 전라북도 정읍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 6학년 때야 겨우 전기가 들어올 정도의 시골에서 농부의 딸로 태어난 그녀는 열다섯 살에 서울로 올라와 구로공단 근처에서 전기회사에 다니며 서른 일곱 가구가 다닥다닥 붙어 사는 '닭장집'에서 큰오빠, 작은오빠, 외사촌누이와 함께 한 방에서 살았다. 공장에 다니며 영등포여고 산업체 특별학급에 다니다 최홍이 선생님을 만나 문학 수업을 시작하게 된다. 컨베이어벨트 아래 소설을 펼쳐 놓고 보면서, 좋아하는 작품들을 첫 장부터 끝장까지 모조리 베껴 쓰는 것이 그 수업 방식이었다. 그 후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뒤 1985년 『문예중앙』에 중편소설 「겨울우화」로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하였다. 스물두 살에 등단하였을 때는 그리 주목받는 작가는 아니었다. 1988년 『문예중앙』신인상에 당선된 뒤 창작집 『겨울우화』를 내었고, 방송국 음악프로그램 구성작가로 일하기도 하다가 1993년 소설 『풍금이 있던 자리』를 출간해 주목을 받았다. 『강물이 될 때까지』,『풍금이 있던 자리』,『오래 전 집을 떠날 때』,『딸기밭』, 장편소설 『깊은 슬픔』,『외딴방』,『기차는 7시에 떠나네』 『바이올렛』 등 일련의 작품을 통해 "말해질 수 없는 것들을 말하고자, 혹은 다가설 수 없는 것들에 다가서고자 하는 소망"을 더듬더듬 겨우 말해 나가는 특유의 문체로 슬프고도 아름답게 형상화하여 1990년대를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잡았다. 신경숙의 첫 장편소설 『깊은 슬픔』은 한 여자와, 그녀가 짧은 생애 동안 세상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작가는 그 여자 '은서', 그리고 '완'과 '세'라는 두 남자를 소설의 표면에 떠올려놓고 있다. 그들 세 사람을 맺어주고 환희에 빠뜨리며 절망케 하는 것은 '사랑'이다. 사랑의 올이 얽히고 풀림에 따라, 고향 '이슬어지'에서 함께 자라난 세 사람의 운명은 서로 겹치고 어긋난다. 그러나 『깊은 슬픔』이 정밀하게, 더없는 슬픔과 안타까움이 실린 시선으로, 그리하여 진하고 깊은 감동을 불러일으키며 그려 보이는 것은, 그들의 사랑과 운명이 화해롭게 겹치는 국면이라기보다, 자꾸만 어긋나면서 서로의 기대와 희망을 배반하는 광경이다. 아니, 차라리 그들의 관계에선 겹침이 곧 어긋남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불행했던 과거를 너무 쉽게 잊는다. 신경숙의 『외딴방』은 어제가 있어서 오늘이 있고 내일이 존재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망각한 채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 풍요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어려웠던 그 시절을 되짚어 보게함으로써 현재를 돌아보는 자성(自肖)의 기회를 만들어준다. 또한 이 작품은 작가의 자폐적 기질, 아름다움에 대한 끝없는 동경, 삶의 속절없음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고요히 수납하는 태도 등이 어디서 발원했는지를 알려주고 있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내성의 문학'이라 부를 수 있는 신경숙 문학의 정점이자 제목 그대로 외딴방에서 외롭게 죽어간 한 가여운 넋에 대한 진혼가라 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신경숙은 자신의 체험을 질료로 한 글쓰기에 대한 본능적 두려움과 그럼에도 그것을 넘어서야 한다는 의지 사이의 위태로운 줄타기를 보여준다.『풍금이 있던 자리』는 유부남과 불륜의 관계에 있는 여자가 그 남자와 새로운 삶을 꾸리려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 작품은 전체적으로 이 땅에서 살아가는 여성의 모습을 되짚어준다. 특히 화자의 기억 속에 있는 아버지의 새 여자와 어머니는 극명하게 대비된다. 삶에 찌들어 꾸밈이란 없이 소박하게 가정을 꾸려 나갔던 이 땅을 일구어낸 「어머니」와, 남자들에게 사랑을 받는 이 땅의 「여성」과의 사이, 그 사이를 보여준다. 그 사이 속에는 무시 할 수 없는 사회 통념이 들어가 있다. 「어머니」를 긍정해야하면서 동시에 부정해야 하는 여성들에게 요구되는 이중적 잣대는 있지도 않는 풍금에 대한 환상을 만들어 내고 제 3의 새 여자, 또 다른 화자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것을 작가는 이야기 한다. 2007년 겨울부터 2008년 여름까지 「창작과비평」에 연재되어 뜨거운 호응을 얻은 『엄마를 부탁해』는 섬세하고 깊은 성찰, 따뜻한 시선의 작가의 절정의 기량으로 풀어낸 엄마 이야기이자 엄마를 통해서 생각하는 가족 이야기이다. 늘 곁에서 보살펴주고 무한정한 사랑을 주기만 하던, 그래서 당연히 그렇게 존재하는 것으로 여긴 엄마가 어느날 실종됨으로써 시작하는 이 소설은, 가족들 각자가 간직한, 그러나 서로가 잘 모르거나 무심코 무시했던 엄마의 인생과 가족들의 내면을 절절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 작품은 2011년 'Please Look After Mom'라는 제목의 영문판이 제작되어 출간 전부터 호평을 받고 있으며, 미국 뿐 아니라 유럽과 아시아 22여 개국에 판권이 판매되었다. 일곱번째 장편소설인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는 사랑의 기쁨과 상실의 아픔을 통과하며 세상을 향해 한 발짝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청춘세대를 향한 신경숙 문학의 간절하고 절실한 소통의 발신음이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쳀 시대와 시간을 뚫고 나가 어떻게 서로를 성장시키며 불멸의 풍경이 되는지를 여러 개의 종소리가 동시에 울려퍼지듯 보여준다. 팔 년 만에 출간되는 여섯번째 소설집 『모르는 여인들』은 세계로부터 단절된 인물들과 그들을 둘러싼 사회적 풍경들을 소통시키기 위한 일곱 편의 순례기로, 익명의 인간관계 사이에서 새롭게 발견되는 것들로 가득 차 있다. 작가는 특유의 예민한 시선과 마음을 집중시키는 문체로, 소외된 존재들이 마지막으로 조우하는 삶의 신비와 절망의 극점에서 발견되는 구원의 빛들을 포착해내어 이 시대 진정한 사랑의 의미와 바닥 모를 생의 불가해성을 탐색한다. 2013년에 출간한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명랑하고 상큼한 유머로, 반짝이는 스물여섯 편의 짧은 소설들을 담은 소설집으로, 산다는 것과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에 대한 이야기, 일상의 순간들에 스며들어 그리움이 되고 사랑이 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달에게 우리의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짧은 형식의 글이자, 달이 듣고 함빡 웃을 수 있는 이야기들을 엮었다. 이외의 작품으로 소설집 『강물이 될 때까지』, 『감자 먹는 사람들』, 『오래 전 집을 떠날 때』, 『딸기밭』, 『종소리』, 장편소설 『기차는 7시에 떠나네』, 『바이올렛』, 짧은 소설집 『J이야기』, 산문집 『아름다운 그늘』, 『자거라, 내 슬픔아』, 『산이 있는 집 우물이 있는 집』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