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이여, 독보적인 프로가 되라 - 『구본형의 필살기』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소장이며, 한국 IBM에서 20년간 경영혁신 실무를 담당한 전문가. 변화경영 분야에서 한 획을 그으며 강연과 칼럼, 활발한 저술 활동을 하고 있다는 ‘구본형’ 작가. 우스꽝스러운 가면을 쓰고 나타나 웃음으로 긴장을 풀어주며 강연을 시작한 그의 첫 마디는…
글ㆍ사진 채널예스
2010.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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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6시에 나와서 밤 11시 30분이 넘어서야 집에 들어갈 수 있었던 고3 시절. 이해도 못 하는 삼각함수와 미적분, 화학기호들과 씨름을 했던 이유는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서였다. 학문의 상아탑이라는 대학에 들어가면 3단계 변신로봇처럼 멀리멀리 날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대학생 때는…… 정말 취직만 하면 독일의 아우토반은 아닐지라도, 내 앞길에 갓 포장된 도로가 100km는 펼쳐질 줄 알았다. 그 도로를 사뿐사뿐 즈려밟으며 원하는 곳 어디라도 갈 수 있을 줄만 알았다.

‘남의 돈 먹기가 쉬울 줄 아니?’ 이것은 딜레마다. 이 짧은 문장 안에는 직장인의 비애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돈을 대가로, 회사에 일정량의 노동을 제공한다. 하지만 내게 떨어진 일거리들은 적성에 맞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이 일을 죽을 때까지, 적어도 은퇴할 때까지 할 자신이 없다!


살아남는 법 : 1인 기업가가 되라


큰 강당을 빌린 『구본형의 필살기』 저자 강연회는 양복 차림의 직장인들로 가득했다. 강당에 모인 직장인들에게, 저자는 분명 ‘스타’였다. 그동안 구본형 작가가 펴냈다는 17권의 책을 보고 팍팍하기만 한 직장 생활을 견딜 수 있었다고 말하는 그들은 과연 무슨 생각으로 찾아왔을까. 초조한 마음으로 시계를 보며 퇴근을 서둘렀을 게 분명한 그들은 저자에게 무엇을 원하는 것일까.

변화경영연구소 소장이며, 한국 IBM에서 20년간 경영혁신 실무를 담당한 전문가. 변화경영 분야에서 한 획을 그으며 강연과 칼럼, 활발한 저술 활동을 하고 있다는 ‘구본형’ 작가. 우스꽝스러운 가면을 쓰고 나타나 웃음으로 긴장을 풀어주며 강연을 시작한 그의 첫 마디는 “나이가 들면 잃게 되는 게 무엇일까요. 건강, 일, 사람입니다”라는 다소 섬뜩한 예언. 건강은 자연에 순응해야 하지만, ‘일과 사람’은 충분히 노력 여하에 따라서 잃지 않아도 된다며 달콤한 사탕으로 청중을, 소위 말해, ‘꼬셨다’.

은퇴 후에도 일을 하고 싶으면 평생의 직업을 얻고, 1인 기업가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저자. 그가 말하는 1인 기업가의 특징은 자유롭고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1인 기업가란 특화된 서비스를 계약에 따라 제공하는 전문가들이다. 조직으로부터 홀로 떨어져 나와 일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한 회사에 속해서 그 회사만을 위해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 역시 1인 기업가다. 1인 기업가란 어디서 어떤 형태로 일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하나의 정신적 태도다. 어디에 있던 ‘스스로 경영자라 생각하고 지금 자신이 하는 일을 비즈니스라고 생각하여 차별적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자신의 강점을 활용하는 사람’은 모두 1인 기업가인 것이다(p.34)

1인 기업가가 되기 위해서 저자가 꼽는 조건 세 가지.

- 자신만의 차별적 필살기를 가질 것
- 사회에 내 놓을 수 있는 브랜드 파워를 가질 것
-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을 찾을 것


떠나지 않고, ‘나’를 바꾼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난다”는 옛말이 있다. 답답하기만 한 현재의 직장을 훌쩍 떠나버리면 답이 나올 것만 같다. 하지만 저자는 떠나지 않고 나를 바꿈으로서 회사에서 인정받는 사람이 되는 방법을 정리해놓고 있다. 생존의 문제를 뛰어넘어 독보적인 프로가 되는 법, 그것이 바로 ‘필살기’이다. 『구본형의 필살기』 안에는 필살기를 만드는 5단계가 단계별로 구체적인 예시와 함께 정리되어 있다. 간단하게 5단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단계 - 내 업무 안에 답이 있다
지금 현재의 직무를 20개로 잘게 쪼갠다. 전체의 시선을 놓치지 않으면서, 업무를 조각으로 인식한 후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것을 찾는다.

2단계 - 누구든 이 일을 나보다 잘해낼 순 없다
20개 내외로 잘게 쪼개진 업무를 ‘적성’과 ‘중요도’ 기준으로 우선순위를 정한다.

3단계 - 집중 투자할 핵심 업무를 뽑아내라
잘게 쪼개진 업무를 ‘적성’과 ‘업무 중요도’에 따라 4개의 영역으로 분류한 후, 일부에 집중 투자해서 차별적 필살기를 만든다.

4단계 - 무엇에 투자해야 평생 직업이 될까?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 시장의 수요가 많은 일에 투자를 아끼지 말자. 현재의 주력사업뿐 아니라, 미래의 블루오션을 겨냥해야 한다.

5단계 - 필살기를 완성하는 습관의 기술
10년의 법칙, 일만 시간의 법칙을 믿어라. 의지를 갖고 매일 같은 시간을 쪼개 나의 강점에 투자한다.


책을 들고 아무 장이나 펼치면, 가슴을 섬뜩하게 울리는 문장이 고개를 든다.

지금 하는 일에 만족하는가?
지금 하는 일에 자신의 능력 전부를 쓰고 있는가?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있는 대다수의 직장인들에게는 송곳같이 박히는 말일 것이다.

인생은 재부팅이 없다. 한번 태어나면 죽을 때까지 오로지 걷는다. 삶은 무수히 많은 갈림길과 기회, 잠깐의 화려한 성공과 수많은 시행착오로 수놓인 길과 같다. 앞서 걷는 이가 슬쩍 건넨 매뉴얼을 간직한다면, 분명 발바닥에 박히는 가시 몇 개쯤은 예방해줄 것이다.

강연회가 끝나고 강당을 빠져 나오는데 앞에 걷던 20대 아가씨가 남자 친구에게 속삭인다. “결국은 자기 자랑 아니야.” 사실 그랬다. 글 솜씨만큼이나 빼어난 말솜씨를 갖고 있는 저자는, 두 시간 동안 ‘필살기 창조’ 비법을 공개하며 너무나도 당당하게 가슴을 내밀었다. 구본형 작가가 외치는 ‘10년쯤 죽어라고 노력해서, 자신만의 필살기를 만들어라’의 한쪽 끝에는 ‘나는 필살기를 찾았으며, 죽을 때까지 은퇴 없이 밥 벌어 먹을 수 있다. 신나라~’는 말에 닿아있다. 하지만 10년 넘게 새벽 4시에 일어나 3시간씩 투자하면서, 변화경영을 연구하고 글을 써왔다는 것을 알기에 그 당당함이 너무나도 당연하게 느껴진다.


『구본형의 필살기』, 특히 이런 사람에게 추천한다


취업 준비생
토익 토플 응시료에 등골이 휘고, 도서관 자리 맡느라 새벽잠을 설쳐요. 남들 스펙을 엿보느라 낮밤을 가리지 않고 이어지는 클릭질에 손가락과 손목에 터너증후군이 찾아왔어요. 하지만 솔직히 말해 회사라는 건 너무 막연해요. 그리고 사회는 국어, 수학, 과학의 영원한 단짝친구 같아요. 뭔가 구체적인 목표가 절실하게 필요해요.

입사 3~4년 차
정말 이 회사 들어오느라 죽을 뻔했어요. 합격통지서에, 부모님은 사돈에 팔촌까지 불러 모아 동네잔치를 했어요. 입사할 때는 내 모든 실력을 발휘해 사장님한테 이쁨 받으리라 다짐했건만 사장님은 종무식 때 말곤 본 적이 없어요. 일은 확실히 익숙해졌어요. 조금 있으면 대리 진급하고, 과장 진급해서 살면 될 거 같아요. 회사 다니는 낙은 오로지 맛집 찾아가 점심 먹는 즐거움과, 조금씩 늘어가는 통장 잔고 외에는 없어요. 10년 후도 이러면 어떻게 하죠?

입사 벌써 10년?
마음은 20대 청춘인데, 요즘 아래 직원들이 슬슬 따돌려요. 유행에 뒤떨어진다나, 세대 차이 난다나. 올해 벌써 마흔. 정년은 58세라지만, 믿을 수가 없어요. 회사는 때때로 불쑥 나타나,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급작스럽게 명퇴를 강요해요. 둘째는 아직 유치원 다니는데, 정년까지 자신이 없어요. 내 업무가 딱히 어려운 것도 아니고, 솔직히 말해 신입사원을 일 년쯤 교육시키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에요. 얘들 대학 졸업할 때까지는 버텨야 할 텐데 걱정이 돼서 잠을 잘 수 없어요.

#구본형 #구본형의 필살기
2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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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nose

2012.05.16

지금 하는 일에 만족하는가. 이 일에 능력 전부를 쓰고 있는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 좋겠지만 그러기엔 어렵겠지요. 하고 있는 일에 만족하지 않더라도 능력 전부를 쓰게 되면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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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ㅋ

2012.03.25

떠나지 않고 나를 바꾼다. 삶의 무게중 가장 무겁고 버거운 부분을 어떻게 하면 가볍게 홀가분하게 신명나게 받아들일수 잇는지 일이 힘든것보다 인간관계가 더어렵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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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형

구본형의 명함에는 ‘변화경영 전문가’라고 적혀 있다. 마흔여섯 살에 직장에서 나와 스스로의 정체성이 필요할 때 그를 지탱하게 해준, 스스로 명명한 직업의 이름이다. 오십 대 중반을 맞아 그는 ‘변화경영 사상가’라는 이름으로 스스로를 불렀다. 말 그대로 기술적 전문인에서 변화에 대한 철학과 생각을 일상에 녹여내는 사상가로 진화하고자 한 것이다. 이후의 모습에 대해서 그는 이렇게 적었다. “가능할지 모르지만 나는 ‘변화경영 시인’이라는 이름으로 죽고 싶다. 시는 젊음의 그 반짝임과 도약이 필요한 것이므로 아마도 그 빛나는 활공과 창조성을 따라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시처럼 살 수는 있을 것이다. 시처럼 아름답게 살 수는 있지 않겠는가. 자연과 더 많이 어울리고, 젊은이들과 더 많이 웃고 떠들고, 소유하되 집착이 없는 자유로운 행보가 가능할 것이다.” 구본형은 1954년 1월 충남 공주에서 태어났다. 서강대학교와 동대학원에서 역사학과 경영학을 전공하였고, 1980년부터 2000년까지 한국IBM에서 근무하며 경영혁신의 기획과 실무를 총괄했다. IBM 본사의 말콤 볼드리지 국제 평가관으로서 아시아 태평양 지역 조직의 경영혁신과 성과를 컨설팅했다. 2000년 3월,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선언하며 회사를 떠난 그는 1인 기업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를 세웠고, 2005년부터 연구원을 선발하고 꿈벗들과 동행하며 ‘나’답게 살아가려는 이들을 도왔다. 100여 명의 제자들과 함께 공부하고, 함께 여행했다. 변화를 꿈꾸는 이들의 내면에 잠든 열정과 비전의 불꽃을 점화시켜 삶이 아름다워지도록 도왔다. 인문학과 경영학의 다양한 접점을 통해 시대의 화두를 발견했고, 변화와 성장을 고민하는 사람들과 소통하기를 즐겼다. 수년간 신화와 영웅담을 탐독하며 우리 내면의 변화 가능성을 재발견하는 연구에 몰두했다. “모두가 세상을 변화시키려고 하지만 정작 스스로 변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라고 말한 톨스토이의 말을 빌려 변화의 시작은 자기혁명이어야 함을 강조했다. 삶의 모든 것들로부터 배우고 글을 쓰고 아름다운 영향력을 전하던 그는 2013년 4월, 59세로 세상을 떠났다. 저서로 『익숙한 것과의 결별』(1999) 『낯선 곳에서의 아침』(1999) 『월드 클래스를 향하여』(2000) 『떠 남과 만남』(2000)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2001) 『오늘 눈부신 하루를 위하여』(2001) 『일상의 황홀』(2004) 『사람에게서 구하라』(2007) 『마흔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2007) 『세월이 젊음에게』(2008) 『구본형의 필살기』(2010) 『깊은 인생』(2011) 『구본형의 신화 읽는 시간』(2012) 『구본형의 그리스인 이야기』(2013) 『나는 이렇게 될 것이다』(2013) 『구본형의 마지막 편지』(2013) 『구본형의 마지막 수업』(2014)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