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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가 자리를 비운 몇 개월 동안 SBS 일요일 예능은 상황이 심히 우울했습니다. 새롭게 출범한 <패밀리가 떴다> 시즌 2는 무리한 러브라인 설정, 초반부터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게 티가 나는 앙숙 설정, 쇼 전체를 무게 있게 책임질 이렇다 할 메인 MC의 부재 등으로 시청률도 못 잡고 호평도 얻지 못했거든요. 심지어 애국가 시청률을 찍고 있던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마저 <일요일이 좋다>를 추월하고 시청률 10% 대에 재진입했지요. 아무런 공익적인 목적도 자의식도 없이 오로지 웃기면 장땡이라는 기세의 <뜨거운 형제들>이 시청률을 야금야금 올리고 있습니다. <일밤>이 오랜 부진을 씻고 다시 부활의 기세를 올리고 있으니, 마음이 급한 SBS로서는 이 시간대에 <엑스맨>과 <패밀리가 떴다>를 성공적으로 런칭시킨 바 있는 유재석에게 기대가 클 겁니다.
시청자들 역시 기대가 큰 건 마찬가지입니다. 일요일 6시 시간대에 3사가 고루 파괴력 있는 예능 프로를 선보이는 게 얼마 만인가요. 가장 치열해야 할 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일밤>은 몇 년간 부진의 늪에 빠져 있었고요. <일요일이 좋다> 역시 <패밀리가 떴다> 시즌 1을 제외하고 나면 크게 대박을 날린 적이 없지요. <남자의 자격>과 <뜨거운 형제들> <런닝맨>이 맞붙게 되었으니 이제야 비로소 각 방송사의 진용이 제대로 잡힌 기분입니다. 이런 흥미진진한 대결에 말 부리는 사람들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지요. 매체마다 블로거마다 저마다의 분석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뚜껑을 열어봐야 알 일입니다만, 저 또한 이 보기 드문 빅매치에 제 나름대로 생각한 관전 포인트를 제시하려 합니다. 이쯤 되는 노름판에 쫄아서 쉬어가면 타짜가 아니지요. 잃거나 따거나 어찌 되었든 끼어서 놀아야 하는 판이라는 게 있잖아요. : )
유재석 - 왕의 귀환
지난 몇 년간 유재석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일인자였습니다. 예능 쪽 글을 쓰는 사람들은 벌써 오래 전부터 ‘유-강 체제’라는 용어를 쓰곤 했지요. 이경규와 신동엽이 주춤하고 있는 사이 강호동과 함께 예능계를 양분한 이 무시무시한 대형 MC는 게스트들과 어울려 한바탕 놀음판을 펼치는 데 능했습니다. 토크쇼 안에 만담과 퀴즈, 꽁트 코미디를 버무려 넣은 <해피투게더>, 리얼 버라이어티가 끌어안을 수 있는 영역의 끝까지 달려가는 예능의 최전선 <무한도전>, 다른 예능에서는 만나보기 어려운 그룹 백두산이나 영화감독 양익준 같은 게스트를 불러들여 웃음으로 눙치며 깊은 속내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유일무이의 토크쇼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에 이르기까지. 10년에 가까운 무명 기간 동안 다른 MC들의 장점을 연구하고 고민해 온 유재석은 그 결과물로 예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팬들이 농담 삼아 그를 부르는 호칭인 ‘재석신’이 어색하지 않을 경지에 올랐죠.
그런데 참 재미있는 건, 유재석이 SBS 일요일 예능에서 큰 재미를 본 적은 없다는 겁니다. 현재 유재석이 MBC와 KBS에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들은 오랜 시간 안정적으로 진행하며 시청률과 비평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데 성공했지요. 반면에 SBS에서는 1년을 넘기지 못하고 조기 종영을 맞이하거나, 시청률을 거둔 프로그램의 경우도 끝날 무렵엔 가학성 논란, 표절 논란, 조작 논란 등의 악평에 시달렸습니다. 높은 시청률을 누리며 비교적 롱런했음에도 불구하고 악평에 시달리다가 종영한 <엑스맨>이야 강호동과 김제동이라는 당대 최고의 MC들과 함께 한 프로그램이니 유재석 혼자만의 커리어로 볼 수는 없겠습니다. 그러나 <하자GO> <옛날TV> <기적의 승부사>로 이어지는 혹평, 시청률 부진, 가학 논란, 조기 종영의 퍼레이드는 온전히 유재석의 기록으로 남아 있지요.
신기한 게, 사람들이 1년 8개월 동안 유재석이 3개 코너를 연타석으로 말아 먹었다는 사실을 잘 기억 못하고 있는 거 같습니다. 아마 유재석이 그 시간대에 강한 애착을 가지고 도전하고 있다는 사실과 <패밀리가 떴다> 시즌 1의 화려한 성공이 사람들로 하여금 유재석의 실패들을 잊게 만드는 거 같아요. 생각해 보면 유재석은 중간 중간의 몇 개월씩의 공백을 제외하고는 거의 10년을 꽉 채워서 <일요일이 좋다>에 몸을 담고 있으니까요. 그런 예능인들이 드문 건 아닙니다만, 유재석은 유달리 ‘될 때까지’ 끈질기게 승부하는 스타일입니다. 지금 유재석이 안정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들도 곰곰이 생각해 보면 먹힐 때까지 계속 포맷을 바꿔가며 끈질기게 승부한 끝에 살아남았지요. 유재석은 자신이 신뢰하는 멤버들과 호흡을 맞춘 상태에서 계속 다른 요소들을 넣었다 뺐다 하며 어느 지점이 먹힐까를 가늠하는 스타일입니다. 그러다 보니 유재석이 제법 여러 코너를 말아 먹었다는 사실이 체감상 크게 다가오지 않는 거죠.
헌데 그 소리를 다시 돌려서 말하면 유재석은 승부 끝에 일단 치면 장타를 뽑아내지만, 타율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라는 이야기와 같습니다. 애초에 토요일 예능치고는 기대치가 크지 않았기에 궤도에 오를 때까지 방송국이 기다려 준 <무한도전>, 비교적 경쟁이 적었던 금요일 밤 11시에서 4년간 호흡을 맞출 만큼 맞추고 월요일 밤에 입성한 <놀러와>, 신동엽, 이효리에게서 준수한 시청률로 인수인계받아 7년간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며 다양한 시도를 했던 <해피투게더>까지. 유재석이 제대로 된 성공을 거둔 프로그램들은 방송국에서 오랜 시간 기다려 주는 동안 천천히 긴 호흡으로 간 프로그램들이에요. 멤버들과의 호흡만큼이나 제작진과의 호흡을 맞추는 시간도 충분히 가지기를 좋아하는 스타일이죠. 방송사마다 총력전을 벌이며 시청률이 높게 나오지 않으면 금방 신규 코너로 교체해 버리는 일요일 밤 예능과는 환경이 다릅니다.
문제는 뭐인고 하니 지금 <런닝맨>의 첫 방송을 앞두고 다들 유재석만 바라보고 있다는 겁니다. <패밀리가 떴다> 시즌 1이 워낙 빠른 속도로 성공했거든요. 2008년 6월에 방송을 타기 시작해서 2개월 만에 시청률 20%를 넘겼으니 그럴 법도 합니다. 게다가 유재석이 빠지자마자 <패밀리가 떴다> 시즌 2가 시쳇말로 시원하게 망했잖아요. 모양새가 이래서인지 유재석이 1년 8개월 동안 코너 간판을 네 번 갈아 치우면서 먹힐 때까지 계속 멤버 교체, 포맷 교체를 반복했다는 사실이라거나, <패밀리가 떴다> 시즌 1 또한 좋은 소리를 들으며 끝나진 않았다는 사실은 잊혀진 것 같습니다. 마치 유재석만 돌아오면 다시 <일요일이 좋다>의 시청률이 한 호흡에 급상승할 거라는 식의 환상이 생기는 겁니다. 그런데 그게 어디 쉽습니까? MC 혼자 능력으로 성공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이란 건 없습니다. 제작진과 MC, 패널, 게스트, 포맷이 좋은 시간대를 만나 잘 어우러져야 하지요. 강호동도 <1박 2일>을 성공시키기 전에 <준비됐어요>를 띄워서 2달 가까이 간을 살펴보았지요.
벌써부터 세간의 시선이 <런닝맨>의 성패 여부에 모여 있습니다. 다음view나 여타 메타 블로그 사이트에서 연예 섹션을 들여다보시면 아실 겁니다. 입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다 모여서 <런닝맨>에 거는 기대와 걱정들에 대해 한마디씩 보태고 있습니다. 새로 출범하는 프로그램에 대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시선과 기대가 몰리는 것도 유사 이래 처음인 거 같은데요. 많은 사람들이 손꼽아 하는 걱정은 패널들입니다. 예능 경험이 별로 없는 연기자 광수와 송중기, 유재석이 기회가 닿을 때마다 ‘정말 재미있다’고 칭찬했지만 본격적인 예능에서 검증을 거친 적은 없는 개리, 팬만큼이나 안티도 몰고 다니는 김종국과 하하, 없는 거 같아도 은근히 못마땅하게 보는 사람이 많은 지석진까지. 게다가 첫 화 게스트는 최근에 곤욕을 겪고 있는 이효리와 <자이언트>를 통해 연기력 논란에 시달리고 있는 황정음입니다.
그러지 않아도 벌써부터 유재석이 흔들린다는 식의 이야기들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는 중입니다. 저 또한 유재석이 지나치게 완벽해지면서 빈틈이 없어지는 바람에 다양한 그림을 뽑아내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서 걱정하는 사람입니다. ‘유-강 체제’가 5년 넘게 지속되면서 슬슬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지요. 그럼에도 <런닝맨>의 성패 여부를 유재석 개인의 성패 여부와 연결시켜 보는 것은 섣부른 판단일 거라 생각합니다. 유재석은 기본적으로 꾸준히 될 때까지 하는 스타일이지, 첫 타석 홈런을 날리는 스타일이 아니거든요. 유재석의 커리어에서 <패밀리가 떴다>은 예외적으로 빠른 속도로 뜬 편 아닙니까. <런닝맨>이 초반에 승기를 잡아서 안정적인 시청률로 진입한다면 물론 좋은 일입니다만, 설사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그건 유재석의 커리어에서 정상적인 일입니다. 지금처럼 모두가 혈안이 되어 지켜보며 크고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를 확대 해석할 필요가 없어요.
하지만 어디 지켜보는 사람들이 그렇게 이성적으로 생각하겠습니까. 당장 저만 하더라도 유재석이 이 상황을 어떤 식으로 타개해낼지 궁금하거든요. 상대는 이경규의 <남자의 자격>과 박명수, 탁재훈, 김구라의 <뜨거운 형제들>입니다. 재기에 성공한 ‘예능의 신’ 이경규와 쩜오를 떼고 1인자가 되기를 꿈꾸는 박명수, 그리고 의문의 여지가 없는 1인자 유재석의 정면 대결 구도가 되다 보니 지켜보는 입장에서도 과열양상이 이는 게 당연해 보입니다. 특히나 DC 라인업 갤에서 한국 예능 역사를 쓰는 데 열정을 불사르고 계신 김부식 님 같은 경우는 21세기의 예능 역사를 아예 이경규 대 유재석의 대결로 서술하시는 분이다 보니 이번 매치를 더 즐겁게 보실 거 같지요. 과연 유재석이 시청률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 주지 않는 냉혹한 일요일 저녁 시간대, 이렇게나 많은 구경꾼들의 시선이라는 부담감을 이기고 이 상황을 타개해낼 수 있을까요? 과연 그는 SBS <일요일이 좋다>를 다시 한번 살릴 수 있을까요? 일요일 6시를 바라보는 가장 큰 관전 포인트가 되겠습니다.
뜨거운 형제들 - 자기 증명을 향한 꿈
위에서도 말했지만 이번 예능 격돌이 더 흥미진진한 것은 그간 부진을 면치 못하던 일요일 밤의 원조 터줏대감 <일밤>이 서서히 깨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복귀하자마자 <단비> <우리 아버지> <헌터스/에코하우스>의 세 개 코너를 동시에 런칭하며 다시 한번 공익성 예능을 노려 봤던 김영희 CP(선임 프로듀서)가 쓴맛을 한 차례 보고 절치부심 새로 선보인 <뜨거운 형제들>이 시청률 상승세가 심상치 않지요. <뜨거운 형제들>은 김영희 CP의 색깔보다는 오윤환 PD의 색이 더 강한 코너인데요. 오윤환 PD로 말할 거 같으면 <무릎팍 도사>에 영화 <킬빌> OST를 깔고 슬로모션을 거는 특유의 웃음 예고를 도입하고 ‘산으로 가는’ CG, ‘배가 침몰하는’ CG를 삽입한 장본인입니다. <황금어장>에 이어서 <우리 결혼했어요>에서도 안정적인 커리어를 이어 갔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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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던 오윤환 PD가 <일밤>에서 대차게 말아먹은 코너가 있었으니, 기억하는 사람조차 드문 <대망>이 바로 그것입니다. ‘능구렁이 MC들이 신입 오PD를 만나 생기는 주도권 싸움’이라는 컨셉으로 신입PD ‘오PD’ 시점의 내레이션이 개입하는 메타 버라이어티였던 <대망>은, ‘거대한 희망’이라는 코너명의 의미와는 달리 ‘대판 ?했다’는 말을 들으며 5회 만에 막을 내렸습니다. 김구라, 탁재훈, 김용만, 신정환도 모자라 일본에서 윤손하까지 데리고 와서 찍은 시청률이 4.4%였으니까요. <마법진 구루구루>를 연상시키는 내레이션의 개입과 누구 하나 포용하는 사람 없이 까칠까칠한 멤버들이 빚어내는 블랙 코미디까지. 예능에서 쉽게 보기 어려운 그림을 보여주긴 했지만 동시에 일요일 저녁 6시에 온 가족을 대상으로 하기엔 컨셉 자체가 난해했습니다. 주말 저녁 6시에 개운하게 웃기는 것도 아니고 따뜻하지도 않은 데다가 PD 시점의 내레이션이 툭툭 끼어드는 프로를 상상해 보세요. 그 시간대에 그 정도로 매니악한 프로그램을 시도했으니 어쩌면 망하는 것도 당연합니다.
이후에 선혜윤 PD와 함께 연출한 <오빠밴드>도 초반에 멤버들 간의 호흡을 맞추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을 소비하더니, 멤버들 간의 호흡이 맞아가고 서서히 락밴드의 정체성을 갖춰갈 때쯤 개편으로 인해 아쉽게 프로그램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덕분에 아직도 오윤환 PD라고 하면 <대망>과 <오빠밴드>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있지요. 아직도 그 때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뜨거운 형제들>도 결국 <대망> 꼴 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런 탓에 오윤환 PD로서는 <뜨거운 형제들>이 반드시 자기 증명을 해내야 하는 무대일 겁니다. 꼭 오윤환 PD만의 문제는 아니겠습니다만, <대망> 이후로 20년 역사의 <일밤>이 계속 애국가 시청률에서 탈출하지 못 하고 있으니 좀 민망하겠습니까. 한때 그 천재적인 편집 감각 덕분에 MBC 예능국에서 차세대 대형 PD감으로 손꼽혔던 재목이었으니 스스로의 가능성을 입증하고 싶을 거예요.
그런 심리는 사실 <뜨거운 형제들> 제작진들이라면 너나 할 거 없이 공유하고 있을 겁니다. 1,000회를 훌쩍 넘긴 한국 버라이어티의 살아있는 역사 <일밤> 역시 부활을 노려야 하고, 구원투수로 등판했다가 별 소득 없이 <우리 아버지>와 <헌터스/에코하우스>를 내려야 했던 김영희 CP의 입장도 마찬가지일 거고요. 올해 상반기에만 벌써 <거성쇼>와 <우아한 인생> 두 프로를 조기 종영으로 말아 먹으며 ‘쩜오’ 자리에 머물러 있는 박명수나 2007년 KBS 연예대상 이후로 끝이 안 보이는 부진을 겪고 있는 예능천재 탁재훈, 리얼 버라이어티 쪽에선 한번도 재미를 본 적 없던 ‘<일밤>의 상주’ 김구라에게도 <뜨거운 형제들>은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기회일 겁니다. 저마다 시청률에도 목이 마르고 자기 증명도 해야 하는 절실함들이 교차점을 제대로 찾아갔지요.
다들 독을 품고 만든 프로그램이라서 그럴까요. <뜨거운 형제들>은 초반부터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첫 화는 멤버들끼리 ‘앞으로 뭐 하냐’ 이야기하다가 여덟 명이 릴레이로 한강을 건너는 그림을 내보냈고, 2화에서는 아바타 소개팅에 앞서서 멤버들끼리 서로에게 어필하는 그림만 내보냈어요. 본격적인 활약은 다음 화로 기약한 다음에 천안함 사태와 MBC 노조 파업으로 내리 7주를 결방 했습니다. 보통 이쯤 되면 다른 이슈들에 묻히거나 씻겨갈 법도 한데, <뜨거운 형제들>은 1, 2화 방영분이 짤방, GIF, 플짤 등의 형태로 여러 게시판들을 수놓으며 입소문을 탔습니다. 멤버들이 각자 애드립을 던져 보는 가운데 귀신 같은 타이밍에 정확히 멘트를 찔러 넣는 탁재훈의 신묘한 능력이 널리 전파되었지요.
생각해보면 <뜨거운 형제들>에게 7주간의 파업이 오히려 득이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보통 초반 몇 주 동안의 시청률 추이를 두고 코너의 존속 여부가 갈리기도 하는데, 시청률로 평가받을 일이 없는 7주라는 시간을 벌어서 입소문을 탄 거지요. 애초에 초반 에피소드들이 워낙 잘 뽑혔던 것도 있고, 과연 본격적인 활약은 얼마나 빵 터질까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시점에서 결방을 맞았으니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소문을 전파한 부분도 있을 겁니다. 7주라는 시간이 지나고 다시 본 방영분이 전파를 탔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실로 뜨거웠습니다. 시청률은 6%대를 찍었습니다만, 일단 방송을 본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지금 이 순간 가장 핫한 프로그램’이라고 입을 모았지요.
‘아바타 소개팅’이란 아이템은 지금껏 보지 못한 확실한 그림이었습니다. 몸 따로 마음 따로 놀면서 조종사의 어이없는 명령을 따랐다가 낭패를 보는 아바타들, 명령을 차마 따를 수 없어서 갈등하고 자폭하는 멤버들의 모습은 중구난방이었지만 적어도 ‘웃겨야 한다’는 예능의 제1 덕목은 확실하게 챙겼지요. 그 뒤로 이어진 방송 라인업들도 ‘웃기려면 뭔들 못 하랴’의 연속이었습니다. <무한도전>에서 벌써 한 차례씩은 써먹었던 심리검사 에피소드, 여심 사로잡기 콘테스트 등을 재탕 논란을 무릅쓰고 다시 띄워 봤고, 상황극과 장기자랑을 거친 덕분에 ‘다이어트’란 단어를 졸지에 19금으로 돌변시킨 능구렁이 쌈디와 ‘미국춤’으로 김구라까지 춤추게 만든 이기광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벌써 서서히 <뜨거운 형제들>이 물린다는 이야기들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이제 간신히 10%대를 찍었는데 말이죠. 사실 그럴 만도 한 게, 불과 10여 회 전파를 타는 동안 아바타만 다섯 차례, 상황극만 세 차례를 연달아 올렸습니다. 매주 꼬박꼬박 보다 보면 살짝 물릴 법도 하지요. 보통의 버라이어티라면 초반에 멤버들과의 호흡을 맞춰 팀플레이를 시도하고 시청자들로 하여금 꾸준히 시청할 수 있도록 적당한 스토리성을 가미할 시간에, <뜨거운 형제들>은 전력투구로 오로지 웃음에만 집중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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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는 예능에 서툰 젊은 멤버들과 예능에 능숙한 중년 멤버들을 아바타와 조종사로 묶어서 팀워크를 쌓았다고 말합니다. 한데 생각해 보면 아바타는 팀워크보다는 조종사 개인의 능력치가 두드러지는 아이템이었지요. 상황극에 대처하는 능력은 말할 것도 없고요. 아직까지 팀이라는 느낌보다는 개별 멤버들의 기량에 기대 분량을 만들어 내는 프로라는 느낌이 강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팀 색깔을 못 잡아서 초반에 헤매던 전례를 이미 본 적이 있지요. 바로 오PD의 전작 <대망>과 <오빠밴드>가 그런 식으로 시간을 허비하다 좌초했습니다.
아바타라는 아이템이 변용의 여지가 많긴 하지만, 지금처럼 개별 멤버들의 화려한 개인기에 의지한다면 결국 볼 수 있는 그림에는 한계가 있을 겁니다. 중요한 것은 어느 정도 시청률을 확보한 지금 시기에 좀 더 팀으로서의 면모를 갖춰서 좀 더 유기적인 그림을 보여주는 거예요. 물론 아바타와 조종사의 조합을 계속 바꿔 가면서 소개팅, 몰래 카메라, 야외 데이트 등으로 커버할 수 있는 세계의 외연을 넓히고는 있습니다. 박명수와 한상진의 조합, 탁재훈과 박휘순의 조합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시너지 효과를 내기도 했지요. 하지만 아직 여덟 명의 멤버들을 모아 놨을 때 멀뚱멀뚱 잘 섞이지 않고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은 지우기 어렵습니다. 긴 호흡으로 끌고 갈 아이템이 아바타가 되든 돌발 상황극이 되든, 지금으로서는 팀으로서의 색깔을 확립하는 게 최우선으로 보여요.
아직은 불안한 시청률, 당장 이번 주말부터 유재석이라는 당대 최고 MC가 새롭게 런칭하는 <런닝맨>을 상대해야 하니 가야 할 길이 멀지요. 당장에 <놀러와>에 초대 받은 <뜨거운 형제들> 멤버들이 ‘우리가 이럴 시간이 없다. 지금 당장 유재석 씨가 오는데 우리 어서 회의해야 한다’고 너스레를 떠는 모습이 과장처럼 보이지 않는 건 멤버들이 여전히 느끼고 있는 위기의식 때문일 겁니다. 과연 <뜨거운 형제들>은 개인플레이에 능한 탁재훈, 원샷 욕심의 박명수, 어울리지 못하고 겉도는 노유민, 까칠한 독설가 김구라를 한 팀으로 묶어서 롱런할 수 있을까요? 오윤환 PD는 <대망>과 <오빠밴드>의 실패를 딛고 자기 증명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일요일 6시 예능 전쟁을 읽는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뜨거운 형제들>이 얼마나 유기적인 팀으로 완성되는가, 입니다.
KBS 새 노조 파업 - 외나무다리에서의 격돌
쉽게 예상하지 못한 마지막 변수가 남아 있지요. ‘KBS 새 노조’라고도 불리는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의 파업입니다. 작년 말 기존 노조에서 갈라져 나온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는 13차에 걸친 사측과의 단체교섭 끝에 7월 초부터 본격적인 파업에 돌입했습니다. 당장에 드라마들과 예능 프로그램들의 제작이 전면 중단 되었지요. 80%에 가까운 PD들이 새 노조 소속인지라 <1박 2일> <남자의 자격> <천하무적 야구단> 등의 예능 프로그램들과 <구미호 여우누이뎐> <제빵왕 김탁구> 등의 드라마들이 방영에 차질을 빚게 되었습니다. CP급들이 참여해서 연출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만, 타격이 결코 작진 않을 겁니다. 벌써 <천하무적 야구단>과 <해피 선데이> <승승장구> 등의 프로그램들이 하이라이트 방송을 내보냈지요.
투쟁의 역사가 길고 간부들조차 노조의 파업을 지지했던 MBC 파업과는 달리, 두 개의 노조가 공존하고 있어서 단일 대오를 이루지 못한 KBS의 이번 파업은 아직 그렇게 널리 알려지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심지어 자사의 파업 소식에 대해 MBC 뉴스보다 더 짧은 분량을 배정하고 회사 차원에서 ‘불법 파업’이라는 자막을 띄워 보내는 KBS의 모습은 저처럼 파업을 지지하는 사람 입장에선 참 씁쓸하기 그지없어요. 그나마 시청자들이 즐겨보는 예능 프로그램들과 드라마들이 방영에 차질을 빚으면서 간신히 파업 사실이 알려지고 있는 중입니다. 당장에 순간 시청률 40%도 찍었던 일요일 밤의 절대강자 <1박 2일>과 20%대를 넘나드는 <남자의 자격>이 본방 대신 하이라이트 방송 중이니, 이만큼 훌륭한 파업 홍보도 없지요.
상황이 묘하게 됐지요? 이경규-유재석-박명수의 3파전이 될 예정이었는데, 졸지에 <뜨거운 형제들>과 <런닝맨>이 일대일 정면승부를 펼치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당장 이번 주 일요일부터 두 프로가 돌격합니다. 언뜻 생각하면 경쟁자가 줄어드니 더 쉬워질 것처럼 보일 수 있지요. 하지만 3파전으로 각각 비슷한 수준의 시청률을 분점하며 일정 기간 공존할 수도 있었을 프로그램들이 졸지에 본격 맞대결을 하게 되었으니, 시청률이 낮은 한 쪽은 자연스레 시청률 맞대결에서 졌다는 인상을 피할 수 없을 거예요. 파업이 오래 지속되면 될수록 양자 대결 구도가 더 확고해질 테고, 잘만 하면 공존도 가능했던 게임이 한쪽만 살아남는 제로섬 게임이 될 공산이 큽니다. 때마침 터진 김미화 블랙리스트 논쟁 덕분에 KBS 새 노조 파업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더 집중되고 있지요? 파업이 그리 빨리 끝나거나 해결되진 않지 싶습니다.
<뜨거운 형제들>이 시청률 대결에서 밀리게 되면 모처럼 살아나고 있는 <일밤>의 부활의 불씨가 꺼질 테고요, <런닝맨>이 밀리게 된다면 분명 호사가들이 ‘천하의 유재석이 쩜오들과의 시청률 대결에서 졌다’고 말할 겁니다. 그 어느 쪽으로서도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싸움이 되어 버린 형국이지요. 만에 하나 어느 한쪽이 <남자의 자격> 하이라이트 방송보다 시청률이 낮게 나오는 일이라도 생기면 정말 재기 불능이 되는 거지요. 고로 언론노조 KBS 본부가 얼마나 오래 동안 파업을 지속하느냐가 이번 일요 예능을 보는 마지막 관전 포인트입니다. 파업이 얼마나 지속되느냐에 따라 일요일 6시 예능 전쟁의 모양새가 달라지게 될 겁니다.
지금까지 일요일 6시 예능 전쟁을 살펴보는 몇 가지 관전 포인트를 짚어 봤습니다. 누군가에게는 ‘그깟 코미디’겠지만 수도권 기준 10%의 벽을 넘기 위해 할 수 있는 총력을 기울이는 예능인들에게는 실로 명운을 건 한 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예능에 울고 웃는 저 같은 사람들에게도 관전만으로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대결이고요. 세상에 ‘1인자’ 유재석과 ‘쩜오’ 박명수가 일요일 예능에서 격돌하는 데 이보다 더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또 있겠습니까. 썰이야 이래저래 열심히 풀었습니다만, 결국 누가 이길지 뚜껑은 열어봐야 아는 법이지요. 이제 이번 일요일이면 MBC와 SBS는 여러분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기 위한 전력투구 경쟁에 돌입할 겁니다. 이 역사적인 대결을 지켜보는 데 위의 관전 포인트들이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부디,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 )
땡땡
앙ㅋ
2011.11.30
땡땡
2010.08.04
pibitto
2010.07.22
이번 칼럼에선 땡땡님도 큰웃음 빵빵 주시는걸요
'노름판에 쫄아서 쉬지 않으면 타짜가 아니지요'
앞으로도 쭉, 보는 사람의 마음도 쥐었다 폈다하는 타짜로 남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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