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감상회]올 가을의 배경음악… ‘제 2의 전람회’ 노리플라이 2집 미리듣기
dream, 누군가에겐 삶이 휘청거리지 않게 붙들어 주는 정신줄, 혹자에게는 가슴을 일렁이는 작은 떨림 같은 것. 바로 그 ‘dream’, 노리플라이 두 번째 앨범의 제목이다.
글ㆍ사진 채널예스
2010.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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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드림, 노리플라이의

‘드림’이라는 말은 어딘가 뭉클하게 하는 구석이 있다.

‘드림’은 꿈이라는 말만큼 거창하지 않고, ‘준다’는 말의 높임처럼 들려와 공손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여기저기서 외쳐대는 바람에 이만큼 식상해진 단어가 있을까 싶지만, 그럼에도 이 말을 몇 번 반복해 읊조리면, 특유의 설렘이 살아난다.

dream, 누군가에겐 삶이 휘청거리지 않게 붙들어 주는 정신줄, 혹자에게는 가슴을 일렁이는 작은 떨림 같은 것. 바로 그 ‘dream’, 노리플라이 두 번째 앨범의 제목이다.

메인 보컬과 건반을 담당하는 권순관, 보컬과 코러스를 맡고 있는 정욱재. 듀오로 결성된 노리플라이는 2009년 첫 앨범 한 장만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인디의 개성 있는 감각과 웰메이드 음악에서 비롯되는 풍성함이 세련되게 어울린 음악들은, 여러 사람의 귀를 사로잡았다.

동료 아티스트 사이에서도 ‘제 2의 전람회’라 불리며 기대주로 떠오른 노리플라이. 이런 밴드를 음악 팬들이 알아보지 못할 리 없다. 같은 해 열린 콘서트가 전회 매진을 기록했다. 팬들은 ‘노 리플라이’라는 홍대씬의 새로운 감수성을 열렬히 환영한다는 뜻을 이렇게 보여주었다.

2집 앨범이 정식 발매되기 전, 노리플라이는 팬들을 위해 특별한 ‘드림’을 준비했다. 음원을 선 공개하기로 한 것. 앨범 발매보다 먼저 진행된 음악 감상회는 이번이 처음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했을 노리플라이와 그들만큼이나 두 번째 앨범을 기다려온 팬들이 만났다. 특별히 초대된 100명의 YES24 독자들에게 노리플라이가 미리 ‘드림’한 셈.

가을이 시작되는 날, 노리플라이를 듣다

홍대 클럽 ‘타’에서 진행된 노리플라이 음감회,
그들의 음악을 기다리는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지난 9월 9일, 가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백로(白露)’였다. 절기는 틀림없었다. 하루 전만 해도 이 무더위가 언제쯤 가실까 싶었으나, 제법 선선한 가을 기운이 느껴지는 저녁이었다. 음악듣기 좋은 날, 100명의 팬들은 홍대 클럽 ‘타’로 모였다.

어두운 계단을 따라 내려가 아담한 공간에 모여 앉았다. 소란스럽지 않았지만, 묘한 설렘과 흥분이 감도는 분위기였다. 노리플라이가 등장했고, 바로 음악감상회가 진행되었다. 한 두곡이 연주되는 자리가 아니라, 앨범 전 곡을 함께 듣는 자리다. 2집 앨범에 담긴 노래 11곡을 세 차례에 걸쳐 듣기로 했다. 노리플라이도 함께 ‘들었다’

텅 빈 무대 위로 흐르는 음악. 팬들은 편한 곳을 응시하며, 잠잠히 음악을 들었다. 서정적인 음악이 들려오자, 이내 공간은 차분한 설렘으로 가득했다. 쓸쓸하지도, 소란스럽지도 않은, 그야말로 애틋한 시간이었다. 아마 노리플라이의 음악 때문이었으리라. 이전의 소박하고도 애잔한, 풍성하면서도 따뜻한 그들 특유의 감수성이 물씬한 곡들이 이어졌다.

정직하게 써내려간 가사, 그들이 들려주는 청춘 이야기

함께 음악을 듣고, 솔직한 감상을 나누며 유쾌한 시간을 보냈다.

1번 트랙 「노래할게」는 인트로 없이 권순관의 목소리로 열린다. 순식간에 관객들을 집중시키는 목소리. 인트로 없는 시작에서, 어쩐지 노리플라이의 자신감이 느껴졌다. 최선을 다해서 퀄리티 있는 음악을 만들어냈다는 자신감. “아쉬운 건 없다. 만들어놓고 보니 다 좋다.(웃음)”고 말한 권순관의 소감이 농담처럼 들리지 않았다. 아티스트가 자신 있게 선보인 음악을 듣는 건, 팬들에게도 즐거운 일. 이번 앨범, 첫 트랙부터 마지막 트랙까지, 즐겁다.

「내가 되었으면」은 전작의 세련된 맥을 고스란히 이어 낸 타이틀곡이다. 데모 곡을 모아놓았을 때, 단번에 타이틀곡으로 낙점될 정도로 매력적인 곡이다. “웃음 지으며 모두 털어내고 싶을 때 / 혼자 있기가 두렵고 외로울 때 / 아무 말 없이 함께해줄 사람 / 내가 되었으면 해요” 권순관은 “좋아하는 대상에게 힘이 되었으면 하고 읊조린 노래”라고 덧붙였다.

제목을 고심했다는 「주변인」 역시 온기를 품은 노래. “혼자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그런 마음이 들 때가 있지 않나. 나 혼자 길을 걷는 듯한 느낌. 그럴 때의 들끓는 마음을 소년소녀 합창단과 함께 불렀다.” 소박한 인트로에서 합창단으로 점층 되는 웅장한 이 트랙은, 이 앨범에서 가장 큰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단다.

정욱재가 작사, 작곡한 곡 「Golden Age」는 누구에게 찾아오는 인생의 황금기에 대한 그의 생각을 담았다. “모든 게 쉽기만 했지 / 여물던 나의 젊은 날 / 이제는 담담한 듯이 / 조용히 하나씩 떠올려 보네” 과연 우리의 황금기는 언제일까? 혹시 지나간 건 아닐까? 정욱재는 그런 고민 속에서 “결국 좋은 기억과 힘든 기억이 모여서 황금기를 만드는 것 같다.”“성관 형의 피아노 어프로치가 특히 매력적인 곡”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노리플라이표 매혹적인 멜로디와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가사들은 여전했다. 파트 별로 음악을 듣는 중간 중간에, 짤막한 질의응답을 가졌다. 이 자리를 함께 하게 된 팬들이 사전에 덧글로 남긴 질문들이다. 창작의 원천을 묻는 질문이 많았다. 두 사람은, 대부분 픽션보다는 경험한 사실, 평소의 생각들로 가사를 빚어낸다고 대답했다.

종종 애절하고,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노래 속 주인공은 실제 그들의 모습일까? ‘노 리플라이’의 사랑 얘기를 담당(?)하고 있다는 권순관이 대답했다. “사랑이라는 게 제게도 몇 번 스쳐간 적이 있었다. 그걸 마음으로 써내려가려고 한다. 나 자신이 나약하고 어수룩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정직하게 쓰려고 한다.” 반면 ‘노 리플라이’의 강력한 사운드를 담당한다고 스스로 소개한 정욱재는 “1집의 ‘길’과 2집의 ‘꿈’은 맞닿아 있는 것 같다. 젊음의 이야기 속에서.”라고 덧붙였다.

「노래할게」 「Golden age」 가장 애착이 가는 노래

전 곡을 함께 듣고 나서 이어진 노리플라이 라이브 무대

음악이 이어졌다. dream이라는 제목으로 묶인 열 한곡의 곡들은, 노래의 색 만큼이나 담고 있는 생각들도 다양하다. 그들의 생활에서 생각에서 빚어졌다는 가사들은 이렇게 빛을 발한다.

애니메이션 주제가를 연상시키는 「노 드리머」는 “주변에 공부하고 있는 친구들, 직장인으로 살아가느라 힘들어하는 친구들을 생각하며 만들었다.”고 권순관은 말했다. 반복적인 멜로디라인이 어느 샌가 뭉클하게 다가오는 이 곡은, 참여 스텝들에게 최고의 평가를 받은 트랙이기도 하다.

「위악」은 이승환이 직접 가사를 썼다. “처음 부탁드릴 때, 꿈이라는 게 밝은 측면도 있지만 어두운 측면도 있지 않느냐고 얘기했다. 실제로 자기 꿈을 이루느라 남의 꿈을 짓밟는 일도 있잖나. 나중에 가사를 보니, 너무 강도 높은 수위의 가사가 나와서(웃음) 여러 번 수정을 거듭해 두루뭉술한 내용의 가사를 완성했다.”

이 노래의 작곡을 담당한 권순관은 「위악」에 담긴 또 다른 의미도 밝혔다. “가수 이승환 자체가 나에게 꿈같은 존재였다. 함께 작업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꿈을 이룬 것 같다.”

모험에 대한 노래 「안락의자」는 심플한 기타 연주로 시작해 경쾌하게 솟구치는 기타 소리가 매력적인 곡. 이 곡을 쓸 때 정욱재는 실제로 안락의자를 하나 장만했단다. “사회적으로도 문제가 많고, 그 속에서 내 자신도 혼란스러운데, 안락의자를 통해서 진정한 나를 찾아보자는 노래다. 아바타 같이.(웃음)”

1집의 「끝나지 않은 노래」, 2집의 「Golden Age」를 연주했다.

이렇게 노리플라이의 은 거창한 희망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기운 내라고 억지로 북돋지도 않는다. 편하고 따뜻하다. 마주보고 말하기 보다는, 뒤에 서서 읊조려 더 귀 기울이게 만든다. 노래는 그렇게 ‘드림’을 전한다.

‘노 리플라이’에게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을 묻자, 여러 곡의 제목이 들려온다. 권순관은, “매일매일 바뀐다. 지금은 「노래할게」가 가장 마음에 드는데, 이건 1집을 거의 완성했을 때 만들었던 곡이다. 욱재에게 들려주니, 좋다고 대답했었다.”

정욱재는 「Golden Age」를 꼽았다. “내 인생의 즐거운 일, 힘든 일 다 쏟아 부어 만들어서 그런지 애착이 많이 간다. 「노래할게」 「주변인」도 좋다. 이걸 싸이월드 홈피에 걸어놓고 밤마다 잠 못 드는 여자 분이 많겠지 싶다.(웃음)”

여기 모인 사람들이 그들의 음악에 귀를 기울이는 동안, 밖에는 거센 빗줄기가 쏟아지고 있었다. 습기를 머금은 실내는, 이곳의 감수성을 극대화했다. 그때 즈음, 두 사람은 키보드와 기타 앞에 앉아 라이브 연주를 들려주었다. 더 없이 반가운 무대였다. 1집의 「끝나지 않은 노래」, 정욱재가 가장 애착이 간다는 「Golden Age」 두 곡을 라이브로 듣고 나니, 훌쩍 열시가 넘었다. 여느 때보다 아쉬움이 묻어났던 이날의 앵콜 요청!

버스를 타고 돌아가는 길. 밖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쏟아지는 빗줄기가 창문을 때려댔다. 빗소리 사이로 귓가에서 그들의 음악이 희미하게 맴돈다. 돌아가는 길에 이런 울림증 경험한 팬분들 꽤 있으실 터. 그날 초대된 독자들은, 방 안에서 혹은 MP3로 다시 그들의 음악을 들을 때마다 그날 함께 있었던 그날의 공간, 그날의 분위기를 떠올릴 테다. 이 애틋한 기억이야 말로 음감회가 선사해준 가장 큰 선물이다.

노리플라이의 dream, 계속해서 좋은 음악을 만드는 일

노리플라이. 정욱재(좌)와 권순관

‘노 리플라이’라는 그룹명이 음악에 대한 대답, 정의를 정확히 말할 수 없다는 의미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두 번째 앨범 작업을 마치셨는데, 지금은 그 대답에 대한 생각이 어떠신지요?

“정의를 내리는 일은 거창하게 느껴져요. 음악에 대한 대답은, 그저 우리가 그때그때 하고 싶은 일을 할 따름이라고 할까요. 얘기하고 싶고, 전하고 싶은 마음을 최대한 고스란히 전하려고 노력해요. 정확한 대답은 여전히 찾지 못했고, 앞으로도 찾지 못할 것 같습니다. 음악은 수학처럼 정답이 있는 게 아니니까요.”

음악은 어떻게 만들어나가는지 궁금합니다. 한순간 영감에 의해 단번에 지어내는지, 틈틈이 만들어나가는지요?

“집에 간단한 장비들이 있어서, 일이 끝나거나 집에서 쉴 때 보통 곡을 씁니다. ‘그분’이 오실 때는 단시간에 곡이 술술 써지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원하는 음악을 만들어내기 위해, 몇 시간씩 악기와 씨름할 때도 있어요.”

음악을 하면서 가장 기뻤을 때와, 슬펐을 때는 언제인가요?

“앨범이 나오고 사람들이 공감해 줄 때, 공연할 때가 가장 기뻐요! 슬플 땐 음악이 안 나와서 머리를 싸잡고 고민할 때, 그리고 작업하느라 놀지 못할 때가 그렇습니다.”

노 리플라이의 dream이 궁금해요!

“우리의 꿈은, 늙어 죽을 때까지 좋은 음악을 계속 만드는 일. 신뢰할 수 있는 뮤지션이 되는 게 꿈입니다.”

앨범준비하면서 제일 힘들었던 점은 어떤 게 있었나요? 평소 스트레스는 어떻게 해소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아무래도 시간적으로 쫒기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조급함속에 이런저런 결정을 내려야했으니까요. 스트레스 해소는… 거의 못했습니다. 녹음실에서 쓸데없는 농담하며 수다 떠는 정도랄까요. 그런 식으로 마음을 다잡았어요.”

가장 영향을 받은 뮤지션들은 누구인지 궁금합니다.

“펫 매스니, 라디오헤드, 비틀즈, 이적, 토이, 김동률 등등 정말 많아요.”

1집이 반응이 좋아서 2집 작업하시면서 부담이 많이 되진 않으셨나요?

“주변에서 해주시는 조언에 귀 기울였고, 무엇보다 저희가 하고 싶은 걸 솔직하게 만들어내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부담은 있었지만, 이런 마인드를 고수하려고 한 게, 부담감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평소 목소리 관리는 어떻게 하시는지요? 특별한 비법이 있으신가요?

“평소 목 관리를 잘하는 편이 아니라서^^; 공연 전에는 민감해져서 말을 많이 하지 않고, 친구들도 자주 만나지 않는 편이에요. 특별한건 없네요. 저도 기복이 심한터라. 하하.”




#음악감상회 #노리플라이
1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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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nose

2012.06.21

노 리플라이가 음악에 대한 정의를 내릴 수 없다는 의미에서 만들었다니 재미있네요. 그만큼 음악에 대해 진지한 자세를 고수하고 있다는 이야기인것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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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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