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예스 단독공개] 그녀가 아직 너무 어리다 해도… 파울로 코엘료 신작 - 『브리다』②
브리다는 마법사의 눈길을 피했다. 그녀의 두 눈은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마을을 응시하고 있었다. 태초부터 모든 사람은 사랑을 통해 우주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오지 않았던가.
글ㆍ사진 채널예스
2010.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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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로 코엘료 신작 - 『브리다』①


브리다는 마법사의 눈길을 피했다. 그녀의 두 눈은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마을을 응시하고 있었다. 태초부터 모든 사람은 사랑을 통해 우주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오지 않았던가.

“저라면 포기하겠어요.”

마침내 그녀가 말했다.
마주 앉아 있는 이 남자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일어나는 일을 절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는 마법의 힘과 신비를 알지만 사람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머리는 하얗게 세고 피부는 햇볕에 그을렸고, 산을 오르내리는 데 익숙한 산사람의 모습이었다. 또한 해답이 가득 담겨 있는 영혼이 눈동자에 그대로 투영되는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이제 그는 평범한 인간적인 감정 때문에 또다시 실망하게 되리라. 그녀 역시 자기 자신에게 실망했지만, 그래도 거짓말을 할 수는 없었다.

“나를 보게.”

마법사가 말했다. 브리다는 부끄러웠다. 하지만 그래도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자네는 진실을 말했네. 자네를 가르치겠네.”

이제 완전히 밤이 내렸고, 달이 뜨지 않은 하늘에는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두 시간 동안, 브리다는 이 낯선 남자에게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녀는 자신이 마법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어린 시절에 본 환영과 전조, 내면의 부름 등―를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오직 알고 싶은 마음뿐이었고, 그게 전부였다. 그리고 그런 이유로 그녀는 점성술과 타로카드, 수비학數秘學 강좌에 자주 드나들었다.

“그것들은 그저 언어일 뿐이지.”

마법사가 말했다.

“또한 그것들은 유일한 언어도 아니야. 마법은 인간의 마음이 지닌 모든 언어로 말하네.”

“그렇다면 마법은 무엇인가요?”

그녀가 물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브리다는 마법사가 얼굴을 돌리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생각에 잠긴 채 하늘을 우러러보았다. 아마도 답을 찾고 있는 것이리라.

“마법은 다리야.”

마침내 그가 말했다.

“눈에 보이는 세계에서 눈에는 보이지 않는 세계로 건너가게 하는 다리, 두 세계로부터 배움을 얻게 하는 다리.”

“그렇다면 그 다리를 건너는 방법은 어떻게 배울 수 있죠?”

“그 다리를 건널 자신만의 방법을 찾으면서. 누구에게나 각자 자신만의 방법이 있네.”

“그걸 찾으려고 제가 여기 온 거예요.”

“두 가지 방법이 있네.”

마법사는 계속했다.

“우리를 둘러싼 만물과 공간을 통해 비의를 가르치는 태양 전승이 있어. 그리고 시간의 기억 속에 갇힌 모든 것과 시간을 통해 비의를 가르치는 달 전승이 있지.”

브리다는 알아들었다. 태양 전승은 오늘 밤이고, 나무들이고, 그녀의 몸이 느끼는 추위이고, 하늘에 뜬 별들이었다. 그리고 달 전승은 오랜 옛날부터 전해내려오는 지혜의 빛으로 환히 빛나는 두 눈을 가진, 그녀 앞에 앉아 있는 이 남자였다.

“나는 달 전승을 배웠네.”

마법사가 그녀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말했다.

“하지만 나는 달 전승의 마스터가 되지는 못했어. 나는 태양 전승의 마스터네.”

“제게 태양 전승을 가르쳐주세요.”

브리다는 대답했다. 그녀는 마법사의 목소리에서 다정함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는 약간 당황했다.

“내가 배운 것을 자네에게 가르쳐주겠네. 하지만 태양 전승에도 여러 갈래의 길이 있지. 그리고 각자 자기 안에 자신을 가르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믿어야 해.”

착각이 아니었다. 마법사의 목소리에는 정말로 다정함이 깃들어 있었다. 그것은 그녀를 안심시키는 게 아니라 오히려 두렵게 했다.

“저는 태양 전승을 이해할 능력이 있어요.”

그녀가 말했다.

마법사는 별들을 바라보던 눈길을 거두고 젊은 여자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그는 그녀가 아직 태양 전승을 배울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녀를 가르쳐야 할 것이다. 어떤 제자들은 마스터를 선택하기도 하는 법이다.

“최초의 가르침을 시작하기 전에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게 있네.”

마법사가 말했다.

“일단 길을 발견하게 되면 두려워해선 안 되네. 실수를 감당할 용기도 필요해. 실망과 패배감, 좌절은 신께서 길을 드러내 보이는 데 사용하는 도구일세.”

“이상한 도구군요.”

브리다가 말했다.

“그 때문에 사람들은 포기하게 되잖아요.”

마법사는 그?의 의문을 이해했다. 그 자신도 육체와 영혼을 통해 신의 그 기이한 도구를 경험한 터였다.

“제게 태양 전승을 가르쳐주세요.”

그녀가 끈질기게 졸랐다.


마법사는 브리다에게 바위 위에 누워 긴장을 풀라고 말했다.

“눈을 감을 필요는 없어. 주위의 세계를 둘러보면서 인지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인지하게. 태양 전승은 매 순간,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영원한 지혜를 드러내 보여주네.”

마법사가 시키는 대로 하면서도, 브리다는 진도가 너무 빠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 첫번째 가르침이자 가장 중요한 과정이야.”

그가 말했다.

“믿음의 의미를 이해한 스페인의 한 신비주의자가 창안했지. 후안 데 라 크루스라는 사람이야.”

마법사는 믿음을 가지고 정진하는 여자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마음속 깊이, 그녀가 자신의 가르침을 이해하기를 간절히 바랐다. 어쨌든, 그녀는 그의 소울메이트였다. 비록 그녀가 아직 그것을 알지 못한다 해도, 그녀가 아직 너무 어리다 해도, 아직 세속과 그곳의 사람들에게 매혹되어 있다 해도.

[편집자주] 파울로 코엘료의 신작 『브리다』를 국내 최초로 YES24 채널예스에서 단독 공개합니다. 위 본문은 『브리다』의 일부(서序)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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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로 코엘료 신작 - 『브리다』①


#브리다 #파울로 코엘료
13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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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ㅋ

2012.03.28

우리에게 꼭 만나야 할 운명이 있다는게 좋을수도 나쁠수도 있다는거죠. 누군가가 나에게 빛과 희망이 되어준다면 좋지만 암흑과 짗척거리는 세계로 이끌수 있다는것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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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u

2010.11.02

'사랑은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는,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를 잇는 유일한 다리이다. 그리고 하루 하루 우주가 인간 존재들에게 전하는 가르침을 번역할 유일한 언어이기도 하다. '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은 읽는 중간 중간 너무도 가슴에 와닿는 문장들의 나열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나의 소올메이트를 찾기 위한~~ 그리고 우리가 꼭 만나야 할 단 하나의 운명이 바로 우리곁에 있음을 알게 해 줍니다.
'자아 찾기'가 파울로 코엘로의 소설의 명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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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화가

2010.11.02

저자(파울로 코엘료), 출판사(문학동네), 편집(제목과 표지)...... 3박자가 잘 갖춰진 작품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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