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오의 라스트 댄서> 엄마 손 잡고 보세요!
나는, 엄마를 엄마라고 부르는 것이 좋다. 30대 중반의 나이지만, 어머니라고 높여 부르는 것보다 엄마라는 표현이 훨씬 편하다.
글ㆍ사진 정성렬
2011.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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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엄마를 엄마라고 부르는 것이 좋다. 30대 중반의 나이지만, 어머니라고 높여 부르는 것보다 엄마라는 표현이 훨씬 편하다. 아버지는 아빠라고 부르지 못하면서도 엄마는 오히려 어머니라 부르기 싫다는 얘기다. 엄마는 엄마다. 나에게 세상을 보여주시고 언제나 믿어주시고 힘이 되어주시는 세상 단 하나뿐인 소중한 분이다. 다른 건 모르겠고, 솔직히 엄마는 좀 오래오래 사셨으면 좋겠다. 주신 것에 일부만이라도 갚을 수 있을 정도로…

<마오의 라스트 댄서>는 ‘마오’라는 이름 때문에 오해를 하는 사람들이 종종 주변에서 발견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마오’는 피겨스케이팅 선수인 ‘아사다 마오’기에, 어떤 이들은 이 영화가 피겨스케이팅을 하는 영화가 아닌지 오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마오의 라스트 댄서>는 실존 인물이자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린 발레리노의 이야기를 담은 발레 영화이다. 원작 소설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됐을 정도로 탄탄하면서도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가진 이 작품은 중국 공산당 체제에서 자신의 꿈을 위해 세계로 날아오르는 남자의 이야기를 주축으로 한다. 그리고 여기서 ‘마오’는 ‘마오쩌뚱’의 ‘마오’다.


평발이라서 발레리노로 성공하기는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주인공 ‘리’는 피나는 노력과 연습 끝에 미국으로 유학을 가게 된다. 지금과는 다른 폐쇄적인 중국 사회에서 이 같은 특전은 그의 능력이 일단 인정 받았음을 뜻한다. 그의 집안이 부유했던 것도 아니고 보무로부터 엄청난 지원을 받았던 것도 아니다. 그는 스스로 최선을 다했고 그 뒤에는 다만 심적으로 그를 지원해주는 엄마가 있었다.


‘리’는 미국에서 놀라운 경험들을 하게 된다. 중국에서는 볼 수 없었던 현대 사회의 편리함이 그를 변화시킨다. 그리고 연습실에서 만난 여학생과 급기야 사랑에 빠지게 된다. 놀라운 능력과 그 능력을 인정해 주는 사람들이 생겼고, 스스로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무대도 마련되었다. 그에게 있어서 미국은 더 이상 떠날 수 없는 새로운 가능성이 되어버렸다. 그는 고민한다. 과연 중국으로 돌아가야 할 것인가. 아니면 미국에 망명할 것인가. 그의 생각이 바뀌고, 환경이 바뀌고 모든 것이 새로운 환경에 완벽히 적응해 간다. 그는 달라진다. 그리고 그는 선택하게 된다.

이 영화의 매력은 주인공 ‘리’의 눈부신 발레 공연뿐 아니라 가슴을 울리는 감동적인 스토리에 있다. 최근에 소개된 <블랙스완>의 엄격한 발레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다. 훨씬 인간적이고 따듯하다. 물론 실제 발레리노인 주인공이 펼쳐 보이는 공연 장면들은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훌륭하다. 영화를 통해, 고급 문화로만 알려졌던 발레가 일반인들에게도 자연스럽게 다가온다.

다소 촌스러울 정도로 우직하게 한 남자의 일생을 담아가는 카메라의 움직임은 이미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로 골든 최우수 작품상을 받은 바 있는 브루스 베레스포드 감독의 연출에 의해 자연스러운 감동으로 승화한다. 영화를 보면 그 따듯함이 전해질 정도다.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뭐니뭐니 해도 마지막 공연 장면에 있다. 세계적인 발레리노로 성장한 아들의 공연을 보며 눈물을 훔치는 엄마의 모습이 그것이다. 아들은 모른다. 그 공연을 보기 위해 엄마가 객석에 있었는지를. 중국을 떠나오면서 더 이상 연락이 되지 않았던 엄마의 나이 들어버린 얼굴에서 뜨거운 눈물이 쏟아질 때, 관객들은 영화에 감정이입을 하고 함께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아들이 중국에 돌아오지 않고 변절자 취급을 당할 때도, 사회적 외면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직 아들만을 응원했던 엄마다. 무조건 적인 믿음과 사랑을 쏟아 부었던 엄마. 그 엄마와의 만남은 언어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뭉클하다.


일본 지진으로 인해 흉흉해진 세계적 분위기와, 어려워진 한국 경제로 인한 삭막한 분위기를 따듯하게 보듬어줄 영화가 나왔다. <내 이름은 칸>, <그대를 사랑합니다> 같은 착한 영화들이 관객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분명 <마오의 라스트 댄서> 역시 이 같은 반응을 기대하게끔 한다. 그리고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고, 이 따듯함을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 특히 가족 모두가 함께 봤으면 좋겠다. 엄마의 손을 잡고 오랜만에 극장을 찾아가는 아들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참 괜찮은 영화를 만났다.

<댓글>
지난 아메리칸 필름마켓에 이 영화가 소개되었을 당시 이 영화는 한국 바이어들로부터 가장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작품이다. 그것이 벌써 2년 전 이야기다. 한동안 개봉 소식이 없어서 영화에 무슨 문제라도 생긴 게 아닌지 내심 (쓸데 없는) 걱정을 했다. 미국에서는 16주 동안이나 롱런하며 흥행했고, 미국보다는 해외시장에서 더 좋은 성적을 기록한 작품이다. 현재까지 월드 와이드 수익은 2200만 달러로, 한화로 물경 250억 원 정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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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서 #엄마
2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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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

2012.03.17

'마오의 라스트 댄서'는 아직 들여다 보지 못한 작품이네요. 기사를 살펴보니 한 번쯤 들여다 볼 만한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마오의 라스트 댄서'는 2011년에 개봉한 작품이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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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ㅋ

2012.03.13

마오의 라스트 댄서 남자 발레리노가 동양인이네요. 여자 발레리나와의 춤과 열정 사랑 그리고 동료애를 다뤄나봐요. 배우들의 대사 보다 몸짓연기에 중점을 두었을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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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렬

정성렬의 아비정전(阿飛正傳)
"아비(阿飛)"는 '아비정전'의 주인공 이름이자 불량한 혹은 반항하는 젊은이를 상징하는 이름이며, "정전(正傳)"은 "이야기"라는 뜻. MOVIST.COM에서 "정성렬의 영화칼럼"을 2년 간 연재했으며, 인터넷 한겨레의 문화부 리포터, '연인', '극장전' 등의 홍보를 맡은 소란커뮤니케이션에서 마케터로 활동하기도 했다. 대학원을 진학하려 했으나 영화에 대한 애정을 접지 못하고 (주)누리픽쳐스에서 '향수', '마이클 클레이튼'등의 작품을 마케팅 했다. 현재, 좋은 외화를 수입/마케팅해 소개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