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반을 만난지 28년
한국 대중음악에서 연주곡의 자리는 아직도 협소하다. 뉴에이지 분야에선 이루마가 「Kiss in the rain」(2003)으로 이목을 끌었지만, 이후 장르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이지도 대중적이지도 않았다.
글 : 이즘 사진 : 이즘
2011.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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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중음악에서 연주곡의 자리는 아직도 협소하다. 뉴에이지 분야에선 이루마가 「Kiss in the rain」(2003)으로 이목을 끌었지만, 이후 장르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이지도 대중적이지도 않았다. 밴드 연주에서도 대중들의 머릿속에 기억에 남는 타이틀은 아직도, 20년도 더 된 1989년 봄여름가을겨울의 '거리의 악사' 정도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 오랫동안 마음을 위로해줄 연주곡은 등장하지 않았던 걸까. 상대적으로 주목을 못 받았을 뿐, 여전히 좋은 곡들이 적지 않은 비중으로 우리 곁을 찾아온다. 작년< The Melody > 앨범으로 등장한 피아니스트 최윤정. 보통 뉴에이지와 재즈 분야에 초점이 쏠렸던 연주 음반의 범위를 벗어난 진행을 들려준다는 점에서 특기할 만하다. 그러면서 곡마다 선명한 멜로디를 갖춰놓고 있다. 작곡은 물론이고 프로듀서로서의 몫도 모두 해낸 그녀를 이즘 사무실에서 만났다.


음반에서 뉴에이지로 규정하고 있는 것 같은데 뉴에이지는 아니지 않나.

“라이너 노트를 맡으신 분이 뉴에이지로 써주셨어요. 제가 뉴에이지 사상을 가진 사람도 아니고요. 스타일도 뉴에이지라고 생각하지 않는데… 결과적으로 그 범주에 들어가더라고요.”

데뷔가 늦은 편이다. 앨범 제작은 어떻게 이루어졌나.

“피아노 전공하고 사회에 나와 유아음악 교육과 피아노 페다고지에 관한 세미나를 많이 했는데, 아이들한테 음악을 지도할 때 말을 가르치듯 자연스럽게 가르치는 걸 경험했거든요. 음악도 그런 과정인 것 같아요. 많이 듣고, 연주하고, 나중에 제 음악을 만들고 싶어서 자연스럽게 진행하게 됐어요.”


앨범이 편안함을 추구한 것 같다.

“심플하고 편안하게 가고 싶다는 건 생각했어요.”

「Ocean breeze」에서 초반에 긴장을 주기 위해 반복하는데 무엇을 의미하는가.

“바다에 섰을 때, 푸른 바다와 불어오는 바람, 조금 더 보태면 항해하는 모습이요.”

전체적으로 이 멜로디에서 원하는, 전달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

“어떻게 보면 삶인데요. 삶에서 느낄 수 있는 희로애락 같은 것. 부정적인 건 없고 삶이 즐겁고, 편안하고, 행복하고, 바다와도 같고, 그런 것이죠. 그걸 많이 표현한 것 같아요.”

제목만 보더라도 긍정적인 것들이 많다. 원래 성격이 밝나.

“주변 사람이 편안하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저는 교육자라서 그런지 몰라도 자기 일은 뒤에서 열심히 오리발을 치더라도 사람 만나면 편안하게 해주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면서도 다른, 별도의 메시지는 없나.

“그런 건 전혀 없고요. 우리가 자연스럽게 에세이를 쓰듯, 어떻게 보면 제 생각을 표현하고 제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한 것 같아요. 세상에 이런 사람도 있다. 그건 있었어요. 어떤 꼭대기에 올라가겠다는 목표보다는, 제 음악이 지구 한 바퀴를 돌아서 제 귀에 들어왔으면 하는 바람. 그래서 「See ya someday」나 「Missing you」 같은 곡들은 단지 이성 간의 사랑이 아니라 다시 만나자 하는, 「Missing you」도 만난 사람들의 좋은 추억을 표현하고 있지요.”

터치적인 부분에서 볼 때, 자신의 피아노 톤을 규정한다면.

“제 피아노 톤은 따뜻한 것 같아요. 음악에서 너무 부드러운 것만 하면 싫증나잖아요. 어떤 피아니스트 경우에는 오히려 거친 소리가 플러스 될 수 있다고 표현하는 분들이 있는데, 음색 자체만을 봤을 때 제소리는 따뜻한 쪽이에요.”

제일 공들인 곡은.

“「Prayer」요. 제가 처음 작곡한 곡이에요. 많이 틀어지진 않은 곡인데, 개인적으로 좀 애착이 가요. (처음이라서 그런 것 같다고 물으니) 아무래도 그렇죠.”

「Sleepless forest」는 박선주 곡이다.

“앨범 내기 전부터 친분이 있었어요. 원곡은 「잠들지 않는 숲」(2007)이란 곡인데, 잔잔해서 좋더라고요. 그래서 쓰겠다고 하고 넣었어요. 가요와 팝을 좋아하기도 하고. 앨범 준비할 때, 그중 하나를 예쁘게 넣고 싶은 생각이 있었어요.”

10번 트랙 「Lullaby」은 어떤 곡인가.

“말 그대로 자장가인데, 전 세계적으로 자장가가 많잖아요. 저도 그 제목 아래 정말 누구나 들어도 편안할 수 있는 곡을 만들고 싶어서 제목을 먼저 생각하고 만들었어요.”

다른 피아니스트와 차별화되는 점이 무엇이라 생각하나.

“전 클래식 했던 사람이라, 클래식에 가까운 멜로디. 그런 게 아닐까 싶어요.”


그런 개념으로 따지면, 아티스트 중에서 멜로디에 관해 누가 제일 강한 것 같나.

류이치 사카모토(Ryuichi Sakamoto)요. 굉장히 와 닿더라고요.”

연주에 유일하게 포함된 악기가 첼로다.

“실험적인 음악을 하고 싶은데, 정규 1집은 피아노로 하고 싶었고, 피아노와 가까운 악기를 찾다 보니 첼로를 택하게 됐어요. (다른 악기를 넣는 것과 같은 표현 영역에 대한 확대 계획을 묻자) 한 번 시도는 해보고 싶어요. 많은 악기와 같이 해보는.”

작곡은 언제부터 시작했나.

“곡을 쓰는 것 자체는 이번 앨범이 처음이에요. 그전까진 연주만 했어요. (만족하느냐고 묻자 웃으며) 저는 마음에 들어요.”

3년째 12월에 콘서트를 열고 있다.

“주변에 음악 하는 분들이 많은데, 가요만 해도 장르가 많잖아요. 그런데 또 연주 음악 좋아하시는 분들이 계시거든요. 클래식은 싫어하시고 가요는 별로 즐기지 않으시는 분들. 그래서 편안함,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즐길 수 있는 음악회를 해보자 해서 만들 게 됐어요. 관객의 연령층은 다양해요. (웃음)”

검색 사이트에 나오는 그녀의 경력엔 항상 피아노가 빠지질 않는다. 대학 전공부터 시작해 현재까지 관련된 일은 모두 피아노가 함께 하고 있다. 건반을 만난 지 28년이나 됐다는 그녀와 피아노와의 관계에 대해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피아노를 언제 처음 접했나.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늦게 시작했어요.”

하면서 제일 힘든 때가 언제인가.

“대학교 때요. 계속 콩쿠르도 많이 나가고, 입상도 많이 하고, 고3 때는 대학에서 운영하는 영재스쿨에도 다니고 해서 스스로 재능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대학 가서 갑자기 잘 안 되는 거예요. 매우 많은 시간을 연습했는데, 그때 좀 힘들었던 것 같아요. 노력에 비해서 결과가 비례하지 않더라고요.”


많은 세월 피아노를 쳤다. 동기가 무엇인가.

“지극히 평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음반을 내야겠다는 마음은 어릴 적부터 품었고요. 제가 졸업한 후에는 계속 바빴어요. 저에게 투자하는 시간이 아니라 남을 위한, 예를 들어 일하면서죠. 그래서 시간이, 핑계 같지만 정말 없었어요. 그리고 거기서 또 인정받기 위해서 그쪽에 에너지 쏟다 보니까 그렇게 됐죠.”

선생님들을 가르치는 위치로 알고 있는데 가르치는 주안점은.

“꼭 선생님은 아니더라도 주안점은 피아노와 친해지는 것, 피아노를 알게 하는 것. 그리고 테크닉 적으로 예전에는 손만 빠르면 되는 걸로 아는데 오류거든요. 손 모양부터 소리 내는 법, 손을 유연하게 하는 법, 힘 빼는 법 등. 손목 자세만 조금만 움직이면 부드럽고 더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어요.”

 

최윤정이 꼽는 인생의 음반은.

“모차르트의 < 마적 >. 팝에선 시카고(Chicago). 가요는 산울림 밴드, 정재형 등 아… 많네요.”

< The Melody >를 어떻게 들어줬으면 좋겠는가.

“멜로디로 표현했지만, 들으면 책 한 권을 읽은 듯한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아니면 달달하고 상큼한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느낌…”

최윤정에게 음악이란.

“어려운 질문이네요. 그냥, 음악은 누구의 것이 아니잖아요. 음악은 자기가 태어났을 때 갖게 되는 언어와 똑같다고 봐요. 삶의 일부분 같은, 당연히 떼래야 뗄 수 없는 것. 저 자신에겐 그래요. 그래서 누구나 다 할 수 있고, 음악 하는 사람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다음 앨범은 어떻게 구상하고 싶나.

“전체적인 인생관을 그린 게 이번 앨범이라면 조금 더 디테일하게 들어가고 싶어요. 피아노 위주로 하고 싶긴 한데, 아까 말한 것처럼 앙상블이 들어가는. 또 하나는 제가 예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장르가 있었어요. 류이치 사카모토처럼 전위적인 음악은 아니지만, 일렉트로니카 듀오로 음악 해보고 싶어요. 유니크 쉐도우라고 DJ 하는 파트너가 있어요.”



인터뷰: 임진모, 옥은실, 이종민
사진: 옥은실
정리: 이종민

글 / 이종민(1stplanet@gmail.com)





 
#최윤정
1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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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ㅋ

2011.10.30

음악은 삶의 일부분이라는 말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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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