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록의 최고작품으로 꼽히는 명곡 「천국으로 가는 계단」
「레일라」와 더불어 70년대 록의 최고작품으로 꼽히는 명곡 「천국으로 가는 계단」(Stairway to heaven)이 수록된 레드 제플린의 대표적 명반이다.
글ㆍ사진 이즘
2011.09.02
작게
크게

요즘 밴드 서바이벌 프로그램인 < 탑밴드 >가 인기를 얻고 있는데요. 밴드의 기본은 멤버들 간의 유기적인 호흡과 연주력일 겁니다. 영국 출신의 전설적인 록 밴드 레드 제플린은 우리에게 ‘밴드란 무엇인가’를 명쾌하게 대답해주고 있습니다. 설명이 필요 없는 명곡 「Stairway to heaven」이 수록된 1972년 레드 제플린의 4집 음반을 소개합니다.


레드 제플린(Led Zeppelin) < Led Zeppelin IV >(1972)

「레일라」와 더불어 70년대 록의 최고작품으로 꼽히는 명곡 「천국으로 가는 계단」(Stairway to heaven)이 수록된 레드 제플린의 대표적 명반이다. 서양에서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헤비 메탈의 전형으로 인식된 유명한 앨범이기도 하다.

지미 페이지(기타), 로버트 플랜트(리드 보컬), 존 폴 존스(베이스), 존 보냄(드럼)의 영국그룹 레드 제플린(Led Zeppelin)은 사실 69년 두 번째 앨범으로 이미 헤비메틀의 형식미를 완성시켰다. 따라서 통산 4번째가 되는 이 앨범(71년 겨울 발표)이 록 역사에 차지하는 명목상의 가치는 없다.

그러나 록 대중에게 끼친 영향과 관련하여 이 앨범이 누리는 '실질 가치'에 견줄 레드 제플린, 아니 모든 록 그룹의 다른 앨범을 선뜻 제시하기는 어렵다. 록 음악 중에서도 하드 록의 지망생들은 무조건 이 앨범을 들어야 했고 또 배워야 했다. 그들은 이 '헤비 메탈의 교과서'로부터 헤비 메탈의 기타, 드럼과 창법에 대한 가르침을 받았다.

「로큰롤」(Rock and roll)만 하더라도 20년이 훨씬 흐른 오늘날도 많은 그룹들이 그것에 따라 연주하고 노래하고 있다. 그룹을 만들었다면 싱어는 로버트 플랜처럼 노래를 하이 톤으로 불러야 했고 기타를 맡은 멤버는 무조건 지미 페이지와 같이 치지 않으면 안되었다. 80년대 국내 최초의 헤비 메탈 밴드라는 '시나위'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블랙 독」(Black dog)과「로큰롤」은 미국에서 싱글로 발표되어 각각 15위, 47위를 차지했다. 물론 두드러진 성적은 아니었다. 그런데 싱글과 달리 앨범은 차트 2위까지 오르고 700만장이 팔려나가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거기에는 어느 정도의 '신비'가 더해진 까닭이었다. 다름 아닌 「천국으로 가는 계단」이 그 신비를 창조했다. 레드 제플린은 이 완벽에 가까운 곡을 결코 싱글로 커트하지 않는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그들은 히트곡이 되어 매력이 닳아버리는 것을 피해 이 곡의 영속적 어필을 원한 것이었다. 전략은 적중했다. 대중들은 싱글로 나오지 않음으로써 신비의 보호막에 쌓인 이 곡의 마력에 너도나도 끌렸고 거기서 헤비 메탈의 예술성을 만끽했다.

「천국으로 가는 계단」의 일등공신은 물론 당대 최고의 록 보컬리스트로 떠오른 로버트 플랜트였지만 지미 페이지의 기타 플레이 또한 절대적이었다. 특별한 기교를 배제하고 전통적인 기타주법을 고수하는 그는 이 곡을 위시한 몇몇 수록곡에서 어쿠스틱 기타와 일렉트릭 기타를 혼용. 다채로운 기타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메탈의 격정 속에서 차분한 포크의 맛이 도드라진 이유가 여기에 존재한다.

그는 메탈 기운이 넘치는「포 스틱스」(Four sticks)에 어쿠스틱 기타를 연주했고 조니 미첼에게 바치는 곡 「캘리포니아로 가서」(Going to California)는 전체를 어쿠스틱 기타로 채색해 한 편의 포크를 완성해냈다.

영국 포크의 여왕인 샌디 데니를 초대하여 만든 「배틀 오브 에버모어」(The battle of evermore)에서는 심지어 컨트리 악기인 만돌린 연주를 선보이기도 한다. 철저한 블루스라곤 「둑이 무너질 때」(When the levee breaks)에 불과하다. 지금도 제플린광들은 제플린이 결코 헤비 메탈 그룹으로 정의가 제한돼서는 안된다고 강변한다.

이 앨범이 발표된 이후 1975년에 이르러 어떤 록 밴드도 감히 레드 제플린의 인기를 추월하지 못했다. 앨범 6장이 동시에 차트에 올랐으며 뉴욕 메디슨 스퀘어 가든 공연 티켓은 4시간만에 완전 매진되는 폭발적 장세를 자랑했다.

심지어 백악관에서도 「천국으로 가는 계단」이 울려퍼졌으며 제랄드 포드 대통령의 딸들은 TV 딕 카벳 토크쇼에 출연, 가장 좋아하는 그룹이 레드 제플린이라고 밝혀 전국적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이 무렵 이들의 인기가 폭발, 교실에서는 기존의 딥 퍼플파(派)를 위협하는 제플린파가 생겨났으며 이 두 메탈집단은 때로 음악의 우위를 놓고 험악한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록역사의 명작인 「천국으로 가는 계단」은 대부분 로버트 플랜트가 노랫말을 쓴 것으로 전해지는데 즉석에서 착상했고 그것의 의미들에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 레드 제플린을 위시한 영국 그룹들이 록의 예술성에 집착하고 있었음을 시사하는 증거이다.

레드 제플린은 미국의 사이키델릭 밴드처럼 록의 사회성에 헌신하지 않았다. 그들은 70년대의 록이 다분화 다층화 다원화의 물결 속에서 사회 아닌 음악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변화를 앞장서 실천하고 있었다.


글 / 임진모(jjinmoo@izm.co.kr)

제공: IZM
(www.izm.co.kr/)


#레드 제플린 #헤비메탈
0의 댓글
Writer Avatar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