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여자아이가 고민하는 초경, 공감과 감동으로 극복해가요”-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여자아이의 왕국』
『여자의 왕국』은 초경을 시작하는 여자아이의 마음을 섬세한 글과 상징적인 그림으로 표현한 그림책이다. 월경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 여성이 자라나는 모습을 아름답게 그렸다. 주제를 지나치게 강조하지 않으면서도 잔잔하게 마음을 울리는 글에 예술적인 그림이 곁들여져 감동을 더한다.
글ㆍ사진 김수석
2011.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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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어리게만 보이던 우리 아이에게 불쑥 찾아온 초경. 미리 준비하고 이해시키지 않으면 아이는 커다란 혼란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 걸까? 난감함에 하루 이틀 미루다 보면 아이는 어느덧 혼자만의 성에 갇혀버리고 만다. 아름다운 성장의 통과의례를 아름답게 표현해주고 싶은데, 부모가 가진 언어는 항상 부족하기 마련이고 아이에게는 부모의 관심이 훈계로만 들린다. ‘제발 날 그냥 내버려둬!’란 딸아이의 투정에, 엄마는 그저 깊은 한숨과 함께 딸아이의 옷장에 생리대를 넣어주는 것으로 격려의 말을 대신한다.

그러나 다행히도 이러한 부모의 고민을 덜어주고, 불안한 여자아이의 심리를 따듯하게 감싸주는 책이 출간되었다. 라가치(Ragazzi Award) 대상을 받은 그림책 『마음의 집』(창비 2010)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Iwona Chmielewska)의 신작 『여자의 왕국』이 출간된 것이다.

『여자의 왕국』은 초경을 시작하는 여자아이의 마음을 섬세한 글과 상징적인 그림으로 표현한 그림책이다. 월경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 여성이 자라나는 모습을 아름답게 그렸다. 주제를 지나치게 강조하지 않으면서도 잔잔하게 마음을 울리는 글에 예술적인 그림이 곁들여져 감동을 더한다.



국경과 연령의 경계를 허문 그림책 작가


홍대의 한 카페에서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작가를 만났다. 옅은 금발에 차분한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그녀. 언어라는 장벽에 막혀 그녀의 말을 직접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차분하고 따듯한 그녀의 음색이 국경을 뛰어넘어 사랑받는 작가임을 느끼게 했다. 이보나 흐리엘레프스카 작가는 기자의 명함을 건네받고는 무척 반가워했다.

“yes24, 잘 알아요! 틈틈이 홈페이지에서 들려서 서평을 살펴봐요. 제 책을 읽는 아이들의 사진을 보면 감격스러워요.”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작가는 우리나라에서 이미 15권의 동화책을 출간한 대중적인 작가다. 그녀는 아이의 심?를 유쾌한 상상력으로 풀어낸 『문제가 생겼어요』(논장 2010), 『학교 가는 길』(논장 2010)과 같은 책은 물론, 철학적 주제를 다룬 『시간의 네 방향』(사계절 2010)같은 그림책으로 아동문학의 지평을 넓혀왔다.


방한하셔서 개인적인 시간을 가지셨나요?
어제는 남대문 시장에 가서 작품에 사용할 크레파스를 샀어요. 그리고 남편과 막걸리도 먹었죠. 이번 주에 주요한 일정이 끝나면 좀 더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서울의 정취를 마음껏 느껴볼 생각이에요.

한국 음식은 입에 맞으시나요?
한국 음식을 굉장히 좋아해요. 김치나 만두도 맛있고, 특히 나물을 좋아해요. 한국의 초록색 나물들은 정말 맛있어요.

신간 『여자의 왕국』에 대해서 소개해 주세요.
『여자의 왕국』은 제 자전적인 이야기가 많이 들어간 책이에요. 이 책은 여성이라는 한정된 독자층을 겨냥하고 나온 책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읽힐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해서 기획하게 됐어요.
여자는 누구나 외롭고 쓸쓸한 성장의 과정을 거치게 돼요. 하지만 그 시기는 모든 여성이 동일하게 겪는 과정이죠. 그래서 여성에게는 힘을 줄 수 있는 응원의 메시지를 담고 있어요. 그리고 남성에게는, 어머니나 아내 그리고 딸에 대해서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어서 이 책을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공주가 겪는 특별한 하루


『여자의 왕국』은 여자아이의 성장을 동화 속 공주이야기로 해석한 독창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벽지의 무늬는 의미심장한 그림으로 되살아나고 여자아이는 동화 속 공주로 변모한다. 월경 기간 중 여자아이의 몸과 마음에 나타나는 변화를 동화 속 공주들의 고난으로 표현했다. 더불어 다양한 상징을 담고 있는 동화 속의 이미지들을 발견하는 재미도 함께 느낄 수 있다. 이 책은 그야말로 ‘월경’을 ‘마법에 걸렸다’고 표현하는 우리나라의 비유가 어울리는 책이다.

중세적인 환상성을 빌려서 표현하신 이유가 있나요?
아마도 제가 나이가 들어서 앤틱한 것에 좀 더 매력을 느껴서 그런 거 같아요(웃음).

한국에서는 여성의 월경을 ‘마법에 걸렸다’고 표현하는데요, 폴란드에서도 그런 표현이 있나요?
아! 한국에는 그런 표현이 있나요? 아름다운 비유인 거 같네요. 아쉽지만 폴란드엔 그런 비유가 없어요. 하지만 한국에 그런 표현이 있다니 기쁘네요!

상징과 비유가 풍부한데요.
생각의 폭을 넓히고, 좀 더 부드럽게 다가가기 위해서 다양한 상징과 비유를 사용했어요.

책에 나오는 용은 어떤 의미로 사용되었나요?
폴란드에서는 용이 여성을 괴롭히고 힘들게 하는 상징으로 많이 쓰여요. 용이 공주를 납치해서 가두어 놓기도 하죠. 용이란 여성의 내면적인 고통과 갈등을 표현하기 위해서 사용되었어요.

벽지를 책의 배경으로 사용하셨는데.
벽지는 앤틱 상점에서 1달러를 주고 샀어요. 책에서는 느껴지지 않지만, 펄감이 있는 살짝 빛나는 벽지였죠. 실제로 벽지가 책을 만드는 데 많은 역할을 해주었어요. 벽지에 그려진 줄기를 따라서 가시나무를 그려 넣기도 했고, 이미 새겨져 있는 새를 이용해서 일러스트를 완성하기도 했죠. 벽지에 그림을 그리면서 많은 영감을 얻을 수 있었어요.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는, 공감의 힘을 담고 있는 책


초경이 시작된 날은 이제 숨기거나 부끄럽게 여기기보다는 당당하게 축하를 받는 날로 바뀌었다. 아이에게는 몸이 성장하는 것을 실감하며 더욱 나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돌아보게 되는 날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이의 마음은 몸의 변화가 익숙하지 않아 혼란스러울 수 있다. 『여자의 왕국』은 월경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여성으로 성장해나가는 모습이 아름답게 그려졌다.

여성이 초경을 겪는 시기란 어떤 시기인가요?
저는 초경을 일찍 경험했어요. 준비가 안 되어 있는 상태에서 찾아온 변화에 고민도 많았고, 그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도 못했어요. 모든 여성에게 통용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초경을 두려워하고 비밀스럽게 생각하는 소녀들이 많이 있을 거로 생각해요.

작가님께서는 그 시기를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제가 초경을 겪었을 때는 동화를 많이 읽었어요. 동화에는 어려움에 처한 공주들이 많이 나오잖아요. 공주들이 난관을 슬기롭게 이겨나가는 것을 보면서 위안을 얻었어요. 그런데 그런 공주들도 실제로는 우리와 똑같이 월경을 겪는 여성이잖아요. 동화 속에서 보이는 이상적이고 고귀한 이미지만이 전부는 아니죠. 그래서 아이들에게 그러한 사실을 말해주고 싶었어요.

아이들의 신체 성장과 정신적인 성장이 균형을 맞추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신체적인 성숙도와 정신적인 성숙도의 균형을 맞추기란 쉽지 않을 거예요. 어린이의 정신으로 어른이 되어가는 신체를 받아들이기란 어려운 일이죠. 그리고 그건 『여자의 왕국』을 집필한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해요. 공주의 모습을 보면서 월경을 겪는 고통이나 외로움을 조금은 이성적으로 가늠해 볼 수 있죠. 신체와 정신의 균형을 맞추려 노력하기보다는 아이의 마음을 이해해주는 공감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초경을 겪는 아이를 위한 이 책의 사용법을 알려주세요.
우선, 『여자의 왕국』은 아이들만을 위한 책은 아니에요. 오히려 아이의 주변 사람들이 함께 타어야 할 책이죠. 『여자의 왕국』의 짧은 이야기 안에는 다양한 비유와 상징이 들어 있어요. 예를 들어, 왕관이 머리를 짓누른다거나, 독사과를 먹은 것처럼 아프다는 표현이 나오잖아요. 그런 표현을 이용해서 엄마가 아이에게 월경의 아픔을 쉽게 설명해주고, 아이와 함께 공감할 수 있을 거예요. 『여자의 왕국』에는 그런 장치들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요.


동화는 어른과 아이 모두를 위한 책


동화는 언제나 친근하고 편안하다. 무겁고 민감한 주제도 동화의 양식을 빌리면 받아들이기가 쉽다. 우리의 정신은 동화적인 상상력과 상징체계로 이루어진 부분이 많다. 아이에게 동화책을 사주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부모가 함께 읽고 아이와 이야기 나눌 때 동화의 힘은 더욱 커진다.

폴란드에서는 동화를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많이 읽나요?
동화는 폴란드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세대의 구분 없이 널리 읽혀요. 동화의 역사도 깊을뿐더러 구전되던 이야기가 책으로 만들어진 경우도 많죠. 그리고 그림 형제의 동화 같은 것도 본래는 성인을 위한 동화였어요. 동화에 사용된 상징들은 유럽인의 사고체계에 중요한 틀을 제공했죠. 프로이트도 동화의 상징을 빌려서 자신의 이론을 설명한 경우가 많고, 제가 이 작품을 쓸 때도 전통적인 동화의 상징을 빌려 왔어요.

한국의 작가들과 작업을 하시는 이유가 있나요?
한국 작가들의 글은 사고가 깊어요. 그래서 저 역시 더 깊이 생각하게 돼요. 저에게 한국 작가들의 글은 영감을 주는 원천 같은 역할을 해요.

앞으로도 계속 한국 작가들과 일하실 건가요?
당장 계획된 것은 없지만, 기회가 된다면 얼마든지 기쁘게 할 거에요.

끝으로 독자 여러분께 한 말씀 해주세요.
이러한 기회를 가지게 돼서 영광입니다. 『여자의 왕국』을 통해서 마음을 나눌 수 있게 돼서 기뻐요. yes24를 통해 제 책을 읽는 한국 어린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큰 감동을 느꼈어요. 감사합니다.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여자아이의 왕국
8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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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jmcp25

2011.10.29

여자아이의 왕국은 초경을 시작하는 여자 아이들에게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책인것 같아요. 처음 겪게 되는 일에 불안함과 혼란스러움을 느낄 수 있을때 여자아이의 왕국은 그러한 불편함을 자연스러운일로 여길 수 있도록 편안함을 전해주는 책인것 같습니다. 작가의 섬세하고 표현과 따뜻한 책의 정보가 여자아이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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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별마미

2011.10.16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작가의 얼굴이 정말 궁금했었는데, 눈과 얼굴이 참 맑아보입니다. 그렇기에, 이렇게 좋은 작품들이 나오나 싶을 정도 지요.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작가의 책은 그냥 그림책으로 보고 마는 책이 아니라, 한번더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어서 곁에 두고 보고 싶은 책들입니다.
작가의 생각을 함께 하려면 나역시 깊이 생각을 해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이번에 새로 나온 '여자아이의 왕국'도 꼭 사봐야겠네요.
6학년인 우리 아이도 얼마남지 않은 여자로서의 어른이 되어가는 시간이 가까이 온듯하고, 그 경험이 부끄럽거나 감출것이 아니라는 것을 또 이야기로, 이책으로 함께 해야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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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탈

2011.10.16

생각할 여지와 꺼리를 끊임없이 제공하는 작가로 제 기억엔 남아 있습니다. 그림책은 아이뿐 아니라 어른에게도 다양한 시각을 제공하기에, 전 여전히 그림책에 머물고 있고요. 최근작인 <여자아이의 왕국>도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는 중입니다. 초등 2학년 여자아이도 책을 덮으며 슬쩍 웃더군요. 우리만의 비밀을 공유하는 것처럼.
늘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작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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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석

http://blog.yes24.com/musician79

채널예스에서 작가와 독자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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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1960년에 태어나 폴란드의 코페르니쿠스 대학에서 미술을 공부했습니다. 『생각하는 ABC』로 ‘BIB 황금사과상’을, 『마음의 집』 『눈』 『할머니를 위한 자장가』로 ‘볼로냐 라가치 상’을 받았습니다. 야누시 코르착이 돌보았던 '고아의 집'을 배경으로 한 『블룸카의 일기』로 '독일청소년문학상 그림책 아너'를 받았고, 이번 그림책에서도 어린이 인권을 존중한 코르착의 뜻을 되새기는 이야기를 그렸습니다. 그 외의 책으로 『파란 막대 · 파란 상자』 『두 사람』 『시간의 네 방향』 『작은 발견』 『주머니 속에 뭐가 있을까』 등이 있습니다. 폴란드 토루인에서 태어나 코페르니쿠스 대학 미술학부를 졸업하고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번역가 이지원과의 만남으로 한국에 소개되기 시작했으며, 2000년에 『아저씨와 고양이』로 프로 볼로냐상을, 2003년에 야스노젬스카의 『시화집』으로 바르샤바 국제 책 예술제에서 ‘책예술상’을 받았다. 2007년에는 『생각하는 ABC』로 브라티슬라바 일러스트레이션 비엔날레황금사과상, 2011년에는 한국 작가 김희경과 함께 만든 『마음의 집』으로 볼로냐아동도서전 논픽션 부문 라가치상을 수상하였다. 2013년에는 『눈』으로 픽션 부문 라가치상을 받았다. 2018년과 2019년에는 안데르센상 수상 후보로도 추천되었다. 주로 질감과 문양이 다른 종이, 천을 이용한 콜라주와 다양한 채색 기법을 사용해 기발하고도 철학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