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척임의 과학’이라는 연구 분야가 있을 정도로 자는 동안 몸을 뒤척이는 건 우리의 생명을 지켜주는 데 커다란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잠’과 마찬가지로 ‘뒤척임’의 메커니즘에 대해서도 아직 전모가 드러나진 않았습니다. 그러나 상당히 많은 사실이 밝혀졌지요.
자는 동안에도 우리 몸은 여러 가지 일을 합니다. 몸을 성장시키고, 체내 조직을 복구하고, 심신의 피로를 회복하고, 면역력을 높이고, 기억을 정리하고……. 그러므로 자면서도 최소한의 움직임이 필요합니다. 움직임을 통해 혈액과 림프액, 관절액 따위의 순환을 촉진해 자는 동안 처리해야 하는 다양한 작업을 돕기 때문입니다. 뒤척임이란 그만큼 중요한 목적을 가지고 신체를 끊임없이 움직이는 합리적인 행위입니다.
깨어 있을 때도 마찬가지지만 우리 몸은 오랜 시간 같은 자세를 지속하면 혈액순환이 나빠져 여기저기 쑤시고 저리고 근실거리기도 합니다. 그것은 ‘슬슬 몸을 움직여주지 않을래?’라는, 몸이 보내는 신호입니다. 몸의 휴식기인 렘 수면 때에 뒤척임이 많은 이유도 같은 자세를 지속하는 데에 따른 혈류 불량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병으로 누워만 지내는 환자의 경우에는 이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아서 욕창이 생기는 거지요.
뒤척임에는 체온을 조절하는 기능도 있습니다. 오랜 시간 같은 자세로 누워 있다 보면 아래쪽에 깔린 부위에 체온이 몰리기 쉽습니다. 그래서 때때로 몸의 방향을 바꿔줌으로써 체온이 올라가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앞서 말했듯이 두 발로 서서 걷는 동물인 인간에게 등뼈에 부담을 주지 않는 유일한 자세는 누운 자세입니다. 자는 동안 우리 몸은 서 있을 때 받은 압력으로 인해 뒤틀린 척추와 추간판, 근육을 쉬게 해서 다음 날까지 본래의 상태로 되돌리려고 합니다. 온몸의 뼈와 근육을 두루두루 쉬게 하려면 이리저리 뒤척여야 합니다. 아침 무렵에 렘 수면이 많아지고 뒤척이는 횟수가 늘어나는 까닭은 이윽고 일어나서 활동을 개시하려는 준비인 거죠.
자는 동안에도 이러한 모든 작용이 원활이 이루어져야 비로소 우리는 숙면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자유롭게 몸을 뒤척일 수 있어야 숙면도가 상승합니다. 뒤척임이 없다면 숙면을 취할 수 없습니다. 단, 뒤척일 때마다 어딘가가 아프거나, 손이 저리다거나, 몸이 안정되지 못하고 잠을 깨는 경우는 이상 신호이므로 몸 상태와 수면 환경을 반드시 점검하세요.
그럼 이제 뒤척임의 중요성을 충분히 이해한 참에 자신의 뒤척임을 한번 떠올려보세요. 한쪽 어깨에 머리를 얹거나 반쯤 엎드린 자세로 자는 건 아닌가요? 뒤척일 때마다 어깨를 힘겹게 들어 올리지는 않습니까?
환자에게 맞는 베개를 조정하기 위해 “몸을 뒤척여주세요” 하고 부탁하면, 어깨와 허리에 일일이 힘주어 끙끙대며 몸을 들어 올리는 분이 있습니다. 그래서는 뒤척인다고 할 수 없습니다.
진정한 뒤척임이란 이리 뒹굴 저리 뒹굴 자유자재로 몸의 방향을 바꾸는 것입니다. 평평한 지면을 구르듯이 편하게 몸을 뒤척일 수 없다면 피로 회복도 안 되고 숙면도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어째서 그렇듯 기묘한 뒤척임을 보이는 걸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베개나 잠자리, 혹은 양쪽 다 부적절하기 때문입니다.
원래 병을 앓는다든지 부득이하게 몸을 못 움직이는 경우를 제외하면 뒤척이지 못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보통 갓난아기는 생후 3~4개월 즈음, 늦어도 5~6개월이 되면 자연스럽게 몸을 뒤척이기 시작합니다. 이리 뒹굴 저리 뒹굴 아주 능숙하게 움직이지요. 허리를 영차영차 들어 올려 몸을 뒤척이는 아기는 본 적이 없습니다.
요컨대 본능적으로 누구나 순조롭게 몸을 뒤척일 수 있습니다. 그게 안 된다는 건 외적인 요인 탓입니다.
우리 몸은 신생아에서 유아, 유아에서 어린이, 그리고 청소년을 거쳐 성인으로 성장하면서 체형이 계속 변합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게 몸 크기에 대한 머리 비율이 작아지는 거지요. 누운 상태에서 보면, 머리가 작아지는 만큼 이부자리 표면에서 머리에 이르는 거리가 멀어집니다. 따라서 그 틈새를 베개라는 침구로 메워줘야 합니다.
이때 모양, 높이, 경도(딱딱하거나 푹신한 정도) 모두 몸에 맞는 적절한 베개를 베고 자면 수면 자세가 안정되고, 몸을 뒤척이는 데에도 무리가 없습니다. 그런데 베개가 부적절하면 자는 자세가 나빠질 뿐만 아니라 몸을 뒤척일 때마다 근육의 움직임이 커서 에너지 소모가 많아집니다.
비가 내린 뒤 바퀴 자국을 상상해보세요. 질퍽거리는 진흙길을 운전하다가 깊이 팬 바퀴 자국이나, 진창에 빠졌을 때 거기서 빠져나오기 위해 얼마만 한 에너지가 필요할지……. 아무리 애를 써도 탈출하지 못하면 차량용 장비로 바퀴를 들어 올려야 하지요. 푹 꺼지거나 일그러진 베개 위에서 몸을 뒤척이는 것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뒤척일 때마다 허리나 어깨를 들어 올리는 건 자고 있는 몸에게는 엄청난 중노동입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몸을 뒤척이지 못하는 유형은 두 가지로 나뉩니다. 반듯이 누워 자다 옆으로 돌아누울 수 없는 유형과, 반대로 옆으로 누워 자다 위를 향해 돌아눕지 못하는 유형입니다. 어떤 유형이 나타날지는 베개나 기타 침구에 따라 다르며, 그 결과 일어나는 증상도 모두 다릅니다.
전자의 경우에 나타나기 쉬운 전형적인 증상은 자고 나면 허리가 아프다거나 쉽게 일어나지 못하고, 어깨 결림, 두통, 눈 안쪽의 통증 따위가 흔히 일어납니다.
후자의 경우에는 밑에 깔려 있던 손이 저리거나 팔꿈치가 구부러지지 않는다, 팔을 뻗을 수 없다, 팔이 아파 움직일 수가 없다, 등의 증상이 자주 나타납니다. 때로는 밑에 깔려 있던 얼굴 한쪽이 저리거나 귀가 아프기도 합니다. 이 모두가 잘못된 베개 때문에 몸을 뒤척이지 못한 채로 오랜 시간 같은 자세를 강요당하는 바람에 목뼈와 허리뼈가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서 일어나는 증상입니다.
- 이게 다 베개 때문이다 야마다 슈오리 저/신유희 역 | 위즈덤스타일
베개는 단순히 자는 동안 목을 얹어놓는 도구가 아니다. 숙면을 취하려면 목의 위치, 다시 말해 목신경이 적당한 기울기를 유지해야 한다. 맨 바닥에 눕는다고 가정해보자. 무심코 두 팔을 머리 밑으로 대게 마련이다. 이는 사람 목이 C자형이므로 누웠을 때 편안한 위치를 만들기 위한 본능적인 행동이다. 베개 없이 자는 게 좋다는 낭설을 믿어서는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야마다 슈오리
의학박사. 1964년 도쿄 출생. 1988년 도쿄여자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대학 정형외과 교실을 거쳐 2000년부터 도쿄의 마치다 시 나루세 정형외과에서 원장과 함께 정형외과 베개를 연구 개발했다. 현재 16호 정형외과 원장, 도쿄여자의과대학 닛포리 클리닉 강사, 야마다 슈오리 베개 연구소 대표이사, 일본 아로마 테라피 학회 이사를 맡고 있다. 각종 질병을 유발하는 베개와 수면에 관한 연구에 전념하면서 정형외과 의사가 생각하는 올바른 잠, ‘정면’을 위한 베개와 아로마 요법에 관한 연구를 천직으로 삼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병은 잠든 사이에 고친다』가 있다.
초가집
2012.04.06
평범한 사람
2012.04.05
달북
2012.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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