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카이를 검색하면 너무 많은 카이라는 인물이 있더라는 말을 듣고 흥분하던 것도 잠시, 이내 평정을 찾는 초긍정 마인드의 카이.
“아이돌도 있고 카이가 너무 많더라고요. 소속사에서도 고민했죠. 그래서 결론은, 이 땅에 철수가 얼마나 많겠어요. 잘 나가는 사람이 최고인거죠. 다만 배우 김정은 누나가 좀 안 됐다 생각했죠. 워낙 거물이 있어서요.”
많은 카이가 있을 정도로 인기 있는 카이라는 이름, 뜻은 뭘까?
“중국어로 카이라는 뜻이 open이래요. 일본에서는 보람 있다, 유쾌하다, 하와이에선 샘이 터지는 지명에 카이가 다 들어간대요.(혹시 다른 카이들도 비슷한 뜻일까 살짝 경계하며) 제가 처음에 결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었는데 조수미 선생님이 저를 보시고는 알렉산더 사피나라는 가수 대신 저와 함께 무대에 서셨어요. 이름도 좀 어려우니 바꿔보자는 제안을 해주셨고요. 조수미 선생님은 한국에 들어오시면 자주 뵙고 있어요.”
그래, 카이는 처음 팝페라 가수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클래식 라디오 채널의 DJ로도 활약하고 있다. 그리고 뮤지컬까지. 요즘 그는 자신을 뭐라고 소개할까?
“애매해요. 저의 엄마 모임에 따라가면 아들이라고 하고, 라디오 진행할 땐 디제이라고 하고요. 상황에 따라 다른데 저는 그냥 인간 카이죠. 평소 저는 행복하지 않으면 노래도 그만 둘 수 있다고 생각해요. 라디오 스타 같은데 나오면 ‘나에게 음악이란?’ 이런 걸 묻잖아요. 혹시 언제 나갈지 모른다는 마음으로 생각해봤죠. 저에게 음악이란 ‘차선’이에요. 행복해지기 위해 음악을 하는 거지, 음악 때문에 행복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인간 정기열이 먼저이고 음악이 따라오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저를 뭐라고 설명해도 상관이 없습니다.”
라디오 스타에 나온 카이의 모습, 꼭 봤음 싶다. 그만큼 재미있고, 유쾌하고, 진지한 이야기를 쏟아내는 카이, 이번엔 새로운 모습을 준비하고 있다고?
국내 초연이라 뮤지컬 팬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는 브로드웨이 명작, <두 도시 이야기>에서 찰스 다네이로 분한 카이.
“사랑하는 여자에게 굉장히 수줍음도 많지만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려는 마음도 강하고 가문과 혈통을 버려도 정의와 소시민을 위해 싸울 수 있을 정도로 담대한 귀족이죠.”
연습 시작한지 얼마 안 돼 아직은 서로 서먹하지만 대형 뮤지컬답게 카리스마 빼면 시체(는 좀 심한가?)일 수도 있을 한국의 국가대표급 뮤지컬 배우들이 총동원된 <두 도시 이야기>의 팀웍은 이미 기대되는 바.
“칼튼 역을 맡은 류정한 배우는 대학 선배이기도 하고 사적으로 친하고요. 제 상대역을 하는 임혜영 씨(남자의 자격 청춘 합창단을 기억한다면 아실 터)는 방송을 통해 같이 노래를 한 적이 있어서 친해요.”
카이는 <두 도시 이야기>가 오페라의 유령이나 레미제라블과 같은 세계 3대 뮤지컬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없는 뮤지컬이라고 자부한다.
“작품의 완성도나 구성, 특히 음악이 상당히 아름다워서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고요. 또 함께 하는 배우들이 우리나라 최고의 배우들, 실력자들이라, 저만 빼고요. 저는 아직 배우는 중이고요. 하지만 다른 배우들과 스탭도 최고의 멤버로 구성돼서 처음 시작한 뮤지컬이라 아직 완벽하다고 할 수 없을지는 몰라도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누나부대를 이끄는 뮤지컬 핫 스타 전동석 배우와 더블 캐스팅이다. 이번 무대에서 카이는 전동석과는 다른 찰스 다네이를 선보일 예정.
“동석 씨도 성악을 전공했는데 동석 씨는 패기 넘치고 파퓰러한 쪽을 추구한다면 저는 소리를 내는 방식이나 음악을 이끌어가는 방식이 좀 더 클래시컬한 부분을 중시하기 때문에 관객 여러분은 색깔이 많이 다른 찰스 다네이를 보실 수 있을 겁니다.”
다음 달 공연을 앞두고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멤버들과 함께 하는 갈라 콘서트 준비에 분주한 카이, 오리지널 멤버들에 전혀 주눅들 기세가 아니다. 비교 대신 한국에서 초연되는 <두 도시 이야기>는 새로운 버전으로 봐달라고.
카이는 현재 서울대학교 성악과에서 학사, 석사를 마치고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하지만 정통 성악은 싫었다. 왜?
“멋있게는 얼마든지 말할 수 있지만 한 마디로 솔직히 말하면 재미가 없었어요. 성악 자체는 멋있고 흥미가 있었지만 그것만 한다는 게 저한테는 재미가 없었다는 말이죠. 그래서 성악을 가지고 더 재미있는 걸 할 수는 없을까 고민하다가 방송도 하게 됐고 좋은 무대도 많이 서게 됐죠. 그런 걸 선택하는 데 있어서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기준이 됐죠.”
하지만 뮤지컬은 달랐다.
“뮤지컬은 재미만 가지고 하지는 않아요. 정통으로 전공한 오페라의 최신 버전, 21세기의 새로운 오페라가 뮤지컬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재미만 추구하는 가벼운 마음은 아니죠. 정통성과 프로페셔널한 자세로 책임감을 가지고 하고 있어요.”
책임감을 가지고도 하기 어려운 뮤지컬 장르가 있다.
“임상실험을 해본 결과 저주받은 골격 때문에 춤은 아직 시도해보지 않았어요. 성악적인 테크닉, 벨칸토 발성이라는 게 있는데요. 발성에 얽매여 진실된 것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그래서 음악 애호가들에게서 클래식이 멀어졌다고 생각해요. 사실 그게 얼마나 오래됐는지, 정통성을 가지고 있는지가 중요하지 않거든요. 예술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사람들을 어떻게 감동시키고 공감대를 이끌어내느냐 인데 그 부분을 잃었기 때문에 클래식이 점점 외면당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유에 대해 카이는 그 안에서 마음을 찾고 진심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류정한 선배님, 동석이, 저처럼 베이스가 성악에 있든 윤형렬씨처럼 성악에 없든 그건 중요하지 않고요. 사람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는 노래, 연기가 갖춰있어야만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뮤지컬이 굉장히 매력적이고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예술의 한 부분이 아닌가 생각해요.”
순간, 이런 열정을 가진 배우는 무대 위에서 어떤 마음일까 궁금해졌다.
“기자님은 저랑 얘기하면서 뭘 느끼세요?”
헉, 우문이로구나. 그래서 확 솔직해져버렸다.
“멋있구나 하고 빠져들고 있었어요.”
…
카이에게 없는 게 뭘까?
“사실 노래하면서 어떤 생각에 젖는다는 건 프로페셔널하지 못해요. 무대 위에서 어떤 생각이 든다고 말하는 건 좀 과장된 이야기 같아요. 기자님과 얘기하면서 그 이야기와 눈빛에 집중하기 때문에 그럴때 무슨 생각이 드는지 전 잘 몰라요. 그래서 무대 위에서도 배역에 빠져 몰입하다보면 어떤 생각도 할 수 없죠. 생각할 겨를도 없고 다른 생각을 해서도 안되고요. 가끔 생각하는게 있다면 다음 대사가 뭐지 하는 정도. 그래도 무대에서 내려와서 관객의 기운이 느껴졌을 땐 옷이라도 다 벗어주고 싶어요. 헌혈해 보셨어요? 피라도 뽑아주고 싶은 마음과 비슷해요. 고마움에 대한 표시로 말이죠.”
찾았다! 카이가 약하다는 춤. 그러나,
“제가 욕심이 나는 역할이 춤을 춰야 한다면 도전할 수도 있습니다.”
꼭 보겠다, 카이의 나이스 웨이브.
<두 도시 이야기>가 끝나면 다시 가수로 돌아간다는 카이.
홍콩, 싱가포르, 대만 쪽에서 활동할 계획이다. 이미 8월에는 일본에서 첫 정규 앨범까지 나온다. 해외 활동의 범위를 넓히는 것도 재미가 유발한 일일까? 다시 한 번 인터넷을 검색해봤다. 자세히 보니 카이 옆엔 ‘음악인’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 유일하게! 그의 모든 활동을 통틀어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말이 아닐까?
이예진
일로 사람을 만나고 현장을 쏘다닌 지 벌써 15년.
취미는 일탈, 특기는 일탈을 일로 승화하기.
어떻게하면 인디밴드들과 친해질까 궁리하던 중 만난 < 이예진의 Stage Story >
그래서 오늘도 수다 떨러 간다. 꽃무늬 원피스 입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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