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산 락페 특집 2012 지산 락페 관람기] ‘라디오헤드’ 한국 첫 공연, 톰 요크 웃통 벗고 오징어 춤추며 열창
다시 그날을 떠올려보자. 다시 그날의 기억을 얘기해보자. 버스커버스커가 마무리 앨범을 낸 것 처럼, 채널예스는 마무리 기사를 준비했다.
글ㆍ사진 김수영
2012.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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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이 지났는데도 그날의 번쩍이는 불빛이 아련하게 일렁이는 팬들, 그날의 지옥 같은 더위를 체험한 덕분에, 요즘 사람 체온 웃도는 38도 기온 따위는 ‘조큼’ 더운 지경이라고 되뇌는 언니, 오빠들, 무대 가까이 갈 수록 땀에 절은 몸으로 슬램에 모싱을 해대는 사람들 사이에서 쓰러졌다가도 벌떡 일어나 제 자리를 사수했던 열정의 용사들과 나누고 싶은 지산 마무리 기사.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은 여름. 앞으로도 한참 달려야 할 남은 록페를 위한 워밍업 페이지. 이렇게 시작해보자.


Radio head





하나의 전설 같은 장면이었다. 라디오헤드가 지산 록 페스티벌 라인업에 확정되는 순간, 올해 록 페스티벌의 승자는 지산이었다. 일찌감치 티켓의 매진 소식이 들려왔고, 라디오헤드가 헤드라이너로 선 금요일 날 3만 2000여명이 지산을 찾았는데 이례적으로 주말 관객보다 많은 사람들이 찾은 셈이다. 한국에서는 볼 일 없을 것 같았던 톰 요크. 그분이 오셨다. 사실 그날, 지산은 지옥이었다. 그 지옥 같은 불더위에도 팬들은 일찌감치 펜스를 지켰다. 그 전날부터 텐트를 쳐놓고 앞줄에서 기다렸다는 사람들도 있단다.

예술이었다. 무대 세팅부터, 백그라운드 영상까지. 여섯 대의 카메라가 각각의 멤버를 비췄고, 분할된 영상이 몽환적인 무대 위에서 끊임없이 움직였다. 라디오 헤드의 음악을 잘 모르는 팬들도 금새 취하고 홀릴법한 무대였다. 비록 「Creep」은 없었지만, 세 번째 앨범
< OK Computer >는 있었다. 「Exit Music」, 「Paranoid Android」가 나올 때, 특히 「Karma Police」에 팬들은 감격에 겨운 떼창을 선보였다.






톰 요크는 웃통까지 벗어 젖힌 채 뮤직비디오에서 보여주던 오징어 춤을 선보였다. 섹시했다(!). 무려 40여분 간 앵콜 공연을 한 걸 보면, 톰 요크 역시 이날의 공연 꽤 마음에 들었나 보다. 지산의 출연을 결정하면서 라디오 헤드 측이 요청한 것은, 대단한 경호나 대접이 아니었다. 모두 친환경 제품으로만 진행할 것. 그것만 요청했다는 훈훈한 미담으로 팬들은 ‘역시 라디오헤드!’를 외쳐댔다. 그날 밤, 깊고 뜨거운 밤의 현란한 (친환경 최저 전력형) 조명, 몽롱한 분위기가 여전히 아른거리시는 분 많을 듯. 한번은 아쉽다. 다시 한번, 라디오헤드!


들국화





지산 3일의 헤드라이너가 금요일 날 나온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그럼에도 그 대단했던 첫날의 주인공은 비단 라디오헤드만이 아니었다. 들국화 역시 팬들에게 선사한 감동의 양으로는 라디오헤드 못지 않았으니까. 반백의 머리를 자연스럽게 묶고, 선글라스를 낀 전인권은 무대 위에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특유의 카리스마를 뿜어냈다. 앙다문 입술을 천천히 떼며 “여, 반갑다”라는 인사에 팬들은 소리를 질렀다. “다 우리 보러 왔구나” 편안하게 팬들에게 말 걸고, 이야기 하고 웃었지만, 그 말 한마디 한마디가 팬들을 압도했다. 「행진」으로 시작해 「그것만이 내 세상」, 「매일 그대와」, 「사랑한 후에」, 「제발」, 「사노라면」 등 주옥 같은 히트곡에 팬들은 열광했다.

맴버 최성원은 전인권을
“죽음에서 돌아온 전인권”이라고 말했다. 마치 전인권의 컴백, 왕의 귀환, 들국화의 부활을 공식 선언한 듯한 순간이었다. “나이 먹는 거 걱정하지 말고 놀아. 내가 먼저 먹어보니까 별 거 아니더라. 오히려 더 좋아” 전인권 형님이 이렇게 말하는데, 이날 밤 즐기지 못할 그 어떤 이유도 없었다. 더위도, 옴짝달싹 붙어있는 살결도, 허우적거리며 슬램해대는 팔다리도 이 밤을 즐기는 데 방해될 게 없었다.






그들은 다시 움직이고 있다. 「제주도의 푸른 밤」을 부르면서 지난 8월 4일 강정마을 콘서트에 출연을 알렸는데, 18일에는 쌍용차 식구들을 위해 단독(!) 공연을 펼친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이날, 다시 핀 뜨거운 들국화를 보지 못해 아쉬운 팬들이라면, 대한문에서 열리는 공지영 작가의 북콘서트에 참석해보는 것도 좋겠다.


James Blake





제임스 블레이크가 둘째 날 헤드라이너로 섰을 때, 사실 의아했던 게 사실이다. 록 페스티벌 헤드라이너로 치기에 제임스 블레이크의 음악은 ‘너무’ 몽환적이고 감성적인 게 아닌가. 물론 이전에도 몽환의 끝을 보여준 케미컬 브라더스의 무대도 있었지만, 그들의 무대가 선동력 있고 호소력 있는 것에 비해 제임스 블레이크의 음악은 개인적이고 소박하게 느껴졌다. 과연 3만여 명의 관객을 어떻게 사로잡을 것인가. 그의 무대는, 이런 호기심 자체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완전히 다른 공연을 보여줬으니까. 색다른 음악체험을 통해, 이런 공연도 있다는 걸 들려줬으니까.






물론 맥주에 취한 알딸딸한 가슴으로 뛰고 환호할 만한 순간은 없었지만,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혹할 만한 벅찬 순간을, 제임스 블레이크는 팬들에게 선사했다. 그 자리에서 음악을 레코딩하고, 그 소리를 다시 들려주며, 레코딩과 현장 라이브를 넘나들며 소리 그 자체에 집중하게 만들었다. 어느 누가, 이런 밤, 이런 음악을 이렇게 들려줄 수 있을까. 물론 록페스티벌 다운 스피릿을 기대했던 팬들에게는 심심하고 아쉬웠을 무대였을 수 있다. 하지만 그곳의 많은 사람들이 이런 말을 내뱉었다. “우와!” 그리고 꼭 이 말도 덧붙였다. “게다가 잘 생겼어.”


Beady Eye





2009년 잊을 수 없는 헤드라이너였던 오아시스의 무대를 기억한 팬들이라면, 비디 아이의 무대도 그냥 넘길 수 없었다. 물론 비디아이가 노엘 겔러거 없는 오아시스이고, 리암 갤러거는 오아시스 노래를 부르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이날 팬들을 위해, 오아시스 커버 곡 「Morning glory」와 「Rock ‘n’ roll star」를 불러주’셨’다. 정수리를 태워버릴 듯 작열하는 태양과, 다음에 이어질 스톤 로지스 공연까지 서 있을 자리를 확보하러 밀어 붙이는 관객들의 압박이 점점 세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맨체스터 유니폼을 입고 등장한 리암은 ‘록페 오면 이렇게 놀아야 하는 거 아님?’ 이라고 몸소 보여주듯 록페 정석스러운 공연을 보여주었는데, 이런 거다. 록페 공연이라면 모두 떼창할 만한 노래 몇 곡 불러줘야 하고, 무대 아래 내려와서 팬들하고 악수도 좀 해주고, 공연 마치고 나면 팬들하고 어울려 축제장을 휘젓고 다니며 사진도 찍고, 같이 다음 공연도 봐주고 그런 일 말이다. 비디아이가, 리암 갤러거가 그렇게 했다. 비디아이 멤버들이 뭘 하든, 객석에서 격한 환호성을 보냈는데, 그러니까 우리 마음도 그들이 알았을 거다. 행여 리암이 혼자 오든, 비디아이가 다시 오든, 노엘 겔러거가 오든 올 때마다 유별나게 정감 가는 이 형제들의 내한은 두 팔 벌려 맞아줘야지, 그런 생각을 하게 한 무대였다.


The Stone Roses





이안 브라운은 자기 얼굴이 프린트 된 셔츠를 입고 나타났다. 알통 자랑을 했지만, 멀리서도 힘없이 출렁이는 알통이 보였다. 그래도 괜찮았다. 이안 브라운이니까. 어깨춤을 덩실덩실 추며, 특유의 멍한듯 홀린 표정으로 노래하는 걸, 안구 대면하고 보는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넙죽 인사하고 싶은 무대였다. 스톤 로지스니까. 「Waterwall」, 「Made of stone」을 불러주니까. 등이 다 젖도록 스톤 로지스 역시 뜨거운 무대를 펼쳤다. 리암이 펜스 앞에서 슬램했다는 소리가 술렁술렁 팬들 사이에서 떠돌았다.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에 이어 공연이 끝났을 때 이언이 “지성 퐉!!”을 외쳤는데 사람들이 마구 환호성을 내질렀다.





지산, 아쉬운가. 내일은 또 내일의 공연이 있다.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http://www.pentaportrock.com)이 8월 10일부터 12일 인천 서구 정서진에서 열린다. 스노우 페트롤, 매닉스의 무대가 록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월드 일렉트로니카 카니발도 같은 날 자라섬에서 열린다.(http://worldelectronicacarnival.com) 파이스트 무브먼트와 아민 반 뷰렌, 다이시 댄시 등이 출연할 예정이다. 라디오헤드만큼이나 굉장한 라인업으로 팬들을 기다리는 슈퍼소닉 페스티벌(http://www.supersonickorea.com)은 14일, 15일 양일간 올림픽 공원에서 열린다. 스매싱 펌킨즈, 뉴오더, 티어스 포 피어즈, 백신스 등이 출연할 예정이다.

10월 5일부터 6일에 걸쳐 열리는 글로벌게더링 코리아(
http://www.globalgatheringkorea.co.kr)도 뜨거운 음악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오늘 1차 라인업이 공개될 예정이다. 일렉과 록 외에도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즐길 수 있다. 호평을 받으며 국제적인 페스티벌로 자리잡고 있는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은 10월 12일부터 14일까지 가평 자라섬 일대에서 펼쳐진다. 가을날 잘 어울리는 밴드 음악을 듣고 싶다면, 10월 20일부터 21일 올림픽 공원을 찾아보자. 하반기 큰 규모의 국내 음악 페스티벌, 그랜드민트페스티벌이 음악팬들에게 아름다운 시간을 마련하기 위해 부지런히 준비 중이다. 생각만해도 배부른 축제 일정, 미리미리 체크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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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산 록페 #지산 록페스티벌 #라디오헤드 #들국화 #James Blake #오아시스 #스톤 로지스
1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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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s0901

2012.08.17

점점 다양한 축제가 열리는 것 같군요 한번 가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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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summer2277@naver.com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중요한 거 하나만 생각하자,고 마음먹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