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명보트에 남은 소년과 호랑이의 227일간의 여정 -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 이안 감독 내한 로드쇼
“얀 마텔의 원작을 절묘하고 아름답게 각색한 이 영화는 이제껏 본 적 없는 묘하고 독특한 매력을 지녔다.” 「Variety(버라이어티)」의 Justin Chang은 <라이프 오브 파이>에 대한 평을 이렇게 남겼다. 누구도 쉽게 영화화할 엄두를 내지 못했던 작품 『파이 이야기』를 3D영화로 만들어낸 이안 감독. 벌써부터 ‘2013년 아카데미 작품상’으로 점쳐지고 있는 <라이프 오브 파이>는 도대체 어떤 이야기를 담은 영화일까.
글ㆍ사진 엄지혜
2012.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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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기에 가능했던 상상의 세계


<라이프 오브 파이>를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하는 자리는 ‘이안 감독의 내한 로드쇼’라는 조금은 특별한 형식으로 진행됐다. 하이라이트 영상 최초 공개와 함께 이안 감독이 직접 주요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하는 프리젠테이션을 맡아 언론과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이 작품이 영화화되는 상상을 해본 적은 있지만 실제로 영화화되기는 어렵다고 생각했다. 책이 아닌 영화라는 매체가 소설이기에 가능했던 상상의 세계를 구현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안 감독을 만나고 완전히 생각이 달라졌다” (『파이 이야기』 저자 얀 마텔)

<색, 계> <브로크백 마운틴> <와호장룡>으로 아카데미를 휩쓴 이안 감독은 만드는 작품마다 흥행과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전 세계를 사로잡은 최초의 아시아 감독이다. 내년 1월 3일, 국내 개봉하는 <라이프 오브 파이>는 3000여 명의 스태프들과 함께 4년여의 작업 기간에 걸쳐 완성된 작품. 제작사에 의하면 많은 사람들이 원작 <파이 이야기: Life of Pi>의 영화화에 눈독을 들였지만 작가와 스튜디오 모두 이안 감독을 선택하면서 제작이 가능했다고 한다. 3D영화로 제작된 <라이프 오브 파이>는 지난 9월 28일 제50회 뉴욕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어 전 세계 최초로 상영됐고, 세계 언론들은 ‘올해 최고의 영화’라는 찬사를 비롯해 “<아바타>를 이을 비주얼의 신세계”, “할리우드가 기다려온 영화”, “가슴을 깊이 울리고 혼이 담긴 수작”이라는 평을 내놓았다.


독특한 소재, 상상력을 자극하다


“10여년 전에 『파이 이야기』를 읽게 되었는데 읽는 동시에 책에 매료됐다. 모험과 생존, 삶이 주는 경이로움, 그리고 여러 가지 재미적인 요소들이 나를 사로잡았다. 『파이 이야기』는 굉장히 철학적이고 종교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데, 책에서 표현하고 있는 신의 존재나 믿음을 나는 ‘환상’의 개념으로 접근했다. 주인공 ‘파이’가 신의 존재를 느끼면서 도전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 존재의 본질적인 것을 담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안 감독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은
『파이 이야기』는 바다 한가운데, 좁은 구명보트에서 호랑이와 함께 남게 된 소년이 겪은 227일간의 놀라운 여정을 그려낸 작품이다. 전 세계 40여 개국에서 출간되어 큰 인기를 모았고 700만 부 이상이 팔리는 경이로운 기록, 2002년 영국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문학상 부커상을 수상한 바 있다. 『파이 이야기』는 독특한 소재와 상상력을 자극하는 놀라운 이야기로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오랫동안 영화화에 대한 기대감을 모았던 작품이다.

이안 감독이
『파이 이야기』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스토리텔링과 모험을 환상적으로 표현한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이안 감독은 “지금까지 제작한 영화 중 가장 힘들고 어려웠던 영화가 바로 <라이프 오브 파이>라며, “호랑이, 바다, 소년이라는 소재 중에 바다를 표현하기가 가장 어려웠다”고 밝혔다. 3D영화 제작을 시도한 것은 단순한 기술력을 과시하거나 유행을 따르기 위한 것이 아닌 원작 자체가 가진 상상력과 감동의 세계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함이었다. 이안 감독은 “3D가 없었다면 『파이 이야기』가 전하는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 막막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프 오브 파이>는 성인이 된 파이가 제3자의 입장에서 소년 파이의 여정을 그려낸 작품이다. 이것은 이야기를 한 차원 더 끌어올리기 위한 장치였고 3D로 제작한 것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3D 제작을 결정한 것은 <아바타>가 개봉하기 전의 일이라서 사실 당시에는 3D영화에 대한 반응은 전혀 알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3D가 새로운 예술 미디어의 한 장르로 자리잡았다고 생각한다. 영화 속 태평양에서의 표류 장면은 3D로 제작했기 때문에 가능한 장면이었다.”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꿈을 꾸는 일’


1992년 영화
<쿵푸선생>으로 데뷔, 영화감독 인생 20년에 접어든 이안 감독은 대만 출신으로 미국에서 영화를 공부하고 대만에서 주로 활동을 하다가 영화 <센스 앤 센서빌리티>로 할리우드에 데뷔했다. 동양적인 감성을 영화 속에 담는 것을 즐기는 이안 감독은 “시나리오를 봤을 때 얼마나 영화적이고 철학적이고 감성적으로 나를 사로잡는 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영화를 만드는 것 자체가 내 인생”이라고 말했다.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꿈이라고 할 수 있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특정한 취향이나 생각, 내용 등을 영화화해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과정이 ‘영화’이기 때문이다. 『파이 이야기』와 같이 환상을 영화화하는 데 있어서는 나 자신부터 이것을 믿고 시작해야 한다. 우선 내가 그 환상을 믿고 빠져들어야만 그것을 표현했을 때 관객들도 믿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에 있어서 영혼이 담기지 않은 작품은 성공적이지 못한 영화이다.”

원작
『파이 이야기』는 세 개의 대륙과 두 개의 대양, 그리고 주인공 파이의 우주처럼 광활한 상상력을 넘나들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안 감독 역시 『파이 이야기』와의 강렬한 만남에서부터 <라이프 오브 파이>의 제작에 이르기까지, 지금까지 상상해보지 못했던 세계와 사람들과의 뜨거운 조우를 했을 것이다. 작가 얀 마텔이 이안 감독을 만난 후 영화화의 가능성을 예감했듯이, 이제 『파이 이야기』를 읽은 독자들이 <라이프 오브 파이>의 관객으로 채비를 갖출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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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 #파이 이야기 #라이프 오브 파이 #얀 마텔
30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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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nisijin

2013.11.29

라이프 오브 파이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영화로도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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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27

올해 제가 본 영화 중에 최고작으로 꼽힐 정도로 좋은...원작보다 영화를 너무 너무 잘 만들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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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asuna

2013.11.20

너무나도 재미있게 잘 봤으며, 주위사람들에게 이 기사 내용을 추천해 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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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혜


eumji0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