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 노래는 듣는 게 아닙니다. 흡수되는 겁니다
김광석의 노래는 노래가 아니다. 그것은 음에 실린 처절하게 이지러진 한 사람, 아니 우리 모두의 진실한 독백이다. 그렇기에 그가 전달하는 노랫말은 잊히지 않고 끝없이 마음속에서 그리고 입으로 중얼거리며 되새김질하게 된다.
2012.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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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은 음악 관계자들과의 떠들썩한 회식 자리에서 분위기가 조금은 거칠어지려는 순간에 김광석의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가 흘러나왔다. 볼륨이 그리 높지 않았는데도 참석자들 모두에게 선명히 마치 생물처럼 꿈틀거리듯 죽은 김광석의 음성이 귀에 파고들었다.
지나간 시간은 추억 속에 / 묻히면 그만인 것을 /
나는 왜 이렇게 긴긴 밤을 / 또 잊지 못해 새울까 /
창틈에 기다리던 새벽이 오면 / 어제보다 커진 내 방안에 /
하얗게 밝아온 유리창에 / 썼다 지운다 널 사랑해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일제히 혼잡스런 대화가 뚝 끊겼고 누구는 “아” 하는 낮은 탄성, 누구는 “캬”하며 한숨을 내뿜었다. 테이블 끝자리에 앉아있던 한 친구가 말했다.
“김광석 노래는 듣는 게 아닙니다. 흡수되는 겁니다!”
그 순간 모두 김광석의 노래에 흡수되었다. 홀린 듯, 포로가 된 듯 멍한 표정으로 노래에 갇혀 깊은 상념에 빠져들어 갔다. 김광석의 노래는 노래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 모두의 진실한 독백이다. 그렇기에 그가 전달하는 노랫말은 잊히지 않고 끝없이 마음속에서 입으로 중얼거리며 되새김질 된다. 노래마다 우리 삶 곳곳에 산재하는 반성, 후회, 좌절, 갈증, 사색 그리고 용기를 자동으로 불러일으키는 무슨 감각장치를 달아 놓은 것 같다. 그래서 듣는 자의 심정을 감지하고, 구분하고, 계측해서 일정한 신호로 되돌려 주는 자백의 센서다.
나팔소리 고요하게 / 밤하늘에 퍼지면 /
이등병의 편지 한 장 / 고이 접어 보내오 /
이제 다시 시작이다 / 젊은 날의 꿈이여
-「이등병의 편지」
김광석의 존재를 전혀 알지 못하는 젊은이들도 입대를 앞두면 어디서 들었는지 ‘이등병의 편지’를 안다. 아들도 입대를 결정한 뒤 내게 말한다.
“아버지, ‘이등병의 편지’라는 노래 아세요?”
현실과 전혀 다른 군생활에 대한 두려움과 긴장감은 갑작스레 이 노래의 재해석을 부추긴다. 가사 한 마디 한 마디가 평상시와는 다르게, 절실하게 다가온다. 끝내는 두 팔을 하늘로 벌리며 마지막 대목의 가사처럼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꿈이여!’를 악 받쳐 외친다.
점점 더 멀어져간다 /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
비어가는 내 가슴 속엔 / 더 아무것도 찾을 수 없네 /
계절은 다시 돌아오지만 / 떠나간 내 사랑은 어디에 /
내가 떠나보낸 것도 아닌데 / 내가 떠나온 것도 아닌데 /
조금씩 잊혀져간다 / 머물러 있는 사랑인 줄 알았는데 /
또 하루 멀어져간다 /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서른 즈음에」
‘서른 즈음에’는 또 어떠한가. 서른이 목전이거나 갓 서른을 넘기고 자신이 더 이상 푸른 20대가 아닌 것에 허탈해하는 사람들은 또 하루가 멀어져 가고, 또 매일 이별하고 살고 있음에 그날 밤 소주잔을 기울였을 것이다. 김광석 관련 술은 맥주, 양주, 와인이 아니고 막걸리도 아니고 왜 딱 소주인 걸까? 생전에 김광석도 서른이 되어 푸석푸석해진 현실을 생각하며 노래했다고 말했다.
누가 불렀어도 김광석의 소리로 넘어가면 김광석의 노래가 되어 버린다. ‘이등병의 편지’는 작곡자 김현성도 부르고, 김광석보다 윤도현이 먼저 불렀다. 하지만 종국에 소유권은 김광석으로 넘어갔다.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도 블루스 기타리스트 김목경이 독일여행에서 만난 노부부에 영감을 받아 곡을 쓰고 부른 곡이지만 이제는 대부분 김광석의 노래로 기억한다.
자신이 썼든 남의 곡이든 꾸며낸 상상이나 허구가 아닌 자신의 절박하고 순수한 느낌을 실어 담談 처럼 풀어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모든 것이 솔직하고 절절한 고백과 토로처럼 들린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이등병과 서른 살 젊음을 포함한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그 감흥을 가슴속 깊이 저장한다. 어떤 상황이 닥치면 그들은 김광석 노래를 들으며 가슴속에 깊이 묻어놓은 감정 한 가닥을 꺼내어 슬픔과 즐거움을 입히는 것이다.
김광석의 노래는 슬럼프가 없다. 어떤 트렌드가 솟아나고 어떤 새로운 음악이 판을 쳐도 인간적 숨결이 흐르기에 대중은 그의 노래를 지속적으로 소환한다. 1992년 그의 세 번째 앨범에서 사랑받았던 곡 ‘나의 노래’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난 알아요’가 전국에 회오리를 일으키던 때에 나왔다. 초강풍에 밀려 웬만한 노래들은 먼지처럼 다 흩어져가고 있을 때도 ‘나의 노래’는 라디오에서 살아남았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이에게 / 시와 노래는 애달픈 양식 /
아무도 뵈지 않는 암흑 속에서 / 조그만 읊조림은 커다란 빛 /
나의 노래는 나의 힘 / 나의 노래는 나의 삶
-「나의 노래」
랩과 힙합의 공세로 포크 음악의 절체절명의 위기 한복판에서도 쓰러지지 않고 승리의 깃대를 꽂았던 것이다. 2년 뒤, 자신이 가장 마음에 들어 했다는 앨범 <김광석 네 번째>에서 ‘일어나’, ‘서른 즈음에’,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등이 연이어 애청 되면서 유행에 영향 받지 않는 그의 위치는 더욱 강고해졌다.
1993년 리메이크 앨범 <김광석 다시 부르기>의 속편인 1995년 <김광석 다시 부르기 II>가 발표됐던 무렵 그는 거의 포크의 영웅이었다. 포크의 죽음이 공공연히 거론되던 시점에 포크 음악의 질긴 생명력을 입증하며 받은 포크의 위대한 생존자라는 타이틀이다. 그가 없었다면 1990년대에 포크는 사망선고를 받았을 것이며, 사람들은 더는 진실한 포크의 울림을 접하지 못했을 것이다.
또한, 그의 노래는 현실의 부조리와 부패를 건드리는 리얼리즘 경향이 없었음에도 일각에서 비판적 성향의 포크의 계승자로 일컬었다. 그것은 아마도 포크의 부재 시대에 혈혈단신으로 (실제로 활동하는 포크 가수는 많았지만, 댄스 시대의 대중들에게 포크는 무시 당했다) 포크를 사수했기에, 그리고 통기타와 하모니카라는 단출한 구성의 포크 정통을 움켜쥐고 갔기 때문이다.
‘나의 노래’에서 말하듯이 노래는 김광석의 힘이자 삶이었지만, 1996년 1월 6일 급작스런 죽음과 함께 음악인생은 서른둘로 끝났다. 하지만 죽고 나서도 그의 음악중력은 요지부동이었고, 어쩌면 생전보다 더 승격된 레전드로 거듭났다. 특히 이병헌, 송강호, 이영애가 주연한 박찬욱 감독의 2000년 영화 <공동구역 JSA>에서 그의 ‘이등병의 편지’와 ‘부치지 않은 편지’가 주요 장면에 흘러나와 팬들의 가슴을 울린 것이 계기가 되었다. 영화에서 북한군 송강호의 대사는 섬뜩하면서도 깊은 공감을 불러냈다.
“광석이는 왜 그렇게 일찍 죽었다니? 야, 광석이를 위해서 딱 한 잔만 하자우.”
김광석의 보컬은 파워풀하며 동시에 애잔함이 흐른다. 작고 왜소한 체구로는 믿을 수 없는 성량이다. 노래를 찾는 사람들(노찾사)과 대학생들의 신선한 노래모임이었던 동물원에서 그는 이미 주목받는 존재였다. 동물원의 초기 대표곡이자 지금도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의 목소리가 바로 김광석이다. 그는 1989년에 동물원의 동료인 김창기가 써 준 곡 ‘기다려줘’로 솔로 데뷔했고, 2집에서 한동준 작사작곡의 ‘사랑했지만’이 히트하면서 이름을 떨치기 시작했다.
대부분 가수는 히트곡 중심으로 기억되지만, 김광석의 노래들은 삶의 과정에서 겪는 감정의 파편들과 섞이면서 듣는 사람마다 자신만의 레퍼토리로 간직된다. 그래서 비록 유명하지 않은 곡일지라도 애창곡으로 불리운다. ‘사랑이라는 이유로’, ‘꽃’,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말하지 못한 내 사랑’,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 등이 예가 될 것이다.
김광석은 요즘 노래와 가수들과도 가장 큰 대조를 이룬다. 화려한 퍼포먼스와 번쩍하는 차림이 일절 없이 오로지 통기타와 하모니카만을 가지고 노래하는 것이나, 결코 자기 얘기일 수가 없는 아이돌 그룹의 허한 수다와는 정반대로 나직한 읊조림으로도 충분하다. 어쩌면 순수가 완전히 실종된 시대라서 더욱 김광석의 노래가 실감나게 들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2010년부터 간헐적이기는 하지만 전국 순회로 김광석 추모콘서트가 열리고 있다. 관객의 숫자와 무관하게 현장은 감동의 물결이라고 한다.
나는 왜 이렇게 긴긴 밤을 / 또 잊지 못해 새울까 /
창틈에 기다리던 새벽이 오면 / 어제보다 커진 내 방안에 /
하얗게 밝아온 유리창에 / 썼다 지운다 널 사랑해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일제히 혼잡스런 대화가 뚝 끊겼고 누구는 “아” 하는 낮은 탄성, 누구는 “캬”하며 한숨을 내뿜었다. 테이블 끝자리에 앉아있던 한 친구가 말했다.
“김광석 노래는 듣는 게 아닙니다. 흡수되는 겁니다!”
그 순간 모두 김광석의 노래에 흡수되었다. 홀린 듯, 포로가 된 듯 멍한 표정으로 노래에 갇혀 깊은 상념에 빠져들어 갔다. 김광석의 노래는 노래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 모두의 진실한 독백이다. 그렇기에 그가 전달하는 노랫말은 잊히지 않고 끝없이 마음속에서 입으로 중얼거리며 되새김질 된다. 노래마다 우리 삶 곳곳에 산재하는 반성, 후회, 좌절, 갈증, 사색 그리고 용기를 자동으로 불러일으키는 무슨 감각장치를 달아 놓은 것 같다. 그래서 듣는 자의 심정을 감지하고, 구분하고, 계측해서 일정한 신호로 되돌려 주는 자백의 센서다.
이등병의 편지 한 장 / 고이 접어 보내오 /
이제 다시 시작이다 / 젊은 날의 꿈이여
-「이등병의 편지」
김광석의 존재를 전혀 알지 못하는 젊은이들도 입대를 앞두면 어디서 들었는지 ‘이등병의 편지’를 안다. 아들도 입대를 결정한 뒤 내게 말한다.
“아버지, ‘이등병의 편지’라는 노래 아세요?”
현실과 전혀 다른 군생활에 대한 두려움과 긴장감은 갑작스레 이 노래의 재해석을 부추긴다. 가사 한 마디 한 마디가 평상시와는 다르게, 절실하게 다가온다. 끝내는 두 팔을 하늘로 벌리며 마지막 대목의 가사처럼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꿈이여!’를 악 받쳐 외친다.
비어가는 내 가슴 속엔 / 더 아무것도 찾을 수 없네 /
계절은 다시 돌아오지만 / 떠나간 내 사랑은 어디에 /
내가 떠나보낸 것도 아닌데 / 내가 떠나온 것도 아닌데 /
조금씩 잊혀져간다 / 머물러 있는 사랑인 줄 알았는데 /
또 하루 멀어져간다 /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서른 즈음에」
‘서른 즈음에’는 또 어떠한가. 서른이 목전이거나 갓 서른을 넘기고 자신이 더 이상 푸른 20대가 아닌 것에 허탈해하는 사람들은 또 하루가 멀어져 가고, 또 매일 이별하고 살고 있음에 그날 밤 소주잔을 기울였을 것이다. 김광석 관련 술은 맥주, 양주, 와인이 아니고 막걸리도 아니고 왜 딱 소주인 걸까? 생전에 김광석도 서른이 되어 푸석푸석해진 현실을 생각하며 노래했다고 말했다.
누가 불렀어도 김광석의 소리로 넘어가면 김광석의 노래가 되어 버린다. ‘이등병의 편지’는 작곡자 김현성도 부르고, 김광석보다 윤도현이 먼저 불렀다. 하지만 종국에 소유권은 김광석으로 넘어갔다.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도 블루스 기타리스트 김목경이 독일여행에서 만난 노부부에 영감을 받아 곡을 쓰고 부른 곡이지만 이제는 대부분 김광석의 노래로 기억한다.
자신이 썼든 남의 곡이든 꾸며낸 상상이나 허구가 아닌 자신의 절박하고 순수한 느낌을 실어 담談 처럼 풀어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모든 것이 솔직하고 절절한 고백과 토로처럼 들린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이등병과 서른 살 젊음을 포함한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그 감흥을 가슴속 깊이 저장한다. 어떤 상황이 닥치면 그들은 김광석 노래를 들으며 가슴속에 깊이 묻어놓은 감정 한 가닥을 꺼내어 슬픔과 즐거움을 입히는 것이다.
김광석의 노래는 슬럼프가 없다. 어떤 트렌드가 솟아나고 어떤 새로운 음악이 판을 쳐도 인간적 숨결이 흐르기에 대중은 그의 노래를 지속적으로 소환한다. 1992년 그의 세 번째 앨범에서 사랑받았던 곡 ‘나의 노래’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난 알아요’가 전국에 회오리를 일으키던 때에 나왔다. 초강풍에 밀려 웬만한 노래들은 먼지처럼 다 흩어져가고 있을 때도 ‘나의 노래’는 라디오에서 살아남았다.
아무도 뵈지 않는 암흑 속에서 / 조그만 읊조림은 커다란 빛 /
나의 노래는 나의 힘 / 나의 노래는 나의 삶
-「나의 노래」
랩과 힙합의 공세로 포크 음악의 절체절명의 위기 한복판에서도 쓰러지지 않고 승리의 깃대를 꽂았던 것이다. 2년 뒤, 자신이 가장 마음에 들어 했다는 앨범 <김광석 네 번째>에서 ‘일어나’, ‘서른 즈음에’,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등이 연이어 애청 되면서 유행에 영향 받지 않는 그의 위치는 더욱 강고해졌다.
1993년 리메이크 앨범 <김광석 다시 부르기>의 속편인 1995년 <김광석 다시 부르기 II>가 발표됐던 무렵 그는 거의 포크의 영웅이었다. 포크의 죽음이 공공연히 거론되던 시점에 포크 음악의 질긴 생명력을 입증하며 받은 포크의 위대한 생존자라는 타이틀이다. 그가 없었다면 1990년대에 포크는 사망선고를 받았을 것이며, 사람들은 더는 진실한 포크의 울림을 접하지 못했을 것이다.
또한, 그의 노래는 현실의 부조리와 부패를 건드리는 리얼리즘 경향이 없었음에도 일각에서 비판적 성향의 포크의 계승자로 일컬었다. 그것은 아마도 포크의 부재 시대에 혈혈단신으로 (실제로 활동하는 포크 가수는 많았지만, 댄스 시대의 대중들에게 포크는 무시 당했다) 포크를 사수했기에, 그리고 통기타와 하모니카라는 단출한 구성의 포크 정통을 움켜쥐고 갔기 때문이다.
‘나의 노래’에서 말하듯이 노래는 김광석의 힘이자 삶이었지만, 1996년 1월 6일 급작스런 죽음과 함께 음악인생은 서른둘로 끝났다. 하지만 죽고 나서도 그의 음악중력은 요지부동이었고, 어쩌면 생전보다 더 승격된 레전드로 거듭났다. 특히 이병헌, 송강호, 이영애가 주연한 박찬욱 감독의 2000년 영화 <공동구역 JSA>에서 그의 ‘이등병의 편지’와 ‘부치지 않은 편지’가 주요 장면에 흘러나와 팬들의 가슴을 울린 것이 계기가 되었다. 영화에서 북한군 송강호의 대사는 섬뜩하면서도 깊은 공감을 불러냈다.
“광석이는 왜 그렇게 일찍 죽었다니? 야, 광석이를 위해서 딱 한 잔만 하자우.”
김광석의 보컬은 파워풀하며 동시에 애잔함이 흐른다. 작고 왜소한 체구로는 믿을 수 없는 성량이다. 노래를 찾는 사람들(노찾사)과 대학생들의 신선한 노래모임이었던 동물원에서 그는 이미 주목받는 존재였다. 동물원의 초기 대표곡이자 지금도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의 목소리가 바로 김광석이다. 그는 1989년에 동물원의 동료인 김창기가 써 준 곡 ‘기다려줘’로 솔로 데뷔했고, 2집에서 한동준 작사작곡의 ‘사랑했지만’이 히트하면서 이름을 떨치기 시작했다.
대부분 가수는 히트곡 중심으로 기억되지만, 김광석의 노래들은 삶의 과정에서 겪는 감정의 파편들과 섞이면서 듣는 사람마다 자신만의 레퍼토리로 간직된다. 그래서 비록 유명하지 않은 곡일지라도 애창곡으로 불리운다. ‘사랑이라는 이유로’, ‘꽃’,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말하지 못한 내 사랑’,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 등이 예가 될 것이다.
김광석은 요즘 노래와 가수들과도 가장 큰 대조를 이룬다. 화려한 퍼포먼스와 번쩍하는 차림이 일절 없이 오로지 통기타와 하모니카만을 가지고 노래하는 것이나, 결코 자기 얘기일 수가 없는 아이돌 그룹의 허한 수다와는 정반대로 나직한 읊조림으로도 충분하다. 어쩌면 순수가 완전히 실종된 시대라서 더욱 김광석의 노래가 실감나게 들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2010년부터 간헐적이기는 하지만 전국 순회로 김광석 추모콘서트가 열리고 있다. 관객의 숫자와 무관하게 현장은 감동의 물결이라고 한다.
- 가수를 말하다 임진모 저 | 빅하우스
이 책은 대중음악 평론가 임진모가 20여 년간 축적한 인터뷰, 취재자료, 평론을 토대로 엮어 낸 가수와 가요 이야기이며, 우리 대중음악의 사료이자 자산이다. 60년대 미8군과 번안가요에서부터 70년대 대마초 파동, 80년대 팝을 이겨낸 가요, 그리고 90년대 우리음악의 혁명을 통해 마침내 우리 가요는 지금 ‘케이팝’이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로 향하고 있다. 이제 사람들은 음악과 가요를 탄생시킨 주인공과 최고의 가수에 주목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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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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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임진모(대중문화평론가)
학력
고려대학교 사회학 학사
수상
2011년 제5회 다산대상 문화예술 부문 대상
2006년 MBC 연기대상 라디오부문 공로상
경력
2011.06~ 한국저작권위원회 위원
영상물 등급위원회 공연심의위원
내외경제신문 기자
음악웹진 이즘(www.izm.co.kr) 제작
voler08
2012.12.31
브루스
2012.12.30
치즈
2012.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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