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욕망을 들켰을 때 가장 치졸하다
적어도 일년 이상 연애해오고 있다면 그의 눈과 가슴을 보지 말고 당신과 헤어져 집에 돌아가는 뒷모습을 정중하게 바라봐주길 바라. 당신을 사랑하는 것과 당신과 함께 있음에도 그(녀)가 느끼는 고독은 이란성 쌍둥이처럼 함께 가는 것이거든. 그의 고독과 외로움을 이해한다면 사랑에 대고 ‘리콜을 하네 마네’ 경박하게 굴 수 없을 거야.
2013.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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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을 들켰을 때 가장 치졸하다
요샌 이 남자가 뭘 해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낮에는 보고 싶다가도 약속시간이 다가오면 전화를 걸어 “나 몸이 안 좋은 것 같아. 오늘 말고 다음에 만나”라고 말하려는 걸 꾹 참기 일쑤다. 슬쩍 건드려 뽀뽀를 얻어낼 타이밍인 것을 알면서, 내게 입 맞추고 싶어하는 그를 모른 척 외면한다. 그냥 나는 요새 이 남자가 하는 모든 행위가 성가시다. 싫어졌느냐고? 권태기냐고? 아니, 나는 요새 이 남자와의 만남이 더욱 밀도를 더해간다고 믿는다. 그냥 뭔가 잘 풀리지 않는 요즘의 일상을 이 남자가 액막이해주고 있는 것이다. 안쓰럽지만 그냥 놔두기로 한다. 나중에 내가 보상해주면 되니까.
이러다가 이 남자가 삐쳐서 멀어지면 어쩌지? 싶다가도 이 무슨 자신감인지, 리콜하면 되지 뭐. 사랑도 리콜할 수 있는 것 아니야? 싶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자동차도 아니고 TV도 아닌데 도대체, 사랑이 어떻게 리콜이 되느냔 말이야.
나는 안다. 이렇게 잘난 척 하다가 머지않아 전세가 역전할 것이라는 것을. 나는 그에게 고양이처럼 다가가 나름 아양을 부리고, 그를 안심시키면서 내 사랑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할 것이다. 사랑은 영원한 승자가 없으니까. 지금 당장의 패권을 내가 쥐었다 한들 언젠가 그에게 넘겨줄 것을 알고 있다.
나아가 헤어진 상태에서 사랑은 리콜할 수 있을까? 가끔 친구나 여자후배가 자신의 연애사를 풀어놓으며 헤어진 인연과 재결합 가능성을 물어오는 경우가 있다. 나의 대답은 “재결합 가능성은 당신에게만 있다”다. 그는 그저 한번 찔러보러 온 거거든. 여자 마음에 패인 송곳 자국 따위 아랑곳없이 사라질 게 십중팔구다.
남자가 헤어진 여자를 다시 찾아올 때는 ‘뭐가 잘 안 될 때’다. 여자와 헤어지고 시작한 새 연애가 당최 진도를 못 빼고 있거나, 회사에서 뭔가 ‘물을 먹고’있거나 둘 중 하나다. 그럴 때 아직도 자신이 우위에 있을 수 있는, 말하자면 가장 익숙하고 만만한 존재를 찾는다. 남자는 여자의 미련(혹은 애정)을 자양분 삼아 위안과 자신감을 얻고, 남자가 다시 떠날 때까지의 시간을 여자는 ‘재결합했다’고 착각한다.
남자를 만나온 세월이 꽤 되다보니 찌질한 남자는 거의 판독기계 수준이다. 남자들은 세대를 막론하고 자신이 불리할 때 찌질하다. 마술사의 부채를 확 펼쳤을 때 푸드덕 하고 날아오르는 흰 비둘기처럼 자신이 불리한 순간이 되면 지위와 명예, 지금까지의 이미지를 내던지고 찌질한 본성을 화르륵 펼친다.
가장 치졸할 때가 욕망을 들켰을 때다. 섹스이건 권력이건 욕망이 좌절됐을 때 남자들이 보이는 찌질함은 위력적이라 할 만하다. 누구도 토를 달 수 없게, 유치하고 맹목적이다. 논리나 기승전결은 찌질월드에선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누가 내 욕망을 막아서는가에만 집중적으로 화를 내다가 쓸쓸한 뒷모습을 보이며 쪼그려 앉아 자학하기 시작한다. 찌질월드의 마지막 단계는 잠적이다. 단기이건 장기이건 상처받은 영혼을 달래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식의 변명을 늘어놓으며, 어디 있는지 충분히 짐작되는 곳으로 사라진다. 물론 누구도 찾지 않는다.
『하이 피델리티』 안에 숨 쉬고 있는 실연 치유의 언어
경박한 수다쟁이, 호기심 충만한 영국남자 닉 혼비의 소설 『하이 피델리티』는 특히 ‘이렇게 살아도 되나?’를 자문하는 순간 읽으면 딱 좋다. 실연한 상태라면 더 좋다. 살아갈 힘을 주고, 사랑에 아픈 마음을 위로해주느냐고? 아니, 지도와 나침반을 친절하게 손에 쥐어 주며 “현재 스코어, 당신의 옹졸함은 여기까지 와 있고 소심한 평소 성격으로 봤을 때 당분간 지지리 궁상이 예상됨”이라고 못 박는다. 뭐 이런 까칠한 인간을 봤나 싶어 주먹을 불끈 쥘 때, 불현듯 만져진다. 까불까불하며 바늘 춤을 추다가 반드시 내 위치를 냉정하게 설명해주는, 손안의 나침반.
되돌아갈 수 있는 거리인지, 나로부터 멀어진 그를 리콜할 수 있는 지경인지 아닌지, 책을 읽으면서 나를 파악해간다. 소설이 재미와 투두리스트를 동시에 주기란 흔치 않다. 이게 닉 혼비의 문체다.
주인공 로브의 입을 빌어 닉 혼비는 관찰을 통해 얻어낸 연애론을 슬쩍 꺼내놓는다. 무조건 예뻐 보이는 연애초기가 아니라 서로를 들여다보고 그의 삶 속으로 기꺼이 들어가기 시작해야 진짜 연애라고.
이 책은 영화로 먼저 알았다. 존 쿠삭 주연의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라는, 말도 안 되는 제목으로 개봉됐다. 영화가 좋아서 OST를 샀고, 가장 늦게 책을 읽었다. 마치 존 쿠삭이 연기할 것을 예상이라도 했듯 책 속 로브는 영화에서처럼 시니컬하고 사랑스럽다. 존 쿠삭의 연기가 그만큼 좋았던 것이겠지만.
웃기는 제목이지만 나름 담긴 뜻은 있다. 리콜이 키워드다. 우리 식으로 하면 반품 정도 되려나? 사랑도 반품이 될까. 만나보니 덜 떨어진 찌질이였거나 공주병 환자였다고 치자. 어, 미안. 나 리콜하겠어. 라는 경제원칙이 사랑에도 통용될까? 생각해보자. 된다면 어떨까? 사랑이 사랑 같지 않을 것이다. 현대 차 타다가 엔진에 결함이 생기면 리콜하고 기아차 사면되겠지만 사랑은 결함이 있다고 해서 돌이킬 순 없다. 뜻밖의 어긋남과 슬픔이 사랑의 묘미다. 엔진이며 브레이크, 음향 등 예상했던 것보다 훌륭한 차일 수도 있다. 핸들링도 좋고, 브레이크도 정중하다. 엔진은 결코 경박하지 않은 대신 의도하는 대로 속도를 내 준다. 사랑을 이런 경지까지 끌어올리려면 내가 숙련된 운전자여야 하고, 차와 나의 어색함을 털어내기 위해 참을성 있게 주행해야 하리라. 리콜은 아예 염두에 두지 않는 사랑이 진짜 맛있다.
책은 시시한 레코드 숍을 꾸리며 살아가던 주인공 로브가 어느 날 여자 친구 로라에게 차이면서 찌질 했던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는 내용이다. 그동안 차버린, 차인 여자들을 만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 역시 찌질하게 헤어지면서 깨닫는다. ‘인생은 고저장단의 다양한 음악으로 채워진다는 것’을. 작가 자신의 취향과 전문분야가 반영된 것은 두말할 것이 없다. 그는 음악과 축구에 정통한 인간형이다.
이런 은유와 함께 남녀의 히스토리를 ‘리콜’ 키워드로 버무렸다. 남 얘기 같지 않다. 우리는 한번쯤 지나간 사랑을 리콜해보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미진했던 과거를 ‘닦고 조이고 기름 쳐서’ 다시 도전해보고도 싶다. 연애도 사람과 사람이 만들어가는 책임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책에는 연애란 인생에서 가장 에너지 넘치는 이슈라는 얘기도 담겨있다. 도대체 연애보다 중요한 게 어디 있을까. 배운다고 변하고, 나이 먹는다고 사람이 변하나? 하지만 연애는 사람을 바꿔 놓는다. 살면서 이것처럼 절박한 기회, 엄중한 가치가 또 있을까. 나는 찌질이 로브의 입을 빌린 닉 혼비 이론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당신과 헤어진 그의 고독과 외로움을 이해한다면
『피버 피치』 『어바웃 어 보이』풍의 대중화된 재미에선 약간 벗어나있는데 개인적으로 나는 이 책이 제일 잘 읽혔다. 우선 속도감이 짜릿하다. 연애와 사랑을 주조로 하면서도 음악이 지대한 영향을 준다. 음악을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그런 거 하나도 몰라도 재미있다.
초반에 쓰여서 재기발랄한 매력이 크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키득거릴 위트까지 선사한다. 음악은 배우는 게 아니라 습득하는 것이고, 뇌보다 가슴이 먼저 반응하는 모든 예술행위엔 이론보다 감각이 우선이니까. 그러니 결함이네 뭐네 리콜하려고만 하지 말고, 당신의 감각을 믿어봐. 그리고 사랑의 위대함에 당신의 서푼어치 자존심을 팔아버려. 빼앗기지 않으려고만 하는 게 자존심이 아니라고. 빼앗기기 전에 줘버릴 수 있는 게 자존심이고 리콜 없는 사랑의 자세야.
적어도 일년 이상 연애해오고 있다면 그의 눈과 가슴을 보지 말고 당신과 헤어져 집에 돌아가는 뒷모습을 정중하게 바라봐주길 바라. 당신을 사랑하는 것과 당신과 함께 있음에도 그(녀)가 느끼는 고독은 이란성 쌍둥이처럼 함께 가는 것이거든. 그의 고독과 외로움을 이해한다면 사랑에 대고 ‘리콜을 하네 마네’ 경박하게 굴 수 없을 거야.
사랑은 계기적으로 당신과 그가 힘을 합쳐 가치 있게 리뉴얼할 ‘가치’이지, 반품하는 ‘제품’이 아니야. 음, 이건 나에게도 통용되는 얘기군. 모쪼록 여기서 결론, ‘사랑은 리콜이 안됩니다. 대신 리뉴얼은 가능합니다.’
요샌 이 남자가 뭘 해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낮에는 보고 싶다가도 약속시간이 다가오면 전화를 걸어 “나 몸이 안 좋은 것 같아. 오늘 말고 다음에 만나”라고 말하려는 걸 꾹 참기 일쑤다. 슬쩍 건드려 뽀뽀를 얻어낼 타이밍인 것을 알면서, 내게 입 맞추고 싶어하는 그를 모른 척 외면한다. 그냥 나는 요새 이 남자가 하는 모든 행위가 성가시다. 싫어졌느냐고? 권태기냐고? 아니, 나는 요새 이 남자와의 만남이 더욱 밀도를 더해간다고 믿는다. 그냥 뭔가 잘 풀리지 않는 요즘의 일상을 이 남자가 액막이해주고 있는 것이다. 안쓰럽지만 그냥 놔두기로 한다. 나중에 내가 보상해주면 되니까.
이러다가 이 남자가 삐쳐서 멀어지면 어쩌지? 싶다가도 이 무슨 자신감인지, 리콜하면 되지 뭐. 사랑도 리콜할 수 있는 것 아니야? 싶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자동차도 아니고 TV도 아닌데 도대체, 사랑이 어떻게 리콜이 되느냔 말이야.
나는 안다. 이렇게 잘난 척 하다가 머지않아 전세가 역전할 것이라는 것을. 나는 그에게 고양이처럼 다가가 나름 아양을 부리고, 그를 안심시키면서 내 사랑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할 것이다. 사랑은 영원한 승자가 없으니까. 지금 당장의 패권을 내가 쥐었다 한들 언젠가 그에게 넘겨줄 것을 알고 있다.
나아가 헤어진 상태에서 사랑은 리콜할 수 있을까? 가끔 친구나 여자후배가 자신의 연애사를 풀어놓으며 헤어진 인연과 재결합 가능성을 물어오는 경우가 있다. 나의 대답은 “재결합 가능성은 당신에게만 있다”다. 그는 그저 한번 찔러보러 온 거거든. 여자 마음에 패인 송곳 자국 따위 아랑곳없이 사라질 게 십중팔구다.
남자가 헤어진 여자를 다시 찾아올 때는 ‘뭐가 잘 안 될 때’다. 여자와 헤어지고 시작한 새 연애가 당최 진도를 못 빼고 있거나, 회사에서 뭔가 ‘물을 먹고’있거나 둘 중 하나다. 그럴 때 아직도 자신이 우위에 있을 수 있는, 말하자면 가장 익숙하고 만만한 존재를 찾는다. 남자는 여자의 미련(혹은 애정)을 자양분 삼아 위안과 자신감을 얻고, 남자가 다시 떠날 때까지의 시간을 여자는 ‘재결합했다’고 착각한다.
남자를 만나온 세월이 꽤 되다보니 찌질한 남자는 거의 판독기계 수준이다. 남자들은 세대를 막론하고 자신이 불리할 때 찌질하다. 마술사의 부채를 확 펼쳤을 때 푸드덕 하고 날아오르는 흰 비둘기처럼 자신이 불리한 순간이 되면 지위와 명예, 지금까지의 이미지를 내던지고 찌질한 본성을 화르륵 펼친다.
가장 치졸할 때가 욕망을 들켰을 때다. 섹스이건 권력이건 욕망이 좌절됐을 때 남자들이 보이는 찌질함은 위력적이라 할 만하다. 누구도 토를 달 수 없게, 유치하고 맹목적이다. 논리나 기승전결은 찌질월드에선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누가 내 욕망을 막아서는가에만 집중적으로 화를 내다가 쓸쓸한 뒷모습을 보이며 쪼그려 앉아 자학하기 시작한다. 찌질월드의 마지막 단계는 잠적이다. 단기이건 장기이건 상처받은 영혼을 달래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식의 변명을 늘어놓으며, 어디 있는지 충분히 짐작되는 곳으로 사라진다. 물론 누구도 찾지 않는다.
『하이 피델리티』 안에 숨 쉬고 있는 실연 치유의 언어
경박한 수다쟁이, 호기심 충만한 영국남자 닉 혼비의 소설 『하이 피델리티』는 특히 ‘이렇게 살아도 되나?’를 자문하는 순간 읽으면 딱 좋다. 실연한 상태라면 더 좋다. 살아갈 힘을 주고, 사랑에 아픈 마음을 위로해주느냐고? 아니, 지도와 나침반을 친절하게 손에 쥐어 주며 “현재 스코어, 당신의 옹졸함은 여기까지 와 있고 소심한 평소 성격으로 봤을 때 당분간 지지리 궁상이 예상됨”이라고 못 박는다. 뭐 이런 까칠한 인간을 봤나 싶어 주먹을 불끈 쥘 때, 불현듯 만져진다. 까불까불하며 바늘 춤을 추다가 반드시 내 위치를 냉정하게 설명해주는, 손안의 나침반.
되돌아갈 수 있는 거리인지, 나로부터 멀어진 그를 리콜할 수 있는 지경인지 아닌지, 책을 읽으면서 나를 파악해간다. 소설이 재미와 투두리스트를 동시에 주기란 흔치 않다. 이게 닉 혼비의 문체다.
주인공 로브의 입을 빌어 닉 혼비는 관찰을 통해 얻어낸 연애론을 슬쩍 꺼내놓는다. 무조건 예뻐 보이는 연애초기가 아니라 서로를 들여다보고 그의 삶 속으로 기꺼이 들어가기 시작해야 진짜 연애라고.
이 책은 영화로 먼저 알았다. 존 쿠삭 주연의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라는, 말도 안 되는 제목으로 개봉됐다. 영화가 좋아서 OST를 샀고, 가장 늦게 책을 읽었다. 마치 존 쿠삭이 연기할 것을 예상이라도 했듯 책 속 로브는 영화에서처럼 시니컬하고 사랑스럽다. 존 쿠삭의 연기가 그만큼 좋았던 것이겠지만.
웃기는 제목이지만 나름 담긴 뜻은 있다. 리콜이 키워드다. 우리 식으로 하면 반품 정도 되려나? 사랑도 반품이 될까. 만나보니 덜 떨어진 찌질이였거나 공주병 환자였다고 치자. 어, 미안. 나 리콜하겠어. 라는 경제원칙이 사랑에도 통용될까? 생각해보자. 된다면 어떨까? 사랑이 사랑 같지 않을 것이다. 현대 차 타다가 엔진에 결함이 생기면 리콜하고 기아차 사면되겠지만 사랑은 결함이 있다고 해서 돌이킬 순 없다. 뜻밖의 어긋남과 슬픔이 사랑의 묘미다. 엔진이며 브레이크, 음향 등 예상했던 것보다 훌륭한 차일 수도 있다. 핸들링도 좋고, 브레이크도 정중하다. 엔진은 결코 경박하지 않은 대신 의도하는 대로 속도를 내 준다. 사랑을 이런 경지까지 끌어올리려면 내가 숙련된 운전자여야 하고, 차와 나의 어색함을 털어내기 위해 참을성 있게 주행해야 하리라. 리콜은 아예 염두에 두지 않는 사랑이 진짜 맛있다.
“술집에서도 버스에서도 창밖으로도 커플들을 유심히 살핀다. 그중에서 떠들고 만지고 웃고 질문을 많이 하는 건 거의 만난 지 얼마 안 된 커플이다. 나는 그들보다 좀 더 자리가 잡힌, 좀 더 조용한 커플, 얼굴을 맞댔다기보다는 등을 맞대거나 나란히 인생을 걸어가기 시작한 커플이 더 흥미롭다.” | ||
이런 은유와 함께 남녀의 히스토리를 ‘리콜’ 키워드로 버무렸다. 남 얘기 같지 않다. 우리는 한번쯤 지나간 사랑을 리콜해보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미진했던 과거를 ‘닦고 조이고 기름 쳐서’ 다시 도전해보고도 싶다. 연애도 사람과 사람이 만들어가는 책임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책에는 연애란 인생에서 가장 에너지 넘치는 이슈라는 얘기도 담겨있다. 도대체 연애보다 중요한 게 어디 있을까. 배운다고 변하고, 나이 먹는다고 사람이 변하나? 하지만 연애는 사람을 바꿔 놓는다. 살면서 이것처럼 절박한 기회, 엄중한 가치가 또 있을까. 나는 찌질이 로브의 입을 빌린 닉 혼비 이론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대체 뭐가 잘못된 거지? 아무것도, 그리고 전부 다. 잘못한 건 아무것도 없다. 멋진 밤을 보냈고, 아무도 부끄럽게 만들지 않을 섹스를 했고, 새벽녘에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나에게, 어쩌면 그녀에게도) 대화까지 하지 않았던가. 아니, 전부 다 잘못이다. 내가 집으로 돌아갈지 말지 몰라 멍청하게 우왕좌왕한 것, 그 와중에 마리에게 머저리라는 인상을 준 것, 환상적으로 호흡이 맞았다가 별로 할 말이 없어진 것, 헤어질 때의 모습. 이건 ‘물이 반이나 남았느냐 반밖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차라리 작은 병에 꽉 차 있던 물을 커다란 빈병에 쏟아 부은 거나 마찬가지다. 예전엔 그 안에 얼마만큼 들어있는지 알고 싶었지. 이제는 안다.” | ||
당신과 헤어진 그의 고독과 외로움을 이해한다면
『피버 피치』 『어바웃 어 보이』풍의 대중화된 재미에선 약간 벗어나있는데 개인적으로 나는 이 책이 제일 잘 읽혔다. 우선 속도감이 짜릿하다. 연애와 사랑을 주조로 하면서도 음악이 지대한 영향을 준다. 음악을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그런 거 하나도 몰라도 재미있다.
초반에 쓰여서 재기발랄한 매력이 크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키득거릴 위트까지 선사한다. 음악은 배우는 게 아니라 습득하는 것이고, 뇌보다 가슴이 먼저 반응하는 모든 예술행위엔 이론보다 감각이 우선이니까. 그러니 결함이네 뭐네 리콜하려고만 하지 말고, 당신의 감각을 믿어봐. 그리고 사랑의 위대함에 당신의 서푼어치 자존심을 팔아버려. 빼앗기지 않으려고만 하는 게 자존심이 아니라고. 빼앗기기 전에 줘버릴 수 있는 게 자존심이고 리콜 없는 사랑의 자세야.
적어도 일년 이상 연애해오고 있다면 그의 눈과 가슴을 보지 말고 당신과 헤어져 집에 돌아가는 뒷모습을 정중하게 바라봐주길 바라. 당신을 사랑하는 것과 당신과 함께 있음에도 그(녀)가 느끼는 고독은 이란성 쌍둥이처럼 함께 가는 것이거든. 그의 고독과 외로움을 이해한다면 사랑에 대고 ‘리콜을 하네 마네’ 경박하게 굴 수 없을 거야.
사랑은 계기적으로 당신과 그가 힘을 합쳐 가치 있게 리뉴얼할 ‘가치’이지, 반품하는 ‘제품’이 아니야. 음, 이건 나에게도 통용되는 얘기군. 모쪼록 여기서 결론, ‘사랑은 리콜이 안됩니다. 대신 리뉴얼은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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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 인생 충전기 안은영 저 | 해냄
베스트셀러 『여자생활백서』를 통해 40만 독자들에게 일과 사랑에 관한 멘토로 활동해온 안은영 작가가 신작 『여자 인생 충전기』를 내놓는다. 18년이라는 오랜 직장생활을 정리하고 작가 스스로도 충전의 시간을 보내며 써내려간 이 책 속에는 "뭘 하기보다 어떤 존재로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작가의 고민이 고스란히 녹아 있어 독자들로 하여금 성장과 치유의 시간을 통해 '나 자신 찾기'를 해볼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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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12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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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안은영
여성들의 사랑과 연애, 직장생활과 인간관계에 대한 상큼발랄한 조언서 『여자생활백서』로 40만 독자를 사로잡으며 2030 여성들의 멘토로 자리잡았다. 남자와 연애에 관한 지침서 『여자생활백서2』, 연애와 결혼의 갈림길에서 좌충우돌하는 이 시대 여성들에게 보내는 진심어린 충고와 따듯한 위로를 담은『여자공감』이 있으며, 소설로는 『이지연과 이지연』이 있다.
chang0307
2013.03.28
후회만 할 뿐입니다.
엠제이
2013.02.18
잠자는 고양이
2013.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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