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도서관에서 지금 가장 인기 있는 책은…
여대에 다니니 모두들 연합동아리만 선호할 것 같다고? 여기, 이견을 다는 7명의 여대생이 있다. 이화여자대학교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동아리 ESAOS(에세이오스). 음악을 좋아하는 열정으로 모여 매년 2회 정기연주회를 열고 있는 ESAOS의 멤버를 만나, 요즘 여대생들의 관심사를 물었다.
2013.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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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정하영/11학번/피아노학과, 이지수/11학번/컴퓨터공학과, 이경민/11학번/영어영문학과,
이임경/11학번/국어국문학과, 배세영/11학번/통계학과, 정윤경/11학번/간호과학과, 김수영/11학번/간호과학과
전국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TOP3에 드는 실력을 자랑하는 ESAOS는 보통의 동아리처럼 유흥을 즐기기 위한 모임이 아닌, 순수하게 음악을 좋아하는 학생들이 모인 동아리. 음악 전공자들은 아니지만 오디션을 통해 기본 실력을 검증 받았고, KBS <불후의 명곡>과 같은 프로그램에 백그라운드 뮤지션으로 무대에 서기도 했다. 클래식을 좋아한다는 공감대가 있기 때문에 평소 기다렸던 공연이 개막하면 함께 단체관람을 하고, 타 학교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와의 교류도 적극적이다. 통계학과 11학번 배세영 양은 “위대한 작곡가들의 곡들을 몇 달간 열심히 연습하고 무대에 올릴 때, 그 벅찬 감동을 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문화생활 함께 공유하며 우정 쌓는 동아리
보통 여대에서는 연합동아리를 선호하는데 ‘ESAOS’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해요.
이지수_ 여자들로만 구성된 오케스트라 동아리이기 때문에 동아리 구성원 사이의 정이 특히 끈끈하거든요. 함께 연주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얻는 보람이 큰 것 같아서 ESAOS에 들게 되었어요.
정하영_ 저희 동아리는 연습을 정말 열심히 해요. 다들 아마추어니까 처음에는 많이 힘들지만, 점차 실력이 늘어나는 모습을 볼 땐 정말 뿌듯해요. 다들 음악 전공자가 아닌데도 바쁜 시간을 쪼개어 연습하고 음악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모습이 에세이오스의 자랑이에요.
정윤경_ 학교 입학하기 전부터 오케스트라에 들어오고 싶었어요. 만약에 이대에 오케스트라 동아리 없었다면 이대에 안 들어왔을 수도 있어요.
배세영_ 다른 학교 동아리를 보면 힘 쓰는 일은 보통 남자들이 하잖아요. 그런데 저희는 다들 여자니까 모든지 스스로 해요. 독립적인 힘이 저절로 길러지는 것 같아요(웃음).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가장 즐거웠던 기억은 무엇인가요?
정하영_ 저희가 3월 달에 연주할 곡인 차이코프스키 교향곡을 서울시향이 연주한다고 해서 단원들과 다같이 보러 갔던 것이 기억에 남아요. 동아리 친구들과 영화 <레 미제라블>을 본 것도 좋았어요.
이경민_ 단원들과 함께 연주해야 할 곡들의 공연을 자주 보러 가는 편이거든요. 예술의전당에 자주 가는데, 함께 공연을 감상한다는 것만으로도 뿌듯하고 기쁜 일인 것 같아요.
평상시 독서를 좋아하는 편인가요? 대학생이 되고 나서 독서습관이 변한 부분이 있나요?
이지수_ 책을 읽을수록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지는 것 같아요. 바쁜 와중에도 나에 대해서나 주변의 것들에 대해서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데 큰 도움이 돼요.
정윤경_ 책을 읽어야 시간을 낭비하지 않게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할 일이 없으면 책을 꺼내서 읽는 게 제 독서습관인 것 같아요.
이임경_ 대학에 들어온 후 학교도서관에서 책을 많이 빌려보는 편이에요. 아무래도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있으니 도서관에 자주 와요. 서점에서 신간들도 자주 살펴보는 편이고, 인기 있는 책을 반드시 읽어보진 않더라도 트렌드를 파악하려고 노력해요. 요즘 학교 도서관에서 가장 인기 있는 책은 『레 미제라블』이에요. 늘 예약이 꽉 차있더라고요.
이 책만큼은 다른 대학생들도 꼭 읽어봤으면
최근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책은 무엇인가요?
김수영_ 우연히 서점에서 『버킷리스트』라는 책을 보게 됐는데 선 자리에서 후다닥 완독할 정도로 흥미로웠어요. 현재 누리고 있는 것들이 너무 소중해 지는 계기를 갖게 됐어요. 『나무 심는 사람』도 좋아해요. 초등학교 6학년때 읽었고 최근에 한 번 더 읽었는데, 그때는 막연히 아름답다라고 느꼈던 내용이 이제는 정말 훌륭하다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더라고요.
정윤경_ 데일 카네기의 『인간 관계론』을 통해 인간관계에 대해 많이 배웠어요. 알고 있었던 내용도 있었지만 실제로 글로 적혀있는 걸 읽고 나니 새롭게 와 닿았고 실천해보려는 노력이 생긴 계기를 만들어줬어요.
이임경_ 박민규의 『카스테라』와 김애란의 『두근두근 내 인생』이 좋았어요. 『카스테라』는 작가 박민규가 가진 독특한 소재와 그에 따른 이야기의 서술이 돋보이는 책이었고, 문체가 재미있어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어요. 『두근두근 내 인생』은 주인공 아이에게 몰입되어 장편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빠른 시간에 읽을 수 있었고 맘껏 울을 수 있는 책이었어요. 김애란 작가의 다른 책도 읽고 싶어요.
정하영_ 랜디 포시 교수의 『마지막 강의』는 진로 때문에 많은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삶의 방향을 제시해 준 책이에요. ‘꿈은 크게 꾸어라’와 ‘불평하지 마라, 그저 노력해라’라는 말이 기억에 남아요. 단순한 교훈이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저에겐 크게 다가왔던 부분이에요. 음악을 다른 친구들에 비해 늦게 시작해서 자신감도 없었고, 신체적인 조건에 대해 불평하기도 했거든요. 하지만 책을 읽고 내가 좋아해서 선택한 일이니 무조건 열심히 했다고 마음먹게 되었어요.
이경민_ 최근은 아니고 『모모』라는 작품을 좋아해요. 읽을 때 마다 새롭게 느끼는 바가 있는데, 따뜻하면서도 동시에 날카롭게 꼬집는 부분이 있어서 교훈도 얻을 수 있어요.
내 인생의 공연이라고 손꼽을 만한 작품이 있나요?
정하영_ 국립오페라단의 오페라공연 <카르멘>을 관람했는데 3층 꼭대기 거의 맨 끝자리에서 봤지만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좋은 음악과 연기, 무대예술을 한번에 관람한다는 게 흔한 기회는 아니잖아요. 오페라 티켓이 워낙 비싸서 자주 갈 수 없기도 하고요. 음악들도 좋았지만 스토리가 매우 흥미로웠어요. 앞으로 오페라를 자주 보러 다닐 생각이에요.
이지수_ 뮤지컬 <명성황후>는 내 생애 최고의 뮤지컬이에요. 우리나라의 슬픈 역사를 공연으로 완벽하게 표현한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한정된 무대 공간에서 다양한 장면을 연출 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고 특수 효과들 그리고 배우들의 노래까지 정말 좋았어요.
정윤경_ <난타>를 좋아해요. 지금까지 몇 년을 걸쳐 총 5번 정도는 본 것 같은데 매번 연기자들이 바뀌다 보니 다시 보러 가도 새롭기만 해요. 대사도 음식 이름 같은 간단한 단어만 몇 마디 하다 보니 외국사람들이 봐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공연이라고 생각해요. 외국인 친구들에게 소개할만한 작품이에요.
김수영_ 뮤지컬 <황태자 루돌프>를 인상 깊게 보았어요. 혁명이라는 주제로 황태자 신분의 루돌프가 세상을 향해 던지는 메시지가 너무나 대단했어요. 역사적 사실을 시사하면서도 사랑을 아름답게 그려낸 훌륭한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배세영_ 마리스 얀손스와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의 첫 내한공연이 기억에 남아요. 티켓이 비싸서 합창석에 앉아서 봤는데 오케스트라 뒤에서 공연을 본 건 처음이었어요. 악보가 보이고 지휘자의 표정이 보이는 시야였는데, 특히 현들이 한 사람이 소리를 내고 있는 것 같이 깔끔했던 기억이 나요.
이경민_ 최근에 인상 깊게 본 작품은 뮤지컬
타블로, 다이나믹 듀오, 브로콜리 너마저… 좋아해요!
좋아하는 음반을 소개한다면?
정하영_ 사람들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음반인데 에픽하이의 타블로와 프로듀서인 페니가 함께 만든 <이터널 모닝(Eternal Morning)>이라는 앨범이에요. 이 앨범에는 ‘Soundtrack to a lost film’이라는 부제가 붙어있고 랩이나 노래가 거의 없는 Instrumental 음악들로 구성되어있어요. 2007년 겨울에 발매된 음반인데, 새로운 학교생활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불안했던 제게 위안이 됐던 음악이에요.
김수영_ 리차드 용재오닐의 솔로 앨범은 제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음반이에요. 비올라를 연주하고 처음으로 갖게 된 비올라 앨범이거든요. 평소에 존경하는 음악가이기도 하고 이 앨범을 제게 준 사람의 마음도 너무 특별했어요.
배세영_ 다이나믹 듀오의 4집
이임경_ 브로콜리 너마저의 1집 앨범 <보편적인 노래>. 담담하면서도 감성을 자극하는 목소리가 인상 깊었고 가사도 구구절절 아름다워서 들어도 들어도 질리지 않아요.
이경민_ 뮤지컬 <레미제라블 OST>. 수 년 전에 구매했는데 1번 트랙부터 마지막 트랙까지 듣고 있으면 공연을 다시 보는 기분이 들어요.
평소 좋아하는 작가나 음악가가 있다면 누구인가요?
이임경_ 은희경 작가를 좋아해요. 은희경 그녀만의 발칙한(?) 문체가 글을 읽는 내내 흥미진진 하게 만들어 줘요. 또한 흡입력 또한 높아서 책을 읽을 때마다 시간 가는 줄 몰라요.
이경민_ 미하엘 엔데의 책을 읽을 때 마다 이 작가의 끝없는 상상력에 감탄할 수 밖에 없어요. 소설의 내용이 독자로 하여금 환상세계에 있다는 느낌을 줘요.
김수영_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을 너무 좋아해요. 평소에는 완전한 고전풍의 음악을 좋아하지만 라흐마니노프는 저에게 특별한 영감을 줘요. 피아노 한음 한음의 특색을 너무 잘 나타내서 들을 때마다 감동이에요.
정윤경_ 앨런 멘켄을 좋아해요. 디즈니의 유명한 타이틀 곡들의 주인공인 작곡가인데, 언제나 환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그의 음악을 들으면 어린이들의 순수한 마음이 느껴지는 것만 같아요. 스트레스 받고 현실도피를 하고 싶은 심정이 들 때 저는 앨런 멘컨의 앨범을 들어요.
또래나 선후배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은 무엇인가요?
정하영_ 『기후변화의 유혹, 원자력(원자력 르네상스의 실체와 에너지 정책의 미래)』라는 책을 소개하고 싶어요. 평소에 환경에 관심이 많은 편인데, 일본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어난 이후 읽은 책이에요. 원전이 실제로 정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값싸고 친환경적인 에너지인지, 대안은 없는지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어요. 내용이 많이 어렵지 않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해요.
정하영_ 『트와일라잇』 시리즈를 정말로 강추하고 싶어요. 비록 판타지 소설이지만 특히 여자 선후배들 중 아직 안 읽었다면, 바로 책을 가져다 주고 싶을 정도로 추천하는 작품이에요.
이지수_ 김두식 교수의 『불편해도 괜찮아』라는 책을 추천하고 싶어요; 그동안 너무 당연하게 여겨왔던 사회의 불편한 진실들에 대해서 정확히 꼬집어 줘서 당시에 충격을 받았어요. 이 책을 통해 자신과 주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배세영_ 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꼭 한 번씩 읽어보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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