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이 게으르다고 질타하더라” - 『일단, 시작해』 김영철
“우연을 기회로 만드는 건 너의 선택이다’ 라는 말이 책에 있죠. 이외수 선생님을 우연히 만났는데 책을 쓰게 되었다고 조언을 구했어요. 내 얘기를 잘 들어주는 친구가 모니터라고 생각하고 글을 써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구어체를 문어체로 바꾸는 작업을 했습니다. 처음으로 제대로 된 ‘작가의 말’을 써보면서 기분이 새로웠습니다.”
2013.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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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콘서트의 초석을 닦았던 잘나가던 신인 개그맨으로 시작해 하춘화, 윤복희, 이영자 성대모사로 웃음을 주고, 영어를 정복해나가는 모습으로 대중에게 즐거움과 도전정신을 선사하는 김영철. 그는 이제 3권의 책을 낸 작가로 점점 더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나가고 있다.
김영철의 신작 『일단, 시작해』를 소개하는 자리는 홍대의 한 까페 세미나실이었다. 약 30여 명의 독자들이 모인 이 행사는 강연이라는 딱딱한 형식보다는 즐겁게 차를 마시며 수다를 떠는 모임에 가까웠다.
“어색함을 깨려면 ice breaking을 해야 하는데, 이영자 씨 흉내 한번 해볼까요? (웃음) 아, 제가 어색할 때가 다 있네요. 2,300명 혹은 1,000석 앞에서는 할 수 있는데, 이렇게 얼굴이 다 보이는 자리에서 좀 어렵네요. Yes24가 주최하는 이 자리가 처음이고, 강연은 많이 해봤지만 소규모로 처음 진행하는 것이라서요, 책을 읽고 오신 분이 많다는 얘기를 들어서 긴장이 됩니다.”
김영철은 작년 무더운 계절부터 원고를 쓰기 시작했다. 중간에 다른 영어책과 번역책을 먼저 출간하고 드디어 2월 초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세상에 선보였다. 대필의혹이 많았다. 김영철의 에이전시 사장님까지도 그를 의심했다는 후문. 대중도 이미 알다시피, 그는 마치 ‘말’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말’하기를 즐긴다. 특히 강연은 중간에 끼어드는 사람이 없다며 본인에게 딱 맞는 일이라고.
“우연을 기회로 만드는 건 너의 선택이다’ 라는 말이 책에 있죠. 이외수 선생님을 우연히 만났는데 책을 쓰게 되었다고 조언을 구했어요. 내 얘기를 잘 들어주는 친구가 모니터라고 생각하고 글을 써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구어체를 문어체로 바꾸는 작업을 했습니다. 처음으로 제대로 된 ‘작가의 말’을 써보면서 기분이 새로웠습니다.”
독자들이 미리 작성한 질문지에 김영철 씨가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행사가 이어졌다.
두려움 때문에 도전하지 못하게 된다. 두려움을 극복한 원동력이 있다면?
인터뷰 하면서 자신을 많이 돌아봤다. 나의 DNA는 51:49 인 것 같다. 무슨 말이냐면 ‘할까? 말까?’를 고민할 때 항상 긍정적인 51의 쪽을 생각한다. 두려움을 인정하자. ‘되겠지?’ 하고 한번 해봐라. 질문한 분의 나이가 27이라고 했는데, 괜찮은 나이다. 어떤 일을 하고 싶나, 승무원? 남들이 당돌하다고 할 정도로 자신감이 필요하다. 죽어도 하고 싶은 거라면 선배도 만나고 외국항공사 문도 두드려 봐라. 두려움도 극복해야하지만 간절함도 중요하다. 학원도 다녀보고, 기회 되면 2018년 평창 올림픽 김연아 씨의 PT도 한번 보라. 나승연, 김연아를 비교하면 누가 영어를 잘하나? 당연히 나승연이다. 그러나 김연아가 더 와닿지 않나? 그녀는 방송을 안다. (그는 역시 성대모사를 잊지 않았다) 인터뷰할 때 보면 카메라를 딱딱 찾아낸다.
‘Practice makes perfect’ 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개그맨 시험을 볼 때 10초간 자기 PR을 하라고 했다. 앞 사람들이 “다 KBS에 뼈를 묻겠습니다.” “제일 가고 싶습니다.” 식으로 얘기하더라. 그래서 고민하다가 나는 절실함을 연기했다. 반 발짝 앞으로 다가서며 “10년 뒤 제 모습을 그려봤습니다. 이홍렬, 이경규, 신동엽… 어떠세요? 저의 십 년 후의 모습 기대되지 않나요.”
‘우연을 기회로 만드는 것은 너의 선택’이라는 말을 아까도 했다. 어느 날 라디오 국장님이 지나가는 말로 영어하는 거 라디오로 편성하면 좋겠다는 말을 꺼냈다. 그 때 오랫동안 암기했던 말을 쏟아냈다. “국장님, 시간은 아침 6시부터 7시가 좋겠고요. 프로그램 제목은…” (웃음) 그 자리에서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라디오 ‘김영철의 FunFun Today’(SBS 107.7 파워 FM 아침 6시~7시)가 탄생했다. 준비를 늘 했으면 좋겠다. ‘승무원 왜 되고 싶나?’라는 질문에 답변이 달달 나와야 한다.
영어로 프리토킹을 하기까지 얼마나 걸렸나, 말하기가 제일 어려운데 어떻게 해야 하나.
개그맨 되기 전까지는 기본적인 인사정도만 가능했다. “Hello, How are you? I’m fine thank you, and you?” 귀가 뚫린 건 10개월에서 1년 정도 걸렸다. 조금 늦게 걸린 편이다. 입이 먼저 뚫린 편이고, 남 말을 잘 안 듣는다(웃음). 개그맨들 중에 듣기능력 떨어지는 사람 많다. 자기 할 말만 하니까.
나는 말하는 게 정말 좋다. 스피킹은 타고나는 게 가장 좋은데 그렇지 않다면 노력해야 한다. 원래 과묵한 사람이 갑자기 영어로 말한다고 수다쟁이가 되지는 않는다. 영어를 잘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본인의 한국어 습관을 돌이켜 보라. “엄마”라고 겨우 말하는 어린아이에게 “orange”(오륀지)라고 발음하게 하는 건 좋은 영어교육이 아니다.
단어가 아니라 문장을 외워야 한다. (예를 들면) “The grass is always greener on the other side of the fences” 라는 문장을 외우고 나서 상대와 말을 시작한다. 언젠가 대화 중에 그 말을 쓸 수도 있다. 이근철 선생님이 쓴 『Try again』이라는 책도 도움이 많이 되었다. 수학 공식을 알고 외우면 정답을 맞히듯 영어도 패턴이 있다. 어머니가 하는 수준으로 영어를 해본다고 가정하자. “영철아, 뭐하나, 밥 먹었노, 화났나” “Did you watch TV?”, “Do you wanna…?” 더 나아가서 가정법 “I shouldn’t have done that~” 이 정도만 연습해놓고. 써먹을 타이밍에 쓰면 된다.
열정을 유지하는 방법이 있다면?
‘가슴 떨리고 싶은 삶을 살고 싶지 않니’라는 쳅터에도 썼듯. 나이가 드니 가슴이 좀 덜 떨리더라. 20대 때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말이다. 요즘은 가슴이 아니라 눈 밑이 떨린다 (웃음) ‘가슴 떨릴 때 여행을 해라 다리 떨릴 때 하지 말고.’라는 말도 있고. 그런데 나이가 많아지는 것보다 열정이 사라지는 게 무섭더라. 이응준 작가의 『내 연애의 모든 것』에 나오는 구절이 있다. ‘살아가면서 가장 무서운 것은 아픔도 아니요 가난도 아니요 병도 아니란다. 그것은 바로 생활의 권태로움이라고 한다.’ 이 구절을 보는데, 너무 무섭더라. ‘나도 나이 들다가 권태로움이 들면 어떡하지. 나와 잘 안 맞지 않나.’ (좌중 폭소) 가슴이 안 떨리는 건 개인차원에서 노력해야 한다. 나는 일요일 저녁시간을 활용한다. 책상에 앉아서 다음 주 일주일간의 계획들을 적는다. 방송 녹화, 인터뷰, 영어 학원 등등. 그림을 그리듯이, ‘Design you future’라는 모 광고카피처럼. 일주일치 그림을 그려보면 약간 설렌다.
또 중요한건 주변에 긍정적인 친구를 두는 것. 삶은 등식이다. 오늘 나를 만나고 김영철이 생각보다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별로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좋은 사람을 볼 수 있는 안목을 달라고 기도를 한다. 부정적인 사람은 잘 안 만나게 되더라. 리액션이 부정적인 사람을 만나면 참 힘들다. ‘yawning is contagious’(하품은 전염된다)라는 표현처럼 부정적인 것에도 전염성이 있다. 내가 열정적이든지, 아니면 주변사람에게 그런 영향을 받으면 좋겠다.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하는 비법이 있다면?
목표가 있고 없고의 차이인 것 같다. 내 꿈이 International Comedian 이다. 영어만 잘한다고 국제적인 코미디언이 된다는 생각이 안 들더라. 그러다가 김윤진 씨의 매니저를 소개받았다. 한번 만나고 차 마시고 술 먹다가 친구가 되었다. 지금 김윤진 씨는 미드 주인공으로 시즌1의 촬영을 마쳤는데, 시즌2에 작은 역할 오디션이라도 넣어달라고 조르는 중이다. 동양인 청소부 역할로. 계속 혼자 말 많이 하는 사람 있지않나. (좌중 폭소) 그리고 한류 음악, 드라마는 있는데 왜 코미디는 없는가 라는 주제로 CNN에서 취재를 나오면 어떨까 하는 상상도 해봤다. 그 때 “Here I am” 하면서 내가 나가는 거다. (웃음)
물론 슬럼프도 올 때가 있고, 생각보다 자주 온다. 슬럼프는 하기 싫고 귀찮을 때 오기도 하지만 지금 나의 레벨과 기대치와 맞지 않을 때 온다. 그럴 때 나는 영어학원 반을 낮췄다. 자신이 부족한 점을 인정하고 그 반에서 짱먹는 반으로 월반하는 게 도움이 되더라. 영어는 잘난척과 당당함이 어울리는 언어니까.
영어 정복비법을 물어보시는데 나는 아직 영어를 정복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 나라의 언어를 마스터하기 쉬운 게 아니다. 그래도 나중에는 스페인어나 중국어를 한번 해보고 싶다.
남과 비교하지 않는 삶을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나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 지난번 번역했던 책에 부정적인 사람이 긍정적으로 변하는 12가지 팁이 나온다. 그 중 I like my self 라는 구절이 있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도 사랑할 수 있다. 뻔한 얘기지만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 자존감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자존감은 결국 자기 인정이니까.
공항에서 우연히 읽은 작자미상의 책 중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What do you want to be?’ (당신은 뭐가 되고 싶은가) ‘I’d like to be myself. I tried to be other things, but I always failed’(나는 자신이 되고 싶다. 다른 것이 되려고 노력하던 때가 있었지만 항상 실패했다.) 이 구절처럼 나 역시 다른 사람이 되고 싶다. 유재석, 박미선 누나, 호동이 형을 따라하려고 했다. 그 때 호동 형이 조언을 해줬다. 너에겐 너만의 것이 있다. 너는 ’talker’라고. 그 후로 나만이 할 수 있는 것을 찾으면서 비교하지 않게 되었다. 영어공부를 하게 되고, “책 속에 정답이 있다”라는 정선희 누나의 말을 듣고 책을 읽었다.
무한도전에 영어선생님으로 나가면서 ‘아 이제 사람들이 나를 그런 모습으로 인정해주는구나’ 라고 느꼈다. 나를 사랑하니 콤플렉스도 없어지는 것 같고, 내 장점이 보이면서 질투도 없어졌다. 여러분께 김형경 소설가의 『사람풍경』이라는 책을 추천하고 싶다. 호기심, 질투, 공포 등 사람들의 감정을 43개의 챕터로 정리해 놓은 책이다. 콤플렉스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개그맨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공부하거나 책을 쓰는 데 방해가 되지는 않았는지?
사람들은 김영철이 가볍지 않을까, 하는 선입견을 갖고 있다. 영어공부하면서 그게 많이 사라졌다. 책 쓰면서 곤란하고 힘들었던 점은 없다. 오늘 보니 두려움에 관한 질문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실패할 각오로 하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2008년에 강연을 가기 위해 007가방에 정장을 입고 준비하려고 하는데, 조영남 형이 조언을 하시더라. “가서 무엇을 하려고 하지 말아라. 가서 욕먹을 각오로 하고 웃기는 얘기해라”.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 욕먹을 각오로 마음대로 했다. 의외로 결과가 좋았다. 박수도 많이 받고. 두려움이 생길 때, ‘어차피, 또 떨어질거야.’라는 마음으로 해보라. 어떤 일이든 늦은 건 없다. 승무원이 되려고 하는 데 나이가 많은 것 같다? 그럼 내가 먼저 인정하면 된다. 먼저 면접에 가서 말하는 거다. 방법은 여러 가지다. “나이가 문제 되나요?”라고 바득바득 대처하는 것보다는 한 템포 쉬고 가는 태도가 필요한 듯하다.
개그맨 될 때 반대는 어떻게 극복했는지?
사실, 반대는 없었다. 옥동자나 박휘순이 그랬듯, 자의가 아니라 타의로 개그맨이 됐다. 개그맨이라는 직업이 불안정하기도 하지만 나에게는 이런 자신감이 있었다. 아직까지 김영철만이 할 수 있는 게 있다고. 열심히 노력하고 성실하게 살면 말이다. 예전에 (유)재석 형이 니에게 열심히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나는 열심히 한다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그때부터 정신 차리고 최선을 다했다. 책 읽고, 모니터링 열심히 하고 주변사람을 만나는 일이 나를 깨어있게 했다.
그의 편한 모습에 강연장에 함께한 독자들 역시 마음을 열었다. 질문의 내용과 수준이 가히 ‘무릎팍 도사’에 가까웠으니 말이다. 김영철은 친해지고 싶다는 한 독자에게 페이스북 친구를 맺기를 선뜻 제안했고, 책 출간을 앞둔 한 독자의 추천사 부탁을 마다하지 않았다. 독자의 질문에 귀기울이고 고민을 함께 하는 그의 모습에서 연예인보다는 소탈한 동네 오빠의 느낌을 받았다. 그의 책을 읽는 독자들 역시 같은 인상을 받을 듯하다. 어렵지 않은 소박한 문체를 따라가며 한 장 한 장 책을 넘기다보면, Fun하고 뻔뻔한 이 남자의 절대 뻔하지 않은 인생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김영철의 신작 『일단, 시작해』를 소개하는 자리는 홍대의 한 까페 세미나실이었다. 약 30여 명의 독자들이 모인 이 행사는 강연이라는 딱딱한 형식보다는 즐겁게 차를 마시며 수다를 떠는 모임에 가까웠다.
“어색함을 깨려면 ice breaking을 해야 하는데, 이영자 씨 흉내 한번 해볼까요? (웃음) 아, 제가 어색할 때가 다 있네요. 2,300명 혹은 1,000석 앞에서는 할 수 있는데, 이렇게 얼굴이 다 보이는 자리에서 좀 어렵네요. Yes24가 주최하는 이 자리가 처음이고, 강연은 많이 해봤지만 소규모로 처음 진행하는 것이라서요, 책을 읽고 오신 분이 많다는 얘기를 들어서 긴장이 됩니다.”
김영철은 작년 무더운 계절부터 원고를 쓰기 시작했다. 중간에 다른 영어책과 번역책을 먼저 출간하고 드디어 2월 초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세상에 선보였다. 대필의혹이 많았다. 김영철의 에이전시 사장님까지도 그를 의심했다는 후문. 대중도 이미 알다시피, 그는 마치 ‘말’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말’하기를 즐긴다. 특히 강연은 중간에 끼어드는 사람이 없다며 본인에게 딱 맞는 일이라고.
“우연을 기회로 만드는 건 너의 선택이다’ 라는 말이 책에 있죠. 이외수 선생님을 우연히 만났는데 책을 쓰게 되었다고 조언을 구했어요. 내 얘기를 잘 들어주는 친구가 모니터라고 생각하고 글을 써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구어체를 문어체로 바꾸는 작업을 했습니다. 처음으로 제대로 된 ‘작가의 말’을 써보면서 기분이 새로웠습니다.”
독자들이 미리 작성한 질문지에 김영철 씨가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행사가 이어졌다.
두려움 때문에 도전하지 못하게 된다. 두려움을 극복한 원동력이 있다면?
인터뷰 하면서 자신을 많이 돌아봤다. 나의 DNA는 51:49 인 것 같다. 무슨 말이냐면 ‘할까? 말까?’를 고민할 때 항상 긍정적인 51의 쪽을 생각한다. 두려움을 인정하자. ‘되겠지?’ 하고 한번 해봐라. 질문한 분의 나이가 27이라고 했는데, 괜찮은 나이다. 어떤 일을 하고 싶나, 승무원? 남들이 당돌하다고 할 정도로 자신감이 필요하다. 죽어도 하고 싶은 거라면 선배도 만나고 외국항공사 문도 두드려 봐라. 두려움도 극복해야하지만 간절함도 중요하다. 학원도 다녀보고, 기회 되면 2018년 평창 올림픽 김연아 씨의 PT도 한번 보라. 나승연, 김연아를 비교하면 누가 영어를 잘하나? 당연히 나승연이다. 그러나 김연아가 더 와닿지 않나? 그녀는 방송을 안다. (그는 역시 성대모사를 잊지 않았다) 인터뷰할 때 보면 카메라를 딱딱 찾아낸다.
‘Practice makes perfect’ 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개그맨 시험을 볼 때 10초간 자기 PR을 하라고 했다. 앞 사람들이 “다 KBS에 뼈를 묻겠습니다.” “제일 가고 싶습니다.” 식으로 얘기하더라. 그래서 고민하다가 나는 절실함을 연기했다. 반 발짝 앞으로 다가서며 “10년 뒤 제 모습을 그려봤습니다. 이홍렬, 이경규, 신동엽… 어떠세요? 저의 십 년 후의 모습 기대되지 않나요.”
‘우연을 기회로 만드는 것은 너의 선택’이라는 말을 아까도 했다. 어느 날 라디오 국장님이 지나가는 말로 영어하는 거 라디오로 편성하면 좋겠다는 말을 꺼냈다. 그 때 오랫동안 암기했던 말을 쏟아냈다. “국장님, 시간은 아침 6시부터 7시가 좋겠고요. 프로그램 제목은…” (웃음) 그 자리에서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라디오 ‘김영철의 FunFun Today’(SBS 107.7 파워 FM 아침 6시~7시)가 탄생했다. 준비를 늘 했으면 좋겠다. ‘승무원 왜 되고 싶나?’라는 질문에 답변이 달달 나와야 한다.
영어로 프리토킹을 하기까지 얼마나 걸렸나, 말하기가 제일 어려운데 어떻게 해야 하나.
개그맨 되기 전까지는 기본적인 인사정도만 가능했다. “Hello, How are you? I’m fine thank you, and you?” 귀가 뚫린 건 10개월에서 1년 정도 걸렸다. 조금 늦게 걸린 편이다. 입이 먼저 뚫린 편이고, 남 말을 잘 안 듣는다(웃음). 개그맨들 중에 듣기능력 떨어지는 사람 많다. 자기 할 말만 하니까.
나는 말하는 게 정말 좋다. 스피킹은 타고나는 게 가장 좋은데 그렇지 않다면 노력해야 한다. 원래 과묵한 사람이 갑자기 영어로 말한다고 수다쟁이가 되지는 않는다. 영어를 잘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본인의 한국어 습관을 돌이켜 보라. “엄마”라고 겨우 말하는 어린아이에게 “orange”(오륀지)라고 발음하게 하는 건 좋은 영어교육이 아니다.
단어가 아니라 문장을 외워야 한다. (예를 들면) “The grass is always greener on the other side of the fences” 라는 문장을 외우고 나서 상대와 말을 시작한다. 언젠가 대화 중에 그 말을 쓸 수도 있다. 이근철 선생님이 쓴 『Try again』이라는 책도 도움이 많이 되었다. 수학 공식을 알고 외우면 정답을 맞히듯 영어도 패턴이 있다. 어머니가 하는 수준으로 영어를 해본다고 가정하자. “영철아, 뭐하나, 밥 먹었노, 화났나” “Did you watch TV?”, “Do you wanna…?” 더 나아가서 가정법 “I shouldn’t have done that~” 이 정도만 연습해놓고. 써먹을 타이밍에 쓰면 된다.
열정을 유지하는 방법이 있다면?
‘가슴 떨리고 싶은 삶을 살고 싶지 않니’라는 쳅터에도 썼듯. 나이가 드니 가슴이 좀 덜 떨리더라. 20대 때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말이다. 요즘은 가슴이 아니라 눈 밑이 떨린다 (웃음) ‘가슴 떨릴 때 여행을 해라 다리 떨릴 때 하지 말고.’라는 말도 있고. 그런데 나이가 많아지는 것보다 열정이 사라지는 게 무섭더라. 이응준 작가의 『내 연애의 모든 것』에 나오는 구절이 있다. ‘살아가면서 가장 무서운 것은 아픔도 아니요 가난도 아니요 병도 아니란다. 그것은 바로 생활의 권태로움이라고 한다.’ 이 구절을 보는데, 너무 무섭더라. ‘나도 나이 들다가 권태로움이 들면 어떡하지. 나와 잘 안 맞지 않나.’ (좌중 폭소) 가슴이 안 떨리는 건 개인차원에서 노력해야 한다. 나는 일요일 저녁시간을 활용한다. 책상에 앉아서 다음 주 일주일간의 계획들을 적는다. 방송 녹화, 인터뷰, 영어 학원 등등. 그림을 그리듯이, ‘Design you future’라는 모 광고카피처럼. 일주일치 그림을 그려보면 약간 설렌다.
또 중요한건 주변에 긍정적인 친구를 두는 것. 삶은 등식이다. 오늘 나를 만나고 김영철이 생각보다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별로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좋은 사람을 볼 수 있는 안목을 달라고 기도를 한다. 부정적인 사람은 잘 안 만나게 되더라. 리액션이 부정적인 사람을 만나면 참 힘들다. ‘yawning is contagious’(하품은 전염된다)라는 표현처럼 부정적인 것에도 전염성이 있다. 내가 열정적이든지, 아니면 주변사람에게 그런 영향을 받으면 좋겠다.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하는 비법이 있다면?
목표가 있고 없고의 차이인 것 같다. 내 꿈이 International Comedian 이다. 영어만 잘한다고 국제적인 코미디언이 된다는 생각이 안 들더라. 그러다가 김윤진 씨의 매니저를 소개받았다. 한번 만나고 차 마시고 술 먹다가 친구가 되었다. 지금 김윤진 씨는 미드 주인공으로 시즌1의 촬영을 마쳤는데, 시즌2에 작은 역할 오디션이라도 넣어달라고 조르는 중이다. 동양인 청소부 역할로. 계속 혼자 말 많이 하는 사람 있지않나. (좌중 폭소) 그리고 한류 음악, 드라마는 있는데 왜 코미디는 없는가 라는 주제로 CNN에서 취재를 나오면 어떨까 하는 상상도 해봤다. 그 때 “Here I am” 하면서 내가 나가는 거다. (웃음)
물론 슬럼프도 올 때가 있고, 생각보다 자주 온다. 슬럼프는 하기 싫고 귀찮을 때 오기도 하지만 지금 나의 레벨과 기대치와 맞지 않을 때 온다. 그럴 때 나는 영어학원 반을 낮췄다. 자신이 부족한 점을 인정하고 그 반에서 짱먹는 반으로 월반하는 게 도움이 되더라. 영어는 잘난척과 당당함이 어울리는 언어니까.
영어 정복비법을 물어보시는데 나는 아직 영어를 정복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 나라의 언어를 마스터하기 쉬운 게 아니다. 그래도 나중에는 스페인어나 중국어를 한번 해보고 싶다.
남과 비교하지 않는 삶을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나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 지난번 번역했던 책에 부정적인 사람이 긍정적으로 변하는 12가지 팁이 나온다. 그 중 I like my self 라는 구절이 있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도 사랑할 수 있다. 뻔한 얘기지만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 자존감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자존감은 결국 자기 인정이니까.
공항에서 우연히 읽은 작자미상의 책 중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What do you want to be?’ (당신은 뭐가 되고 싶은가) ‘I’d like to be myself. I tried to be other things, but I always failed’(나는 자신이 되고 싶다. 다른 것이 되려고 노력하던 때가 있었지만 항상 실패했다.) 이 구절처럼 나 역시 다른 사람이 되고 싶다. 유재석, 박미선 누나, 호동이 형을 따라하려고 했다. 그 때 호동 형이 조언을 해줬다. 너에겐 너만의 것이 있다. 너는 ’talker’라고. 그 후로 나만이 할 수 있는 것을 찾으면서 비교하지 않게 되었다. 영어공부를 하게 되고, “책 속에 정답이 있다”라는 정선희 누나의 말을 듣고 책을 읽었다.
무한도전에 영어선생님으로 나가면서 ‘아 이제 사람들이 나를 그런 모습으로 인정해주는구나’ 라고 느꼈다. 나를 사랑하니 콤플렉스도 없어지는 것 같고, 내 장점이 보이면서 질투도 없어졌다. 여러분께 김형경 소설가의 『사람풍경』이라는 책을 추천하고 싶다. 호기심, 질투, 공포 등 사람들의 감정을 43개의 챕터로 정리해 놓은 책이다. 콤플렉스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개그맨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공부하거나 책을 쓰는 데 방해가 되지는 않았는지?
사람들은 김영철이 가볍지 않을까, 하는 선입견을 갖고 있다. 영어공부하면서 그게 많이 사라졌다. 책 쓰면서 곤란하고 힘들었던 점은 없다. 오늘 보니 두려움에 관한 질문을 많이 하는 것 같다. 실패할 각오로 하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2008년에 강연을 가기 위해 007가방에 정장을 입고 준비하려고 하는데, 조영남 형이 조언을 하시더라. “가서 무엇을 하려고 하지 말아라. 가서 욕먹을 각오로 하고 웃기는 얘기해라”.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 욕먹을 각오로 마음대로 했다. 의외로 결과가 좋았다. 박수도 많이 받고. 두려움이 생길 때, ‘어차피, 또 떨어질거야.’라는 마음으로 해보라. 어떤 일이든 늦은 건 없다. 승무원이 되려고 하는 데 나이가 많은 것 같다? 그럼 내가 먼저 인정하면 된다. 먼저 면접에 가서 말하는 거다. 방법은 여러 가지다. “나이가 문제 되나요?”라고 바득바득 대처하는 것보다는 한 템포 쉬고 가는 태도가 필요한 듯하다.
개그맨 될 때 반대는 어떻게 극복했는지?
사실, 반대는 없었다. 옥동자나 박휘순이 그랬듯, 자의가 아니라 타의로 개그맨이 됐다. 개그맨이라는 직업이 불안정하기도 하지만 나에게는 이런 자신감이 있었다. 아직까지 김영철만이 할 수 있는 게 있다고. 열심히 노력하고 성실하게 살면 말이다. 예전에 (유)재석 형이 니에게 열심히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나는 열심히 한다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그때부터 정신 차리고 최선을 다했다. 책 읽고, 모니터링 열심히 하고 주변사람을 만나는 일이 나를 깨어있게 했다.
그의 편한 모습에 강연장에 함께한 독자들 역시 마음을 열었다. 질문의 내용과 수준이 가히 ‘무릎팍 도사’에 가까웠으니 말이다. 김영철은 친해지고 싶다는 한 독자에게 페이스북 친구를 맺기를 선뜻 제안했고, 책 출간을 앞둔 한 독자의 추천사 부탁을 마다하지 않았다. 독자의 질문에 귀기울이고 고민을 함께 하는 그의 모습에서 연예인보다는 소탈한 동네 오빠의 느낌을 받았다. 그의 책을 읽는 독자들 역시 같은 인상을 받을 듯하다. 어렵지 않은 소박한 문체를 따라가며 한 장 한 장 책을 넘기다보면, Fun하고 뻔뻔한 이 남자의 절대 뻔하지 않은 인생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 일단, 시작해 김영철 저 | 한국경제신문사(한경비피)
이루고자 하는 꿈과 삶의 목적을 위해 꾸준히 배움의 길을 걸어온 김영철이 20~30대 젊은이들에게 전해주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책이다. 이 책에는 삶의 우여곡절이나 대단한 서사라고 할 만한 게 담기지 않았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가 만났던 좋은 사람들의 혜안과 그가 읽었던 책의 교훈과 그가 끊임없이 고민하고 공부했던 흔적들이 오롯이 담겨 있다. ‘인생의 모든 순간이 배움이고 학습이다’라고 말하는 그는 이 책에서 자신이 배운 것들을 독자들에게 나눠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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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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