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윤, 당신은 무엇의 천재인가요? 『사생활의 천재들』
예스24와 숭실대학교가 함께하는 희망콘서트가 지난 5월 9일 저녁 숭실대학교에서 진행됐다. ‘충만한 내 삶 살기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이 날의 행사에는 최근 『사생활의 천재들』을 출간한 정혜윤 CBS 라디오 PD가 함께했다.
글ㆍ사진 임나리
2013.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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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들을 그들의 열정 때문에 사랑한다

작가 정혜윤, 그녀를 단순히 CBS 라디오의 PD라고 설명하는 것에는 부족함이 있어 보인다. 하여 설명을 덧붙이자면, 그녀에게는 끔찍하게 사랑하는 두 가지가 있다. 바로 책과 사람이다. 책에 대한 사랑이 사람으로 옮아간 것인지 아니면 그 반대의 경우인지 알 방법은 없으나, 짐작컨대 그녀가 두 대상을 사랑하는 이유는 그 안에 ‘삶’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책과 사람과 삶이 정혜윤에게는 서로 다른 세 개의 단어가 아니다. 작가의 전작들, 예컨대 『침대와 책』 『그들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 『삶을 바꾸는 책 읽기』 안에서도 책은 사람으로 또 삶으로 이어지며 한 데 얽혀있었다.

그런 작가가 여덟 명의 천재들과 만났다. 이름 하여 ‘사생활의 천재들’. 동시에 작가는 그들을 ‘내 꿈의 주소’라 명명했다. 자신이 닮고 싶은 이들을 이르는, 그녀만의 방식이란다. 그녀가 만난 여덟 명의 천재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굵직한 한 획을 긋는 이들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타고난 재능의 수혜자’와는 거리가 있다. 그들은 ‘자기를 사랑하는 것에 대해서’ 혹은 ‘보는 것에 대해서’, 그리고 ‘말하기와 듣기에 대해서’ 천재들이다. 어떻게 해서 그들은 자기를 사랑하는 일, 말하고 듣고 보는 일에 있어서 천재가 될 수 있었을까. 그리고 정혜윤 작가는 그러한 이들의 삶을 어떤 이유로 닮고 싶은 걸까. 『사생활의 천재들』 안에 담긴 그 이야기들이 ‘희망콘서트’를 통해 세상으로 나와 독자들과 만났다.

『사생활의 천재들』이 인터뷰집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이야기책이에요. 제가 닮고 싶은 사람들의 이야기와 그들을 닮고 싶은 이유를 쓴 책이에요. 인터뷰집을 낸다고 하면 굉장히 유명한 사람들을 인터뷰한 책을 기대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저는 그 세계를 떠났어요. 왜냐하면 누군가를 성공 때문에 좋아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거든요.”

내가 지금부터 소개하려는 사람들, 나는 이 사람들을 그들의 재능이나 성공, 명성 때문에 사랑하는 게 아니다. 나는 그들을 그들의 열정 때문에 사랑한다. 그들의 뜨거움, 치열함, 쉽게 만족하지 못함, 애씀, 성실함, 견딤, 나는 틀렸다는 고백, 나는 내가 좋다는 고백 때문에 사랑한다. 이런 것들이 나에겐 희망이고 구원이다.(p. 32~33)


자기 삶의 천재는 자기만이 될 수 있어요

누구나 자신의 삶에 대한 열정만 갖고 있다면 천재가 될 수 있는 걸까. 정혜윤 작가는 ‘내 삶의 문제를 푸는 하나의 대답으로 나 자체가 존재하는 것’으로써 천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의 마음속에 커다란 물음표를 품게 되는 순간이 ‘내 삶의 천재가 되는 법에 대해 생각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하루키 책 중에 『1Q84』라는 책이 있잖아요. 1Q84는 1984라는 뜻이에요. 9를 Q로 바꾼 거죠. 그 Q는 Question이에요. ‘내가 알고 있던 세계가 정말 그 세계가 맞나?’ 거대한 의문 부호가 생긴 거죠. 그 의문 부호는 확장될 수 있어요. ‘내가 맞게 살고 있나, 잘 살고 있나, 이렇게 사는 게 맞나’라는 질문을 품게 되는 거죠. 바로 그 Q가 생길 때 우리가 직면하는 게 무의미에요. ‘내가 이렇게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어’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거예요. Q가 있는 사람이 자기 삶의 천재가 되는 법에 대해서 생각을 해야 될 시점이라고 생각해요. 자기 삶의 천재는 자기만이 될 수 있어요.”

『사생활의 천재들』이 출간된 후 많은 이들이 SNS를 통해 작가에게 질문했다. ‘사생활의 천재들’이란 어떤 사람들인지 묻는 질문이었다. 그들 중 많은 숫자가 ‘자기를 보여주는 일을 잘하는 사람이 사생활의 천재들이 아닌지’ 물어왔다. 그러나 작가가 만난 천재들은 자신을 보여주는 데 관심 있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러한 사람들을 좋아하거나 닮고 싶어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작가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보여주기 시작하면 세상을 볼 수 없다.’ 다른 이에게 자신이 어떻게 보이는지, 그것만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기를 잘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은 세상을 볼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이 작가의 생각이었다.

사생활이란 카프카의 말을 다시 빌리자면 우리에게 있는 유일한 인생, 일상들을 말한다. 이들은 그런 사생활에서 천재다. 사생활을 보여주는 데서 천재들이 아니라 사생활을 살아내는 데서 천재들이다. 그들은 진부하고 시시하지 않게 살려고 애쓰는 데서 천재다. 그들은 자기 삶에 던져진 질문에 대한 하나의 대답으로 존재한다. 그들은 자기 삶의 문제를 직면하는 데, 그것을 푸는 데, 그것에서 보편성을 보는 데 천재적이다. 즉 그들은 삶의 태도에서 천재다.(p. 34)


어떻게 하면 삶의 천재가 될 수 있어?

작가는 우리가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두 가지 의무가 있다고 했다. ‘사회의 룰을 따를 의무’와 ‘자기를 지킬 의무’가 그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현실의 불안 때문에 ‘자기를 지킬 의무’를 까맣게 잊고 있다는 것이다.

“나 자신을 지키는 문제에는 나만이 대답할 수 있어요. 파블로 네루다도 『질문의 책』에서 “누구한테 물어볼 수 있지. 내가 이 세상에 무슨 일이 일어나게 하려고 왔는지?”라고 말했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누구한테도 물어볼 수 없는 그 문제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게 된 거예요. 수단이 너무 많아지면서 자신이 이것을 왜 하는지 목적을 잊어버리게 된 거죠.”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그리고 자기 삶의 문제에 대한 답으로써 존재하기 위해, 정혜윤 작가는 가슴속에 커다란 물음표를 품었다. 이따금씩 인생의 길에서 방향을 잃거나 판단이 흐려질 때, 그녀는 자신의 ‘꿈의 주소’들을 향해 질문했다. 자기를 잘 사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무엇을 보고 어떤 이야기를 들어야 할지. 삶의 천재가 되기 위한 방법을 거듭 물었던 것이다. 『사생활의 천재들』은 그러한 과정 속에서 탄생했다. 그녀가 찾은 ‘사생활의 천재가 되는 법’ 그 비결을 독자들에게 공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힘을 내자’고 많이 이야기하잖아요. 하지만 인간은 자기 혼자 힘내기 너무나 힘들어요. 내가 하나의 인간이지만 동시에 어떤 인간형의 대표자라는 걸 인식해야만 힘을 낼 수 있어요. ‘그래, 누군가는 날 따라한다. 누군가는 날 보고 있고 누군가는 날 닮고 싶어 한다.’고 생각할 때 힘낼 수 있는 거예요. 우리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여러 가지 인간형의 대표자가 되고 있어요. 저에게는 꿈의 주소들이 많이 있어요. 모두 제가 닮고 싶은 사람들이에요. 그 꿈의 주소들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 『사생활의 천재들』의 형식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정혜윤 작가의 강연이 끝난 후, 성기완 시인과 밴드 허클베리핀이 무대에 올랐다. 『사생활의 천재들』의 출간과 함께 정혜윤 작가와 독자들의 만남을 축하하기 위해 ‘희망콘서트’를 찾은 것이다. 그들은 작가와 오랫동안 이어온 인연에 대한 이야기와 『사생활의 천재들』에 대한 각자의 감상을 들려주었다. 정성이 깃든 연주와 노래를 독자들에게 선물했음은 물론이다.

성기완 : 『사생활의 천재들』을 읽으면서 카프카가 ‘우리에게 있는 유일한 인생, 그것은 일상’이라고 말한 대목이 눈에 들어왔어요. 내가 나인 바로 그 시간들, 침대 맡에 놨던 책들과 함께 나만의 충만한 시간을 소유하는 그 순간의 일상이 정혜윤 PD에게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그걸 붙잡는 게 그 사람을 사랑하는 법인 것 같고요. 그 사실을 정혜윤 PD에게 많이 배웠어요.

허클베리핀 : 『사생활의 천재들』은 유난히 감명 깊었어요. 야생 호랑이 다큐멘터리를 촬영한 박수용 PD 이야기와 야생영장류학자인 김산하 님의 이야기를 가장 매력적으로 읽었는데요. 책을 덮은 다음에도 가장 오랫동안 머릿속에 남아있었던 이야기는 변영주 감독의 이야기였어요. 그 중에서도 자기 연민을 버리는 것에 관한 이야기요.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자기의 중심 되는 이야기를 다들 발견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해요.

『사생활의 천재들』을 통해 ‘천재’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시도한 정혜윤 작가는 ‘희망콘서트’를 통해 ‘구원’이란 말을 새롭게 정의했다. 개개인이 누릴 수 있는 진짜 구원은 자신에게 맞는 삶의 형태를 찾아 그대로 사는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자신에게 꼭 맞는 삶의 형태를 찾기 위해, 아마도 그래서 그녀는 ‘사생활의 천재들’을 찾아 떠났는지도 모른다. 『사생활의 천재들』을 통해 독자들 역시 자기 삶의 알맞은 형태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내 삶의 천재가 될 수 있는 것 오직 나 뿐’이라는 그녀의 말처럼 우리 모두는 무언가의 천재들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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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천재들 정혜윤 저 | 봄아필
책과 삶을 매혹적으로 읽어내는 독서가 정혜윤이 새 책을 냈다. 전작 『삶을 바꾸는 책 읽기』에서 삶을 바꾸는 ‘책’에 대해 이야기했던 그녀는 이제 책을 넘어 ‘삶을 바꾸는’ 것에 주목해, 삶 중에서도 우리들이 매일매일 살아가고 있는 일상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렇다고 일상을 투자해 성공을 이뤄내라고 채근하는 자기계발서도, 실제 우리의 일상과는 동떨어진 감상을 막연히 늘어놓는 책도 아니다. 대신 그녀는 진지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에게 희망이 있을까?” “우리의 희망은 무엇일까?” “우리는, 이 사회는, 미래는 더 좋은 방향으로 달라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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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윤 #사생활의 천재들 #침대와 책 #삶을 바꾸는 책 읽기
9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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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ugarp

2013.05.30

나는 무엇의 천재일까...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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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꼬

2013.05.30

정혜윤 씨 자주 보이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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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fxqlove74

2013.05.30

저도 가끔 이런 문제에 대해서 고민합니다. 특히 성격과 관련해서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뭐 그런 것에 대해서 말이죠. 아무래도 보이기위한 삶에 더 치중된채로 살아왔는데 지금 이시점에서 읽어볼 만한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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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