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육아의 방향성을 생각하자
아이를 잘 키우는 사람은 특별한 비법이 있을까? 전문가 선생님들을 포함해 내가 만나본 사람 중에는 없었다. 그것만 알면 내 육아의 모든 것이 해결될 것 같은 뾰족한 수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들을 보며 내가 느낀 것은 육아를 너무 무겁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들은 자신을 짓누르는 어떤 당위도 없이 내면의 소리를 들으면서 물 흐르듯 편안히 아이를 키웠다.
2013.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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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소위 아이를 잘 키운다는 엄마들을 만나면 나 또한 비법을 기대하다가 당황한 적이 있었다. <아이의 밥상>에서 만났던 온갖 채소를 즐겨 먹는 6살 남자아이는 기인이나 신동들이 출연하는 TV 프로그램에 나가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당연히 엄마에게서 엄청난 비법이 나올 것이라 기대했다. 그런데 아이 엄마는 특별한 것이 없다며 난색을 보였다.
“시장 갈 때 아이를 데리고 갔고요. 가서 아이에게 재료를 직접 골라보게 하고 함께 요리한 게 전부인데…….”
인터뷰만으로는 ‘섭외를 잘못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엇을 촬영해서 무엇을 전달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와 엄마가 생활하는 모습을 보니 ‘아, 이거구나!’ 싶었다. 엄마가 아이와 재료를 고르고 요리하는 과정이 아주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 온 파트너처럼 편안해보였다.
엄마는 안전을 위한 몇 가지 규칙을 알려주고는 모든 것을 아이 마음대로 하게 했다. 어떤 모양으로 썰어야 한다는 것도 없었고 아이가 하는 행동에 과장하며 반응하지도 않았다. 엄마는 주방에서 할 일을 하면서 아이가 뭔가 요구하거나 반응을 보이면 그것에 자연스럽게 응답하는 정도였다. 바쁠 때는 “엄마가 이것만 썰고 이야기해 줄게” 하고는 일이 끝나고 아이에게 답했다. 엄마는 아이와 함께 주방에서 뭔가 하는 것이 하나도 부담스럽지 않는 듯했다. 엄마와 아이의 모습은 정신없거나 번거로워 보이지 않았다.
흔들리지 않는, 불안하지 않은
나만의 육아 방향부터 세우자
<오래된 미래, 전통육아의 비밀>에서 만났던 돌 전 아이를 키운 엄마는 혼자서 아이를 키우고 집안일을 하는데도 그다지 힘들어하지 않았다. 30 대 초반의 젊은 엄마는 늘 아이를 포대기로 업고 다니고 틈틈이 전래놀이를 했다. 이 엄마의 하루를 몰래카메라로 촬영하니 일상이 그렇게 자연스러울 수가 없었다. 거실에서 아이와 전래놀이를 하다가 아이가 찡찡대면 아이를 업었다. 아이를 업고 베란다 창 밖을 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거나 집안일을 했다.
그렇게 업고 있노라면 아이는 내려가고 싶은지 몸을 버둥거렸다. 그러면 엄마는 아이를 엄마 주변에 내려놓고 설거지를 했다. 아이는 엄마 발밑에서 싱크대 문을 열고 냄비들을 하나하나 꺼내며 두들기기도 하고 굴리기도 하면서 놀았다. 설거지가 끝나면 손을 씻고는 아이랑 좀 놀아줬다. 그러다가 잠시 안아주거나 업어준 뒤, 또 아이를 내려놓고는 아이가 혼자서 잘 놀면 집안일을 했다. 아이는 현관에서 신발들을 가지고 놀기도 했고 엄마가 개키고 있는 빨래들을 만지작거리기도 했다.
이 엄마 또한 아이를 버거워하거나 부담스러워하지 않았다. 어떻게 놀아야 하는지를 걱정하지 않았고 어떤 자극을 주어야 한다는 것에 대한 압박감도 없었다. 함께 놀고, 집안일을 하고, 대화하는 것들이 그냥 편안한 일상이었다.
전문가 선생님들은 어떨까? 내가 엄마들을 만나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화’에 대한 것이다. 엄마들은 아이에게 화를 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를 묻는다. 나는 엄마들에게 다시 묻는다. “전문가 선생님들은 화를 내지 않을 것 같지요?” 엄마들은 그럴 것 같다고 대답했다. 아이와 보내는 일상에 ‘화’라는 것이 전혀 없어야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화는 아이를 키울 때 누구나 불쑥불쑥 솟아나는 감정이다. 제아무리 전문가라도 피해 갈 수 없다. 전문가 선생님도 당연히 화를 낸다. 다만, 화를 내는 방식과 뒤처리가 다를 뿐이다. 전문가 선생님들은 갑자기 언성을 높이거나 짜증을 내지 않는다. 대신 화가 나면 아이에게 “엄마 화났어”라고 명확히 말하고 아이가 알아들을 수 있는 가르침을 준다. 만약 자신도 모르게 흥분을 해서 화를 냈을 때는 엄마 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신다고 한다. 그들은 화를 참기보다는 올바른 방법으로 내고 잘못을 했을 때는 바로 수습한다. 아이와의 갈등이나 자신이 저지르는 잘못도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처리한다.
아이가 편안해지고 일상이 자연스러워지는
육아의 봄날은 머지않았다
아이를 잘 키우는 사람은 특별한 비법이 있을까? 전문가 선생님들을 포함해 내가 만나본 사람 중에는 없었다. 그것만 알면 내 육아의 모든 것이 해결될 것 같은 뾰족한 수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들을 보며 내가 느낀 것은 육아를 너무 무겁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들은 자신을 짓누르는 어떤 당위도 없이 내면의 소리를 들으면서 물 흐르듯 편안히 아이를 키웠다. 새로운 육아 정보를 찾아 헤매는 대신 아이의 눈을 한 번 더 봤다. 좋은 교구나 용품, 놀이학교를 찾으며 스트레스를 받는 대신 아이와 한 번이라도 더 뒹굴며 놀았다. 영양소를 따져 골고루 먹이지는 못하더라도 주방과 밥상에서 웃음꽃이 떠나지 않았다.
철학자 김용석은 《두 글자의 철학》에서 어떤 작가가 “인생살이에서 가벼움은 구명대와 같다”라고 한 말을 인용하며 “가벼운 즐김은 우리 삶에 활력을 줄 수 있지만, 가벼운 것을 무겁게 대하는 자세는 인생이라는 배를 가라앉게 만든다”라고 말했다. 굳이 아이를 잘 키우는 사람의 비법을 말하자면, 내 생각엔 ‘아이와 있는 일상이 놀랍도록 가볍고 편안한 것’, 그것인 것 같다.
“시장 갈 때 아이를 데리고 갔고요. 가서 아이에게 재료를 직접 골라보게 하고 함께 요리한 게 전부인데…….”
인터뷰만으로는 ‘섭외를 잘못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엇을 촬영해서 무엇을 전달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와 엄마가 생활하는 모습을 보니 ‘아, 이거구나!’ 싶었다. 엄마가 아이와 재료를 고르고 요리하는 과정이 아주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 온 파트너처럼 편안해보였다.
엄마는 안전을 위한 몇 가지 규칙을 알려주고는 모든 것을 아이 마음대로 하게 했다. 어떤 모양으로 썰어야 한다는 것도 없었고 아이가 하는 행동에 과장하며 반응하지도 않았다. 엄마는 주방에서 할 일을 하면서 아이가 뭔가 요구하거나 반응을 보이면 그것에 자연스럽게 응답하는 정도였다. 바쁠 때는 “엄마가 이것만 썰고 이야기해 줄게” 하고는 일이 끝나고 아이에게 답했다. 엄마는 아이와 함께 주방에서 뭔가 하는 것이 하나도 부담스럽지 않는 듯했다. 엄마와 아이의 모습은 정신없거나 번거로워 보이지 않았다.
흔들리지 않는, 불안하지 않은
나만의 육아 방향부터 세우자
<오래된 미래, 전통육아의 비밀>에서 만났던 돌 전 아이를 키운 엄마는 혼자서 아이를 키우고 집안일을 하는데도 그다지 힘들어하지 않았다. 30 대 초반의 젊은 엄마는 늘 아이를 포대기로 업고 다니고 틈틈이 전래놀이를 했다. 이 엄마의 하루를 몰래카메라로 촬영하니 일상이 그렇게 자연스러울 수가 없었다. 거실에서 아이와 전래놀이를 하다가 아이가 찡찡대면 아이를 업었다. 아이를 업고 베란다 창 밖을 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거나 집안일을 했다.
그렇게 업고 있노라면 아이는 내려가고 싶은지 몸을 버둥거렸다. 그러면 엄마는 아이를 엄마 주변에 내려놓고 설거지를 했다. 아이는 엄마 발밑에서 싱크대 문을 열고 냄비들을 하나하나 꺼내며 두들기기도 하고 굴리기도 하면서 놀았다. 설거지가 끝나면 손을 씻고는 아이랑 좀 놀아줬다. 그러다가 잠시 안아주거나 업어준 뒤, 또 아이를 내려놓고는 아이가 혼자서 잘 놀면 집안일을 했다. 아이는 현관에서 신발들을 가지고 놀기도 했고 엄마가 개키고 있는 빨래들을 만지작거리기도 했다.
이 엄마 또한 아이를 버거워하거나 부담스러워하지 않았다. 어떻게 놀아야 하는지를 걱정하지 않았고 어떤 자극을 주어야 한다는 것에 대한 압박감도 없었다. 함께 놀고, 집안일을 하고, 대화하는 것들이 그냥 편안한 일상이었다.
전문가 선생님들은 어떨까? 내가 엄마들을 만나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화’에 대한 것이다. 엄마들은 아이에게 화를 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를 묻는다. 나는 엄마들에게 다시 묻는다. “전문가 선생님들은 화를 내지 않을 것 같지요?” 엄마들은 그럴 것 같다고 대답했다. 아이와 보내는 일상에 ‘화’라는 것이 전혀 없어야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화는 아이를 키울 때 누구나 불쑥불쑥 솟아나는 감정이다. 제아무리 전문가라도 피해 갈 수 없다. 전문가 선생님도 당연히 화를 낸다. 다만, 화를 내는 방식과 뒤처리가 다를 뿐이다. 전문가 선생님들은 갑자기 언성을 높이거나 짜증을 내지 않는다. 대신 화가 나면 아이에게 “엄마 화났어”라고 명확히 말하고 아이가 알아들을 수 있는 가르침을 준다. 만약 자신도 모르게 흥분을 해서 화를 냈을 때는 엄마 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신다고 한다. 그들은 화를 참기보다는 올바른 방법으로 내고 잘못을 했을 때는 바로 수습한다. 아이와의 갈등이나 자신이 저지르는 잘못도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처리한다.
아이가 편안해지고 일상이 자연스러워지는
육아의 봄날은 머지않았다
아이를 잘 키우는 사람은 특별한 비법이 있을까? 전문가 선생님들을 포함해 내가 만나본 사람 중에는 없었다. 그것만 알면 내 육아의 모든 것이 해결될 것 같은 뾰족한 수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들을 보며 내가 느낀 것은 육아를 너무 무겁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들은 자신을 짓누르는 어떤 당위도 없이 내면의 소리를 들으면서 물 흐르듯 편안히 아이를 키웠다. 새로운 육아 정보를 찾아 헤매는 대신 아이의 눈을 한 번 더 봤다. 좋은 교구나 용품, 놀이학교를 찾으며 스트레스를 받는 대신 아이와 한 번이라도 더 뒹굴며 놀았다. 영양소를 따져 골고루 먹이지는 못하더라도 주방과 밥상에서 웃음꽃이 떠나지 않았다.
철학자 김용석은 《두 글자의 철학》에서 어떤 작가가 “인생살이에서 가벼움은 구명대와 같다”라고 한 말을 인용하며 “가벼운 즐김은 우리 삶에 활력을 줄 수 있지만, 가벼운 것을 무겁게 대하는 자세는 인생이라는 배를 가라앉게 만든다”라고 말했다. 굳이 아이를 잘 키우는 사람의 비법을 말하자면, 내 생각엔 ‘아이와 있는 일상이 놀랍도록 가볍고 편안한 것’, 그것인 것 같다.
- 엄마생각 아이마음 김광호,김미연 공저 | 라이온북스
〈60분 부모〉, 다큐프라임 〈아이의 밥상〉, 〈내 아이의 전쟁 알레르기〉, 〈마더쇼크〉, 〈오래된 미래, 전통육아의 비밀〉 등 대한민국 최고의 육아 프로그램을 제작한 김광호 PD가 말하는 현실육아의 해법! 부모교육 프로그램, 자녀교육서, 인터넷 커뮤니티 등 넘쳐나는 육아지식과 현실 속 육아 사이에서 현명하고 용기 있게 아이를 키워낸 수많은 부모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아이의 눈높이’, ‘부모의 성찰’, ‘육아의 목적’이라는 세 가지 타이틀로 현실 속 맞닥뜨리게 되는 육아 고민들을 속 시원히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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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1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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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김광호, 김미연
김광호
1995년 EBS에 입사했다. 〈60분 부모〉, EBS 다큐프라임 〈아이의 밥상〉, 〈내 아이의 전쟁 알레르기〉, 〈마더쇼크〉, 〈오래된 미래, 전통육아의 비밀〉 등 다수의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2005년 〈60부모〉로 한국방송대상, 2008년 〈다큐프라임 조선의 프로페셔널_화인〉으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2011년 〈다큐프라임_마더쇼크〉로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상, 남녀평등상, YMCA 선정 좋은 방송대상, 2012년 〈다큐프라임_오래된 미래, 전통육아의 비밀〉로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상을 수상했다.
김미연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했다. 1999년 웅진에 공채로 입사하여 육아잡지 〈앙팡〉에서 첫 잡지 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여성조선〉, 〈주부생활사〉, 〈베이비 조선〉 등에서 일하며 인테리어, 요리, 육아 기사 등을 작성했으며 임신출산 무크, 건강실용서, 자녀교육서 등을 만드는 일을 했다. 결혼을 하고 임신을 해서는 그동안 취재만 해왔던 육아나 아이에 대해서 체계적으로 알아보고자 하는 마음에 한국방송통신대학 유아교육과에 입학해 아이가 3세 무렵 졸업했다. 이후부터 지금까지 취재와 인터뷰를 하며 육아기사, 자녀교육서를 기획하고 구성하는 일을 하고 있다. 엮은 책으로는 《육아백과사전》이 있다.
뽀로리
2013.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