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원한 단짝, ‘엄마’라는 그 이름 - 『엄마는 어쩌면 그렇게』
그저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든든한 빽이 되어주는 사람, 없던 능력까지 발휘해서 더 나은 내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사람. 나에게 엄마는 그런 존재이고, 그래서 “생각하면 내 인생은 어떻게 하면 엄마를 기쁘게 해드릴까, 어떻게 하면 엄마에게서 분리되지 않으면서 독립된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까, 두 가지로 이루어졌다”고 말하는 저자의 말에 깊이 공감하며 독서를 시작할 수 있었다.
글ㆍ사진 김수빈
2013.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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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공개할 수는 없지만 분명히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도 엄마 없이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아니 정확하게는 하기 싫은 일들이 몇 가지 있다. 새로운 안경을 맞추며 어울리는 안경테를 골라야 할 때나 망가진 핸드폰을 들고 대리점을 찾을 때, 혹은 사이즈가 맞지 않는 옷을 교환하러 갈 때에도 늘 엄마와 함께 해야 마음이 놓이고 더 당당히 내 요구를 주장할 수 있게 된다.

그저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든든한 빽이 되어주는 사람, 없던 능력까지 발휘해서 더 나은 내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사람. 나에게 엄마는 그런 존재이고, 그래서 “생각하면 내 인생은 어떻게 하면 엄마를 기쁘게 해드릴까, 어떻게 하면 엄마에게서 분리되지 않으면서 독립된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까, 두 가지로 이루어졌다”고 말하는 저자의 말에 깊이 공감하며 독서를 시작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엄마와 내가 늘 서로를 아끼며 행복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사이 좋은 모녀인가 하면, 그건 또 아니다. 이게 어울린다, 저게 어울린다 하며 예쁘게 차려 입고 외출 준비를 하다가도, 심기를 건드리는 말 한마디에 금방 토라져 집을 나선지 5분만에 서로를 세상 어디에도 없는 원수 보듯 씩씩거리며 되돌아오는 기복 심한 모녀이기도 하다. 신기한 건, 『엄마는 어쩌면 그렇게』에 등장하는 모자(母子) 사이도 엄마와 나 못지 않게 들쑥날쑥하며 충동적이고 때로는 이기적이지만, 그 저변에는 ‘언제나 내 편’이라는 강한 믿음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확실히 아빠와는 다르게, 나를 직접 품고 영양분을 몸으로 전달해 준 엄마와의 관계는 자녀의 성별을 막론하고 애틋한 무엇인가가 있는 것 같다.

“엄만 외할머니가 해준 음식 중에 생각나는 거 있어?”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은 구절을 꼽으라면 단연 저 문장이다. 나는 왜 이런 생각을 한 번도 해보지 못했을까? 엄마가 해 준 음식 중에 좋아하는 것을 대라면 망설임 없이 서 너개는 거뜬히 읊을 수 있지만, 단 한 번도 엄마가 좋아하는 외할머니의 음식에 대해서는 물어본 적도, 생각해 본적도 없었다. 매년 돌아오는 엄마의 생일이나 기념일에도 순전히 내 취향만을 반영한 비싸고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을 찾을 생각만 했지, 진정 엄마의 취향을 반영한 음식점을 가 본적 기억은 없다. 이 책을 조금만 더 일찍 읽었더라면 불과 몇 일 전이었던 엄마의 생일을 더 의미 있게 보낼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누구나 알고 있고 또 쉽게들 말한다. “있을 때 잘하라”고. 분명 머리로는 알겠는데 행동으로 실천하기는 너무도 힘들다. 지각 3분 전 지하철 역에서 회사를 향해 눈썹이 휘날리게 뛰어가며 ‘내일부턴 무슨 일이 있어도 5분 더 일찍 일어나야지’라고 다짐하는 것처럼, ‘내일은 꼭 엄마한테 상냥하게 말해야지’, ‘이번 주말엔 꼭 엄마와 시간을 보내야지’ 하는 생각들은 하루가 지나면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만다. 하지만 이런 나의 유약한 다짐조차도 모두 이해하고 사랑스럽게 봐주는 유일한 사람이 바로 엄마가 아닐까? 『엄마는 어쩌면 그렇게』를 읽으며 나는 더욱 확신을 가졌다. 그야말로 무던히도 지지고 볶으며 싸웠던 엄마와의 시간들이 결코 아픈 상처나 후회가 아닌, 서로를 더욱 끈끈하게 이어주는 행복한 추억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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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어쩌면 그렇게 이충걸 저 | 예담
10년 전 출간된 『어느 날 ‘엄마’에 관해 쓰기 시작했다』. 그 책은 누구의 엄마든, 엄마를 구전하는 이야기로 내버려두어서는 안 된다는 걸 깨닫게 한 작은 혁명이었다. ‘어머니라는 우주를 조촐하게 기록한 아들의 글’은 낯선 이미지와 생경한 언어들을 조합한 이충걸 편집장 특유의 미문(美文)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에세이가 되었다. 그 후 10년. 독자들은 책과 함께 나이를 먹어갔다. 그리고 가끔 이 사랑스러운 모자(母子)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지 궁금해했다. 우리의 엄마가 그렇듯, 조금 더 늙고 조금 더 아프실 엄마와 100년이 흘러도 철들지 않을 것 같은 아들은 어떻게 서로의 삶을 보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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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어쩌면 그렇게 #이충걸
2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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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fxqlove74

2013.06.18

엄마라는 존재는 항상 할 이야기가 많은 것 같아요. 슬퍼지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고. 앞으로 효도 많이 해야 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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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의괴담

2013.06.11

너무나 공감되는 글이었습니다~ 엄마에게는 언제나 더 잘해드리고싶고 상냥하고 싶은데 실제로 실천못할 때가 많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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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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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걸

그처럼 개인적이고 체계가 부족한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오래 ‘조직 생활’을 했는지 의아하다는 세간의 평이 떠도는 가운데 이충걸은 [행복이 가득한 집], [보그] 에디터를 거쳐 [GQ KOREA] 초대 편집장으로 18년 간 일했다. 서양문화의 첨병인 패션 잡지 안에서 언어 포함, 한국적 가치를 사수하는 이율배반적인 시간이기도 했다. 몇몇 사회 문화적 사안들에 나름대로 참견하는 한편, 성균관대학교 건축공학과 전공을 배경으로 도시 생태학을 지속적인 지큐 콘텐츠로 다루었다. 한편 그는 오래된 책과 옛날 작가, 작은 자동차와 진한 술을 좋아하고, 어떤 사치에 대해서는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그의 글에 세속의 어수선함과 산골짜기 같은 무구가 동시에 섞여 있는 건 그 때문이다. 가끔, 되풀이해서 문장을 읽어 볼 땐 행간에 서려 있는 어떤 고요에 놀라기도 한다. 이충걸의 글은 회상과 상상에 의한 '스토리'라기보다는 그 스스로 정체성을 부여한 사물에 대한 관찰에서 시작된다. 그의 글감이 되는 사물이란 단번에 정의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의 이상한 언어 감각을 통해 만들어진 것들은, 지금까지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듯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는 2011년, 첫 소설집 『완전히 불완전한』을 펴낸다. 처음 쓴 소설 속에서 그는, 서사를 해체하고 재구축하는 실험적인 현대 문학의 방식이나, 위대한 서사를 통해 세상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은 듯한 화법을 주장하지 않는다. 정확하게 표현하면서 속도를 유지하는 것, 현기증이 날만큼 화려하면서 마침내 공동(空洞) 같은 허무를 보여주는 문장이 그에겐 서사이기 때문이다. 이충걸이 팽팽한 문장으로 써내려 간 이야기들은 순수한 픽션이라고 하기에는 어리둥절할 정도로 작가와 닮아 있다. 오래된 가구의 모래색, 애들 색종이에 쓰이는 초록색, 학자의 흰머리 같은 회색이 공존하는 그의 문장은, 번번이 몸 안의 신경을 죄다 일으켜 애매하고도 생경한 피로를 느끼게 한다. 간혹, 중학교 동창에게서 받은 편지 같기도 하고, 돈 없는 사람의 눈앞에서 지금 막 불을 켠 쇼윈도 같기도 하고, 침통한 마음을 덮어주는 얇은 담요 같은 문체는 딱히 표현하기 곤란한 원초적 따뜻함으로 지글댈 때도 있지만. 저서로는 첫 소설집 『완전히 불완전한』을 비롯, 어머니라는 우주를 조촐하게 기록한 아들의 글 『어느 날 엄마에 관해 쓰기 시작했다』, 일생 동안 겪은 숱한 이별의 순간을 들추어 추억한 『슬픔의 냄새』 인터뷰집 『해를 등지고 놀다』 외에 『엄마는 어쩌면 그렇게』, 『갖고 싶은 게 너무나 많은 인생을 위하여』에 이르는, 일관되지 않는 산문집 몇 권을 썼다. [11월의 왈츠], [노래처럼 말해줘], [내 사랑 히로시마], [여덟 개의 엄숙한 노래] 같은 연극 대본도 썼는데 모두 배우 박정자와 작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