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의 진짜 속사정, 궁금하신가요?
편집자들이 책을 내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한 출판사의 직원들이 대거(?) 참여해 소설을 쓰는 일은 예사롭지 않은 일이다. 새움출판사는 왜 출판사의 속사정을 여과 없이 까발리는 소설을 기획한 걸까. 『출판24시』의 첫 장을 쓴 이대식 대표는 “출판계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위해 직접 우리 이야기를 써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013.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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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입사를 꿈꾸는 예비 취업인이 있다면 『출판24시』를 읽고 난 후, 면접을 보는 게 좋겠다. 대한민국 출판시장을 꽤나 현실적으로, 그리고 거침없이 그려냈다. 『출판24시』를 공동 집필한 작가는 모두 6명. 이대식 대표를 비롯해 김화영 편집장, 나은심 전자책 편집자, 윤여민 마케터, 최하나 편집팀장 그리고 실제로 새움출판사에서 소설 『트레이더』를 펴낸 장현도 작가가 펜을 들었다. 『출판24시』는 수비니겨 출판사를 배경으로 편집자와 작가의 기 싸움, 베스트셀러의 비화, 대형 서점과의 광고 전쟁 등 출판사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솔직하게 그려냈다. 작가와 출판사의 미묘한 신경전, 인세 계약 이야기도 현실적으로 그리고 있으니, 출판계 데뷔를 앞둔 신인작가들에게 도움이 될법한 소설이기도 하다.
소설 속에서 출판 마케터인 윤식은 독자와 편집자, 마케터가 책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르다고 말한다. 독자와 편집자에게는 크게 네 분류로 나눠지는데, 첫째는 현대인에게 꼭 필요하며 읽는 재미까지 선사하는 훌륭한 작품. 둘째는 재미는 있지만 크게 와 닿는 의미나 주제가 없는 책. 셋째는 의미와 주제의식은 분명하지만 지루하고 고리타분한 책. 마지막으로 재미와 감동, 주제의식, 담고자 하는 내용이 빈약해서 굳이 책으로 나오지 않았어도 됐을 법한 책. 반면 출판 마케터에게는 딱 두 분류로 책이 나눠진다. 잘 팔릴 책과 안 팔릴 책. 각자의 포지션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책의 본질이다. 하지만 『출판24시』의 집필진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이야기했다. “스스로 백 퍼센트 만족할 수 있는 책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만드는 사람이 끝까지, 지독하게 노력한다면 대중적인 베스트셀러는 못 되더라도 좋은 책은 나올 것이다.”
『출판24시』는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나? 새움출판사 블로그에서 연재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종이책 발간을 염두에 두고 기획된 것인지?
『출판24시』는 작년 11월부터 새움출판사 블로그에서 연재됐다. 어느 날 회의 시간에 사장님이 먼저 말씀을 꺼냈다. “베스트셀러 위주의 판매 구조, 관행처럼 반복되는 사재기 범죄, 대형 인터넷 서점과의 갑을 관계 등 현실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위해 직접 우리 이야기를 써보는 게 어떻겠냐”고. 그래서 책 만드는 사람들의 책 만드는 이야기인 『출판24시』를 쓰게 됐다. 출판사의 솔직하고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를 써보자 싶었던 것이다. 처음부터 종이책 발간을 염두에 두었고 아무래도 연재를 하는 것이 더 좋을 듯하여 몇 장의 원고가 마련된 이후부터 연재를 시작했다. 불황인 데다 여러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여전히 한쪽에서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책 만드는 일에 보람을 느끼며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하고도 싶었다. 사재기를 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좋은 책은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다는 것도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집필과정이 궁금하다. 6명의 필자들이 순서대로 돌아가면서 썼는지? 의도나 방향성이 다른 글들이 나왔을 때 공동저자들이 어떻게 협의를 보았나?
이 소설의 첫 장은 수비니겨 출판사의 대표 이정서가 중심이 되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이것은 이대식 사장이 쓴 부분이다. 이어서 두 번째 장인 기획실장 강아라 이야기는 최하나 기획팀장이 쓰는 식으로 각자 자신의 캐릭터가 중심이 되는 이야기를 순서대로 돌아가면서 릴레이로 썼다. 앞의 원고가 나와야 뒷사람도 쓸 수 있는 구조였다. 각자 하는 일을 많은 부분 그대로 쓰는 거라서 다른 캐릭터의 이야기에 대해 간섭하거나 관여하는 건 그 자체가 어려운 일이다. 해당 장을 쓰는 당사자가 아니면 그 부분의 원고가 나오기 전에는 내용을 알 수 없는 식이니까, 모두들 궁금해하면서 다음 원고를 기다렸다. 다만 이야기의 큰 중심 줄기를 처음부터 정해 놓기는 했다. 날것의 원고가 한 권이 책으로 완성되어 팔리기까지의 과정, 그 과정 속에서 출판사가 하는 일을 그려보자 했었던 것이다.
소설을 완성하기 위해 집필진들이 따로 창작 수업을 받거나 어느 한 작가의 모니터링을 받았는지? 어떤 필진이 가장 뛰어난 필력을 보였다고 생각하는지?
집필진이 출판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보니, 저자 선생님께 하듯이 편집자 입장이 되어서, 서로가 서로의 원고에 대한 애정으로 의견과 조언을 나누기는 했다. 처음 해보는 작업이라 서툴기는 했지만 재미있는 작업이었다. 그래도 아무래도 처음으로 쓰는 소설에 부담감도 있고 어려움도 있었는데, 원고가 중반쯤 접어들었을 때 한번은 난상토론을 한 적도 있다. 그때 한 편집자가 눈물까지 쏟을 정도로 다소 신랄한(?) 이야기가 오고 가기도 했다(웃음). 이어 쓰기이다 보니 앞사람이 쓰는 방향과 내용에 따라 뒷사람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한정되는 면도 있어서, 서로에게 여러 가지 요구사항을 주고받는 시간이 있었다. 이러한 의견 교환 시간을 통해 조금씩 배워나갔던 것 같다. 소설 속에서 작가 장현기가 중심이 되는 이야기를 두 꼭지 써주신 장현도 작가의 경우, 원고를 써주시기로 하고 빠른 시간 내에 바로 원고를 보내오셔서, ‘아, 역시 작가는 다르구나’ 감탄하기도 했다.
다른 출판사들이 눈 여겨 볼만한 소설이다. 주변의 피드백, 반응은 어떤가? 새움출판사의 타 책들과 비교해서 특별한 반응이 있는지?
사실 블로그에 연재를 하면서 폭발적인 반응이 있을 거라고 우리끼리 ‘김칫국’을 먹었다(웃음). 그런데 댓글이 별로 안 달려서 다소 실망했었다. 그런데 책 나오고 바로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뿌렸는데, 한 기자가 이런 메일을 보내왔다. “어, 이거? 연재된다는 얘기는 들었었는데. 책으로 나오네요. 완전 기대돼요.” 그리고 발간되자마자 이쪽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트위터로 호평을 날려주시기도 했다. 우연찮게도 사재기 사건이 터진 직후라 그런지 다른 출판사 분들과 언론에서 많은 관심을 보여주신 것 같다. 덕분에 KBS 라디오에도 출연했고 나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타 책들과 다른 반응이라면, 일반 독자들보다 책과 관련한 일을 하시는 분들(출판 담당 기자, 대형 서점 직원, 동네 서점 운영자 등)의 호응이 더 큰 편이다.
출판사 직원으로서 경험담이 많이 포함되었을 텐데, 사실과 허구가 몇 % 정도인지? (김진명 작가의 소설, 장현도 작가의 투고 이야기, 예스24를 비롯한 인터넷서점과의 관계도 등장한다)
소설 속에서 일어나는 일은 대부분 사실 그대로라고 보면 된다. 실제 이름과 허구의 이름이 섞여 있는데 이 역시 기본적인 사건은 모두 현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장현도 작가의 『트레이더』는 실제로 원고가 투고되어 책장에 놓여 있던 것을 사장님이 먼저 발견해 읽고 계약을 맺게 된 것이다. 김진명 작가의 『고구려 5』의 원고를 눈이 빠지게 기다렸던 것과 독자들의 항의, 인터넷 서점과의 미묘한 관계 모두 소설적인 재미를 위해 조금 다르게 표현된 게 있을 수 있겠지만 거의 실제 그대로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장현도 작가와의 계약 이야기는 작가와 물론 협의가 된 것인가? 장현도 작가에게 『출판24시』 집필을 의뢰했을 때 어떠한 반응이었는지?
술자리에서 장현도 작가의 원고 투고 과정 전체를 줄거리로 연재를 할 거라는 얘기는 했지만 ‘이런 부분이 들어가도 괜찮을까요?’ 하는 식으로 허락을 받지는 않았다. 그리고 선인세 액수는 원래 두 번째 파트인 강아라 부분에서 등장했었는데, 소설적 재미를 위해 나중에 뒤로 빠지게 됐다. 소설 속 계약조건은 현실과 동일한데, 장현도 작가도 이렇게 모든 걸 솔직하게 쓰는 것이 이 소설의 매력이자 가치인 것 같다고 말했다. 처음 이 소설을 출판사 사람들이 함께 쓰기로 하고 연재를 하고 있을 때까지만 해도 장현도 작가의 부분이 들어가는 건 생각하지 않았다. 장현도 작가가 블로그에서 연재되는 걸 보면서 재밌어 하기는 했지만, 연재 도중 작가에게 의뢰를 드리게 되었던 것이다. 『출판24시』가 장현기라는 작가 지망생의 원고가 한 권의 책으로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것인데, 장현기라는 작가의 얘기도 들어갔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출판사 사람들이 자신의 입으로 책 만드는 얘기를 하고 있는 만큼 그 속에서 작가가 작가의 입으로 작가의 이야기를 해도 좋을 것 같았다. 출판사에 원고를 투고해 주시는 분들이 많은데, 작가의 입장에서의 이야기가 들어가면 그런 분들께도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고구려』 김진명 작가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5권이 나오지 않아서 답답해하는 출판사의 그림도 그려지고. 김진명 작가는 『출판24시』를 읽었나? 반응은 어떠했나?
실제 『고구려』 5권에 대한 독자 분들의 문의나 독촉 전화가 많았다. 있는 그대로의 출판사 모습을 보여주자 하는 생각으로 기획된 만큼 솔직하게 쓰다 보니, 현실에서 일어난 일이 소설 속에도 녹아 들어갈 수밖에 없었던 같다. 사실 김진명 작가에게는 비밀로 하고 싶은 책이지만, 소설 속에 많이 등장하니 그럴 수는 없어서 책을 드렸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안 읽으셨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웃음).
『출판24시』를 읽고 출판사에 선물을 보내온 독자의 편지
수비니겨 출판사가 섭외하고 싶었던 소설 속 미남 작가 차강수는 실제 모델이 된 작가가 있나?
있다. 그리고 실제 연희문학창작촌으로 만나러 간 것도 맞고, 대화 내용도 거의 똑같다. 지금 생각해보니 ‘재밌는 에피소드인데 왜 작가 이름을 가명으로 했을까’라는 후회도 든다. 그 작가님과는 그 후로 연이 닿지는 않았는데, 『출판24시』가 나온 김에 또 다시 연락을 드려서 섭외 작전을 펴봐야겠다(웃음).
‘수비니겨’ 출판사라는 이름은 누가 제안을 했는지? 왜 ‘수비니겨’라고 했나?
새움출판사가 아닌 다른 이름으로 가기로 하고 사장님께서 ‘수비니겨’라는 이름을 처음 썼다. ‘수비니겨’는 훈민정음 서문에 나오는 말인데. ‘쉽게 익혀’ 라는 뜻이다. 편집자의 역할을 잘 담은 이름이다. 편집자는 저자의 원고를 독자들이 쉽게 읽을 수 있게 만들어주는 사람이지 않나. 저자의 원고를 잘 살리면서 독자에게 가장 잘 와 닿을 수 있는 형태로 만드는 게 편집자의 역할이니.
‘직업인 24시’라는 기획물 에피소드가 나온다. 실제 추진 중인지?
실제 추진했던 거라 책에 등장한 거다. 그래서 ‘연희문학창작촌’에 그 작가님도 만나러 갔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은 잠시 보류 상태다. 혹시, 그 기획물 재미있어 보이나? 그런 의견이 좀 더 많아지면 다시 추진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일반 독자들이 가지고 있는 출판사에 대한 편견, 오해가 있다면 무엇인가?
‘출판사 사람들은 앉아서 하루 종일 책만 읽는다?’, ‘책을 원 없이 맘껏 읽을 수 있다?’ 이런 게 아닐까 싶다. 물론 책이 되기 전의 원고를 보는 일이 가장 주된 업무이지만, 편집자는 은근히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기본적으로 다양한 저자들을 만나야 하는데, 만나는 모든 저자와 원고 계약이 이루어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실제 출간까지 이어지는 저자의 수보다 훨씬 많은 저자(예비 저자)들을 만나야 한다. 또 출간을 진행하면서 디자이너, 인쇄소, 제본소, 서점 등과도 의견을 교환한다. 그리고 읽고 싶은 책을 근무 시간에 읽을 순 없는 것이기에 정말 원 없이 읽는다는 건 큰 오해이다(웃음). 오히려 하루 종일 원고에 치이다 보면 활자와 더 멀어지게 되는 일도 많지만, 그래도 아직도 읽고 싶은 책 리스트가 넘친다는 것을 다행스러워하며 살고 있다.
소설 속에서 출판 마케터인 윤식은 독자와 편집자, 마케터가 책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르다고 말한다. 독자와 편집자에게는 크게 네 분류로 나눠지는데, 첫째는 현대인에게 꼭 필요하며 읽는 재미까지 선사하는 훌륭한 작품. 둘째는 재미는 있지만 크게 와 닿는 의미나 주제가 없는 책. 셋째는 의미와 주제의식은 분명하지만 지루하고 고리타분한 책. 마지막으로 재미와 감동, 주제의식, 담고자 하는 내용이 빈약해서 굳이 책으로 나오지 않았어도 됐을 법한 책. 반면 출판 마케터에게는 딱 두 분류로 책이 나눠진다. 잘 팔릴 책과 안 팔릴 책. 각자의 포지션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책의 본질이다. 하지만 『출판24시』의 집필진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이야기했다. “스스로 백 퍼센트 만족할 수 있는 책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만드는 사람이 끝까지, 지독하게 노력한다면 대중적인 베스트셀러는 못 되더라도 좋은 책은 나올 것이다.”
『출판24시』는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나? 새움출판사 블로그에서 연재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종이책 발간을 염두에 두고 기획된 것인지?
『출판24시』는 작년 11월부터 새움출판사 블로그에서 연재됐다. 어느 날 회의 시간에 사장님이 먼저 말씀을 꺼냈다. “베스트셀러 위주의 판매 구조, 관행처럼 반복되는 사재기 범죄, 대형 인터넷 서점과의 갑을 관계 등 현실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위해 직접 우리 이야기를 써보는 게 어떻겠냐”고. 그래서 책 만드는 사람들의 책 만드는 이야기인 『출판24시』를 쓰게 됐다. 출판사의 솔직하고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를 써보자 싶었던 것이다. 처음부터 종이책 발간을 염두에 두었고 아무래도 연재를 하는 것이 더 좋을 듯하여 몇 장의 원고가 마련된 이후부터 연재를 시작했다. 불황인 데다 여러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여전히 한쪽에서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책 만드는 일에 보람을 느끼며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하고도 싶었다. 사재기를 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좋은 책은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다는 것도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집필과정이 궁금하다. 6명의 필자들이 순서대로 돌아가면서 썼는지? 의도나 방향성이 다른 글들이 나왔을 때 공동저자들이 어떻게 협의를 보았나?
이 소설의 첫 장은 수비니겨 출판사의 대표 이정서가 중심이 되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이것은 이대식 사장이 쓴 부분이다. 이어서 두 번째 장인 기획실장 강아라 이야기는 최하나 기획팀장이 쓰는 식으로 각자 자신의 캐릭터가 중심이 되는 이야기를 순서대로 돌아가면서 릴레이로 썼다. 앞의 원고가 나와야 뒷사람도 쓸 수 있는 구조였다. 각자 하는 일을 많은 부분 그대로 쓰는 거라서 다른 캐릭터의 이야기에 대해 간섭하거나 관여하는 건 그 자체가 어려운 일이다. 해당 장을 쓰는 당사자가 아니면 그 부분의 원고가 나오기 전에는 내용을 알 수 없는 식이니까, 모두들 궁금해하면서 다음 원고를 기다렸다. 다만 이야기의 큰 중심 줄기를 처음부터 정해 놓기는 했다. 날것의 원고가 한 권이 책으로 완성되어 팔리기까지의 과정, 그 과정 속에서 출판사가 하는 일을 그려보자 했었던 것이다.
소설을 완성하기 위해 집필진들이 따로 창작 수업을 받거나 어느 한 작가의 모니터링을 받았는지? 어떤 필진이 가장 뛰어난 필력을 보였다고 생각하는지?
집필진이 출판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보니, 저자 선생님께 하듯이 편집자 입장이 되어서, 서로가 서로의 원고에 대한 애정으로 의견과 조언을 나누기는 했다. 처음 해보는 작업이라 서툴기는 했지만 재미있는 작업이었다. 그래도 아무래도 처음으로 쓰는 소설에 부담감도 있고 어려움도 있었는데, 원고가 중반쯤 접어들었을 때 한번은 난상토론을 한 적도 있다. 그때 한 편집자가 눈물까지 쏟을 정도로 다소 신랄한(?) 이야기가 오고 가기도 했다(웃음). 이어 쓰기이다 보니 앞사람이 쓰는 방향과 내용에 따라 뒷사람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한정되는 면도 있어서, 서로에게 여러 가지 요구사항을 주고받는 시간이 있었다. 이러한 의견 교환 시간을 통해 조금씩 배워나갔던 것 같다. 소설 속에서 작가 장현기가 중심이 되는 이야기를 두 꼭지 써주신 장현도 작가의 경우, 원고를 써주시기로 하고 빠른 시간 내에 바로 원고를 보내오셔서, ‘아, 역시 작가는 다르구나’ 감탄하기도 했다.
다른 출판사들이 눈 여겨 볼만한 소설이다. 주변의 피드백, 반응은 어떤가? 새움출판사의 타 책들과 비교해서 특별한 반응이 있는지?
사실 블로그에 연재를 하면서 폭발적인 반응이 있을 거라고 우리끼리 ‘김칫국’을 먹었다(웃음). 그런데 댓글이 별로 안 달려서 다소 실망했었다. 그런데 책 나오고 바로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뿌렸는데, 한 기자가 이런 메일을 보내왔다. “어, 이거? 연재된다는 얘기는 들었었는데. 책으로 나오네요. 완전 기대돼요.” 그리고 발간되자마자 이쪽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트위터로 호평을 날려주시기도 했다. 우연찮게도 사재기 사건이 터진 직후라 그런지 다른 출판사 분들과 언론에서 많은 관심을 보여주신 것 같다. 덕분에 KBS 라디오에도 출연했고 나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타 책들과 다른 반응이라면, 일반 독자들보다 책과 관련한 일을 하시는 분들(출판 담당 기자, 대형 서점 직원, 동네 서점 운영자 등)의 호응이 더 큰 편이다.
출판사 직원으로서 경험담이 많이 포함되었을 텐데, 사실과 허구가 몇 % 정도인지? (김진명 작가의 소설, 장현도 작가의 투고 이야기, 예스24를 비롯한 인터넷서점과의 관계도 등장한다)
소설 속에서 일어나는 일은 대부분 사실 그대로라고 보면 된다. 실제 이름과 허구의 이름이 섞여 있는데 이 역시 기본적인 사건은 모두 현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장현도 작가의 『트레이더』는 실제로 원고가 투고되어 책장에 놓여 있던 것을 사장님이 먼저 발견해 읽고 계약을 맺게 된 것이다. 김진명 작가의 『고구려 5』의 원고를 눈이 빠지게 기다렸던 것과 독자들의 항의, 인터넷 서점과의 미묘한 관계 모두 소설적인 재미를 위해 조금 다르게 표현된 게 있을 수 있겠지만 거의 실제 그대로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장현도 작가와의 계약 이야기는 작가와 물론 협의가 된 것인가? 장현도 작가에게 『출판24시』 집필을 의뢰했을 때 어떠한 반응이었는지?
술자리에서 장현도 작가의 원고 투고 과정 전체를 줄거리로 연재를 할 거라는 얘기는 했지만 ‘이런 부분이 들어가도 괜찮을까요?’ 하는 식으로 허락을 받지는 않았다. 그리고 선인세 액수는 원래 두 번째 파트인 강아라 부분에서 등장했었는데, 소설적 재미를 위해 나중에 뒤로 빠지게 됐다. 소설 속 계약조건은 현실과 동일한데, 장현도 작가도 이렇게 모든 걸 솔직하게 쓰는 것이 이 소설의 매력이자 가치인 것 같다고 말했다. 처음 이 소설을 출판사 사람들이 함께 쓰기로 하고 연재를 하고 있을 때까지만 해도 장현도 작가의 부분이 들어가는 건 생각하지 않았다. 장현도 작가가 블로그에서 연재되는 걸 보면서 재밌어 하기는 했지만, 연재 도중 작가에게 의뢰를 드리게 되었던 것이다. 『출판24시』가 장현기라는 작가 지망생의 원고가 한 권의 책으로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것인데, 장현기라는 작가의 얘기도 들어갔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출판사 사람들이 자신의 입으로 책 만드는 얘기를 하고 있는 만큼 그 속에서 작가가 작가의 입으로 작가의 이야기를 해도 좋을 것 같았다. 출판사에 원고를 투고해 주시는 분들이 많은데, 작가의 입장에서의 이야기가 들어가면 그런 분들께도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고구려』 김진명 작가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5권이 나오지 않아서 답답해하는 출판사의 그림도 그려지고. 김진명 작가는 『출판24시』를 읽었나? 반응은 어떠했나?
실제 『고구려』 5권에 대한 독자 분들의 문의나 독촉 전화가 많았다. 있는 그대로의 출판사 모습을 보여주자 하는 생각으로 기획된 만큼 솔직하게 쓰다 보니, 현실에서 일어난 일이 소설 속에도 녹아 들어갈 수밖에 없었던 같다. 사실 김진명 작가에게는 비밀로 하고 싶은 책이지만, 소설 속에 많이 등장하니 그럴 수는 없어서 책을 드렸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안 읽으셨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웃음).
『출판24시』를 읽고 출판사에 선물을 보내온 독자의 편지
수비니겨 출판사가 섭외하고 싶었던 소설 속 미남 작가 차강수는 실제 모델이 된 작가가 있나?
있다. 그리고 실제 연희문학창작촌으로 만나러 간 것도 맞고, 대화 내용도 거의 똑같다. 지금 생각해보니 ‘재밌는 에피소드인데 왜 작가 이름을 가명으로 했을까’라는 후회도 든다. 그 작가님과는 그 후로 연이 닿지는 않았는데, 『출판24시』가 나온 김에 또 다시 연락을 드려서 섭외 작전을 펴봐야겠다(웃음).
‘수비니겨’ 출판사라는 이름은 누가 제안을 했는지? 왜 ‘수비니겨’라고 했나?
새움출판사가 아닌 다른 이름으로 가기로 하고 사장님께서 ‘수비니겨’라는 이름을 처음 썼다. ‘수비니겨’는 훈민정음 서문에 나오는 말인데. ‘쉽게 익혀’ 라는 뜻이다. 편집자의 역할을 잘 담은 이름이다. 편집자는 저자의 원고를 독자들이 쉽게 읽을 수 있게 만들어주는 사람이지 않나. 저자의 원고를 잘 살리면서 독자에게 가장 잘 와 닿을 수 있는 형태로 만드는 게 편집자의 역할이니.
‘직업인 24시’라는 기획물 에피소드가 나온다. 실제 추진 중인지?
실제 추진했던 거라 책에 등장한 거다. 그래서 ‘연희문학창작촌’에 그 작가님도 만나러 갔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은 잠시 보류 상태다. 혹시, 그 기획물 재미있어 보이나? 그런 의견이 좀 더 많아지면 다시 추진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일반 독자들이 가지고 있는 출판사에 대한 편견, 오해가 있다면 무엇인가?
‘출판사 사람들은 앉아서 하루 종일 책만 읽는다?’, ‘책을 원 없이 맘껏 읽을 수 있다?’ 이런 게 아닐까 싶다. 물론 책이 되기 전의 원고를 보는 일이 가장 주된 업무이지만, 편집자는 은근히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기본적으로 다양한 저자들을 만나야 하는데, 만나는 모든 저자와 원고 계약이 이루어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실제 출간까지 이어지는 저자의 수보다 훨씬 많은 저자(예비 저자)들을 만나야 한다. 또 출간을 진행하면서 디자이너, 인쇄소, 제본소, 서점 등과도 의견을 교환한다. 그리고 읽고 싶은 책을 근무 시간에 읽을 순 없는 것이기에 정말 원 없이 읽는다는 건 큰 오해이다(웃음). 오히려 하루 종일 원고에 치이다 보면 활자와 더 멀어지게 되는 일도 많지만, 그래도 아직도 읽고 싶은 책 리스트가 넘친다는 것을 다행스러워하며 살고 있다.
- 소설 출판 24시 김화영 등저 | 새움
출판계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자는 생각으로, 실제 출판사에 근무하는 이들이 공동으로 집필한 소설이다. 대표, 기획실장, 편집자, 마케터, 전자책 담당자, 그리고 작가가 릴레이로 돌아가면서 쓴 이 소설은 출판 현장의 이야기를 솔직하고 생생하게 담고 있다. 편집자와 작가의 기 싸움, 수많은 투고 원고 속에서 살아남는 법, 작가의 인세와 계약금을 둘러싼 밀당, 출판계의 계륵인 광고 전쟁. 보너스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와 같은 700만 베스트셀러의 탄생 비화까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궁금할 법한 이야기들이 풍성하게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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