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학으로 본 조지 오웰의 『1984』
늘 그렇지만 이번 여름도 집에서 휴가를 보냈다. 집밖을 잘 나가지 않는 성격과 책에 흠뻑 빠져있었기 때문이다. 흠뻑 빠진 책은 20세기 100대 영문 소설 중에 하나로 뽑히는 조지 오웰의 『1984』이다. 흠뻑 빠진 이유는 작품의 완성도나 고전문학을 읽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작품 속에 녹아있는 언어학 때문이었다.
글ㆍ사진 윤중희
2013.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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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웰의 두 작품, 『동물농장』 과 『1984』

두 작품을 접하기 전까지는 고전문학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 “어렵다.” “지루하다.” “책을 피고 읽다 보면 반드시 잠이 온다.” “시대와 뒤떨어 진다.” 등 이다. 이 외에도 다른 이유는 많이 있다. 고전문학을 보면 절대 풀 수 없는 수학문제를 보는 것 같았다. 고등학교 시절 단순히 수학이 싫다는 이유로 문과를 선택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고전문학은 하나의 수학공식으로 생각했다. 내 스스로 ‘고전문학 = 어려운 수학문제’ 라는 결론을 내렸다. 조지 오웰의 두 작품도 풀 수 없는 수학문제라 생각했다. 쳐다보고만 있어도 가슴이 울렁거렸다. 그래서일까? 『동물농장』 은 구입하고 10년 동안 책장에 장식용으로 있었다. “나도 책 좀 읽는다.”의 과시용으로 구입한 것 같다.


『동물농장』 은 누구나 소장하는 작품 아니에요?

울렁이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심호흡을 한 뒤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을 읽었다. 몇 페이지나 읽었을까? 고전문학의 편견이 눈 녹듯이 사라졌다. 숙성된 음식을 먹는 것처럼 깊이도 느꼈다. 왜 이제야 접했는지 후회도 들었다. 『동물농장』 을 읽고 나서 『1984』 를 읽기 시작했다. 충격이었다. 사회구성원을 통제하기 위한 빅브라더의 존재와 신어를 바탕으로 한 사전작업은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언어학을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신어를 바탕으로 한 사전작업은 경의를 표하고 싶을 정도였다... 단어의 형성과 의미론에 대한 지식이 없다면 쉽게 접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동물농장』 보다 『1984』 를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차근차근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자.


짧지만 강력한 한 줄의 힘 - 『1984』 의 슬로건

『동물농장』『1984』 를 읽다 보면 대중을 통제하기 위한 슬로건이 나온다. 슬로건은 긍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적어도 두 작품 속에서는 찾을 수 없다. 대중에게 획일화된 사고체계를 강요하기 때문이다. 두 작품 중에서 『1984』 에 나오는 당의 세 가지 슬로건을 살펴보자.


『1984』 에서 나오는 당의 세 가지 슬로건
‘전쟁은 평화, 자유는 굴종, 무식은 힘’

『1984』 의 슬로건을 보면 무섭다. 대중의 사고는 당에 의해 철저하게 통제당하고 있다. 전쟁을 합리화하고 자유를 억압하고 알 권리도 박탈한다. 대중을 체스판에 있는 하나의 말이라 생각한다. 대중은 체스를 두고 있는 사람에 의해 움직일 뿐이다. 『1984』 의 당의 세 가지 슬로건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주변에서 다양한 슬로건을 접한다. 하지만 대중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은 정치슬로건이다. 하나의 슬로건이 후보자들의 당선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1984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슬로건의 힘을 확인 할 수 있다. 당시 대통령 후보 로널드 레이건은 “미국에 다시 찾아온 아침(It’s Morning Again in America)”의 슬로건을 내세웠다. 이 슬로건은 로널드 레이건을 대통령으로 만들어 주었을 뿐만 아니라 정치평론가들에게 사상 최고의 슬로건이라 극찬을 받았다. 슬로건의 힘을 다시 한 번 보여 준 대표적인 경우다.

한국의 대통령선거도 마찬가지다. 노무현 전대통령의 “새로운 대한민국”, 박근혜 대통령의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의 슬로건은 두 사람을 대통령으로 만들어 주었다. 두 슬로건 모두 민심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여러 가지 정치공학적인 이야기는 배제한다.)


박근혜대통령의 대선후보시절 슬로건.
내 꿈이 이루어지기에는 아직은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반면에 최악의 슬로건으로는 “Arbeit macht frei.” 를 생각할 수 있다. 번역하면 “노동이 너를 자유롭게 하리라.”다. 히틀러의 선전선동 책략가였던 요제프 괴벨스가 고안했다. 그는 이 슬로건을 유태인 수용소 입구마다 세웠다. 유태인은 슬로건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1984』 에서 당의 세 가지 슬로건은 대중의 사고를 획일화하여 통제한 측면에서 볼 때 성공적인 슬로건이다. 당의 세 가지 슬로건의 문장은 의미적으로 상반된 단어를 짧은 문장으로 표현한다. 단순화시킨 단어의 상관관계를 바탕으로 사고 또한 단순화 시킨다.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예를 들면, 슬로건의 단어 ‘전쟁’은 공포, 두려움, 죽음 등으로 의미를 확장 할 수 있다. 하지만 전쟁을 평화라는 단어와 반의 관계를 설정하여 ‘전쟁’이 주는 부정적인 의미의 확장을 막는다. 따라서 대중은 “전쟁 = 평화” 라는 단순한 사고패턴을 갖게 된다. 『1984』 의 당의 슬로건의 형성과정은 철저하게 사고의 확장을 막고 단순화시키는 작업 인 셈이다.


신어로 사고를 통제한다 - 『1984』 의 신어의 사전작업

『1984』 에서 슬로건과 함께 대중의 사고를 통제하는 것은 신어다. 일반적으로 신어는 기존의 단어에 새로운 의미가 대체 혹은 확장의 필요성에 의해 생성된다. 예를 들면 줄임말, 은어, 속어가 해당된다. 하지만 『1984』 신어의 목적은 다르다.

『1984』 의 신어와 신어를 바탕으로 한 사전작업은 영사 신봉자들에게 부합하는 세계관을 심어준다. 사고 습성에 대한 표현수단도 마련해준다. 즉, 신어를 통해서 영사 이외의 다른 모든 사상을 가지지 못하게 하고 이단적인 표현할 수 없게 만든다. 언어와 사고의 관계를 생각한다면 충분히 내릴 수 있는 결론이다.

사람들은 단어들 간의 관계를 통해서 의미를 확장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구속이란 단어를 생각한다면 감옥, 자유, 부인, 월급 등으로 의미를 확장할 수 있다. 의미의 확장은 또한 사고의 확장으로 연결된다. 이와 같은 원리를 바탕으로 신어를 만들고 대중의 사고를 통제하는 것이다.


구속이란 단어는 단어의 확장뿐만 아니라 사고의 확장도 가능케 한다.

하지만 주목 할 부분은 단어의 관계가 아닌 쓰임이다. 해당되는 단어의 쓰임을 제한하여 의미의 확장을 막기 때문이다. 단어의 의미를 마치 문법화한다. 책에서 언급한 것처럼 free라는 단어를 생각해보자.

free라는 단어는 “이 개는 이가 없다.”(“The dog is free from lice”), “책상 위에 연필이 없다.”(“There isn’t a pencial on the desk.”)의 예문처럼 단순히 존재의 여부에서 free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정치적 자유(political free) 또는 자유로운 영혼(free soul)등의 의미로 사용되지 않는다.

신어는 결국 의미의 확장과 쓰임을 통제함으로써 대중의 사고를 통제하는 것이다.


언어와 사고의 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 - 『1984』

예전 글에서도 언어와 사고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언급했었다. 둘은 결코 뗄래야 뗄 수 없다. 작가도 이 점을 알았는지 모르겠지만, 『1984』 는 이 점을 확실히 표현했다. 대중을 슬로건과 신어로 통제하는 부분이다.

조지 오웰의 『1984』 는 나에게 많은 생각을 안겨 준 작품이다. 대한민국의 사회의 현실을 돌이켜보게 했다. 언어와 사고의 관계도 재확인 시켜줬다. 만약 아직 읽지 못한 분이시라면 ‘독서의 계절’ 가을을 맞이해 꼭 한 번 읽어보시길 바란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조지 오웰 #1984 #동물농장
2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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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d1318

2013.10.08

<1984>를 읽으며,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진실이 과연 진실일지. 사회라는 집단에서 살아남기 위해 대중의 논리에 편승하는 것은 아닐지. 저에게도 많은 의문을 남겨준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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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향초

2013.09.06

거의 마지막에 2더하기 2는 4일 수도 있고, 때로는 5일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오지 않던가요. 올려주신 글을 읽고 보니 예전에 읽었던 "1984"의 내용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굉장히 치가 떨리는 내용이더라고요. 역사에서 실제로 일어났었고, 앞으로도 또 일어나지 말란 법이 없기 때문인지 섬짓하기도 했고요. 문득 고전을 찾고 싶게 만드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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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중희

함께 살아야죠. 다 같이 행복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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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웰

본명은 에릭 아서 블레어Eric Arther Blair. 인도에서 태어나 영국의 대표적인 작가이자, 언론인, 비평가로 활동하였다. 1903년 6월 25일, 영국령 인도의 벵골 주 모티하리에서 세관관리의 아들로 태어났다. 8세 때 사립예비학교에 들어갔으나, 이곳에서 상류층 아이들과의 심한 차별을 맛보며 우울한 소년시절을 보냈고, 장학생으로 들어간 이튼교에서의 학창시절 역시 계급 차이를 뼈저리게 실감하는 계기가 되었다. 졸업 후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1922년부터 5년간 미얀마에서 대영제국 경찰로 근무했으나 영국 제국주의가 저지르는 악마적 만행을 두 눈으로 목격한 그는 자신의 직업에 회의를 느껴 직장을 그만두고 파리로 건너가 작가수업을 쌓았다. 유럽으로 돌아와 어린 시절부터 꿈이었던 작가가 되기로 한다. 파리와 런던에서 노숙자, 접시닦이, 교사, 서점 직원 등 여러 직업을 전전하는 속에서도 소설을 쓰고 서평과 에세이를 발표했다. 1933년에 파리와 런던에서 겪었던 생활을 바탕으로 한 첫 소설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생활(Down and Out in Paris and London)』과 1935년 식민지 백인 관리의 잔혹상을 묘사한 소설 『버마 시절』이다. 이 시기부터 그는 죽음의 원인이 된 결핵을 앓기 시작했다. 사회 정의의 문제에 민감했고, 진실을 알리고자 하는 욕구가 강했던 그는 첫 소설 『버마 시절』에 이어 『목사의 딸』, 『그 엽란을 날게 하라』를 출간했고, 잉글랜드 북부 노동자의 가난한 삶을 그린 사회주의 색채가 짙은 르포르타주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을 발표했다. 중·장년 시절에는 버마(현재 미얀마)에서 경찰관으로 재직했지만, 식민지배의 불합리성을 목격한 후 사직을 하고 영국으로 이주하면서 빈곤한 생활을 겪다가 전체주의를 혐오한 그는 스페인 내전에 가담하여 부상을 입기도 했다. 그 체험을 기록한 1936년 『카탈로니아 찬가(Homage to Catalonia)』는 뛰어난 보도 문학으로 평가된다. 1941년부터 1943년까지 BBC방송국에서 일하기도 했다. 이후 [트리뷴]의 문학 담당 편집자로 일하면서 정치와 문학 분야의 논평을 정기적으로 썼다.그리고 2차 대전 직후인 1945년에는 러시아 혁명과 스탈린의 배신을 우화로 그린 『동물농장』으로 일약 명성을 얻게 되었다. 그러나 그해 그는 아내를 잃고 자신도 지병인 폐결핵의 악화로 병원 신세를 지게 된다. 1946년 스코틀랜드 주라 섬에 머물며 작품 활동을 계속하여 전체주의의 종말을 기묘하게 묘사한 디스토피아 소설 『1984년』을 집필하였고, 1949년에 출간되었다. 『1984년』은 전제주의라는 거대한 지배 시스템 앞에 놓인 한 개인이 어떻게 저항하다가 어떻게 파멸해 가는지, 그 과정과 양상, 그리고 배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디스토피아 소설이다. 작품의 무대인 오세아니아는 전체주의의 극한적인 양상을 띠고 있는 나라이다. 오세아니아의 정치 통제 기구인 당은 허구적 인물인 빅 브라더를 내세워 독재 권력의 극대화를 꾀하는 한편, 정치 체제를 항구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텔레스크린, 사상경찰, 마이크로폰, 헬리콥터 등을 이용하여 당원들의 사생활을 철저하게 감시한다. 당의 정당성을 획득하는 것과 동시에 당원들의 사상적인 통제를 위해 과거의 사실을 끊임없이 날조하고, 새로운 언어인 신어를 창조하여 생각과 행동을 속박함은 물론,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인 성욕까지 통제한다. 『1984년』은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예브게니 이바노비치 자먀찐의 『우리들』과 더불어 디스토피아를 다룬 소설 가운데 대표작으로 꼽히며, 이후 많은 예술작품에 영향을 주었다. 주인공 윈스턴 스미스는 이런 당의 통제에 반발을 느끼고 저항을 꾀하지만, 오히려 함정에 빠져 사상경찰에 체포되고, 혹독한 고문 끝에 존재하지도 않는 인물 '골드스타인'을 만났다고 자백하고, 결국 당이 원하는 것을 아무런 저항 없이 받아들이는 무기력한 인간으로 전락한다. 『1984년』은 오웰을 20세기 최고의 영향력 있는 작가로 만들었다. 장르에 상관없이 언제나 확고한 정치적 신념을 바탕으로 글을 썼으며 소설, 에세이, 르포, 평론 등 700여 편의 작품을 남기고, 1950년 4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조지 오웰의 47년간의 삶 중 시대적 배경은 전쟁으로 인한 평화가 무너지는 격변기로 두 차례의 세계대전이 일어났으며 전체주의(집단주의)와 공산주의, 사회주의, 민주주의 사상이 다변화되면서 사회 부조리를 고발하는 대표 언론가로 상징된다. ‘조지 오웰’은 21세기 새 시대를 맞이하여 199년 영국 BBC 조사한 ‘지난 천년동안 가장 위대한 작가 3위’, 2008년 [더 타임스]가 선정한 영국 작가 50인의 2위로 선정되었다. 게다가 영문학에서는 ‘오웰주의’, '오웰주의자'라는 뜻의 Orwellism이나 Orwellian이라는 표현이 따로 있을 정도이니, 이 정도면 그가 서양 문학사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주로 당대의 문제였던 계급 의식을 풍자하고 이것을 극복하는 길을 제시하였으며, 또 일찍이 스탈린주의의 본질을 꿰뚫고 거기서 다시 현대사회의 바닥에 깔려 있는 악몽과 같은 전체주의의 풍토를 작품에 정착시켰다. 그는 ‘나는 왜 쓰는가’라는 글에서, 글을 쓰는 이유를 “전체주의에 반대하고, 민주적 사회주의를 지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으며, 자신의 글 중에서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쓴 글들만이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 ,『버마의 나날』, 『목사의 딸』, 『엽란을 날려라』, 『위건 부두로 가는 길』, 『카탈로니아 찬가』, 『숨쉬러 올라오기』, 『고래 뱃속에서』, 『사자와 일각수』, 『동물 농장』, 『비판적 에세이』, 『영국 사람들』, 『1984년』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