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아 작가의 작업실
일상에서 보석처럼 빛나는 순간을 포착하는 임진아 작가의 노래 에세이, 『진아의 희망곡』 작업 이야기.
글 : 채널예스
2025.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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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작업실

작가들의 작업 뒷이야기를 전해 듣습니다. 한 권의 책이 독자를 만나기까지, 작가들은 어떤 날들을 보냈을까요?

 

 

『진아의 희망곡』 작업을 마친 후기를 들려주세요 

가만히 앉아 옛일을 떠올리긴 어렵지만, 노래를 통해서는 나의 옛 자국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는 걸 쓰면서 느꼈어요. 노래에 대한 이야기를 썼더니, 독자분들도 자신의 노래 이야기를 건네주시더라고요. 그게 참 좋았어요. 시절 인연이 반드시 있을 순 없지만, 우리들에게 시절 노래는 반드시 있다는 걸 알게 되었지요.

 

작가님께서 노래를 찾고, 듣는 방법이 궁금합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노래를 들으시나요?

지금처럼 스트리밍 플랫폼이 있기 전에는 노래와의 우연한 만남이 많았는데 지금은 오히려 모르는 노래를 좋아하기 어려워진 듯해요. 그래서 더욱이 내게 좋을 노래를 찾는 마음이 들지 않았나 싶어요. 그랬던 시절이 몸과 마음에 남아 있으니까. 책 속에 등장하는 서울 회현 지하상가 음반 가게를 때마다 가고, 지금 살고 있는 마포구 주변 가게들도 주기적으로 가는 편이에요. 쉬는 시간에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중고 앨범을 검색하며 찾아 헤매고요. 옛 음반도 재킷만 보고 사보기도 해요. 실패다 아니다 시간차로 아는 게 재미있어요. 

 

음악을 들으며 앉아 있을 수 있는 가게들도 좋아해요. 동네에 현대음률이나, 실락원 같은 좋은 음악 바가 많아요. 모르는 노래가 참 많구나, 모르는 노래에 이렇게 단번에 마음이 가는구나, 그런 걸 느낄 수 있지요. 가장 좋아하는 음악 감상의 순간은 에어팟으로 노래를 들으며 이동하는 버스 안이랍니다. 아무것도 안 하고 노래만 듣는 순간이 매일 필요해요. 

 

어릴 적 노래를 편지처럼, 친구와 음악 메일을 주고받으셨다고요. 여름의 한복판에 서있는 지금, 누군가에게 노래로 희망의 편지를 보낸다면 어떤 노래를 누구에게 보내고 싶나요?

여름은 덥고 습해서 힘들기도 하지만, 남몰래 뜨거워지는 계절이기도 해요. 이 계절에 잘 맞는 노래가 있다면, 이 무더위는 어느덧 신비로운 뜨거움이 될 수도 있지요. 책에는 여름에 대해 이렇게 쓰기도 했어요.

 

“여름은 아이가 어느덧 어른이 되는 계절이기도 하면서, 다 큰 어른은 잠시나마 아이였던 어린시절로 돌아가는 계절이다. 여름에만 느낄 수 있는 이런 계절의 조바꿈은 노래만이 선사하는 마법같은 것.” (「권성연이 부릅니다 『한여름 밤의 꿈』」, 72쪽)

 

다시 찾아온 여름을 맞이하는 모두에게 편지를 띄우고 싶어요. 남몰래 뜨거웠던 마음 또한 여름이었다…싶은 그런 여름을 보내자고 맨 마지막 줄에 쓰고 싶어요. 여름과 함께 보낸 곡이 무엇이었는지, 가을이 다가올 때 나누면 좋겠어요. 

 

작업실의 빛 키키

 

작업을 하는 동안 가장 의지한 반려 [ _______ ]

반려견 키키와 작업실입니다. 반려 작업실이라고 하면 조금 이상하지만, 키키와 함께 산책하며 작업 공간으로 출퇴근을 할 수 있는 루틴이 제 삶에서 중요하더라고요. 매일 서너 번의 산책을 하는 키키를 중심으로 하루를 보내는 편이에요. 일을 하다가도 키키의 대소변을 생각하면 벌떡 일어나 잠깐이라고 산책을 하러 나가요. 키키도 저녁에는 집에서 편안한 저녁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해서 저녁 6시에는 퇴근을 해요. 그래서 작업실에서는 정말 일만 하다가 오는 것 같아요.


작업실에서 키키의 할 일은 푹 자는 일. 다가가면 "다 끝났니?" 하며 쳐다본다. 

 

작업실을 소개해 주세요. 
 작업실은 집에서부터 도보로 가기 편한 거리에 있어요. 원래 키키와 처음 독립을 시작했던 작은 옥탑방인데, 이제는 동거인이 있고, 출퇴근을 하고 있답니다. 그래서인지 키키에게도 편안한 공간이에요. 제게도 그렇고요. 작은 방인데도 살 때와 작업실로만 쓸 때의 분위기가 참 다르게 느껴지더라고요.


작업실로 쓰는 지금(왼쪽)과 집이었던 작업실(오른쪽)

 

작업 책상 위에는 그림 도구들과 종이, 컴퓨터와 책들이 쌓여있어요. 늘 정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마구잡이로 두고 일할 수 있는 곳이 있기 때문에 할 일을 착착 해나가는 게 아닐까… 하며 그냥 지내고 있답니다. 해야 하는 일이, 하던 일이 눈에 보여야 하는 타입일지도 모르겠어요. 작업실 여기저기에는 키키가 쉬는 곳들이 있어요. 일하다가 저도 그 곁에서 잠깐 눕기도 해요. 잠자던 키키 냄새를 한껏 들이마시면 마음이 차분해지거든요. 

 

마감 후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은 무엇인가요? 그 일을 실제로 하셨나요?

원고 마감을 한 후에 제게 선물을 주고 싶어서 사고 싶어서 아껴둔 음악 앨범을 샀어요. 제 장바구니엔 그런 음반들이 가득한데… 그중에서 김창완의 독집 <기타가 있는 수필>을 샀어요. 발매 당시에 나온 미개봉 앨범이라 값이 제 기준으로는 높았지만, 아직 뜯지도 못하고 있어요. 아마도 한동안은 미개봉인 상태로 집에 진열해 둘 것 같아요.

 

할 일이 있을 땐 그것 빼고 모두 재밌게 느껴집니다. 작업 중 특히 재밌게 본 남의 콘텐츠는 무엇인가요?

만화책을 주로 읽어요. 모로호시 다이지로의 귀여운 괴담집 『시오리와 시미코』 그리고 팝송과 영화를 모티브로 한 단편집 『오리온 라디오의 밤』을 재미있게 읽었어요. 아예 다른 세상을 데려가 주는 이야기들이 필요해요. 읽다 보면 또 그렇게 다르지도 않고요. 『진아의 희망곡』 마감으로 바쁠 때 와야마 야마의 『여학교의 별』 4권이 나와서 더욱 힘을 냈던 기억이 나요. 바쁜 걸 끝내고 가장 여유로운 어느 밤에 읽자! 이 마음이 들끓었거든요.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2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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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은짹짹

2025.07.10

키키가나디... 진짜 그저 빛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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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덩

2025.07.10

강아지 사진 더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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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아의 희망곡

<임진아>

출판사 | 마음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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