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보다 앞날이 더 기대되는 캘리포니아 출신의 인디 록 듀오 - 폭시젠(Foxygen)
과거의 사운드들을 유연하게 끌어오며 인상적인 첫 정규작을 완성한 폭시젠의 음악을 소개합니다.
2013.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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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시젠(Foxygen)
보컬의 샘 프란스와 기타리스트 겸 키보디스트인 조나단 라도가 주축이 된 캘리포니아 출신의 폭시젠은 결성 년도인 2005년부터 꾸준히 EP 앨범들을 발매해 온 밴드다. 앨범 와 같은 이들의 지난 기록들을 접해보면 알 수 있지만 폭시젠 음악에는 4,50년 전의 팝 사운드가 다양한 형태로 섞여있다. 서두에서도 언급했던 사이키델릭의 잔향이 킹크스나 초창기 핑크 플로이드의 가벼운 버전으로 서려있다면 백 보컬에서의 화음에서는 이들의 출신 지역인 캘리포니아의 사운드도 살짝이 보인다. 또한 예상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소리를 발사하는 측면에 있어서는 아방가르드의 영향도 간과하기 어렵다. 결정적으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는 롤링 스톤스다. 스톤스 특유의 하드한 록 사운드와는 거리가 있지만 곳곳에서 보이는 기타 리프가 적잖이 이들을 떠올리게 하고, 특히 샘 프란스의 보컬이 상당수 믹 재거와 닮아 있다.
괜찮게 다가오는 점은 밴드의 음악이 단순한 뒤섞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이는 지금 세대에 위치한 대다수의 사이키델릭 밴드들에게도 당연히 해당되는 이야기겠지만, 마찬가지로 폭시젠도 전에서 받아온 영향점을 자신들의 특성으로 잡고 시대의 사운드와 실험으로 제 부피를 잘 키워냈다. 그런 점에 있어 올해 1월에 발표한 이들의 첫 LP 는 밴드가 기록해온 그 동안의 성과를 잘 뽑아낸 매력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지난 음악들에서 보였던 과감함은 어느 정도 줄어들었다고 해도 이를 적정선으로 유지하며 깔끔한 편곡과 사운드를 더해 앨범의 가치를 더욱 높였다. 여기에 이들이 추구하는 1960년대와 1970년대의 이미지는 여전히 그리고 여실히 살아있으며, 스무 살을 갓 넘긴 멤버들은 레트로 사운드를 젊은 감각으로 말끔하게 포장해낸다.
몇몇 트랙에서 롤링 스톤스가 들리는 것은 놀랄 일도 아니다. 「No destruction」 의 보컬 코러스에서는 「Street fighting man」 이 겹쳐 들리며 「On blue mountain」 의 기타 배킹은 「Under my thumb」 에서의 것과도 비슷하다. 게다가 앨범을 여는 「In the darkness」 에서는 페퍼 상사( )를 시작하는 비틀스가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폭시젠의 목적은 그저 그런 복제나 답습에만 있지 않다. 있는 그대로의 착색이 아닌, 새로운 색깔을 뽑아내는 방향으로 이미 이정표를 설정해 놓았다. 그렇기에 「In the darkness」 는 더 없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며, 무그 신디사이저를 현대적으로 해석해놓은 듯한 「No destruction」 은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독특한 전개 위에 배치한 「On blue mountain」 은 단순한 블루스 곡에 머물지 않는다.
작곡 능력도 발군이다. 흡인력을 자아내는 팝적인 사운드와, 번갈아가며 부르는 재미있는 코러스가 인상적인 「San Francisco」 는 음반의 베스트 트랙으로 뽑아도 손색이 없다. 후반부에서의 변칙이 눈에 띄는 작품의 첫 싱글 「Shuggie」 도 또한 짚고 넘어가야 하며 여덟 번째 트랙인 「We are the 21st century ambassadors of peace & magic」 은 강렬하게 발산하는 사이키델릭 사운드로 앨범의 대미를 장식한다. 「Bowling trophies」 나 「Oh no」 와 같은 곡들도 빼놓고 넘어가기에는 물론 아쉽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 이 시점에도 1960년대의 사이키델릭 사운드는 여전히 매력적인가보다. 여기에는 1980년대부터 교두보의 역할을 해온 플레이밍 립스나 브라이언 존스타운 매서커와 같은 선배 밴드들의 활약도 분명 존재하지만, 계승자를 자처하는 입장에서는 바로 앞의 복각판들뿐만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앞선 클래식들에까지 시선을 보내기 마련이다. 이들의 움직임은 꽤나 영리하다. 1960년대와 1970년대의 사운드를 탁월하게 캐치해내면서도 결코 오늘날의 흐름을 잃지 않는다. 메인스트림에서도 적잖이 성공을 거두고 있는 엠지엠티나 최근 주목을 받으며 떠오르고 있는 테임 임팔라,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지난 해 꽤나 매력적인 데뷔 앨범을 발표했던 호주의 오포섬 등이 2000년 이후의 사이키델리아에 일조하는 새로운 흐름들이다.
이 무대에는 폭시젠도 포함된다. 인디 신에서 쌓았던 경력과는 별개로 여전히 지켜볼 필요가 있기는 하다만 첫 정규 앨범 은 상당히 좋다. 이전의 사운드들을 가져오는 역량이 탁월하며 곳곳에서 보이는 재능들도 충분히 빛을 발한다. 그 자체로도 작품은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하다. 그렇기 때문에 동시에, 이들에게는 현재보다 앞날에 더 초점을 맞춘 기대가 머문다. 동경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았던 선배들의 걸작에 필적할만한 작품으로 도전장을 내밀 수 있을지는 아티스트 자신들도, 사람들도 지금은 (당연히) 물음표를 붙이겠다. 그러나 사실 팬들이 바라는 것은 이러한 의문이 현실로 다가오는, 극적인 움직임이다.
보컬의 샘 프란스와 기타리스트 겸 키보디스트인 조나단 라도가 주축이 된 캘리포니아 출신의 폭시젠은 결성 년도인 2005년부터 꾸준히 EP 앨범들을 발매해 온 밴드다. 앨범
몇몇 트랙에서 롤링 스톤스가 들리는 것은 놀랄 일도 아니다. 「No destruction」 의 보컬 코러스에서는 「Street fighting man」 이 겹쳐 들리며 「On blue mountain」 의 기타 배킹은 「Under my thumb」 에서의 것과도 비슷하다. 게다가 앨범을 여는 「In the darkness」 에서는 페퍼 상사(
작곡 능력도 발군이다. 흡인력을 자아내는 팝적인 사운드와, 번갈아가며 부르는 재미있는 코러스가 인상적인 「San Francisco」 는 음반의 베스트 트랙으로 뽑아도 손색이 없다. 후반부에서의 변칙이 눈에 띄는 작품의 첫 싱글 「Shuggie」 도 또한 짚고 넘어가야 하며 여덟 번째 트랙인 「We are the 21st century ambassadors of peace & magic」 은 강렬하게 발산하는 사이키델릭 사운드로 앨범의 대미를 장식한다. 「Bowling trophies」 나 「Oh no」 와 같은 곡들도 빼놓고 넘어가기에는 물론 아쉽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 이 시점에도 1960년대의 사이키델릭 사운드는 여전히 매력적인가보다. 여기에는 1980년대부터 교두보의 역할을 해온 플레이밍 립스나 브라이언 존스타운 매서커와 같은 선배 밴드들의 활약도 분명 존재하지만, 계승자를 자처하는 입장에서는 바로 앞의 복각판들뿐만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앞선 클래식들에까지 시선을 보내기 마련이다. 이들의 움직임은 꽤나 영리하다. 1960년대와 1970년대의 사운드를 탁월하게 캐치해내면서도 결코 오늘날의 흐름을 잃지 않는다. 메인스트림에서도 적잖이 성공을 거두고 있는 엠지엠티나 최근 주목을 받으며 떠오르고 있는 테임 임팔라,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지난 해 꽤나 매력적인 데뷔 앨범을 발표했던 호주의 오포섬 등이 2000년 이후의 사이키델리아에 일조하는 새로운 흐름들이다.
이 무대에는 폭시젠도 포함된다. 인디 신에서 쌓았던 경력과는 별개로 여전히 지켜볼 필요가 있기는 하다만 첫 정규 앨범
글/ 이수호 (howard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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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