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는 밖에 가서 친구들과 노는 것이 가장 좋았어요. 중학교 시절까지 책을 끝까지 읽은 경우가 손에 꼽을 정도로 책 읽기는 저와 거리가 멀었죠. 학교 방학 숙제로 독후감이 있었는데 어떤 경우는 저의 누나가 대신 써줄 정도였습니다. 그 당시 남자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만화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어요. 텍스트를 읽는 것 자체에 별로 흥미가 없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고등학교에 와서는 책에 대한 태도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국어, 영어 선생님이 수업 시간에 자연스럽게 훌륭한 저자들을 소개해주셨는데, 그게 큰 영향을 미친 것 같습니다. 글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것이 매우 멋진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 수업이었던 것 같습니다. 학교에는 조그마한 도서관이 있었고 사서 선생님도 계셨는데, 점심시간에 잠시라도 들려 이런 저런 책을 훑어보던 기억이 납니다. 가령, 함석헌 선생님의 『뜻으로 본 한국역사』 같은 책은 몇 번이고 대출했습니다만, 완독은 못한 것으로 기억이 납니다. 대학에 와서는 공대를 다니긴 했지만 저는 주로 종교와 철학에 관한 책을 읽었어요.”
“제 서재에 이름을 붙인다면, ‘밈들의 아우성’이에요. ‘제발 내 책을 선택해달라’며 저를 유혹하는 밈들의 아우성, 단어들의 전쟁터라고 말할 수 있겠지요.”
“요즘 저는 문화를 과학적 관점에서 이해해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밈 이론의 관점에서 왜 우리가 다른 동물들과 달리 문화와 문명을 진화시켰는지, 그리고 그런 문화와 문명이 어떤 메커니즘에 의해 전달되고 확산되는지에 대해 탐구하고 있습니다. 밈으로 본 현대 문명, 한국 사회 등에 대한 책을 쓸 계획도 있어요. 도덕성의 심리학에 대한 관심도 많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도덕 감정을 갖고 태어납니다만 그것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고 왜 그런 식으로 작동하는지, 그리고 이런 것들에 대한 과학적 지식이 우리의 윤리적 삶에 어떠한 함의를 갖고 있는지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최근의 관심사는 독재에 대한 과학적 연구입니다. 저는 왜 북한과 같은 사회는 여전히 독재정치가 작동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독재정치를 가능하게 하는 사람들의 심리 메커니즘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독재를 싫어하면서도 그에 대한 일종의 향수를 갖고 있는 일반인들의 심리도 연구 대상이죠.”
장대익 서울대 교수는 최근 천문학자, 역사학자와 함께 청소년을 위한 『빅 히스토리』 시리즈를 출간했다. 『빅 히스토리』 는 인간의 과거, 현재, 미래를 가장 큰 틀에서, 그리고 인문과 자연의 융합을 통해 이해하고자 야심찬 시도다. 청소년들이 입시에 찌들려 책 읽기를 포기하고 있고 있는 요즘, 중ㆍ고등학교의 6년 세월은 가히 ‘독서의 암흑기’라고 불리만 하다. 장대익 교수는 “출판계도 학습서나 성장 소설 같은 책들 외에 청소년들을 위한 양서를 어떤 방식으로 기획하고 출간할지에 대해 혼란에 빠져있는 듯하다.”며, “『빅 히스토리』 는 시리즈를 통해 청소년들이 잃어버린 호기심과 지식에 대한 열망을 다시 되찾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명사의 추천
로버트 저메키스/조디 포스터 | 워너브러더스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SF인데 정말 한편의 영화 이상의 것을 담고 있습니다. 우주와 자연에 대한 경이로움이 결국 과학적 이해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종교적 경험에 의한 것인지를 진지하게 묻고 있으면서, 극적인 흥미를 전혀 떨어뜨리지 않는 뛰어난 작품입니다.
바즈 루어만/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토비 맥과이어/캐리 멀리건 | 워너브러더스
최근 본 영화 중에서 <위대한 개츠비>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표면적으로 이해하면, 한 여성을 못 잊는 한 남자의 비극적 결말이라고도 할 수 있고, 심층적으로 보면 자신의 욕망 속에 존재하는 한 여성을 좇은 한 남자의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 이야기를 성 선택(sexual selection) 이론의 관점에서도 이해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선택 받기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인생을 탕진하는 남성의 비극이랄까요. 개츠비가 수컷 공작 같이 느껴졌습니다.
리처드 도킨스 저/이용철 역 | 사이언스북스
창조론과 진화론 간의 논쟁에 대해 관심이 많았을 때, 자연선택 이론의 강력함을 실감하게 해준 책입니다. 저는 이 책을 읽고 진화론을 제대로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리처드 도킨스 저/홍영남,이상임 공역 | 을유문화사
유전자의 관점에서 인간과 세상을 이해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한 책입니다. 30년이 훨씬 더 지난 내용이지만 대부분이 여전히 유효하며 심지어 밈(meme) 이론과 같이 지금도 새로운 통찰을 주기도 합니다.
토머스 S. 쿤 저/김명자,홍성욱 공역 | 까치(까치글방)
20세기 과학철학계의 최고 고전으로서 과학행위의 본성을 이해하는데 새로운 관점을 준 책입니다. 저의 대학원 생활을 지배한 도서 중 한 권이며, 이 책은 내용 중에서 패러다임에 관한 논의는 여전히 흥미롭습니다.
찰스 다윈 저/송철용 역 | 동서문화사
저는 진화학을 공부한 사람이기도 하지만, 다윈의 ‘종의 기원’ 전체를 꼼꼼하게 정독한 것은 최근에 초판을 번역하는 과정을 통해서입니다. 역사와 배경을 함께 이해한다면 왜 이 책이 세상을 바꿨는지를 알게 됩니다.
에드워드 윌슨 저/최재천,장대익 공역 | 사이언스북스
지난 수년간 한국의 지식 세계를 이끌어오고 있는 통섭, 융합 열풍의 진원지 같은 책입니다. 이 책을 최재천 교수님과 함께 번역하면서 한국에도 지식융합의 흐름이 생겨나길 간절히 원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소망이 실현되었다는 데에 약간의 전율을 느끼지요.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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