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롬 (Fromm), ‘홍대 여신’ 혹은 ‘홍대 마녀’
홍대 음악신의 다른 여성 싱어송라이터들과는 조금 다른 음악을 들려주는 프롬의 앨범, 함께 만나보세요.
글ㆍ사진 이즘
2013.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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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롬(Fromm)


현재 홍대 음악신에서, 특히나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머릿수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래서 프롬(Fromm)의 음악은 자칫 하면 ‘홍대 여신’이나 ‘홍대 마녀’라는 그 흔한 수식어 한번 못 들어보고 묻힐 수도 있었다. 모두가 그렇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음악보다 외모로 화제를 모은 경우가 다수다. 또한, 이들 여성 솔로이스트들이 뚜렷한 음악적 성과를 보여줬다고 볼 수 있는 작품도 드물었다. 이는 고정관념이 되었고, 대중과는 멀어졌다.

분명 프롬(본명, 이유진)도 같은 사례로 치부할 수 있겠지만, 은 그들과의 비교를 거부하려는 듯 ‘선을 긋는다’라는 느낌이 강하다. 소박하지만 다양한 악기 소재들로 수록곡의 내실을 다졌다. 작사, 작곡, 편곡 그리고 전체적인 프로듀싱에 이르는 전 방위적인 주도권을 행사하며, 스스로 독자적 아티스트의 입지를 부여한다.

타이틀 트랙 「좋아해」는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의 상큼한 포크 스타일의 곡이지만 마냥 달달하지만은 않다. 「마중가는 길」은 텐 사우전드 매니악스(10,000 Maniacs)의 프론트우먼 나탈리 머천트(Natalie Merchant)의 「Thank you」로 이어지는 포크 싱어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사랑 아니었나」와 같은 곡에서는 미국의 인기 컨트리 걸 주얼(Jewel)의 「Who will save your soul」이 연상된다.

전반의 분위기가 이렇게 흘러간다면 이 음반은 그저 평범한 포크 팝(folk pop) 앨범이 되었을 공산이 크지만 진수는 따로 있다. 오프닝 트랙인 「도착」은 음악적 지향점을 드러낸다. 소박한 악기들이 조화롭게 어울리며 발산되는 따뜻한 아날로그 감성은 몽환적인 공간감을 형성한다. 또 하나의 움직임으로 부상하고 있는, 주류 음악의 최첨단 녹음 기법에 반하는 의도적인 로-파이, 빈티지 스타일이다.

차분한 기조로 앨범을 리드하 프롬은 자기 음악에 대한 자신감이 넘쳐 보인다. 표현하고자 했던 여유와 생기를 명확하게 드러낸다. 이는 삼성 갤럭시 광고 시리즈로 한국에서 이름을 알린 공동 프로듀서 앤디 로젤룬드(Andi Roselund)의 공도 크다. 그는 구성과 구상에 대한 도움은 물론 기타, 베이스, 만돌린, 트럼펫, 트럼본, 피아노, 페니 휘슬을 모두 연주하며 세션 연주자로서도 괴력을 보였다.

들을 거리가 넘쳐나는 재미있는 작품이다. 기능적으로 화려하거나 뛰어나서가 아니다. 저음과 고음 모두에서 다양한 보컬스타일을 시도했고, 곡 구성에서도 여타의 여성 뮤지션들과는 구분되는 과감함을 드러낸다. 순간순간 토리 에이모스(Tori Amos)같기도 하고, 피제이 하비(PJ Harvey)의 모습이 그려지기도 한다. 의외성이라는 키워드면에서는 캐나다의 여성 싱어송라이터 파이스트(Feist)와 가장 닮아있다.

앞서 언급한 다양한 여성 음악가들의 페르소나를 지녔기에 전례가 없다하겠다. 단순히 따라 하기에 급급한 수준이었다면, 역시나 새로운 ‘홍대 여신’으로만 남겨지고 또 그렇게 잊혔을 것이다. 프롬은 영리하게도 통기타, 여신, 홍대, 인디 음악과 같은 익숙한 것들을 유지시키면서, 이를 세련시키기보다는 거칠고 조악한 형태로 변주시켰다. 그의 정체성은 너른 스펙트럼을 가진 유연한 작가정신에서 발아했다.

글/ 신현태 (rockershi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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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