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많은 책을 냈습니다. 이전에 쓴 책과 비교하면 『어젯밤 꿈이 당신에게 말하는 것』은 어떤 책인가요?
정신의학에서 꿈은 진단 및 치료에 너무나 중요한 자료인데 현대인들은 그 의미나 중요성을 잘 몰라요. 로또다 태몽이다 등 경제원칙에 끼워 맞추려 하는 풍조가 너무 안타깝더라고요. 석양의 초원을 보며 매장된 석유를 떠올리는 것 같은 느낌. 그래서 매우 미천한 경험의 소유자임에도 불구하고 (학계의 비난을 받을 각오를 하고) 출간하였습니다.
시중에는 과거로부터 전래된 꿈 해몽과 관련한 책도 많고, 나름대로 이쪽 분야 전문가도 있는데요. 꿈 해몽과, 정신분석학에서 바라보는 꿈 분석. 어떻게 다른가요.
세간에서 일컫는 해몽은 주로 속세의 기준으로 봤을 때 살아남는 것(SURVIVAL)에 의미를 두는 것 같습니다. 반면 꿈 분석은 심리적 성장 (THRIVAL)의 에너지를 담고 있어요
현대 의학에서 꿈 분석은 어떤 위치에 있나요. 어느 정도로 발전했는지 궁금합니다.
거의 모든 정서 불안이나 우울은 감정을 처리하는 신경기능의 이상에서 비롯됩니다. 꿈은 감정의 소화 기능을 담당하는 우리 몸의 자연치유기능, 이란 것이 여러 논문에서 입증되어 있습니다. REM 수면 (주로 꿈을 꿀 때 수면 상태)에서 착안한 EMDR이란 기법도 이미 트라우마의 치료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책에 등장하는 다양한 유형의 꿈을 읽다 보면, 자신의 꿈을 해석할 수 있는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을 듯합니다. 이 책을 읽고 자신의 꿈을 해석해 보려고 마음 먹은 사람에게 추천할 만한 꿈 해석 입문서가 있을까요?
프로이드의 꿈의 해석은 다들 아실 테고, 고 이윤기 선생님이 쓰신 『그리스 로마 신화』. 『인간과 상징』 등 이부영 선생님의 분석심리학 시리즈, 고혜경 선생님이 번역하신 저서들, 마지막으로 이무석 선생님의 『정신분석으로의 초대』를 추천합니다.
꿈에 관해서도 여러 가지 속설이 있잖아요. 조상이 나오면 길몽이라든지, 치아가 빠지면 지인이 죽는다든지. 이런 속설은 어느 정도 일리가 있나요.
좋은 질문입니다. 낭설이긴 하지만 결국은 맞습니다. 조상이 나온다는 것은 내면의 지혜나 현재 지친 자신을 달랠 수 있는 능력을 찾으려 한다는 신호이며, 이 빠지면 누가 죽는다는 해석 또한 낭설입니다만 분석학적으로는 간접적으로 타당해요. 무슨 말인고 하니 이가 빠지는 꿈은 현재 자신을 성장시킬 그 무언가를 목전에 두고 고군분투한다는 뜻이거든요. 그런데 우리가 겪는 대부분의 스트레스가 분노나 죄책감, 혹은 그로 인한 걱정 같은 것이에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걱정만 의식에 남겨지고, 주변에 누가 죽으면 어떡하지, 하는 두려움으로 이어지는 겁니다.
보통은 꿈을 꾸고 꿈의 내용을 잊는 경우가 많은데요. 유독 생생한 꿈이 있습니다. 일어나서도 기억 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는 꿈은 어떤 의미인가요. 개인적으로는 피곤할 때 숙면을 취하면 꿈이 기억나지 않지만, 낮잠을 잔다거나 잠을 못 이루다 겨우 잠들어서 꾼 꿈은 생생합니다. 몸 상태과 상관이 있을까요.
딱 떨어질 정도로 정비례하진 않아요. 하지만 꿈은 영화 「내니맥피」에 나왔던 마법사와 같아서 필요하면 남아 있고 필요 없으면 사라져요. 비록 휘발성도 강하지만 생생하게 기억난다면 그만큼 꿈에서 느꼈던 감정 혹은 기운을 충분히 일상에서 곱씹어보라는 말일 거예요.
본인이 꾼 꿈을 스스로 분석하나요? 최근에 꾼 인상 깊었던 꿈과 그 꿈의 의미를 소개해 주세요.
저는 꿈을 굉장히 많이 꾸는 편인데요. 어떤 때는 꾸면서 스스로 셀프 모니터링(?)도 합니다. 그래도 무의식의 힘은 무한대라서 내 맘대로 안 되죠. 최근 꿨던 꿈 중에 기억에 남는 건 너무너무 화가 났을 때 꿈에서 쓰나미가 덮치던 기억이 나네요.
그리고 분노가 정리될 무렵 아주 화창한 하와이의 해변가를 거니는 꿈을 꾸었어요. 꿈을 깬 그 당시에도 그 정도 기분까지는 아니었는데 대략 30시간이 지나니 하와이 꿈을 꾸던 기분으로 돌아오더군요. 르네 마그리트가 말한 “일상이 꿈의 반영이다”를 서문에 인용한 이유도 바로 이런 배경이죠. 드물지만 예지몽을 꾸는 분들도 간혹 계십니다.
정신과 전문의로서 10여 년 진료 및 상담을 했습니다. 이 기간 동안, 한국인의 심리 상태가 이렇게 변해 왔다, 라고 할 만한 게 있을까요?
과거가 갈등의 시대였다면 현재는 결핍의 시대입니다.
다양한 분야 중 정신과를 전공하기로 결심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라디오 및 TV 활동도 많이 하셨잖아요. 인상 깊은 에피소드가 있다면 공개할 수 있나요?
그래도 세상에는 따뜻함이 있을 것이라 믿었어요. 그 믿음대로 선택했어요. 인상 깊은 에피소드라기보다는 그래도 내가 활발히 활동하는 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구나, 라고 느끼면 참 뿌듯해요. 라디오 <두 시의 데이트>를 하면서 실시간으로 고맙다는 문자가 쇄도할 때나 팟캐스트 방송으로 삶의 색채를 찾았다고 하셨을 때는 말할 수 없는 뿌듯함을 느끼죠. 단 한 분이라도 참나(TRUE SELF)를 느낀다면 그걸로 만족해요.
평소에 주로 읽는 책은 어떤 분야인가요. 좋아하는 저자나 작가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전 지금도 작가가 아니라 사람이란 유기체가 잘 지낼 수 있는 매뉴얼을 퍼뜨리는 의사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책을 흥미 위주로는 잘 보지 않아요. 난독증이 심하기도 하고... 심리학과 제 전공파트인 의학서적 및 저널을 주로 많이 봅니다. 즐겨 읽는 책을 몇 가지 소개해 보자면 김혜남, 이무석 선생님의 책은 무조건 좋아해요. 배우면서 깨달으면서 눈물을 흘리는, 치료가 되는 책들이지요. 스님들께서 쓰신 불교 서적도 많이 봅니다. 『삶이 값진 것은 사라지기 때문입니다』를 쓰신 월호스님의 책을 가장 좋아합니다. 또 비트겐슈타인, 에리히 프롬 책들은 다 좋아하지요. 만화는 『펫숍 오브 호러즈』를 좋아해요. 한때 D 백작처럼 사는 게 꿈이었는데 현실은 에이스 벤츄라요.
* 이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했습니다.
[관련 기사]
- 도쿄에서 발견된 토막 시체를 다룬 미스테리, 가와이 간지의 『데드맨』
- 박향 소설가, 행복한 사람이 소설로 무슨 할 말이 있겠나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손민규(인문 PD)
티끌 모아 태산.
인다라의구슬
2013.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