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지, 탐정소설 류의 책도 많이 읽고 잡식형 독자였어요. 유학을 가면서 한국 책을 볼 기회가 사라졌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책과는 거리가 멀어졌죠. 그러다 회사의 배려로 몇 달간 연수원에서 경영자과정을 공부하게 됐는데, 그때 책을 집중적으로 많이 읽었어요. 특히 경영학, 자기계발 관련 책을 읽으면서, 이런 세상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됐어요. 제가 이런 류의 책에 관심이 간다는 사실이 놀라웠고 그 후 자연스레 관련 책을 사고 읽는 것이 습관이 됐죠.”
“대기업을 나와 경영컨설팅을 하게 됐을 때는 회사에 책이 정말 많았어요. 그뿐 아니라 경영학, 자기계발과 관련된 강연테이프도 수 백 개가 있어 미친 듯이 책을 읽고 강연을 들었어요. 당시 집은 일산이고 회사는 광장동이었는데 왕복 꼬박 두 시간이 걸렸어요. 지하철을 이용했는데 하루에 책 한 권은 가볍게 읽었죠. 당시에는 신입이라 회사에서 하는 일도 별로 없어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고 새로운 분야에 입문했기 때문에 스폰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책을 읽었던 것 같아요.”
“일년에 200권 이상의 책을 읽다 보니, 자연스럽게 책을 고르는 안목이 생깁니다. 책을 고를 때는 우선, 저자를 제일 먼저 봅니다. 박완서, 최인호, 제러미 리프킨, 말콤 글래드웰, 윤석철, 최재천, 김정운 등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 신간을 내면 무조건 삽니다. 친구들이나 아는 사람을 만날 때 늘 책에 관한 질문을 합니다. 베스트셀러보다는 다른 사람의 추천을 듣고 사려고 하죠. 실패하더라도 자꾸 사봐야 실력이 늘지 않나요? 또 조금 떨어진 책들도 사줘야 그 저자도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출판사도 보고 활자 크기도 봅니다. 새로운 저자의 경우는 프로필을 보는 편이고요. 서문을 조금 읽어보면 대충 무슨 얘기를 하는지 알 수 있는데, 뭔가 다른 의견, 다른 경험이 있는 책을 좋아합니다. 뻔한 소리, 누구나 하는 소리를 하는 책은 피하는 편이고, 관념적인 책은 피합니다. 사례는 없이 그저 철학적인 개념만 늘어놓는 책도 피하고요. 제가 구본형 소장을 좋아하는데 말한 대로 살았기 때문이에요. 저 또한 그런 사람이 되려고 노력합니다.”
“그동안 여러 회사와 학교에서 일하며 자리를 옮긴 것은 자유롭게 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자유인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배경에는 다니엘 핑크의 『프리에이전트의 시대가 오고 있다』, 찰스 핸디의 『코끼리와 벼룩』의 영향이 컸습니다. 더 이상 조직에 묶여 있지 않고 대신 수많은 고객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살 수 있는 세상이 올 것이란 믿음이 있었죠. 제러미 리프킨의 『육식의 종말』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 등 덕분에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후 환경재단의 운영위원으로도 일하게 됐어요. 책을 좋아하다 보니, 10년 이상 SERICEO에서 책 소개를 하게 되었고 소개한 책을 엮어 “『잠들기 전 10분이 나의 내일을 결정한다』 두 권도 집필할 수 있었어요. 『중년예찬』, 『청춘예찬』 등도 모두 책을 보면서 자극을 받아 쓴 책들이에요.”
최근 『일생에 한번 고수를 만나라』를 펴낸 한근태 한스컨설팅 대표는 공학박사 출신의 경영 컨설턴트로 현재 국내 유수 기업의 컨설팅 자문을 담당하며,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로 재임하고 있다. 그는 태생적으로 소통에 관심이 많아 『리더의 언어』, 『말은 임팩트다』를 펴냈고, 『일생에 한번 고수를 만나라』는 다양한 분야의 고수들을 만나며 얻은 지식과 이야기를 친절하게 풀이한 책이다.
『일생에 한번 고수를 만나라』는 일필휘지를 한 책입니다. 고수를 만나면서 나도 모르게 그 사람들 사이의 공통점을 생각했고 주변 사람들에게 늘 고수들의 특징에 관한 얘기를 했습니다. 단숨에 책을 쓰게 된 건, 그만큼 제 안에서 숙성이 됐던 것 같아요. 누구나 고수가 되고 싶어하고, 잘 살고 싶어하잖아요. 고수가 되는 첫 번째 방법은 바로 그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누구를 만나는지, 시간은 어떻게 쓰는지, 어떤 습관을 갖고 있는지를 보는 것입니다. 이 책을 읽고 독자 여러분이 약간의 힌트를 얻기를 바랍니다.”
명사의 추천
아웃라이어
말콤 글래드웰 저/노정태 역/최인철 감수 | 김영사
말콤 글래드웰은 통찰력이 뛰어난 작가다. 난 그의 책을 읽을 때마다 젊은 나이에 어떻게 그런 통찰력을 얻었는지 부럽기 그지 없다. 자신이 생각한 가설을 여러 가지 데이터로 입증하는 실력도 보통이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책은 남들이 전혀 생각하지 못한 시야를 제시해 주는 책이다. 그는 그 분야의 최고수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박완서 저 | 웅진지식하우스
박완서 작가의 모든 소설과 수필집을 좋아한다. 박완서 작가의 감수성, 따뜻함, 사람을 보는 객관성 등이 다 맘에 든다. 그의 글을 읽으면 가슴이 따뜻해진다. 마치 고향으로 돌아간 듯한 착각에 빠진다. 그의 고향 개성 박적골을 내 고향으로 생각할 정도다. 나도 글을 쓰는 입장에서 그와 같이 따뜻한 글을 쓰고 싶다. 경영컨설턴트는 자칫하면 냉정하고 감정이 없는 사람처럼 되기 쉽다. 오직 생산성만을 따지는 사람으로 오해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경영학도 위로 올라갈수록 사람문제에 부딪친다. 사람이란 어떤 존재이고, 어떻게 그의 마음을 살 수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그런 면에서 그의 책이 많은 도움이 된다.
경영학의 진리체계
윤석철 저 | 경문사(한헌주)
서울대 교수를 거쳐 한양대 석좌교수로 계신 윤석철 교수님은 한국의 피터 드러커로 불린다. 나는 대우시절부터 이 분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단순한 교수를 넘어 이 시대의 살아있는 지성이다. 이 분의 책은 경영학 책이라기 보다는 철학책에 가깝다. 특히, 이 분이 만든 생존부등식 개념은 내게 충격이었다. 원가(cost) 보다는 가격(price)이 높아야 하고, 가격보다는 고객이 느끼는 가치(value)가 높은 개인과 조직은 살아남고, 부등호가 뒤바뀌면 죽는다는 간단한 부등식이다. 하지만 난 이 간단한 얘기에 환호했다. 나도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이것을 지켜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자주 내게 이것을 대입한다. 강의를 할 때 특히 그러하다. 고객이 지불한 강사료보다 내 강의가 가치가 있었는지 묻는다. 이 분은 말하는 대로 실천하는 분이다. 내가 그를 존경하는 이유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스티븐 코비 저/김경섭 역 | 김영사
당시 터프한 회사상사와 일 때문에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박사학위 소지자인 내가 거친 현장 부서장을 하면서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혼란스런 시간이었다. 일 자체도 현장작업자들, 노조대의원들을 상대하면서 일 같지 않은 일(그 당시에는 그렇게 생각했다)을 해 내 경력도 여기서 끝이 아닌가 하는 초조함이 있었다. 그 때 이 책은 내게 희망을 주었다. 특히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사건이 아니라 그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달려있다”는 구절이 가슴을 쳤다. “이야, 이거야. 나도 나중에 이런 책을 쓰고 이런 강연을 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란 생각을 처음 하게 만든 책이다. 결국, 나는 이런 강연상품을 파는 회사인 한국리더십센터의 소장을 하게 되고 이게 내 경력의 터닝포인트가 된다. 내 인생을 바꾼 책인 셈이다.
익숙한 것과의 결별
구본형 저 | 을유문화사
내가 대기업을 나와 헤매고 있을 때 만난 책이다. 작은 컨설팅 회사에 들어갔는데 이게 내게 맞는 길인지, 아니면 엉뚱한 길에 들어선 것은 아닌지 하루에도 몇 번씩 갈팡질팡 하던 시절이다. 이때 이 책을 읽었다. 내용도 좋았지만 딱 나 같은 사람을 두고 쓴 책이다. 배에 불이 나면 불에 타 죽던지, 아니면 죽기 전에 바다에 뛰어내리든지 하라는 충고가 가슴을 울렸다. 당시 회사는 상태가 좋지 않았다. 하지만 망할 정도는 아니었고 회사에 대한 회의가 커서 그만 두었는데 작은 회사라 처우가 너무 좋지 않았다. 생활고에 시달렸다. 예전 회사생활로 돌아가야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 됐다. 이 책은 그때 나를 잡아준 책이다. “내가 선택한 이 길이 맞는 길이다.” 란 확신을 주었다. 썩은 동아줄을 놓아야 새로운 동아줄을 잡을 수 있다는 말대로 나는 새로운 동아줄을 잡을 수 있었다. 결정적 시기에 나를 구원한 책이다.
프로페셔널의 조건
피터 드러커 저/이재규 역 | 청림출판
코비는 개인의 성공에 초점을 맞추었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조직 안에서 살아가고, 조직 안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 아무리 개인이 만족하고 행복해도 그게 성과와 연결되지 않으면 한계가 있다. 난, 늘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만난 드러커는 새로운 영웅이었다. 한 개인이 이 정도의 공력을 갖출 수 있다는 사실이 경이로웠다. 경영을 발명했다는 찬사를 들을 만 했다. 특히 이 책은 조직 안에서 살아가는 개인이 지식노동자로서 어떻게 행동하고, 시간을 관리하고, 성과를 거둘지에 대해 실제적인 사례들이 잘 설명되어 있다. 이 책을 통해 난 경영에 대해 눈을 뜬 셈이다. 코비와 드러커는 내 생각의 양대 축을 형성하고 있는 셈이다.
러브 스토리
에릭 시걸 | 파라마운트
고 2때 본 영화. 대학입시 때문에 스트레스를 왕창 받고 있었고 삶의 낙이라곤 없던 시절이다. 그 영화를 보고 미국을 꿈꾸게 됐다. 보스톤에 가보고 싶었다. 나도 저런 청춘처럼 열심히 공부하고 사랑도 하고 싶었다. 내가 미국 유학을 가게 되고 미국을 좋아하게 된 출발점이 아니었나 한다.
사운드 오브 뮤직
로버트 와이즈 / 줄리 앤드류스 / 크리스토퍼 플러머 / 엘리노어 파커 | 20세기 폭스
중학교 2학년 까까머리 학생 때 국제극장에서 본 작품이다. 영화 보는 내내 그렇게 행복할 수 없었다. 음악이 인간에게 이렇게 큰 즐거움과 행복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경이로웠다. 내가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란 사실을 발견했고 그것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얼마 전 오스트리아에 가서 영화의 배경이 된 미라벨 정원을 갔는데 난 다시 중학교 2학년 학생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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