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드 스톤(Third Stone), 난생처음 엄청난 흥분에 몸을 맡겨라!
화끈한 하드록 음악으로 나름의 지지기반을 형성했던 써드 스톤이 색다른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2013년 말 발표된 앨범이지만 함께 소개해 드립니다. 신보의 키워드는 ‘사이키델릭’을 품은 ‘프로그레시브 록’입니다.
글ㆍ사진 이즘
2014.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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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드 스톤(Third Stone) 『Psychemoon』


프로그레시브의 면모도 보이는 인트로 「Door」 에서부터 11분에 육박하는 마지막 트랙 「잃어버린 얼굴」 에 이르기까지 밴드는 탁월한 연주력과 강렬한 사운드를 기반으로 한 편의 사이키델릭 아트를 완성한다. 와와 페달을 밟으며 장르 특유의 사운드를 뽑아내는 「Oasis」 와 점성 있는 기타 배킹의 「Machine」 이 초반에 배치돼 시선을 잡아당긴다면 민요, 「쾌지나칭칭나네」 를 기반으로 사운드를 쌓아올린 「Psychemoon」 과 블루지한 「소년범」, 멋진 솔로잉을 남기는 대곡, 「잃어버린 얼굴」 이 후반부에서 음반의 컬러를 구체화시킨다.

사이키델릭 컬러를 품은 새로운 사운드. 전반의 형태가 바뀌었다. 물론 블루스를 근간으로 하는 전반의 맥락은 동일하지만 블루스, 하드 록에 초점을 맞춘 지난 앨범들과는 양상이 다르다. 이 점의 양날의 날이다. 사실 큰 소구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몽롱한 사운드 메이킹과 능란한 연주, 여기서 뿜어져 나오는 기묘한 분위기를 제외하고서는 딱히 잡아챌 만한 요소가 보이지 않는다. 재치 있는 가사와 명확히 들어오는 기타 리프에서 추출되던 예전의 매력은 4년의 시간을 거쳐 오며 자취를 감췄다. 상당한 취약점으로 판단된다. 시야가 확보된 상태에서 흐르는 선율과 뿌옇게 깔아놓은 공기 속에서 흘러가는 선율은 청취의 난이도와 선호도 확보의 문제 위에서 상당한 차이를 드러낸다. 대중음악이라는 영역 내에서 명시성은 흡인력의 방향을 결정짓는 분수령이다. 봐오지 않았나. 직관성을 버리고 복잡함을 택하는 행위는 코호트의 크기를 단번에 줄이는 결과로 이어진다. 단적으로 말해 조금은 지루하게 끌려가는 느낌이 대부분의 트랙에 새겨져있다. 이는 어느 정도 생각해 볼 필요를 남긴다.

허나 판매고만으로는 설명되지 않은 작품도 분명 여럿 있었다. 그 부분에 초점을 맞춘다면 현재의 음악 신 위에서, 적어도 써드 스톤의 디스코그래피 상에서 의미를 가져갈만한 지점들이 음반에 여럿 존재한다. 무엇보다도 작품은 사이키델릭 록의 원류에 대폭 접근한다는 점에서 의의를 확보한다. 댄서블한 비트와 명료한 멜로디에 뒤섞여 몽환의 사운드를 주조해내는 작금의 사이키델리아와는 차이점을 구성하는 자리에 있다. 우열을 가리고자 꺼내는 이야기가 아니다. 주지하고 싶은 것은, 시류와 다른 그림을 꺼내면서 이들이 음악이 얼마나 저변을 넓힐 수 있는가에 집중해보자는 논지다. 완력이 가득한 사이키델릭 록을 꺼내는 파워 트리오는 현재의 판도 위에서 거의 멸종 상태라 봐도 무방하다. 그러면서도 옛 방법론에 여전히 애정을 쏟아낸다는 점이 음반의 자리를 다른 곳으로 옮겨 놓는다. 앞서 언급한 취약점을 덮고 남을 의미다. 그리고 이는 앞으로의 써드 스톤에 시선을 둘 이유이기도 하다.

글/ 이수호 (howard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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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드 스톤 #Psychemoon #사이키델릭
2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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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asuna

2014.03.10

너무나도 재미있게 잘 봤으며, 주위사람들에게 이 기사 내용을 추천해 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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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

2014.03.07

제개는 아직 하드록 음악이 좀 낯설기는 하지만 한 번쯤 관심을 가져볼 만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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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