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그림책 작가 윌리엄 스타이크의 그림책 『아빠랑 함께 피자놀이를』은 아이와 행복한 시간을 갖고 싶은 모든 아빠들(당연히 엄마들)을 위한 책이다. 비오는 날 심심해 하는 아이를 밀가루 반죽으로 삼아 피자 만들기 놀이를 하는 이 그림책을 보고 나면 아이들은 "아빠 나도 피자 만들어줘"라고 할 것이다. 아이를 반죽처럼 밀고, 굴리고, 공중으로 던지고, 간지럼 태우고, 마지막에 따뜻한 포옹으로 마무리되는 놀이. 아이에게, 또 아빠에게도 얼마나 행복한 순간이겠는가. 아이가 부모 품에 쏙 들어갈만큼 자그마한 시절은 너무 빨리 지나간다. 이 빛나는 순간들을 놓치지 말기를.
지난해 칸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작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제목처럼 어떻게 아버지가 되는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람들은 흔히 아이가 태어나면 당연히 아버지가 된다고 생각하지만,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서로가 가족이 되기 위해서 어떤 '자격'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이 영화가 들려주는 메시지이다 그 자격이란 단순하게 말하면 사랑인데, 자식에게 갖는 본능적 사랑이 아니라 오랜 시간, 서로 몸을 부딪히며 시간을 공유하고, 추억과 기억을 함께 쌓아가며 만들어낸 사랑이다.
성공한 인텔리 샐러리맨인 료타는 병원 실수로 아이가 바뀌어, 6년간 키운 아들 케이타가 친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된다. 료타부부는 고민끝에 친아들 류세이를 키우고 있는 유다이 부부와 아이를 바꾸기로 한다. 료타는 평소 자기 욕심에 차지 않았던 케이타가 친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똑똑한 류세이에게 마음이 쏠린다. 하지만 류세이는 료타를 받아들이지 않고, 아버지 마음이 류세이에게 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케이타역시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다. 류세이마저 유다이 부부 집으로 가버린 뒤 료타는 케이타가 갖고 놀던 카메라 속에서 자신의 여러 모습이 담긴 사진들을 보게된다. 케이타의 눈이 항상 자신의 뒤를 쫓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된 료타는 게이타를 향해 달려간다. 케이타와 보낸 시간을 깨닫게되는 그 순간, 그는 비로소 아버지가 됐다고 할 수 있다
매우 드라마틱한 이야기지만 영화는 우리의 일상에도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당신은 '진짜 아버지'인가라는. 아이들과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함께 하고, 얼마나 깊은 추억을 만들고 있는가라는 질문 말이다. 어른들의 세상에 바쁘고, 지친 아빠들이라면 대부분 자신있게 '그렇다'고 답하진 못할 것이다. 그런 아빠일수록 아이들과 어떻게 놓아줘야 할지 그 방법을 모르는 경우도 많다.
미국의 그림책 작가 윌리엄 스타이크의 『아빠랑 함께 피자놀이를』은 그런 아빠들에게 권하고픈 책이다. 단순한 선으로 슥슥 그린 그림책을 보면 스타이크가 왜 위대한 작가로 사랑받는지 알 수 있다. 아이들의 마음, 아이들이 원하는 바를 정확하게 읽어내기 때문이다. 그림책의 주인공은 피트. 지금 기분이 좋지 않다. 밖에 나가 친구들과 놀려고 하는데, 그만 비가 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피트는 쇼파에 축 늘어져 있다. 지치거나, 화나거나, 심심한 여느 집 아이들 모습과 똑 같다. 그런데 이 그림책 속 피터의 아빠는 속상해하는 피트의 마음을 100% 이해하는 그런 아빠이다. 당신은 그런 아빠인지? 피터의 아빠는 속으로 생각한다. "이 녀석을 피자로 만들어주면 기분이 좋아지겠지!"
아빠는 소파에 널부러져 있는 아이를 번쩍 안아서 식탁 위에 올려 놓는다. 그리고 아이를 밀가루 반죽처럼 굴린다. 그림책엔 별다른 말은 없지만 피터의 아빠는 아이에게 "이제 피자를 만들어볼까, 반죽을 해야겠는데"라며 피자를 만드는 척할 것이다. 반죽을 늘리듯 팔 다리를 죽죽 당기고 아이가 마치 피자 도우라도 되는 듯 공중으로 몇번씩 휙휙 던진다.자신이 피자가 된 듯 무표정을 유지하려 하지만 피트의 얼굴엔 감출 수 없이 웃음이 번지기 시작한다.
아빠는 피트를 식탁에 올려놓고 이번에는 그 위에 기름을 듬뿍 발라주고(사실은 물이다), 밀가루를 뿌리고(사실은 파우더이다), 종이 조각, 장기말 등으로 온갖 토핑 장식한다. 이제는 피자를 구울 시간. 아빠는 피자를 번쩍 들어 오븐이라고 생각하는 장소로 옮기고 아주 잠깐 기다린다. "아 노릇노릇 구워졌는데"라며 피자를 꺼낸 아빠. "이제 피자를 썰어야겠군"이라는 아빠 말에 피자는 도망을 가고, 피자 요리사는 피자를 쫓아간다. 결국 피자는 잡혀서 아빠 품에 꼭 안긴다.
그림책을 읽어주고 나면 아이들은 아마도 자기도 피자를 만들어 달라고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며 아빠가 아이를 번쩍 안아 올리고 '우리도 OO 피자를 만들어볼까 하면' 게임 끝이다. 아이를 안고 들고, 공중으로 돌리고, 쫓아가고. 꽤 에너지가 드는 피자 만들기이다. 여러가지 피자를 만들고, 피자가 지겨우면 이불 같은 것을 이용해 김밥 만들기를 해도 된다. 아이는 키득거릴 것이고, 한바탕 하고 나면 아이는 활짝 웃고 있을 것이다. 웃는 아이의 얼굴을 보는 것은 우리 인생에서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그림책의 마지막엔 비가 그치고, 해가 뜬다. 아이는 이제 밖에서 친구들을 찾아보겠다며 아빠의 배웅을 받으며 엄마가 활짝 열어주는 문을 향해 걸어간다. 참으로 완벽한 해피 엔딩이다. 이렇게 아이들은 부모의 사랑을 받아 사랑으로 단단해져야 바깥 세상으로 용기있게 나갈 수 있다. 그러니 우리 엄마 아빠들은 피자를 구을 수 밖에. 자, 피자를 구울 준비가 됐나요.
※함께 읽으면 좋은 책
한태희 저|예림당
손바닥에 색색깔 묻혀 도화지에 찍은 그림을 갖고 만든 그림책이다. 오손이 도손이네 가족이 놀이공원으로 나들이를 가서, 회전목마를 타고, 꼬마 열차도 타 보고, 바이킹과 청룡열차까지 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아이들보다 아빠가 더 무서워 한다. 그림책을 보고 나면, 우리 가족의 손바닥 놀이 공원을 만들어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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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이 펑펑 쏟아지는 날, 어른에겐 추억을, 아이에겐 눈천사를
최현미
대학과 대학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1992년부터 일간지 기자로 일하고 있다. 딸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면서 그림책 세계에 매료됐다. 그림책 『불할아버지』 어린이책 『알고 싶은 게 많은 꼬마 궁금이』 『1가지 이야기 100가지 상식』 등을 썼고, 『그림책, 한국의 작가들』 을 공저로 출간했다. 현재 문화일보 문화부에서 영화와 어린이ㆍ청소년책 담당으로 일하고 있다.
앙ㅋ
2014.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