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동뮤지션(AKMU) < Play >
< 케이팝스타 시즌2 > 우승 후, 남매가 선택한 기획사는 YG였다. 단순한 가수이기보다는 개성 있는 싱어송라이터에 더 가까운 이들이었기에 필연적으로 창작에 개입을 받게 되는 '기획사'로 편입되었다는 것에 우려를 표했던 이들도 많았다. (물론 이것은 악동뮤지션이 YG가 아닌 SM이나 JYP행을 택했을 경우라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꼭 메이저 기획사를 통해서가 아니더라도 자기 노래를 세상에 전할 수 있을 듯 보였던 이들이었기에, 이런 우려의 목소리는 오디션을 통해 기획사로 편입될 수밖에 없다는 '시스템'에 대한 불만에 더욱 가까웠다.)
결과물을 두고 말하자면, 그것은 기우였던 것 같다. 악동뮤지션의 앨범에는 기존 케이팝스타에서 들려준 이들의 색이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이다. 아니, 오히려 속이 더 차올랐다 말하는 편이 더 적확할 것 같다. 일상 속에서 소재를 찾는 안목도 여전하고, 그것을 가사로 표현하는 재치는 여전히 발군이다. 여기에 소편성의 악곡에서 벗어나 갖가지 세션을 운용하는 모습, 그리고 -특히 「200%」에서- 리듬 운용 중 싱코페이션(당김음)을 적절히 섞는 감각은 정직하게 어쿠스틱 기타만을 사용하던 이전의 모습과는 격 자체가 다르게 느껴질 정도다.
앨범에는 흥미로운 지점이 있다. 충분히 천연색을 갖췄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들의 음악이 YG 스타일의 음악에서 완전히 독립적인 노선을 취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발음상 -이 부분은 함께 따라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덜컹덜컹'보다는 'dull컹 dull컹'으로, '작은 별님'보다는 '작은 byeol님'에 가까운 찬혁 랩의 딕션, 그리고 이수현의 비음과 가성이 섞인 소울풀한 보컬에서 기존 YG 소속 가수들의 얼굴을 연상하는 것은 단지 개인의 감상만은 아닐 것이라 확신한다.
반면 감성 자체는 메인스트림 가요보다는 일부 인디 기반의 음악과 오히려 더 접점이 닿아있다. 사운드가 풍부한 앨범임에도 불구하고 일면 소품집처럼 들리는 이유는 바로 이런 소소한 감성의 탓이 크다. 「지하철에서」와 「작은별」 등의 곡은 제이래빗이나 옥상달빛 등의 듀오가 부르는 모습도 어색하지 않게 상상이 간다. 개성적인 듯 들리지만 기시감이 있으며, 이것이 무언의 대중적 요구에 의해 형성되고 있는 가요계 전반의 분위기인 것 같아 앨범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뒷맛이 그리 개운하지가 않다.
앨범을 들으며, 그리고 절대다수 듣는 이들의 반응을 보며 생긴 확신이 있다. 가볍게 접근할 수 있는 소품적 음악에 사람들이 손을 들어주는 현상이 앞으로도 더욱 뚜렷해질 것 같다 확신이다. 악동뮤지션의 < Play >는 그래서, 즐겁게 듣다가도 뒤돌아서면 헛헛한 기분이 들게끔 만드는 앨범이다. 앞으로의 대중이 손을 들어줄 미래세대의 클래식은 이렇게 소소하기만 한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유산 없는 세대의 명작은 이렇게 또 한 번 '감성'이라는 포장을 덧대었다.
글/ 여인협(lunariani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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