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클린, 그 특별한 매력의 비밀
다양한 문화를 품고 있는 브루클린의 기운을 받아 성장한 이들이 이제는 이 도시를 더욱 특별한 곳으로 만들고 있다. 그러니 브루클린이라는 도시와 그 속에 사는 이 사람들을 따로 떼어놓고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글ㆍ사진 정재은
2014.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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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작은 골목골목 재미있는 숍들과 예쁜 집들이 모여 있는 스미스 스트리트Smith Street를 따라 걷다 보면 보라색 처마가 눈에 들어오는 바이 브루클린By Brooklyn이라는 상점을 만날 수 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브루클린에서 만들어진 물건들을 한 곳에 모아놓은 곳. 브루클린을 기반으로 하는 소규모 작업실에서 만들어지는 다양한 홈메이드/핸드메이드 물품만으로도 상점 전체를 구성할 수 있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이곳은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기념품 가게가 아니라 현지인들이 수시로 들러 유행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바이 브루클린 안을 기웃대다 보면 현재 브루클린에서 무슨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한눈에 볼 수 있다.

 

‘메이드인 브루클린’이 상표처럼 된 지금, 브루클린에는 흥미로운 사람들이 모여 세계의 주목을 받을 만한 일들을 벌이고 있다. 이곳에 흐르는 이 독특한 기운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월트 휘트먼이나 폴 오스터 같은 유명한 작가들이 사랑한 브루클린, 고전으로 여겨지는 베티 스미스의 『나를 있게 한 모든 것들A Tree Grows in Brooklyn』을 읽으며 느낀 브루클린은 현재의 내가 살고 있는 이곳과는 또 다른 모습일 것이다. 내 머릿속을 떠다니는 거듭되는 물음, 브루클린의 특별한 매력에 대한 궁금증이 이 책의 시작이었다.

 

브루클린을 한마디로 설명하기는 참 어렵다. 왜 이곳이 좋은지 이유를 대라면 끝도 없이 말할 수 있을 테지만 명확하게 한 가지만 내세우라면 말문이 막히고 만다. 개인적인 취향이 개입될 수밖에 없지만 4년 동안 찬찬히 들여다본 ‘나의’ 브루클린에는 분명 독특한 질감이 있고 낭만적인 감성이 있다. 눈에 보이는 이미지는 희미하지만 느껴지는 공기는 선명하다. 정교하게 조각되지 않았지만 그 고유의 질감과 색감이 풍부한 나무 조각 장식과도 같은 느낌이랄까. 보면 볼수록 그 속을 더 들여다보고 싶게 만드는 곳, 비뚤고 거칠어도 자연스럽고 살아 있다는 것이 느껴지는 곳, 그게 바로 브루클린이다. 생기가 넘치는 이 공기에 익숙해지다 보니 계획적이고 잘 정돈된 도시에 가면 왠지 어색하고 불편해지는 기분이 들 정도로 이 도시는 나를 변화시켰다.

 

맨해튼에서 오랜 시간 살아온 사람들에게 자주 들을 수 있는 이야기는 하나같이 비슷하다. “오래 전 빌리지에서 느낄 수 있던 거친 감성이 이제는 사라지고 없어.” 1970년대의 맨해튼의 감성을 겪어보지 못한 나로서는 알 수 없는 이야기지만, 그 당시의 맨해튼을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 봤던 광경을 더 이상 경험하기 힘들다는 것은 알겠다. 하지만 소규모 독립 상점들이 문을 닫고 상업적으로 변하고 있는 맨해튼이 잃어버린 감성을 이제 브루클린에서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프롤로그

 

이 책을 준비하고 진행한 시간은 다양한 이들의 작업/사업 과정을 가까이서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단지 그들의 작업 이야기만이 아니라 그들이 풀어놓은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통해 간접적으로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 열다섯 곳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듣다 보니 이들 각각의 이야기가 다 다르고 흥미롭지만 그 밑바탕에 흐르는 철학과 삶에 대한 태도는 꽤 닮아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만난 이들은 넓은 시각으로 세상을 관찰한 이야기를 표현하려 하기에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가득하고 다름을 포용하고 흡수하려는 유연한 마음. 마음이 닫혀 있다면 창조적일 수 없고 변화를 받아들이기 힘들다. 이들의 열린 마음은 아마도 다름을 따뜻하게 품어주는 이 도시가 만들어놓은 바탕에서 싹을 틔운 것일 테다. 그 누구라도 주인이 될 수 있는 이 도시에 모인 이들이 브루클린에 흐르는 기운을 더 특별하게 만든다.

 

이들은 일과 사생활을 나누지 못할 정도로 몰입해 있을 만큼 자신이 하는 일을 사랑하고 소신을 갖고 있었다. 대개 작은 규모로 운영되기에 세세한 부분까지 관여하려면 바쁜 일정 속에서 아등바등할 게 뻔히 보이는데도 마음만은 여유를 가지고 꾸려나가고 있었다.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일에 대한 애정이 깊다는 방증일 테다.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하기에 하루하루가 새롭고 행복하다는 이들.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하며 결과물에 대한 신념을 가지고 노력하면 안 될 게 없다고 하나같이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유행이나 인기는 상관하지 않아요. 내 힘을 다 쏟아 부어 이 분야에서 최고가 되는 게 중요한 거죠.”

 

세상의 흐름을 등지고 자신만의 세계를 추구하며 헝그리 정신으로 뛰어든 막무가내파는 이들 중에 없었다. 이들은 기발한 아이디어에 본인의 재능을 잘 버무려 적당한 사업 수완을 통해 결과물을 세상에 내놓는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 작업실에서 틀어박혀서 작업만 하는 장인은 살아남기 힘들다. 적당한 홍보와 마케팅적인 관점은 필수불가결하다. 그런 점에서 작업 활동과 판매의 중간점을 찾아 적절하게 균형을 유지하는 이들은 영리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놀라울 정도로 친절하고 겸손했다. 이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가 좋은 성격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게 될 정도로 말이다. 24시간 내내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일 만큼 워커홀릭이면서도 여유 있는 미소로 피곤함조차 날려버린다. 친절하고 여유로운 태도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본인이 하는 일에 대해서는 철저한 완벽주의자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이 확신을 가진 일에 뛰어들어 도전을 멈추지 않는 이들을 모험가라고 부르고 싶다.

 

다양한 문화를 품고 있는 브루클린의 기운을 받아 성장한 이들이 이제는 이 도시를 더욱 특별한 곳으로 만들고 있다. 그러니 브루클린이라는 도시와 그 속에 사는 이 사람들을 따로 떼어놓고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자신들이 가진 특별한 근육을 끊임없이 움직이고 단단하게 만들어 세상을 즐겁게 만드는 이들의 도전을 응원한다. ‘메이드인 브루클린’의 가치를 높이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이곳의 건강한 기운이 먼 한국에까지 조금이라도 전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브루클린에 사는 동안 다름을 너그럽게 바라볼 수 있는 동그란 마음이 되어가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이 책을 준비해온 여정은 내가 변화해가는 과정이기도 했다. 이곳에서는 내가 남들과 다르다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나의 존재가 환영받는다. 마음을 열고 세상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면 브루클린만큼 즐거운 도시는 세상 어디에도 없을 거다.

 


내 삶의 가장 빛나는 순간을 살게 하는 브루클린에서
정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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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인 브루클린 정재은 저 | 아트북스
2012년 6월, 『뉴욕타임스』는 프랑스 파리에서는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창의적이며 품질이 좋은 ‘쿨’한 어떤 것을 ‘트레 브루클린(trs Brooklyn)’이라 부른다는 최신 트렌드에 대해 보도한 바 있다. 우리에게는 ‘뉴욕’ 하면 맨해튼이지만 최근에는 브루클린이 뜨고 있다. 이곳에 젊고 크리에이티브한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는 것이다.브루클린의 스미스 스트리트에는 ‘바이 브루클린(By Brooklyn)’이라는 상점이 있다. 이곳은 가게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브루클린에서 만든 물건들을 한곳에 모아놓은 편집 숍. 이곳은 『메이드인 브루클린』에 소개된 많은 물건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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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인 브루클린 #정재은 #브루클린
1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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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귤

2014.06.20

브루크린하면 영화제목이 먼저떠오르는데, 이런 느낌도 있는 곳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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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