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에 주제가 없으면 쓰레기가 된다
최근 『글쓰기는 주제다』를 펴낸 남영신 저자는 하루키의 문학에 담긴 주제의식을 설명하기 위한 사례로 앞선 예를 들었다. 지난 6월 13일, 서울 남대문로 대우재단빌딩에서 열린 저자 특강(남영신의 주제 중심 글쓰기 수업)을 통해서였다.
글ㆍ사진 김이준수
2014.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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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만남-남영신

 

“높고 단단한 벽과 그 벽에 부딪쳐 깨지는 달걀이 있다면 나는 언제나 달걀 편에 설 것이다.”

 

남영신 저자는 강연 초반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말을 꺼냈다. 하루키가 2009년 ‘예수살렘 상’ 수상 소감으로 언급한 말이었다. 예루살렘 상은 ‘개인의 자유에 지대한 공헌’을 한 작가에게 2년마다 수여하는 상이다. 문제는 그에 앞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공격, 세계적인 비난 여론이 들끓을 때였다. 하루키에게 수상을 거부하라는 주변의 요청도 쇄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키는 고민을 거듭하다가 예루살렘에 상을 받으러 갔다. 그는 소설가는 1년에 3~4일을 빼고는 ‘거짓말’을 하고 사는데 이날만큼은 그 3~4일 중의 하나라고 운을 뗐다. 그리고는 자신의 서재에 붙어 있어서 늘 되새긴다며 앞선 말을 꺼냈다. 저자는 계속 말을 이었다. 

 

“벽은 이스라엘일 수 있다. 달걀은 포격해서 죽은 일반시민을 상징하는 것이다. 이 상을 받으면 당신들의 행위를 옹호하는 것일 수 있다는 것 때문에 고민했는데, 결국 왔다. 당신들 때문이 아니다. 나는 팔레스타인 민간인 편이다. 그렇다면 왜 여기 왔느냐. 내 생각을 당신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어서 왔다. 그리고 한 마디 덧붙인다. 높고 단단한 벽이 이스라엘이고, 달걀이 약한 팔레스타인만을 뜻하는 건 아니다. 벽은 당신들이 가진 국가시스템이고, 국가가 팔레스타인을 포격하라면 하고, 싸우라면 싸우는 당신들도 달걀 같은 존재일 수 있다. 인간의 본질이 그렇게 나약한데, 그 나약한 존재가 시스템에 합류하면 자신이 단단한 벽처럼 행동하고, 그래서 자기보다 못한 무고한 사람들에게 총격을 행사할 수 있다고 덧붙인다.”
 
최근 『글쓰기는 주제다』를 펴낸 남영신 저자는 하루키의 문학에 담긴 주제의식을 설명하기 위한 사례로 앞선 예를 들었다. 지난 6월 13일, 서울 남대문로 대우재단빌딩에서 열린 저자 특강(남영신의 주제 중심 글쓰기 수업)을 통해서였다. 저자는 하루키의 문학은 인간이 주가 된다며, 인간이 자유롭게 살 수 있는데 관심을 가진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키의 발언을 통해 글쓰기의 주제의식에 대한 이야기를 이었다.


“하루키는 수상 소감에서 또 “자기 자신이 생각하는 진실이 명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것은 자신의 주제가 무엇인지 알고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한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무엇을 어떻게 써야할 것인지 확실하게 박히기 전까지 글을 쓰지 마라. 그렇지 않으면 글이 뒤죽박죽돼서 읽는 사람이 불편해진다. 내가 이것을 얘기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명쾌하게 잡아내야 한다. 그런 다음 글을 써야 한다. 다시 말해, 내가 쓰고자 하는 주제를 명료하게 정해야 한다.”

 

“글쓰기를 주제 제시와 주체화 과정으로 이해하고 글을 쓰기 시작하면 글쓰기가 매우 편해진다. 여러분이 무엇에 대하여 어떤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주제가 결정되고, 주제가 결정되는 순간 주제화를 생각하게 된다.”(『글쓰기는 주제다』9쪽)

 

저자는 주제와 관련해, 조정래 작가의 이야기도 꺼냈다. 조정래 작가는 “나는 소설을 쓸 때 처음 시작할 문장과 끝낼 문장을 적어놓고 시작한다”고 말했다. 그는 엄청난 대하소설을 쓰면서 처음과 끝을 정해놓는다는 것이 대단하다고 언급하면서 그만큼 작가는 주제를 확실하게 갖고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작가만남-남영신


주제란 무엇인가?

 

그렇다면 ‘주제’는 무엇일까. 저자는 주제를 ‘그 글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논제’라고 정의했다. 즉 작가가 하고자 하는 가장 핵심적인 것이 주제다. 그는 공지영의 『도가니』와 박범신의 『은교』를 꺼냈다. 앞선 책의 주제는 무진시의 자애학원에서 일어난 농아학생 인권 문제의 실상이다. 영화화도 되고, 일명 ‘도가니법’이 생길 정도로 이 책의 파급력은 컸다. 그만큼 책의 주제가 명확했다고 저자는 설명했다.

 

반면 『은교』는 주제를 깊이 감춰놓은 소설이라고 전했다. 주제를 찾는 과정이 재밌는 소설이라는 것. 그는 자신의 견해라며 이런 주제를 꺼내 놨다. 70대의 시인 이적요와 제자 서지우, 그리고 17살의 소녀 은교를 통해서 작가는 무슨 말을 하려고 했나? 남자에게 여자는 무엇인가? 존재란 욕망을 어떻게 표현하나? 

 

“주제에는 크게 두 가지 뜻이 있다. 하나는 ‘주된 제목’이고 다른 하나는 ‘중심이 되는 문제’이다. 여기서는 ‘주제’를 후자의 의미로 쓴다. 글의 주제는 글이 관심을 가지고 다루려는 문제이다.”(『글쓰기는 주제다』27쪽)

 

저자는 이어서 파블로 네루다의 『질문의 책』에 있는 詩를 꺼냈다.

 

나였던 그 아이는 어디 있을까,
아직 내 속에 있을까 아니면 사라졌을까?
내가 그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걸 그는 알까
그리고 그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걸?
왜 우리는 다만 헤어지기 위해 자라는데
그렇게 많은 시간을 썼을까?
내 어린 시절이 죽었을 때
왜 우리는 둘 다 죽지 않았을까?
만일 내 영혼이 떨어져나간다면
왜 내 해골은 나를 좇는 거지?


 
“어떤 글에든 반드시 주제가 있다. 개인마다 느낌이 다르고, 숨기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다를 뿐이다. 나는 이 詩에 감동을 했고, 이 詩를 읽을 때마다 두근거린다. 내 마음을 휘젓는다.”

 

이어 안도현의 「너에게 묻는다」를 함께 보자고 권했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글에는 작가가 주는 메시지가 있다. 그게 없으면 글이 아니다. 어떤 글은 잘 드러나고 어떤 글은 잘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없는 것은 아니다. 주제를 깊이 숨길 수 있는 것은 인간의 깊이와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글을 읽는 것은 주제를 향한 여행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무엇을 읽어낼 것인지를 놓고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기독교의 성경 (주제-구원)
-불교의 경전 (주제-해탈)
-각자의 수준에 따라서 읽어내는 수준이 결정된다. 수준이 낮은 데에서 높은 데로, 얕은 곳에서 깊은 곳으로 발전한다. 
-주제에 집중하려는 노력의 양에 비례하여 주제를 이해하는 능력이 생긴다.  
-문화적 성과물은 주제로 소통한다.

 

주제의식도 함께 정리했다.

 

-무엇이 주제인지 스스로 명료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모든 노력은 그 주제를 제시하고 대중이 그것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한다. 
-우리는 결국 주제로 소통한다.
-각자의 주제를 결정하라.
-주제를 드러내는 데 온 힘을 쏟아라.

 

 

작가만남-남영신

 

삶의 모든 결에 존재하는 주제

 

남영신 저자는 도시에도 주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도시에도 주제가 있으며, 주제를 드러내는 도시와 드러내지 않는 혹은 못하는 도시가 있다는 것. 그것은 건축을 통해서도 드러나는데, 서울시청과 런던시청을 비교했다. 주위환경과의 어울림 차원에서 서울시청은 주제 없이 지은 느낌이나 런던시청은 주제가 있는 느낌이라고 주장했다. 그 차이는 건축할 때 주제의 유무에 따라 갈린다고 부연했다.


“주제의식이 세상을 바꾼다. 주제에 충실하도록 노력하는 것, 그것이 소통의 조건이다. 주제가 단순히 글쓰기에서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삶의 모든 부분에서 주제를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주제를 얼마나 의식하면서 살까? 드라마 <모래시계>의 주제는 무엇일까? 이 드라마를 어떻게 기억하나? 광주항쟁, 민주화항쟁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가치관으로 확립될 수 있었을 텐데, 우리는 이 드라마를 남녀의 사랑이야기 등으로 기억한다. 민주화항쟁이 소품으로 처리됐다. 주제를 드러내는데 실패한 드라마가 <모래시계>다. 아쉬움이 있다.”


그런 면에서 책의 만들 때도 일관성과 통일성을 갖추고 군더더기가 없고, 삐뚤어진 바 없이 만드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글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했다. 주제를 제대로 잘 구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 주제의식에 민감해질 필요가 있다는 것.

 

그는 ‘주제의 개념’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1) 중심이 되는 문제 : 대화, 연구, 집회 등에서 다양한 찬반 논의를 통해 결론을 얻는다.
 
(2) 지은이가 나타내고자 하는 중심 생각 : 글, 그림, 연극, 영화, 음악 등에서 유용한 뒷받침을 이용해서 결론으로 이끈다.

 

이어 글쓰기와 주제 설정하기를 언급했다.

 

(1) 글을 쓰려고 하는 목적 : 독자에게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가?


(2) 주제문 만들기 : 주어와 서술어를 갖춘, 정보가 구체적으로 제시된 문장 만들기.

 

 

“주제문만 잘 만들면 그 다음 1~2장 글 쓰는 것은 휘파람 불 듯 써진다. 주제문을 만들어내는 것이 어렵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무슨 글감을 쓸 것인지 정해져야 한다.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주제화다. 글의 주제화는 유용한 글감을 이리저리 얽고 짜서 주제로 인도하는 것이다. 글의 주제화는 소주제를 주제로 수렴하는 일이다. 주제화의 요건은 통일성과 일관성이다. 문장은 주제를 드러내기 위해 복무해야 한다. 주제를 반대하는 문장은 있어선 안 된다.” 
 
그는 “좋은 글은 좋은 삶”이라고 강조했다. 좋은 삶을 살아야 좋은 글도 가능해진다는 이야기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으로 제시한 통일성과 일관성은 좋은 삶의 조건과도 맥이 닿는다. 주제가 있는 글쓰기를 하면 통일성과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도 제시됐다.

 

저자가 정리한 글쓰기에서 주제는 다음과 같다.

 

-글의 혼이다
-글의 목적이다
-글의 주장이다
-글의 가치이다
-글의 지향점이다
-글의 중심 문제이다
-글의 중심 생각이다
-글에 주제가 없으면 쓰레기가 된다

 

아울러 저자는 글을 쓰기 전에 다음과 같은 방법을 제시했다.

 

-주제를 정하라
-주제문을 만들어라(주어와 서술어가 호응하도록)
-글을 설계하라 : ‘주제-주제문-소주제문-글감 배치’ 설계도 만들기
-글감의 통일성과 일관성이 확보되는지 확인하라
-주제가 공동선에 기반 하는지 판단하라

 

“주제는 우리의 화두다. 글을 쓰는 일에서부터 정치, 교육, 기업, 공무, 사회운동 등 모든 일을 할 때에는 주제가 있어야 한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논의하면서 글을 써보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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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주제다 남영신 저 | 아카넷
글쓰기는 작가나 기자만 하는 것이 아니다. 직장인이 기획안이나 보고서를 쓰고 공무원이 공문서를 작성하는 일, 사회운동가가 사회문제에 관해서 발언하고 학생과 교수가 논문을 쓰는 일 등, 적어도 지적 활동을 하는 모든 사람에게 글쓰기는 절대적으로 중요한 일이다. 그렇다면 각자의 삶의 현장에서 글쓰기를 시작해야 한다.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서, 자신이 지금보다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드러내고 사회와 소통하기 위해서 글을 써야 한다. 어떻게 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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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영신 #글쓰기는 주제다 #eBook
3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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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kiroll

2014.07.24

글쓰기 책들이 많은데. 이 책 유용할 것 같아요. 칼럼도 잘 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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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신

2014.07.15

기사의 제목이 모든 것을 함축하고 있네요.
쓰레기를 만들고 싶지는 않은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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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귤

2014.06.25

아아...글쓰기는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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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준수

커피로 세상을 사유하는,
당신 하나만을 위한 커피를 내리는 남자.

마을 공동체 꽃을 피우기 위한 이야기도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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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영신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였다. 세종국어문화원장(전), (사)국어문화운동본부 이사장(현)으로 있다. 평생을 바른 우리 말글 쓰기를 위해 앞장서서 일해 왔다. 토박이말에 어떤 말이 있는지 궁금해서 국어사전을 찾아보았는데 토박이말을 찾기는 마치 쌀에서 뉘를 찾는 것과 같았다. ‘돌살’, ‘마상이’, ‘추임새’같이 우리 문화와 관련된 말은 없는데, 대부분 한자어인 데다가 일본인 이름과 일본 지명이 길게 풀이되어 있었다. 우리말을 살려야겠다는 생각에 토박이말을 모아 사람들이 찾아 쓰기 쉽도록 분류하여 1987년 『우리말 분류 사전』을 펴냈다. 이 사전은 그 뒤에 토박이말이 모든 국어사전에 오르게 된 바탕이 되었다. 그러고 나서 많은 사람들이 막연하게 낱말을 이해하고 씀으로써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 서로 다르게 받아들이는 점에 눈을 돌렸다. ‘낱말 뜻을 정확하게 알고, 상황에 가장 알맞은 말을 골라, 낱말 표기를 정확하게 하고 국어 문법에 맞게 쓰자.’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삼아 공무원과 기자 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고 한 달에 한 번 시민들과 함께 우리말 바로쓰기 공부를 계속해 오고 있다. 『우리말 분류 사전』(1987) 『우리말 용례 사전』(1995) 『ㅎㆍㄴ+국어 대사전』(2008) 같은 사전들을 엮었고, 『안 써서 사라져가는 아름다운 우리말』(2001) 『나의 한국어 바로쓰기 노트』(2002) 『국어 한무릎공부』(2005) 『기자를 위한 신문 언어 길잡이』(2014) 『글쓰기는 주제다』(2014) 『보리 국어 바로쓰기 사전』(2017) 같은 책들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