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콥 콜러가 들려주는 영화음악
<대부>의 주제곡, <노팅힐>의 「She」부터 <천공의 성 라퓨타>의 「Kimiwo nosete」 그리고 마이클 잭슨으로 유명한 「Ben」까지. 여러 영화 음악에 대한 재해석이 흥미롭습니다.
글ㆍ사진 이즘
2014.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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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컵 콜러(Jacob Koller) < Cinematic Piano Ⅱ >

 

제이컵-콜러

 

1980년 3월 9일, 미국 애리조나 주 피닉스에서 태어난 재즈 피아니스트 제이콥 콜러는 미남이다. 짙은 눈썹과 뚜렷한 이목구비 그리고 가늘고 긴 손가락으로 피아노를 터치하는 로맨틱한 모습은 여성의 마음을 흔든다. 해리 코닉 주니어의 젊은 시절 모습을 떠올리는 세련되고 지적인 이미지의 제이콥 콜러는 트럼펫 연주자 크리스 보티와 함께 근래에 활동하는 재즈 뮤지션 중에서 비디오와 오디오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아티스트다.

 

4살 때, 피아노를 접한 그는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애리조나에서 개최된 야마하 피아노 콩쿨을 포함해 10회 이상의 클래식 피아노 콩쿨 대회에서 우승하며 실력을 입증 받은 음악 영재였다. 고등학교 재즈밴드 부에 들어가 재즈의 매력에 빠지면서 또 다른 재능을 발견한 제이콥 콜러가 2001년에 쇼팽의 음악을 재즈로 편곡한 앨범 을 발표한 것은 그의 음악 지향점을 알 수 있는 기준점이다.

 

 

 

2007년, 미국에서 단 다섯 명만 선발하는 < Pole Porter Jazz Piano Fellowship >의 파이널리스트 중 한 사람으로 선발된 제이콥 콜러는 세계 각지에서 공연하는 동시에 실제 레코딩도 경험했다. 하지만 활동은 미국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2009년 5월에는 일본에 진출해서 첼리스트 미조구치 하지메를 비롯해 보컬리스트 하타메야마 미유키와 쥴리 카렌 같은 일본의 대표적인 재즈 아티스트와 공연을 하며 동양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 음반에 참여한 일본 뮤지션들과의 인연은 이때 맺은 것으로 이들은 오랜 세월 동안 함께 음악을 공유하며 공존했다. < Cinematic Piano Ⅱ >의 호흡은 이런 우정과 신뢰의 바탕 위에 증축된 결과물이다.

 

2011년 10월에 공개된 < Cinematic Piano Paradise >의 속편인 < Cinematic Piano Ⅱ >에서도 전작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영화 주제음악을 클래식과 재즈는 물론 탱고, 뉴에이지, 실내악 등 다양하게 변주한다. 니노 로타가 작곡한 영화 <대부>의 주제음악은 탱고 스타일로 부활시켜 라틴의 여유와 정열을 담았고, <노팅힐>에 흐르던 「She」와 틴 팬 앨리 작곡가 호기 카마이클이 작곡하고 레이 찰스의 목소리로 알려진 「Georgia on my mind」는 일급 호텔 라운지에서 마시는 와인처럼 세련됨과 고풍스러움을 소유했다. 특히 「Georgia on my mind」를 부른 카렌 아오키의 음색은 웅산을 떠올릴 만큼 듣는 사람들의 감성을 빨아들인다.

제이컵-콜러

 

 

2005년에 개봉한 판타지 영화 <미러 마스트>에 삽입된 카펜터스의 버전으로 유명한 「Close to you」와 영화 <윌라드>의 주제가인 마이클 잭슨의 「Ben」은 잘 다듬어진 유러피언 재즈의 접근법으로 재탄생했고, 일본 애니메이션 <루팡 3세>의 주제곡과 데이브 브루벡 쿼텟의 대표곡 「Take five」 그리고 헨리 맨시니가 작곡한 <핑크 팬더>의 주제음악에서는 현대음악의 작법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며 하나의 스타일로 고착화되기를 거부한다.

 

영화 <디어 헌터>의 주제곡으로 사용된 「Cavatina」는 존 윌리암스의 정갈한 기타 연주를 저녁노을처럼 고즈넉하게 부활시키며 히사이시 조가 만든 일본 애니메이션 <천공의 성 라퓨타>의 주제음악 「Kimiwo nosete」는 영화의 내용처럼 하늘을 나는 듯 멸균된 서정미를 들려준다.

 

음반의 정수는 제이미 콜러가 직접 작곡한 「Cinematic piano 2」와 「Forming crystal」. 노르웨이의 연주 그룹 시크릿 가든 스타일의 뉴에이지와 프랭크 밀스 풍의 피아노 연주가 천생연분을 이룬 1번 트랙 「Cinematic piano Theme」은 영화 < 시네마 천국 >의 음악처럼 앨범의 주제를 표현하며 카렌 줄리의 보컬과 바이올린 연주가 점진적으로 클라이맥스를 구성하는 「Forming crystal」은 여운을 재생한다. 제이콥 콜러는 이 두 곡을 처음과 맨 마지막에 배치해 자신의 작곡 실력을 은근히 과시하고 있다. 그만큼 곡 만들기에 자신감이 붙은 것이다.

 

2014년 5월 3일, 전주국제영화제 기간 중에 초청되어 단독 공연을 가진 제이콥 콜러는 해리 코닉 주니어 이후 맥이 끊어진 남성 재즈 피아니스트의 명맥을 잇고 있다. 작은 물방울도 모두 받아들이는 바다처럼 제이콥 콜러는 모든 음악 양식을 자신의 스타일로 가공해 내구성을 견고하게 다졌다. 제이콥 콜러의 열정과 애정이 응집된 < Cinematic Piano Ⅱ >는 그 증거다.

 

 

글/ 소승근(gicsuck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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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