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척박사 동료를 둔 그대에게
멍청이들은 업무에서는 뛰어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면서도 아둔한 피드백만큼은 분명 일가견이 있다.
글ㆍ사진 켄 로이드
2015.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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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척박사증후군

 

회사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멍청이는, 자신이 마치 지혜의 화신인 듯 척척박사의 아우라를 뿜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허풍쟁이들이다. 이런 멍청이들이 미처 깨닫지 못하는 것은, 진정 현명한 사람이라면 자신의 탁월함을 다른 사람들에게 과시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다. 스스로 빛나기 때문이다.


세상 사람들에게 자신은 똑똑하다고 쉬지 않고 외쳐대는 사람들은, 자신이 얼마나 불안정한 사람인지 광고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자신이야말로 지혜의 등불이라고 주위 모든 사람들을 설득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자기 자신을 틀린 방법으로 설득하고 있는 것이다.


부서 회의에 척척박사를 자처하는 직장 동료가 들어와 앉는 순간 당신은 명치끝이 아려온다. 저 멍청이 박사가 회의마다 불화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멍청이는 자신을 다른 사람 말은 조금도 들을 필요가 없는 대단한 사상가인 양 치장한다. 그리고 상식을 벗어나 엇나간 생각을 끝없이 토해낸다.


이런 멍청이들은 자신의 의견을 다른 사람들에게 쉴새없이 들이밀고, 다른 사람의 말은 듣지 않으며, 자신이 회의를 망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런 행동을 바로 자기지향적 행동(self-oriented behaviors; 자기만을 가치 있고 소중한 존재로 사랑하고, 자신의 결점과 한계를 인정하지 않으며, 자신을 실제 이상 대단한 사람이라고 과대평가하고, 자신의 욕망과 이익을 취하려는 자기애적 행동을 말한다.)라고 부른다. 자기지향적 행동을 하는 자들은

조직의 목적을 위해 회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욕구만을 채우기 위해 회의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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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답 : 이 구역의 리더에게 척척박사로 인한 손실을 알려라!

 

회의에 참석해 구역질이 날 만큼 거드름을 피우는 척척박사를 보면 당신은 ‘이 구역의 리더는 어디로 갔을까?’ 하는 질문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회의의 목적은 열린 소통 창구로 조직을 건강하게 하는 것인데, 회의를 통해 열리는 것이 오직 한 사람의 입밖에 없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다. 누군가 회의를 망치고 방해하며 주제에서 벗어나게 한다면, 반드시 리더가 나서서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다음 회의에서 멍청이를 만나기 전에, 당신은 몇 명의 동료 직원들과 따로 상사를 만나서 우려를 전해야 한다. 멍청이의 행동, 그런 행동을 한 날짜, 그룹의 성과에 미친 영향 등으로 당신의 우려를 뒷받침해라. 상사에게 똘똘이 스머프의 행동을 제어할 때 얻을 수 있는 이익뿐 아니라, 그가 부서에 준 부정적인 영향과 비용손실을 알려라. 이익으로는 회의에 좀더 집중할 수 있고, 좀더 창의적인 생각과 의사결정이 가능할 것이며, 회의의 생산성을 더욱 높이고, 시간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언급할 수 있을 것이다.


근거를 모두 제시했다면 이제 소크라테스 접근법(Socratic approach; 대화 상대방에게 질문해서 상대가 스스로 생각하게 해 사고를 유도하고 진리를 발견하는 접근법을 말한다.)으로 상사에게 질문할 차례다.


“이 상황을 정리하실 때 저희가 도울 일은 없을까요?”


이런 질문은 문제가 있음을 상사에게 자동으로 상기시키고, 당신과 동료가 문제해결을 도울 방법을 논의하는 데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다. 상사가 단호한 대책을 마련하면 당신들이 기꺼이 돕겠다고 알려야 한다. 당신이 상사를 도울 것임을 알면, 상사는 해결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회의에서 의견차이는 보통 건강하고 생산적인 것임을 잊지 마라. 약간의 충돌이 있어야 집단사고(groupthink)를 피할 수 있는데, 집단사고란 사고의 제한, 창의성의 축소, 미지근한 결과로 이어지는, 즉 모든 사람이 못마땅하더라도 일단 동의하고 보는 현상을 지칭하는 것이다. 작은 충돌은 회의를 좀더 창의적이며 생산적인 방향으로 이끌고, 새롭고 색다른 문제해결 방식을 도출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하지만 이는 척척박사께서 끝없이 부르짖는 고함소리에 반대하는 것과는 전혀 별개의 문제다. 이런 회의에서 집단사고는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갖는다.

 

그런데 만약 상사 본인이 저런 척척박사라면? 최악이다.
부디 상사가 상사들끼리 하는 회의에서도 척척박사 짓을 지속해서
조직의 눈 밖에 나기를 기도하는 수밖에 없다.
때로는 시간이 해결해주는 문제도 있는 법이다.

 

  


* 이 글은 
『사무실의 멍청이들』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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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의 멍청이들켄 로이드 저/임지은 역 | 길벗
상사는 제정신이 아니라 항상 미쳐 있는 사람 같고, 옆자리에 앉아 있는 동료들은 전생에 내가 무슨 죄라도 지었나 싶어질 정도로 웬수가 따로 없고, 부하직원한테 뭐 하나 시키려면 자동으로 혈압이 팍팍 오르고... ‘아이고, 회사생활 왜 이리 어렵다냐...’ 생각하는 당신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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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의 멍청이들 #켄 로이드
4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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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얀별

2015.01.11

정말 잘 알아서 조언을 잘해 준다면 좋겠지만 어설프게 알면서 괜히 아는 척 하는 사람들은.. 참.. 피곤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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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기를

2015.01.11

상사가 척척박사라면?! 정말 최악의 경우가 되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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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ㅋ

2015.01.09

한국사회에서는 척척박사들을 왕따시키죠. 수업시간에도 회의 시간에도 게다가 나는 알고 있는데 너는 모르냐는 식의 갑질 게급문화까지 언제쯤 바뀔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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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 로이드

UC 버클리를 졸업하고, UCLA에서 조직행동론으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CNN, FOX 등 다양한 방송에서 출연하며, 조직심리학 분야에서 저명한 저자, 연설가,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다. UCLA 앤더슨스쿨에서 조직행동에 관한 MBA 수업을 담당했으며, 스트레터직 파트너스(Strategic Partners, Inc.)에서 기획개발 분야 부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직원을 인정하고 보상해주는 151가지 아이디어』『가치 있는 상사가 되어라』 등 다수의 책을 집필했으며, 십여 개국 언어로 번역되었다.